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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독자 만남]“공황을 극복하려면 연대를 맺어 깃발 들고 나서야 한다” - 김수행 교수 강연회 | 알려드립니다 2009-02-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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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현장 취재
세간에 이런 말이 나돌았다.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가슴도 없고, 나이 들어서 마르크스주의자인 사람은 머리가 없다.” 이른바 ‘격동의 시대’를 관통한 어른들의 고해성사로 완곡하게 포장됐던 그 말. 그렇게 전향(?)과 변절(?)의 자기합리화는 시대의 격언처럼 나돌았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그런 이야기, 비겁한 변명(!)이다. 자본주의, 더 정확하게는 신자유주의에 포획된 사람들의 구질구질한 자기변명. 어쩌면, 그들은 마르크스주의, 혹은 마르크스경제학을 제대로 체화하지 못한 것, 아닐까.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도 말한다. “젊어서 어쩌고 하는 그런 식의 얘기는 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예요. 나이 먹으면 현실에 타협하라는 얘기나 똑같잖아요. 기회주의적인 얘기라고 봅니다.”(p.97) 그렇다. 지금-여기를 집어삼킨 ‘화폐’에 조정당하는 사람들. 타인과의 공존은 내동댕이친 채, 자기 증식에만 여념이 없는, 인간의 얼굴이 사라진 화폐의 노예가 된 사람들. 화폐와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한가.

‘마르크스’라는 이름, 세간의 오해처럼 체제 전복의 대명사가 아니다. “지금도 마르크스경제학이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것이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공산주의를 건설한다는 도식입니다.”(p.264) 그래서 오해를 풀자면, 『자본론』으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경제사상이나 우리가 제도권 교육 내에서 배운 자유주의 경제사상은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모든 경제사상은 나름의 방식으로 풍요와 부의 증진, 자유, 평등 모두를 추구한다. 문제는 어떤 종류의 부(개인적 부냐, 사회적인 부냐, 그리고 화폐-자본이냐, 실질적 재화냐), 어떤 종류의 자유(재산권의 자유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냐), 그리고 어떤 종류의 평등(투표권에 국한된 정치적 평등이냐, 물질적 삶의 경제적 평등이냐)을 선택할 것인가이다.”(『인문학 스터디』, (마크 C. 헨리 지음/강유원 외 편역/라티오 펴냄))

화폐-자본이 모든 것을 삼켜, 공황으로 치달은 이때. 김수행 교수와 인터뷰어 지승호가 책을 냈다.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시대의 창). 출간 기념으로 지난 19일 서울 신촌의 토즈에서 ‘흔들리는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경제의 미래는 무엇인가?’라는 제목(강의 주제는 ‘자본론과 세계공황’)으로 강연이 열렸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시대의 거침없는 흔들림 때문일까. 모든 것이 불안한 이 시대,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하는 혹은 노장의 지혜와 혜안을 경청하기 위한 눈빛들이 반짝인다. 대통령보다 한 살 적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온화하고 후덕한 인상의 노교수의 강연, 그리고 이것은 그 현장을 따라간 기록이다.

참, 김 교수를 잠깐 소개하자면, 지난해 2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정년퇴임하고 3월부터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에 석좌교수로 계신다. 스스로를 이념적으로 이렇게 규정한다. “좌파에 해당하죠. 그런데 소련이나 북한식 사회주의에는 반대하고, 사회주의라는 것도 점진적으로 이행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복지국가가 필수적인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p.227) (…) 저는 공산주의 사회, 그러니까 계급이나 국가도 없고 모든 것이 평등하고 연대하는 사회가 옳다고 생각해요.”(p.289)


(잠시 책 출간과 관련 언급하자면, 김수행 교수는 인터뷰어 지승호의 끈질김을 언급했다. 김수행 교수의 책을 본인보다 더 많이 읽은 인터뷰어가 하루 종일 매달린 결과물이 이 책이다. 지승호는 인터뷰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경제’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 대통령은 경제를 잘 아는 것 같지 않았다. 우파들은 ‘시장에 맡겨두면 해결 된다’는데 그럴 것 같지도 않았다. 최근 TV를 봤더니 프로파일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이 범인들의 행위를 분석하면 오랫동안 특정패턴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현재의 대통령도 건설에 오래 몸담았다. 건설 외에 다른 해법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치-경제-삶이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김수행 교수님을 찾았다.”)

