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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아시아 창간 10주년 기념호_ 21세기 아시아 문학지도 | 나의 서재 2016-07-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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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아시아 Asia (계간) : 41호 여름 [2016년]

편집부 저
아시아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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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아시아 문학 지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계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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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학의 숲을 밝혀주는 계간 <아시아>가 어느 덧 10주년을 맞이하여 특집호가 발간되었다. 문학 계간지를 여러 권 접하곤 했지만 계간 <아시아>는 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주로 일본이나 중국 작품만 번역되어 읽히곤 했던 아시아 문학의 외연을 넓혀 다양한 아시아 문학을 소개하여 오늘날 아시아 문학의 지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10년 동안 유지해온 고투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집호에 걸맞게 이번 호에서는 중국, 일본, 북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타이, 방글라데시, 인도, 몽골, 카자흐스탄, 터키, 이란 13개 국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해당 국가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소개함은 물론, 그 지역의 문학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하여 보다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다. 여기에 수록된 단편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권 작가들의 문학적 고민과 그들이 어떠한 시각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으로는 일본의 ‘청결한 결혼’, 방글라데시의 ‘화장품 상자’, 베트남의 ‘까이야’, 카자흐스탄의 ‘태양을 미워하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청결한 결혼’은 성별 없는 결혼, 즉 섹스가 결여된 결혼을 추구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결혼 양상과 이를 통해 가족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놀라운 작품이었다. ‘태양을 미워하다’의 경우에는 빚더미에 오른 가장의 고단한 삶과 아무래도 나아지지 않는 일상의 그늘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절망에 사로잡힐 때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고 말하는 것처럼 기어코 떠오르는 태양을 미워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원망임을 공감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전체적인 아시아 문학의 흐름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좋은 문학 작품은 역시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21세기에 들어 문학 계간지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때에 그간 공들여 밝힌 등불을 계속 빛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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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엔지니어들_ 공학적 사고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 | 나의 서재 2016-07-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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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맨발의 엔지니어들

구루 마드하반 저/유정식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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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사고를 강조하는 시대에 파고든 공학적 사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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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학은 무엇일까. 과학과 기술의 또 다른 이름인가. 과학이라는 큰 범주 안에 속한 일부 속성의 전문 분야일까. 오늘날 인문학적 사고는 각종 매체에서 과할 정도로 다루다시피 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학은 그렇지 않다. 문명의 혜택은 곧 공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나 ‘공학’이라는 분야는 어쩐지 낯설고 어렵다.

 

 

   도서 <맨발의 엔지니어들>을 접한 것도 내겐 꽤 낯선 경험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창조한 공학적 사고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이라는 광고 문구는 꽤 경쾌하지만 말이다. 오랫동안 습관처럼 접해온 인문학적 사고가 아닌 공학적 사고에 접근한다는 것은 어쩐지 내가 모르는 낯선 세계에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공학 용어는 물론이거니와 공학적 사고 역시 온통 복잡한 수치와 방정식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공학적 사고는 따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누구나 습득할 수 있으며 어디에나 적용 가능한 다기능 툴킷과 같다. 스탠퍼드대학 공대 학장이었던 짐 플러머는 “엔지니어들은 다양한 종류의 지식을 한데 모아 하나의 아이디어로 결합하는 통합자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 19P

 

과학의 핵심이 ‘발견’이라면, 공학의 정수는 ‘창조’다. 인간 역사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보라. 우리는 ‘발견자’이기 전에 도구 ‘제작자’로서 문명을 일구어냈다. 사실 공학의 많은 도구들이 더 나은 과학을 추구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켜왔다. / 42P

 

 

   이 책에 도전하는 나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저자는 공학에 대해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가볍게 위무한다. 저자는 엔지니어들이야 말로 “새로운 대안, 편리함 그리고 안락함을 제공하는 가능성의 집합, 즉 우리 삶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해법 공간을 창출”하는 이들로, 무언가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적 스킬보다 일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돕는 이들임을 강조하며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주목한다. 익히 알고 있는 토머스 에디슨의 전화기,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물론 현금자동입출금기, 디지털 카메라, 일회용 기저귀 등의 탄생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여러 엔지니어들의 사례 중 인상적이었던 이는 페니실린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마거릿 허친슨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MIT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여성으로서 배려심 깊은 아내이자 어머니이기도 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위대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그녀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페니실린을 처음으로 발견한 플레밍과 그것을 추출해낸 언스트 체인과 하워드 플로리는 노벨상 수상의 업적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초의 발견자가 아닌, 그녀는 일종의 각색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왜 독창적인 각색자들을 무시하는 것일까?

