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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공화국 | ▤ 나의 리뷰 2023-01-1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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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믿음의 공화국

카우식 바수 저/박연진 역/오진환 감수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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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법은 잘 지켜지고 어떤 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까? 법이 과연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까? '믿음'이 왜 법경제학에서 중요한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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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shik Basu
사진출처 http://kaushikbasu.org/

 

법경제학은 'Law and Economics', 즉 '법 그리고 경제학'이다.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 법학자들은 경제학 모델을 활용하여 각종 법 분야를 분석하고 이에 비해 경제학자들은 법적인 관심사에 경제학 모델을 적용한다. 책에서는 법경제학자의 대표적인 두 학자와 이론을 소개한다. 우선 법경제학자의 선구자로는 로널드 코즈를 들 수 있다. 코즈는 거래비용에 대한 연구를 기업 차원에서 사회 전체로 확장하면서 외부효과이 내부화를 통한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는 경제학의 근본 화두를 깊이 연구했다. 다음 등장하는 사람은 개리 베커로 법경제학을 연구했다기보다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경제학의 대명제 아래 차별, 교육, 결혼, 가족 등 전방위적 주레르 신고전주의 모델로 설명했다.

이 책의 저자는 법과 경제학의 수리적 모델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법경제학을 쉽게 풀어쓰고 있다. 한계효용, 무차별곡선 등 경제학원론에 등장할법한 용어 없이도 법경제학을 쉽게 설명하고 이 책의 대 주제인 '법이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가?'로 나아간다. 1장~4장은 표준 법경제학 모델을 소개하고 각 모델별 문제점과 모순을 서술한다. 그리고 게임이론을 개략적으로 설명한 뒤 책의 핵심 주제인 초점접근법에 대한 논지를 펼친다. 5장에서는 초점접근법을 응용하여 법과 사회규범이 만나는 지점을 분석한다. 6장~8장은 정치와 부정부패, 전체주의 기원과 위험, 글로벌 차원의 지배구조와 질서가 당면한 과제 등 현재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어떻게 초점접근법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설명한다.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구조화된 규제의 틀이 필요하다. 어느 평화로운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가상의 장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해 보인다. 좋은 품질의 가격이 적당한 가격으로 구매 가능하고 제품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은 생산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합리적으로 분배된다. 한편 이 장터가 잘 굴러가는 것은 자유시장의 원칙이 완벽하게 적용되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정교하게 쓰인 규칙과 규제가 잘 돌아가기 때문인데 우리는 대부분 이를 잘 알지 못한다.

 

<믿음의 공화국>에서 저자는 표준 법경제학인 신고전주의 법경제학 모델의 결함, 모순 등을 분석한다. 그 후에는 이 모델에서 취할 장점은 취하고 게임이론의 논의를 활용하여 세상을 보다 나아지게 만들 것이라 기대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게임이론이란 상호합리성에 관한 분석을 말한다.

 

한편 저자는 새로운 모델은 또 새로운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한계도 인정한다. 80억 인구가 넘는 지구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는 언제나 기존의 법경제학 모델의 해체, 변화를 요구한다. 이것은 고된 과업을 끝없이 이어나가는 시지프스의 모험처럼 보인다. 저자는 이 모험에 다 같이 동행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한다. 저자는 기존의 법경제학 모델의 결함을 바로잡아 새로운 연구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만들어진 문은 우리 모두가 함께 활짝 열고 들어가야 한다. 그때 '믿음'이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사람에게 다른 사람은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다른 사람들이 지키는 법은 우리도 따른다. 많은 것이 한 사회가 지닌 초신뢰에 의해 좌우된다. 모두가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라는 믿음을 공유하면 법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커진다. 벌칙조항이 없는 법이라도 '다른 모두가 지킨다'라는 그 믿음과 신뢰가 준법을 만들어 낸다. 개발도상국 가운데는 이 토대적 신뢰가 취약하고, 법이 이행되지 못하는 문제가 상당 부분 그러한 취약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이 책은 법과 경제, 그리고 사회 체제에 관한 일반 이론을 전개해가려는 시도로 일반 대중도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법경제학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적용해 법경제학의 표준모델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시야를 길러주고 초점 접근법 경제법경제학을 소개한다. 저자는 초점접근을 현실 세계에 폭넓게 적용하면 사회들 간의 큰 격차를 보다 잘 이해하고 보다 창의적인 정책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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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품 이야기 | ▤ 나의 리뷰 2023-01-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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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류품 이야기

