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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_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이야기 | 나의 서재 2018-06-0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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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녀 이름은

조남주 저
다산책방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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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해보이지 않지만 오늘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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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 그 생생한 육성들!

특별해보이지 않지만 오늘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무려 십년 전의 일이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일 하나가 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술기운에 얼굴이 불콰해진 한 아저씨가 올라타 빈자리를 찾는 모습이 눈에 띄게 불안해보였다. 마침 버스 가장 뒷자리에서 앉아 있던 나는 처음부터 그가 한 여중생의 뒷자리에 앉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는 혼자서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는데, 갑자기 맞은편에 앉아 있는 20대 청년으로 보이는 이에게 여자를 만져봤냐, 안을 때는 남자가 박력 있게 이렇게 안아야 한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면서 앞에 앉아 있는 여중생의 목을 팔로 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여자를 꼬드기는 방법에 대해 청년에게 설명하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여중생은 옴짝달싹도 못한 채 그저 바들바들 떨기만 하고 있었다. 나를 더 어이없게 만들었던 것은 백미러로 힐끔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버스를 멈추거나 제지하지 않는 기사와 맞은편에서 그저 피식 웃고 말아버리는 청년의 태도였다.

 

 

 

   사실 꽤 정의로운 성격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도저히 두고만 볼 수 없어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중생에게 다가가 "그러게 언니가 여기 앉지 말랬잖아." 하고는 내가 앉았던 자리로 이끌고 갔다. 그 아저씨는 나를 힐끔힐끔 불쾌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 그 뒤로 이렇다 할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여중생을 따라서 내릴까봐 나는 그녀와 함께 내려 버스가 떠나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사실 평소의 내 성격에 비하면 이 날의 일은 꽤 용감하게 행동한 일이었으나, 아직까지도 나는 왜 그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는 마음이 더 크게 남아 있다. 그때 여중생의 언니인 척 하려 꺼낸 말이 도리어 왜 여기에 앉아서 이런 일을 당했느냐고 오히려 여중생을 나무라는 듯했던 것은 아닌지, 잘못을 꾸짖어야 했다면 술 취해 여중생을 추행한 그에게로 향했어야 옳았고,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던 주위 사람들과 아무런 조취도 취하지 않은 기사에게 향해야했던 것은 아닐까.

 

 

 

   만약 십년 후인 오늘에 이러한 일을 다시 겪게 된다면 나와, 버스 안의 사람들은 좀 더 다르게 행동했을까? 그때의 그 여중생도 이렇다 할 대꾸 한번 하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까? 이렇듯 누군가의 폭력에, 사회의 시스템이 휘두르는 권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다. 조남주의 소설 <그녀 이름은>은 가정과 학교, 회사, 사회 곳곳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과 그들이 받은 상처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그녀의 용기들을 28편의 단편으로 엮은 소설집이다. 나의 이야기이자 나의 누군가가 겪고 있을지 모를 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특별한, 그녀들의 목소리를 담은 의미 있는 기록들이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 

 

 

   <그녀 이름은>은 <82년생 김지영>과 <현남 오빠에게>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작가 조남주의 최신작이다. 아홉 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까지 육십여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특별히 해줄 말이 없는데" "내가 겪은 일은 별일도 아닌데"라며 덤덤하게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소설로 재탄생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별하지 않고 별일도 아닌 여성들의 삶이 더 많이 드러나고 기록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수많은 그녀들의 고백은 하나같이 나의 이야기 혹은 나의 엄마 혹은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지만 그간 별 것 아니라고 삼켰던 말들이 어느 하나 의미 있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엄마는 늘 저주처럼 말하지,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보라고. 근데 엄마 그거 알아? 나는 나 같은 딸로 태어난 게 아니라 나 같은 딸로 키워진 거야, 엄마에 의해서. / 51p

 

 

"형부가 눈치가 좀 없네."

"눈치 없을 수 있는 것도 권력이야."

언니 말이 맞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95p

 

 

 

 

 

 

   소설은 사내에서 상사로부터 불미스러운 접촉과 만남의 요구받게 되자, 이를 회사에 문제 제기했다 도리어 자신이 악의적인 소문을 뒤집어쓰게 되고 부당한 피해를 겪게 된 소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다. 마치 재고품처럼 자신을 시집보내지 못해서 안달인 식구들, 버거운 일상, 불안한 미래, 하지만 계속 두근거릴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은순의 이야기, 우유부단한 남편과 꼿꼿한 시부모님 사이에서 답답해하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 정은, 서른여덟로 임신 구 개월 차에 이른 지선이 밝히는 임신부들의 고민들,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대한 부당함을 밝히려한 KTX 해고 여승무원,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학교를 결석해야만 했던 진숙의 이야기 등 오늘도 가사와 육아, 직장 생활에서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살아가는 그녀들의 삶을 엿본다.

 

 

 

학교 행정은 비합리적인 부분도 있고 여전히 학부모들의 무료 봉사를 필요로 한다. 회사는 업무량이 너무 많고 어린아이 키우는 직원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남편은 당연히 육아가 아내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는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극성'이라고 매도한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직장을 다니건 다니지 않건 서로 도우며 자기 몫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혜는 달라져야 하는 것은 엄마들이 아니라 남편과 학교와 회사와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 118p

 

 

지금은 아니다. 내 복직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긴 시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승객의 안전을 비용과 효율로 계산하지 않고, 여성의 일을 임시와 보조 업무로 제한하지 않으려는 싸움. 나는 여전히 젊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153p

 

 

 

 

 

 

   현재 우리 사회는 엄마 혹은 그 이전의 세대들로부터 이어져온 부당한 관습과 쉬쉬했던 고민들로부터 더 이상 스스로의 삶이 평가절하 되는 관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저자 역시 '다시 만난 세계' 편에서 정연이 '작은 승리의 경험이 더 큰 질문과 도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처럼 세상의 수많은 시도들이,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이 더 많이 드러나고 언급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조남주 작가라는 정체성이 '페미니즘'에 갇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한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주제가 나열되는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82년생 김지영>, <현남 오빠에게>, <그녀 이름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계속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하여금 세상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또 이에 많은 대중들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의 우리가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는 주제와 부합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기에 꽤 유의미한 시도의 일환임은 틀림없다. 비록 '여성'의 시선이기는 하나, 사회의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려는 시도들을 반드시 '페미니즘'이란 틀에 가둬서 볼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니 말이다. 시스템의 부조리에 짓눌린 채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삼키고 있는 말을,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말을 들어주고 드러내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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