 

 

비록 창작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각색은 뛰어난 창작의 일종이다. 역사학자 존 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각색하고 개선하고 응용하는 것은 최초의 창조보다 덜 화려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응용 기법은 본래의 아이디어나 발명에 비해 본질적으로 훨씬 창의적일 수 있어요.” / 127P

 

 

   각색하고 개선하고 응용하는 것 또한 공학적 사고의 주요 요소임을 언급하는 중요한 사례였다. 이외에도 제약조건을 뛰어넘어 문제 해법을 찾아 나선 매우 위대한 사례도 있었다. “머리칼이 검을 때 일을 시작했는데 백발이 성성해진 지금도 여전히 갠지스 강 정화를 위해 일하고 있죠” 라고 말한 비르 바드라 미슈라의 이야기였다. 세계보건기구는 갠지스 강이 고대부터 콜레라의 진원지였다고 밝혔을 정도로 갠지스 강의 분변계 대장균 수준은 허용치보다 무려 3000배나 높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수 배출 시스템 개선에의 의지가 없는 정부나 구원을 의미한다하여 갠지스 강으로 시체를 흘려보내는 장례 문화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미슈라와 재단의 노력은 그가 죽어 아들에게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전통을 지키면서 무언가를 탈바꿈하는 방법과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방법을 아는 자가 엔지니어입니다”라고 비시왐바는 말했다. / 162P

 

 

   제약조건이 진화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공학적 사고야 말고 위대한 도전이 아닐까. 새삼 도전을 받아들이고 저항에 맞선 세상의 엔지니어들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또한 딸을 잃고 공공안전 시스템을 이 사회에 구축하기 위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기득권자들로 넘쳐나는 정치가들을 끝끝내 설득해 안전망을 설계한 산업공학자 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정치인들이 의견 차이를 조율해나갈 때나 선거에서 이기려 할 때, 엔지니어들은 큰 그림을 보고 새로운 시너지를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많은 공학자들이 정치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필요성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렇듯 위대한 엔지니어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또 다른 엔지니어들의 활약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변화하고 또 변화하는 세상의 중심에 엔지니어들이 존재함으로.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이런 엔지니어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공학적 사고로 ‘타인에게 배우기’ 즉 아이디어란 곧 사람을 통해 얻어지는 것임을 강조한다. 일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시스템 개발이든 환경보존 노력이든 공학 분야 종사자들은 반드시 전통적인 ‘분석의 덫’을 뛰어넘어야 하고 사회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파트너로서 문화인류학과 같은 학문을 수용해야 한다. 인류학의 지혜는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공학이 더욱 현명한 접근방식을 취하도록 도울 수 있다. 수많은 학문들이 교차하는 곳, 편리한 안전지대를 훌쩍 뛰어넘는 곳에서 혁신이 불타오르고 확산된다. / 235P

 

 

   아마도 저자는 기술적 사고에만 사로잡힌 공학자들은 변화를 꿈꿀 수 없음을 제기하는 듯했다. 복잡한 이 세계란 결국 수많은 학문들이 교차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사고가 얽혀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러한 공학적 사고가 엔지니어를 꿈꾸는 자들에게 필요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운명의 디자인한다는 측면에서 모두 엔지니어임으로.

 

 

사람들은 각자의 운명을 디자인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모두 엔지니어다. 그것이 바로 공학이 가야 할 길, 즉 새로운 절충주의 시대를 일으키는 일이 엔지니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인 이유다. / 2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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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어, 사만다_ 미국 여자와 파리 남자의 파란만장 러브스토리 | 나의 서재 2016-07-0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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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랑하고 있어, 사만다

사만다 베랑 저/엄연수 역
북로그컴퍼니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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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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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어, 사만다’

사만다를 향한 누군가의 달콤한 속삭임일까, ‘사만다, 그래 너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어’ 하는 설렘 가득한 깨달음일까.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의 목소리여도 좋고, 내가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감정의 목소리여도 좋은, 그래서 제목만으로도 가슴 뛰는 책 한 권을 마주했다. 봄꽃이 물든 것처럼 고운 분홍빛의 표지,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 그리고 앙 다문 입술로 뭔가 두려운 듯 알 수 없는 표정의 여인을 나는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제목의 느낌과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여인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일까. 결코 아름답기만 한 러브스토리는 아니겠구나, 혹은 많은 사연이 얽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프롤로그나 저자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100퍼센트 리얼 실화인 에세이다. 당연히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사랑과 모험에 대한 지난 일들을 써내려간 글이라고 하니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단 하루, 파리에서 첫 눈에 반하게 된 남자와 그 길로 헤어지고 20년 후에 재회하여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탓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사랑에 빠지는 위험천만 하지만 한번쯤은 꿈꿔보게 되는 일들이 실제인 것도 모자라 20년 후에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나는 소설 같은, 영화 같은 사랑을 이룬 사만다의 이야기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사만다는 원만하지 않은 결혼생활에 늘어가는 카드빚으로 허덕이지만 정리해고를 당해 실직까지 한 상태였다. 앞길이 깜깜한 그녀는 마흔 번째 생일을 코앞에 두고 친구 트레이시를 만나 우연히 20년 전 여행에서 만난 장 뤽을 떠올리게 된다. 낯선 곳에서 첫 눈에 반한 두 사람은 단 하루 만에 열정 가득한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은 헤어져야만 했고, 그 뒤로 장 뤽이 사만다에게 일곱 통의 편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20년 전 그때, 나는 장 뤽이 아름다운 파리지앵과 바람이 나서 내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기 전에 다시 미국의 일상으로 돌아왔으며, 그 후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나는 장 뤽을 좋아했기 때문에 답장을 쓰지 않았다. 이것으로 모든 것을 납득할 수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상처 입을 일도 없다. 가슴 아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나는 그 어떤 관계도 깊게 맺으려 하지 않았다. / 26p

