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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의 신간 : 기생과 공생 | 인문 교양 MD 리뷰 2011-05-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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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한 번쯤 해 보셨죠? 부모님에게 기생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말이죠. 초등학교 때 회충약을 받으며, 기생충 얘기를 들었을 때였던 거 같아요. 가만히 앉아서 밥 얻어먹고, 용돈 받고. 기껏 해야 학교 갔다와서 친구들이랑  축구 한 판하고나면  뻗어자고. 산불단속이니 홍수비상이니 주말에도 자주 나가곤 하시던 아버지랑 대비가 되면서 '기생'의 의미를 깨달았던 거 같습니다. 십이지장에 달라붙은 촌충을 생각하며, 아버지 지갑에 달라붙은 저를 떠올린거죠. 물론 어릴 때였고, 그런 생각은 오래갈 리 없었습니다. 주는 밥 계속 얻어먹고, 또 축구하고 그랬죠.

하지만 이제 부모님께 용돈도 좀 부쳐드려야 할 때가 왔고, 제 장래계획에 부모님에 대한 부분을 고려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부모자식 간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부모님이 제게 기생하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특별히 넉넉하거나 특별히 곤궁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모든 부모자식관계가 그렇겠죠. 그렇게 본다면 부모자식관계는 기생이 아니라 인생의 긴 시간을 서로 책임분담하는 공생관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가족이 지속되는 건 서로간의 사랑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이같은 공생 관계 덕분이겠죠. 누군가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고, 누군가는 기생만 한다면 유지는 쉽지 않을 거에요. 지속가능한 관계는 오직 '공생관계'로만 가능하니까요.


2주의 신간 : 기생과 공생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저
후마니타스 | 2011년 05월


기생충에 푹 빠져 있는 한 청년이 내놓은 책입니다. 호기심을 느낀 언론에서 저자 인터뷰를 해 보려고 하는데, 책 한 권만 세상에 내놓은 채 홀연히 입대를 해버렸다는 풍문이 들립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생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생물들이 서로 기생 혹은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기생충이 무엇인지, 기생충과 숙주의 오랜 경쟁관계와 그로 인한 진화의 과정, 기생충이 인간의 역사에 미친 영향과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기생충 질환 대책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죠.

가장 주요한 포인트는 '기생과 공생은 딱 잘라 구별 불가능하다. 기생충은 생태계를 유지하고 순환시키며 진화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엔진이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대표적인 공생관계인 코뿔소와 할미새의 경우, 알려진 것 처럼 할미새가 코뿔소의 진드기를 잡아먹어 주는 것이 아니고, 진드기가 상처를 낸 곳에서 코뿔소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하죠. 진드기를 먹는 것도 진드기가 빨아먹은 코뿔소 피를 먹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코뿔소는 피를 빼앗기긴 하지만 진드기로 인한 외부감염 위험은 줄어듭니다. 기생인지 공생인지 애매하죠. 또한 기생충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숙주를 바꿔 갈아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각 개체의 개체수, 진화 방향 등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의 평형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국지적인 기생이 존재하더라도, 넓은 차원의 공생관계가 이루어져 생태계의 안정이 가능한 셈입니다. 기생충이 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역시 섭리란 신비로운 것입니다. 


 

사람의 지리학

최창조 저
서해문집 | 2011년 05월


풍수지리 책입니다. 땅에 길흉이 점지되어 있어, 명당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얘기는 곧 사람이 땅의 운에 기생한다는 얘기겠죠.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생풍수'에 귀를 기울이면, 풍수의 핵심은 사람과 땅의 공생입니다. 자생풍수의 기본 내용이 "좋은 땅, 나쁜 땅이 정해져 있는게 아니다. 땅과 인간의 궁합이 중요하다." 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그 얘기를 아주 체계적으로 전개하는데, 그 와중에 동서양의 방대한 고전들이 등장합니다. 분야도 다양합니다. 소설, 시, 수필, 역사서, 인문서, 경제서, 사전, 신문, 잡지 등을 아울러 총 350여 가지 인용 문구가 등장하죠. 저자의 독서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4대강 사업, 행정수도 이전 등 논란거리에 대한 논란이 될 만한 생각들도 담겨 있지만, 땅이 투기와 개발의 대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한 번쯤 음미해 볼 만한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땅은 파괴되고, 사람은 땅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아니라 땅과 사람이 공생하는 상황이 행복한 삶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우리의 문명이 지속가능하려면 그것을 받치고 있는 땅과의 공생은 꼭 한 번은 생각해 볼 문제인 듯 합니다. 무엇보다 인문학의 냄새가 흠뻑 나서 그 고민이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성장숭배