깡패들(?)에 의해 창궐한 신자유주의

인터뷰어의 짧은 인사말 뒤, 백발성성한 김수행 교수의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됐다. 김 교수는 『자본론』얘기는 않고 현실적으로 말하겠다”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는 경기변동을 통해 현재의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1900년부터 2009년까지 자본주의 경제의 경기변동 그래프를 통해, 그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시장만능주의가 낳은 공황’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현재의 공황을 언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1980년대 신자유주의(시장 만능주의)의 태동과 과정.

그는 신자유주의가 태동하기 전, 1972년 영국으로 갔다. “와,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구나 싶더라. 지금은 블레어나 브라운(총리)가 우측으로 가서 좀 다르지만. 애들 셋을 데리고 당시 외환은행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갔는데, 병원, 학교 전부 공짜더라. 대학원까지. 주택 없는 사람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세워서 주고, 월세는 소득 수준에 따라 받는데, 소득이 없으면 안 받아. 실업수당도 임금 수준의 80~90%를 2년 동안 지급해 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거지. 남자는 65세, 여자는 60세가 되면 나라에서 노후연금도 주더라. 이런 게 사회보장제도다. 조·중·동을 보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가 잘 된 것처럼 얘기하고, (사회보장제도가) 더 (진전)되면 망할 것처럼 얘기하대. 기가 막힐 일이야. 며칠 전 관공서에서 연락이 와서 돈을 받아가라고 하길래 갔더니 매달 3만원을 준대. 이걸로 한 달을 살라고. 이래 놓고 (사회보장제도가) 잘 된다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거야.”


그러나 알다시피, 영국은 우회전을 한 상태다. 노동당이 현재 정권을 잡고 있다지만, 신자유주의가 영국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원흉(?)으로 영국의 대처 전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전대통령을 지목하고 그들을 ‘깡패’로 명명했다. “대처시절에 광산노조가 폐쇄에 반대하는 파업을 했는데, 1년이 갔어. 그런데 시간이 길어지자 파업자금이 떨어지고 새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이들의 생활이 어려워졌어. 깡패가 아니라면 타협을 통해 해결할 텐데 (대처는) 그렇게 안 했어. 레이건도 항공관제사들이 파업을 할 때, 전원 해고한 사람이야.” 말하자면, 신자유주의는 ‘깡패주의’라는 말씀이렷다.

김 교수가 진단하는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그래서 이렇다. “노동자 계급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무너뜨려야겠다는 뜻이 있어.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해서 노동자 세력을 위축시키고 자본가 마음대로 필요할 때 해고하고 노동시간을 늘려서 자신들의 이윤만 높이려고 하지.” 우리는 이미 지금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놓은 덫에 헤매고 있지 않은가. 바로 내 자신일 수도 있고, 옆으로 고개만 돌려도 우리는 그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다. 누구도 자신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고, “노숙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나도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미술작가 알브레히트 빌트).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것은 자본가계급이 실제로 권력을 장악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이윤을 많이 보겠다고 나오니까 당연히 노동자계급을 분할 통치해야 되는 거구요. 그 방법이 바로 정규직, 비정규직을 나누는 방식인 거죠.”(p.243)


자본의 세계화가 야기한 재앙

김 교수는 ‘자본의 세계화’가 야기한 부작용을 지적했다. 실체 없이 떠도는 금융자본들은 해외를 드나들며 새끼를 쳤다. 그러다보니 산업자본들도 이에 자극 받았다. 생산기술 혁신이나 신제품 개발은 뒷전이고, 그들마저 투기의 늪에 빠진 것이다. 이는 곧 ‘경제의 금융화’로 연결됐다. 모두가 생산에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주식·외환·대출 등에 돈을 집중하고 돈을 벌고자 했다.