로버트 젠슨 저/김성훈 역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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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극복은 사실과 진실의 구분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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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품'의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물건, 잊어버리고 놓아둔 물건을 뜻한다. '유품'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소하거나 낯선 단어는 아니었다. 그런데 '유류품'이라는 단어는 달랐다. 유류품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에도 쓰이게 되는 때는 보통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기는 참사와 관련이 있다. 가장 최근의 뉴스에서 유류품을 접한 것 '이태원 참사 유류품 마약 검사'였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재난수습 기업 케니언 인터내셔널의 회장이자 공동 소유주로 9.11 테러부터 허리케인 카트니라,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등 숱한 참사의 현장에서 유해를 수습하고 시신과 유품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재난 수습 전문가이다. 저자는 본인을 '역사의 페이지 바닥에 묻혀 있는 죽은 자를 찾아내고 예우를 갖추어 각주를 더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길 스스로는 정상이 아니며 일상에도 정상이라는 것은 없다고 한다. 어떤 날은 다국적 기업의 최고 경영책임자와 회의를 하고, 어떤 날은 변호사나 회계사를 대하고, 어떤 날은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을 만나고, 또 어떤 날은 유해와 소지품을 찾아 야생의 세계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저자는 언젠가는 이 일을 마치고 평범한 세상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프롤로그에서 밝히듯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은 벅차다. 뉴스 속에서나 등장하는 살면서도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힘든 대량 사망 사건이 연달아 등장한다. 그 사건 속의 사망자 명단에 내가 포함될 수도 있었고 또는 내가 아는 이가 있을 수도 있었다. 죽음은 불평등하다. 탈진실의 시대에서 이 죽음들은 대량 사망 사고들은 자극적인 뉴스가 된다. 관료제 시스템은 비극에 미성숙하게 대처한다.

 

사람들은 똑같은 질문을 한다고 말한다. "돌 무더기 속에서 시신을 수색하고, 시신에서 개인 소지품을 찾을 때 어떤 기분이 드세요?" 일을 할 때는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에 잠길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완수해야 할 과제가 있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되기에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 그런 생각은 가치있게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러 냉담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낭비될 뿐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훌훌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고 고통을 지우고 죽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단 한순간조차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법한 이들의 연속이다. 저자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을 돕는 것을 사명으로 삼으며 나아간다.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냥 넘긴다. 그다음 대량 사망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한편 저자는 가장 힘든 부분은 죽음 사람과의 대면이 아니라 관료주의에 물든 정부의 반응이고 말한다. 대량 사망 사고가 정치적 문제로 변질된다. 뉴스의 국제면을 가득 채웠던 대량 사망 사건을 수습했던 최고의 전문가인 저자는 재난 대비는 사실 그렇게 힘든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쁜 일이 언젠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재원을 마련하고 실제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적절히 대응하면 된다. 우리의 문제는 인내심과 끈기, 리더십, 자기책임, 규율의 결여, 지식을 활용할 능력의 부족, 그와 동시에 사실을 무시하는 데 있다. 대비는 정부 수준만이 아니라 개인 수준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허리케인이나 홍수 등 언제든 다시 재난이 닥칠 수 있는 동네에서 먼저 재난을 겪어본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 왔을 때 이를 경고해 주어야 한다. 이웃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언론은 일단 사건이 터진 후에는 좋은 정보를 일관성 있게 제공해야 한다. 언론에서 폭풍과 자연재해 등을 다룰 때 범하는 오류가 있는데 재난에서 진짜 최악인 부분은 폭풍 자체가 아니라 그 후의 복구라는 점이다. 이런 복구를 미리 계획해놓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통제할 수 있는 많은 것을 간과한다. 관리가 불가능한 것을 관리하고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러더 쉽든 몇 명의 소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도 엄청난 압박감에 짓눌리거나 감당 못할 슬픔과 싸워야 할 때는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거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할 수 있는 인간적인 한계를 지닌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 조금씩 나누어 지어야 하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사회 내 뿌리내려야 한다.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는 사기업이 존재하는지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범정부적 비영리단체나 국제기구 등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대량 사망 사건의 재난 수습을 하는지 알았다. 왜 이런 재난 수습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있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정부나 지자체 정부에는 지리적 경계가 있는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량 사망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해는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었다가도 그 후로 30년 동안 비행기 사고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예상치 못한 대규모 사망 사고에 대한 대응은 대단히 복잡해서 이런 사고를 관리하려는 경험이 필요한데 그런 경험은 사건에 노출되었을 때 쌓인다. 따라서 대체적으로 정부 기관이 이런 유형의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업무에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참사를 겪은 후에 비로소 대비를 시작하게 된다. 따라서 대량 사망 사건을 겪을 수 있는 기업(예를 들면 운송이나 천연자원 관련 기업, 책에는 2014년 아시아나항공 사건도 나온다)이나 정부는 이런 전문 기업의 풍부한 경험을 전수받아 사태가 터지기 전에 대비를 해야 한다. 회복력은 시간, 경험, 교육, 준비로부터 나온다. 회복력은 학습도 가능하고 전달도 가능하다. 이 책 <유류품 이야기>는 정부나 기업, 개인에게 참사나 죽음에 대하여 알려주고 대비를 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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