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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8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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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에코의서재 원미연 편집장이 추천하는 '헝그리 플래닛' | 솔직히 우리 책보다 재밌다! 2008-11-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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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솔직히, 우리 책보다 재밌다!」는 현직 출판인들이 강추하는 다른 출판사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주에 한번씩 편집자 분들이 감동깊게 읽은 타 출판사의 좋은 책들을 연재합니다.

 

헝그리 플래닛
피터 멘젤 저/페이스 달뤼시오 저/홍은택 역 | 윌북(willbook) | 2008년 03월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부시맨>을 보았다. 오래된 영화를 볼 때면 으레 느끼게 되는 촌스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초원을 빠른 화면으로 누비는 익살스런 주인공 니카우가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부시맨>은 왠지 서글픈 영화로 다가왔다. 이제는 아프리카의 오지 부족민에게조차 코카콜라와 나이키는 그리 낯선 상품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들은 니카우의 신이었던 자연을 대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화는 너무도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 속도 안에서 서로 다른 문화들은 먹는 것에서부터 입는 것까지 모두 같은 문화로 통합, 아니 획일화된 것이다.


2008년, 대한민국의 여름은 ‘미국산 소고기’로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악마의 음식이라고, 니카우가 지구 끝으로 가 콜라병을 던져버렸듯 내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콜라병의 힘에 굴복했고, 그 힘의 한 끝을 붙든 채 “괜찮다, 다 괜찮다”라고 말했다. 익살 대신 위협이라는 서사를 선택하면서……. 우리는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는 우리의 먹거리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 아니었던가?

 

이 책 『헝그리 플래닛』의 저자는 “지구 최고의 오지로 손꼽히는 인도네시아 아스마트 지역의 한 굶주린 아이가 생라면을 부숴 먹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 집필의 동기였다”라고 말한다. ‘참 신기한 일이네!’ 하는 생각으로부터 그럴 만도 하고 그럴 듯도 한 동기라는 생각으로 옮겨갈 즈음. ‘이것이 정말 그럴 듯하고, 그럴 만하며, 신기하기만 한 일일까?’ 하는 생각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각각의 고유한 삶을 각각의 고유함으로 만드는 가장 기초가 되는 먹거리와 입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헝그리 플래닛』은 그 고민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몇 안 되는 ‘기념비적인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각 나라의 한 가정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것이 문화적으로, 또 사회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가 담겨 있다. 심지어 이 책에는 영양분석표와 요리 레시피까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적나라한 관찰로부터 얻어진 먹고사는 일, 우리가 흔히 삶이라고 부르는 그것에 대한 반성까지 이끌어내는 것이다. 가히 기념비적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헝그리 플래닛』은 이 모든 것들을 목에 힘 딱 주고 말하지 않는다. 큼직한 도판에 수놓듯 배열된 각종 먹거리들을 보는 재미와 한 이국 가정의 가족사를 훔쳐보는 (못된, 그러나 너무나 자연스런) 즐거움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이 책의 작지만, 너무도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부족’과 ‘포만’의 양면성을, 세계화의 위력을, 전 세계 인구가 함께 먹고도 남는 식량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굶주림에 허덕이며 죽음과 싸워야 하는 어린 생명에 대한 이야기들을.

 

『헝그리 플래닛』에 소개된 풍경들, 너무도 먼 빈부의 간격만큼이나 먼 듯한 각 나라의 식탁의 풍경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모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왜 이 풍요의 시대에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여야 하는지, 어찌하여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보다 비만과 과체중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은 것인지를 이 책은 묻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왜 소득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해로운 음식의 소비량이 늘어나는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우스갯소리를 앞에 달고 있던 우리의 몸과 하나였던 먹거리들은 다 어디로 갔고 가고 있는 것인지를 이 책은 묻게 하는 것이다.

 

 에코의서재 편집장 원미연

(http://blog.naver.com/ecol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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