큰 산업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자본은 이들 기업의 대주주가 됐다. 그러자 연구개발(R&D)이나 장기적인 이윤은 뒷전이 됐다. 당장 배당을 많이 받고 주가 상승 등으로 단기이득 취득에 몰두하는 형태가 됐다. “산업체들도 그런 것에 맞춰야 하니까 기술혁신투자나 장기투자를 못하게 됐어. 그러면 산업이 죽고, 사람을 자르며,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다 임금수준을 낮추게 되지.” 그래서 그는 강연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단다. “제발 주식투자하지 말고, 은행에 넣어놓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라고 하거든요. 이렇게 자꾸 강조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게 굉장히 중요해요.”(p.253)

이 악순환은 빈부격차는 심화를 불러온다. “주식으로 돈 버는 것은 기업 내부 사정이나 정보를 잘 아는 사람들이야. 경제의 금융화는 결국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돈 가진 사람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은행 엘리트나 은행 귀족들이 그동안 돈을 얼마나 벌었나. 1억 달러씩 연봉을 받고.”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도 결국 이 같은 경제금융화의 불가피한 결과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정보기술(IT)산업을 등에 업고 ‘신경제(New Economy)’를 구현하자, 미국 투기자본은 2000년 언저리에서 주택산업으로 몰렸다. 각종 파생상품이 화폐증식을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 결국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돈을 갚지도 못할 사람들에게까지 돈이 돌았다.


결국 2006년 하반기경 금이 가기 시작됐다. 주택구매자들은 원리금을 못 갚고, 연체율이 올라갔다. 이에 기대고 있던 카르텔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모기지 은행과 상업은행, 투자자, 펀드, 보험사 등이 도미노처럼 으스러졌다. 흘러넘치는 화폐에 홀린 신용평가기관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무너지기 시작하니까 걷잡을 수가 없었어. 상업은행들도 흔들리니까 돈을 많이 풀었는데 밑으로 흘러가지 않았지. 왜냐하면 자기 채무액이 크다보니까 다른 누구에게 대출할 생각을 못하고 꾹 움켜쥐고 있어야 했으니까.”

2007년 신용경색과 현금부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업체, 투자은행(IB), 펀드 등이 도산했고 지난해 3월 베어스턴스의 도산으로 미국은 ‘공황’에 들어갔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이를 제대로 넘기면 회복기로 들어서나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공황이 됐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참고로, 마르크스경제학은 위기-공황을 구분할 수 없어 ‘위기(Crisis)’로 통칭 표현한단다. 화폐를 찍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진단은 이렇다. “공황은 한참 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야. 제일 문제는 부동산인데. 위기 상태였던 우리나라도 2008년 9월부터 공황에 돌입했어. 끝까지 갈 거야. 위기 상황에서 꺾지 못했기 때문에. 실업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위기는 기회다’는 말이 안 되는 거야. 이미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국민들 약 올리는 거야. 아무 것도 못하면서.(웃음)”

“금융구제는 잘못됐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법안과 경기부양책을 예로 들면서, 김 교수는 금융기관에 대한 과도한 구제책에 우려를 드러냈다. “그 돈이 넘쳐나던 시절에는 봉급을 1억 달러나 받아 자기 혼자 다 먹고선 어려우니까 국민 세금으로 때우려 하는 거잖아. 그건 말이 안 돼. 구제금융을 주려면 괜찮은 은행들을 국유화하든지, 국민이 관여할 수 있도록 만들거나 국민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해. 독일도 은행국유화법이 만들어졌어. ‘은행을 모든 국민의 것으로’라는 구호를 걸고.”


