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책 크기의 딱 두 배가 된 파란 색깔의 가제본 상태의 책을 받았다.
나는 처음에는 이 책이 완제본인지 알았다. 첨부된 안내 글을 보고 가제본의 따끈따끈한 상태의 책임을 알 수 있었다.
조훈현하면 한국 바닥계의 거물 정도로 기억이 되는 분이다.
이 분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고수의 생각 법’이라는 책을 썼다.
나는 바둑을 두지 않아서 바둑에 대하여는 문외한이다. 간혹 직장 다닐 때 일과를 끝 마치고 동료들이 바둑을 두는 것을 무심하게 구경한 적이 있긴 하지만, 나에게 바둑은 그 정도다.
바둑을 두면서, 동료들은 바둑을 빨리 빨리 두지 않는 상대를 향하여, ‘바둑 두는 사람이 죽었나’라거나 ‘장고에 악수 나온다’ 등의 비아냥조의 말로 상대방의 전의를 불태우는 심리전을 펴고, ‘소탐대실’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바둑은 삶의 축소판이라고들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조고수의 어린 시절, 일본의 유학시절, 국내외의 활동 등 개인사를 소상하게 설명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생각법을 진솔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바둑도 삶처럼, '더 나은 삶, 더 높은 지위, 더 넓고 좋은 집, 큰 자동차를 소유하기 위해 애쓰는 것(80p)'이라고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저자가 강조한 것은 바둑 기사가 되기 전에 온전한 인격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일본 세고에 선생님에게서 9년을 같은 집에서 살면서 배운 거라고는 바둑이 아니었다고 술회한다.
설마 그랬을까 싶지만, 저자는 바둑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그 분의 인간됨, 삶과 언행 등을 지근거리에서 배웠노라고 말한다.
명인과 고수의 바탕이 되는 인간됨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는 고스란히 자신의 제자인 이창호를 가르칠 때 전수했다고 말한다.
이로 보건대 바둑의 기술이나 이론이 아니라 진정한 사람됨의 덕목이 먼저이고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말을 읽으니 요즈음의 우리나라의 형편이 오버랩 된다.
인간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큰 자리를 탐하고, 이런 저런 사술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는 실정을 보면, 조 고수님의 철학이 진리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조 고수님은 바둑과 인생은 같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 가는 시대, 우리는 그럴수록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144p)]참 뼈아픈 지적이다.
속도전에 치여 제대로와 안전이 함몰되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세월호가 침몰되는 어처구니없는 대형 사고들을 겪으며, 제대로 된 인간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