김홍식 역/클라이브 해밀턴 저
바오 | 2011년 05월


'경제' 역시 '기생론'이 자주 등장하는 영역입니다. 재벌 대기업들은 수많은 하청을 주고, 국민들을 고용함으로써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말하죠. 그래서 기업이 잘 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기업이 숙주이고, 국민들은 기업에 달라붙어 양분을 섭취하는 셈이니 기업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한편 반대의 논리도 존재합니다. 지금의 재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태일에서 오늘날의 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저임금과 하청 중소기업에 대한 약탈적 거래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입니다.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양분을 빨아 먹어 숙주보다 훨씬 거대해진 기생충이 바로 대기업이란 얘기죠.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 없이 경제가 돌아갈 리 만무하고, 또한 집합적인 경제단위 없이 경제를 구성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일정한 설득력을 지닙니다. 다만 기업과 노동자 모두 경제의 필수불가결한 존재라 인정한다면,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선 둘 사이의 관계가 공생관계여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경제의 경우는 양분이 대기업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더 들어가는 구조로 변화해야 할 상황 아닐까요. 그 동안은 '경제 성장'을 통해 위쪽의 양분이 아래로 내려올 것이라고 했지만, 세계 10위 경제 규모의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습니다. 복지라는 말에 '퍼주기', '도덕적 해이'라며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국가와 시장의 권력을 쥐고 있기도 하고요. 이 책은 바로 그런 '성장담론과 그에 이은 분배'담론의 불가능성을 밝히며, 동시에 경제성장이 인간의 행복과도 별 관계가 없음을 실증적인 통계를 동원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고병권 저
그린비 | 2011년 04월


'민주화' 담론에도 '기생'에 관한 얘기는 있었습니다. '무임승차'라고들 하죠. 엄혹했던 7-80년대 민주화 투사들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민주화를 이루었는데, 희생없이 무임승차한 사람들이 민주화의 과실은 누릴대로 누리면서 한나라당을 찍는다는 푸념입니다.  하지만 한 시대의 변화가 몇몇 사람의 힘만으로 이루어졌을리는 만무합니다. 엘리트들의 노력은 분명히 존중되고, 존경받아야 하지만 그것만으론 완성되지 않습니다. 6월 항쟁의 넥타이 부대가, 촛불 시위의 유모차 부대가, 민주화를 마음으로 반기는 시민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엘리트와 대중은 서로를 보완함으로써 변화를 완성하는 공생관계인 셈인거죠.

하지만 그렇게 완성된 변화도 '변화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민주화 주역들이 정권도 쥐고, 다수당도 되어봤지만 세상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밥먹여 주지 않는다는 '민주주의 무용론'까지 등장했죠. MB정부의 등장 배경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화 세력은 근본적인 혁신을 하기 보다는 어떻게 연합하고 후보를 만들어 정권을 잡을까란 고민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와 어떻게 다를 것인지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무용해진' 민주주의, 선거에 목을 매는 민주주의에 반대하며, 민주주의의 재구성을 얘기합니다. 민주주의란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계속 더 나은 민주주의로 다시 쓰여질 뿐이란 개념인 것이죠. 더 이상 대중의 삶과 무관한 채, 엘리트를 선출하는데 그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엘리트와 대중의 새로운 공생관계를 이룰 수 있는 새 민주주의의 구성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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