금융자본에 대한 김 교수의 질타는 계속 됐다. “결국 금융은 새로운 부를 창출한 것이 아냐. 기존 부를 분배한 것에 불과하지. 머리 좋은 친구들이 남을 괴롭히고 남의 돈을 빼앗는데 자신의 능력을 쓰다니, 바로 이게 국제경쟁력을 낮추는 첫 번째 요인이야. 금융부문을 줄이고, 차라리 그 돈을 모든 사람의 욕구 충족에 사용해야 해. 우리나라가 10대 경제대국이라는데, 고리대금의 몇 백퍼센트 이자에 시달리는 사람들부터 구제해야지. 우리나라 은행들 봐. 김대중 정권에서 은행 살리려고 국민세금 168조를 퍼부었잖아. 경기 좋을 때는 한꺼번에 대출하고 난리 피다가 넘어지니까 국민 혈세로 해달라고 조르고. 이제 건설회사나 은행들이 망하고 그러면 지금 정권도 구제금융하려고 할 텐데, 그것을 막아야 해.”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꼭 필요한 이유

사회보장제도. 지금과 같은 공황에선 더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그것은 또한 공황을 탈피할 수 있는 길이다. “부자들은 세금을 깎아줘도 돈을 안 써. 감세는 경기진작에 도움이 하나도 안 돼. 그러나 저소득층은 돈이 들어오면, 금방 쓴다고. 사회보장제도가 축소되면 국내의 전체 구매력이 감소하지. 이것은 결국 자영업, 중소기업들이 지금 망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시장의 축소를 가져와. 이는 곧 세계시장의 축소고.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해서 돈이 밑으로 내려가게 해야 해. 그것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살리고 경기가 살아나는 길이야.” 책에서도 그는 강조한 바 있다. “내수시장을 키운다는 것은 사실은 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것과 같아요. 사회보장제도를 확장해서 서로 나눠가지는 식으로 정책을 바꾸면 내수 시장이 확 커진다고요.”(p.55)

지금 우리가 처한 공황, 정부의 해결책은 다르다. 말로는 빈곤층, 저소득층을 외치지만 정작 경제정책은 가진 자들을 위해 복무한다. ‘봉고차 모녀’로 치적(?)을 뻥튀기하는 ‘꼼수’가 고작이다. 빈곤과 실업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저 무지와 불통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땅 파고 불도저만 몰아보는데 능해서인가.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은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먼저 쓰러져가는 빈민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했다. 학문을 연마하는 자가 그리 할진데, ‘경제를 살리겠다’는 자는 어찌 부자들의 자기증식과 토건에만 공을 들이시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경제에서 점점 더 커져야, 공황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p.187)


그러고 보면, 우리는 지휘자 선출을 잘못한 셈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얘기해요. 어떤 단체에서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지휘자가 전체를 총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요, 어느 사회나 그런 것을 필요하지요. 다만 이 지휘자의 역할이 착취의 기능과 결부하면 안 된다는 거죠.”(p.153) 부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비슷한 생각이라면, 정부재정에 적자가 나면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는 것이다. 결국 훗날, 사회적 비용을 더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성장을 하겠다고 투자를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 누군가는 그 생산물을 하야할 것 아녜요?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줘야 그걸 가지고 물건을 사지 않겠어요? 성장과 분배는 맞물려 있습니다. 절대로 따로따로 노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임금을 제대로 주면 국내시장이 커지는 거니까 물건이 잘 팔릴 거고 그러면 기업은 이윤이 생기니까 더 만들어내겠죠.”(p.129)

임금을 적게 주는 것 또한, 다시 돌아오고야 마는 부메랑이다.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판매부진을 겪게 되는 악순환. 지금 상황에서 그가 제언하는 정책은 그닥 어렵지 않다. 국내시장을 키우는 것.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해서 국내시장의 기반을 닦는 것. “그?데 누가 그렇게 해. 지금 정부는 안 한다고 난리치는데. 이게 문제야. 여러분들이 깃발 들고 나서야 해. 부자를 위한 정책을 써선 안 되고 폭동·사회적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그러고 보면, 김 교수보다 한 살 많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참 머리가 나쁜가보다. 경제, 경제, 말만 내뱉을 줄 알았지, 고민의 흔적이라곤 없다.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 만큼의 농담이지만, MB는 ‘머리 빈’의 약자인 걸까. “정부는 현재 우리 사회를 어떻게 통치하고 운영하겠다는 분명한 철학이라는 게 없어요. 밑에서 반발이 올라오면 일단 억누르고 보자는 상황인 거죠.”(p.268)