 

 

친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사만다로서는 사랑이 두려웠고 어떤 관계도 깊게 맺고 싶지 않았기에 장 뤽의 편지에 마음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잊고 있었던 장 뤽이 보낸 일곱 통의 편지를 찾아 읽게 되는 순간, 그녀는 무기력해있던 삶에 다시 심장박동이 뛰는 것을 느꼈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그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편지는 점점 더 아름답고 시적이며 로맨틱하게 진화했다. 그의 글은 너무도 격정적이었고,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이 편지를 썼을 때처럼 내 심장도 그의 단어 하나하나에 뛰고 있었다.

그래, 나한테 필요했던 게 바로 이거야.

그의 용기가 존경스러웠다. 나는 한 번도 내 감정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는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이었다. 그때 내가 단 한 줌의 용기라도 품었더라면…./ 19p

 

 

자신의 모든 것이 바닥이 난 순간, 사만다는 솔직하게 자신을 다 보여줄 마음이 생겨 용기를 냈다. 마침내 장 뤽에게 메일을 보내 지난날의 일들을 사과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역시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뜻밖에도 장 뤽 역시 원만하지 않은 결혼 생활로 이혼을 앞두고 있었고 여전히 사만다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추억은 다시 기폭제가 되어 그들의 감정을 부추기고 서로가 함께 하는 미래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모든 걸 속으로 삭이면서 내 감정을 병 안에 꾹꾹 눌러 담기만 했어. 그렇지만 너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그러지 않았지. 너에게는 모든 걸 말할 수 있었어. 넌 내가 불편해하는 주제를 피하지 않게 만들어줬어. 그 주제가 우리 대화의 중심이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놀라워. 정말이지 너는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너에게만큼은 내가 펼쳐진 책이었음 좋겠어. 그러니 책을 덮지 말고 페이지를 넘겨주겠어? / 79p

 

 

두려움 가득했던 청춘이 지나가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때쯤 그들은 이미 중년이 되었지만 사랑에는 나이도, 물리적인 거리도 의미가 없었다. 각자의 어두웠던 삶을 정리하고 그들은 마침내 하나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의 사랑이 가능해진 것은 숨기지 않고 자신들의 감정과 현실에 솔직했던 것과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준 장 뤽의 한결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특히 장 뤽이 사만다에게 해주는 말들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애정이 듬뿍 묻어나 아름다웠다.

 

 

네게 쓰는 한 글자 한 글자는 내가 숨 쉬는 공기만큼 신선해. 너를 생각할 때마다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사랑의 감정이 불타올라. 공기는 생명의 토대야. 불도 마찬가지고. 네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별이 반짝이는 건지. 네 생각에 잠긴 내 눈빛이 별에 반사되는 건지 때때로 궁금해. 네가 하늘의 별을 볼 때, 나도 같은 시간에 같은 별을 보고 있을 거야. / 319p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때마다 나는 어떠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사만다와 장 뤽은 그간에 하지 못했던 애정들을 표현하느라 하루하루가 아쉬울 텐데, 바로 곁에 있는 내 사람에게 나는 얼마나 표현에 서툴렀던가.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만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 <사랑하고 있어, 사만다>는 사랑을 하는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내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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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바닐라_ | 나의 서재 2016-07-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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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꿀과 바닐라

원성혜 저
청어람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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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달콤한 디저트 같은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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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남을 찾아 세상 밖으로 나온,

재벌 2세녀의 배우자 찾기 프로젝트!

때론 다크초콜릿처럼 쓰지만, 바닐라처럼 달콤한 사랑 이야기!