그리고 강연의 마지막. 그가 강조한 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덕목. “여러분이 압박을 가하고 저항해야 한다. 각개격파하지 말고 연대를 맺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공황을 없앨 수 있어. 북구의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사회민주주의 사상을 지닌 국가들의 국민들은 그래. ‘우리는 경제효율성보다는 더불어 살기를 원한다’고. 기업가들 돈 벌게 해 주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책에 나온 그의 얘기가 맞물렸다. “이른바 국부를 증가시키기 위해 국민 대다수를 빈곤하게 만드는”(p.181)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이 사회는 지금 한쪽에는 부가 넘쳐나고, 다른 한쪽은 가난하잖아요? 사회 전체의 생산능력을 사용해서 나눠가지면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자각, 그런 인식에서 시작해 이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진짜라는 말입니다. 이데올로기를 주입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런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거죠.”(p.32)

지금 필요한 건, 뭐?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힘!

110년에 걸친 자본주의 경제의 어떤 흐름과 맥락 속에서 현재를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르크스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에 압도될 것도 없었다. 김 교수는 간결하고 쉽고 명쾌하게 역사와 현실을 접목시켰다. 듣고 있던 나는 그랬다. 80년 후반이나 90년대 초반 김수행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의 감정처럼. “수업을 듣는다는 것 자체로 역사 안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지금 뭔가 역사가 움직이고 있는데, 내가 그 현장에 있구나.’ 하구요.”(p.286)

그의 강연을 듣자니 자연스럽게 든 생각은, ‘지금의 공황은 기회다.’ 『자본론』이라든지, 마르크스 이론을 제대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국민윤리처럼 마르크스를 비판하는 사고부터 들여왔”(p.28)던 철옹성으로부터 탈피하고, “경제학은 의식주 생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삶과 연관된 기본에 대한 이야기”(p.131)임을 자각할 수 있는 계기.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는 신자유주의와 너무 급속도로 진한 스킨십을 했다. 자기계발 의지는 커졌지만 구조적인 문제에는 무관심이 팽배한 ‘무기력한 사회’(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그랬던 것이 어쩌면, 재기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신자유주의의 휘청거림 속에 사회적인 것의 가치에 주목하고 사회의 품격을 찾을 수 있는 기회. 지금 우리는 다른 상상을 해야 하는 시기다. “미국 제도가 최고라는 생각을 자꾸 하다보면 다른 상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p.35)

물론 아직 아무도 모른다. 새로운 세상. 그렇지만, 힌트는 있다. “자본주의에서 새로운 사회로 간다고 하면 사적 영역이나 민간 영역, 다시 말해 민간이 이윤을 추구하는 영역이 점점 줄어들고, 공적 영역이 자꾸 커지는 것이 하나의 길이라구요.”(p.33) 김 교수는 또한 그것을 과제라고 했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은 모든 나라의 과제인 거죠.”(p.187)


고로, 나는 다시 이 말을 되씹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켄 로치 감독의 일갈. “희망은 없다. 정치가와 경제인은 대개 남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한다. 고용주는 고용인의 일자리를 뺏고, 헐값으로 대체 노동력을 산다. 이런 구조 안에서는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 유일한 희망은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소수의 탐욕에 봉사하는 경제가 아니라, 다수의 생계를 안정시키는 그런 구조 말이다.”

그리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당신과 나, 우리는 이랬으면 좋겠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않는 것. <판의 미로>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말했듯이 말이다. “나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상상력과 희망으로 버티어낼 수 있었다. 나에게 상상은 도피가 아니다. 진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아울러 그 상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투쟁하고 연대하는 것. 얻을 수 있는 것부터 얻으면서 꾸준히 우리가 상상했던 곳으로 뚜벅뚜벅 거니는 것. 나는 당신과 손잡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위해. 또한 말하라. 노동자들의 쥐꼬리 월급을 깎아 고용을 창출하신다굽쇼? 기업아, 회사야, 임원아, ‘쑈’하지 말고, 임금 양보도 강요하지 말아라. 기업은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것이란다. 일만 하라고 그만 다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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