   연애소설이라는 명확한 장르적 성격과 함께 제목 <꿀과 바닐라>가 주는 첫인상은 당연하게도 ‘달달한 로맨스’가 아닐까. 달콤한 머핀이 연상되는 표지이미지까지 보고 나니 오랜만에 달달한 감정에 빠져 행복한 디저트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여자주인공이 재벌 2세라니. 재벌 2세라는 설정은 흔하디 흔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진부하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동화 같은 환상에 아예 작정을 하고 뛰어들고 싶어졌다.


   대기업의 유력한 계승자인 재벌 2세 김영진은 자신이 스스로 배우자감을 찾기 위해 독립한다. 겉과 속이 다른 파렴치한 남자와의 정략결혼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깜찍발랄하게도 바르다 못해 ‘순결한 남자’ 찾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녀 곁에 ‘독이 든 꿀’인 나잘난 꽃미남 김윤제와 함께 사는 조건을 내걸고, 결국 윤제에게 그녀의 프로젝트마저 들키고 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김윤제는 오작교 역할을 자처하며 남자 1호 한성, 남자 2호 현도, 남자 3호 해민과 자연스러운 만남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남자 1,2,3호들은 모두 과거에 순결서약을 했던 친구들로 일단 김영진이 찾던 순결남에 부합하는 남자들이었기에. 저마다 개성 있는 이 세 남자들과 영진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지만 어쩐지 영진이 찾는 남자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김윤제, 그리고 아버지가 이미 짝으로 점찍어놓았다는 영진의 첫사랑 허주혁까지.


   재벌 2세라는 허울이 만들어놓은 단단한 껍질에 갇혀 살았던 영진, 그녀의 인생을 완성시켜줄 ‘꿀과 바닐라’ 같은 존재는 누구일까? 과연 이 다양한 군상의 남자들 속에서 영진은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를 찾을 수 있을까?


  언뜻 보면 남자들 사이에서 이리 재어보고 저리 재어보는 부잣집 철부지 2세의 단순한 남편 찾기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었다. 이 소설은 마냥 달콤하기만 한 화려한 로맨스가 결코 아니었다. 스스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은 한성, 겉모습과 달리 여려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는 남자 현도, 겉으로는 섬세하고 유약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가장 냉철한 남자 해민과 어우러지면서 각자의 상처를 함께 바라보고 서로를 위로해주는 그들의 만남은 어쩐지 과한 듯한 설정 같아보여도 결국엔 우리들의 이야기와 다름없는 것들이었다. 저마다 첫사랑에 대한 아픔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또 그것을 극복하며 더 나은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니 말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이 소설의 매력은 사랑으로 점철된 로맨스라기보다 인간적인 고민이랄까. 속이고, 화해하고, 철벽처럼 둘러친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부스러뜨리고, 한 발짝 내딛어보는 과정들을 통해 나 자신을 바로보고 진실로 마주할 줄 알아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거라는 성찰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다소 진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때로 타인의 상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이 소설에서 얻은 힌트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순이라는 것이 존재하듯 이 소설의 아쉬움 또한 여기서 비롯되기도 했다. 어쩌면 달달하기만 한 로맨스를 너무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단단한 껍질을 깨부술 수 있는 남자주인공(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언급하지 않겠음-대충 상상이 가겠지만)과의 로맨스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또한 허주혁이 토르의 해머급 카리스마를 장착해 위기를 극대화하며 남자주인공과 맹렬히 부딪히는 광경을 보고 싶었는데 어쩐지 할 듯 말 듯 약하다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또다시 사람을 통해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달콤함 그 이상의 따뜻함이 많은 소설이었기에 읽는 내내 오히려 내가 위로를 많이 받았다.



“바닐라는 말이죠, 달콤한 향기를 품고 있지만 만만찮은 콩입니다. 조그만 주제에 말이에요. 꽃 위에 얇은 막이 덮여 있어서 인공수정으로만 재배가 되지 자연 상태에서는 교배가 불가능하거든요.”

한성은 문득 음식 이야기를 꺼냈다. 수업시간에 곧잘 그러했듯이.

“영진 씨한테서 받는 느낌이 딱 그래요, 저는. 바닐라처럼 견고한 막에 둘러싸여 있죠. 그럼 바닐라가 처음부터 인공수정만 가능한 식물이었냐 하면 그런 건 아니고, 당연히 그럴 리 없었고, 아스텍에 서식하는 특별한 벌 하나만이 그 막을 파고들어 꽃을 수정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원래는 딱 한 종류의 벌에만 자기를 허락하는 까다로운 공주님이었던 거죠, 바닐라가.” / 295p



  비단 영진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은 모두 ‘아스텍에 서식하는 특별한 벌’을 꿈꾸며 늘 사랑을 찾아 헤매는 존재들이 아닐까. 새삼 내 곁에 있는 내 사람이 고맙고 그래서 더욱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든, 내겐 특별하고 의미 있는 소설 <꿀과 바닐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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