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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의 신간 : 거의 모든 결정은 역류(逆流)하지 않는다. | 인문 교양 MD 리뷰 2011-09-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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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박원순의 단일화 결정은 여러 사회 이슈들이 뉴스로 소개될 공간을 줄였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의료, 교육, 육아 등 복지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을 줄였습니다. 대북마찰은 개성공간에 입주한 중소기업의 숨통을 끊어놓았습니다. 그 사람의 의도여부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상층의 결정은 어쨌든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력은 사회의 아랫부분으로 흐릅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잘 없죠. '혁명'이라는 사건을 우리가 특별한 일로 여기는 이유는 '하층'의 결정이 상층으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선하고, 진보적인 인물이라 하더라도 사회의 상층에 포지셔닝하고 있다면 '아랫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사회의 '아랫부분'을 살펴보는 책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큰 결정'이  아래로 흘러 흘러서 사회의 아랫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책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누가 무엇을 결정했느냐보다 무엇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주의 신간 : 거의 모든 결정은 역류(逆流)하지 않는다.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

홍명교 저/박건웅,심흥아,전지은 그림
아고라 | 2011년 09월


요즘에 들어서야 아주 조금 이슈화가 되고 있는 청소 노동자. 노동현장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불안정한 청춘, 오늘의 20대. '결정권'을 가진 이들은 경제발전, 국가경쟁력 등등을 고심하며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은 아래로 흘러가며 영향을 미치는데, 그 결과물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노동인구 셋 중 둘은 비정규직인 대한민국의 상황이죠.

일종의 르포르타주인 이 책은 최근에 유행하는 '20대' 문제를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공통적 고통, 즉 '불안정한 생활'로 인한 고통을 생생히 풀어놓습니다. 유사한 류의 책들 중에선 가장 읽을만 한 것 같아요. 오늘의 대한민국을 '국가경쟁력을 강화해가는 나라'로 읽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많은 사람의 생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나라'로 읽는 것이 현명할 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

김현미 저
메디치미디어 | 2011년 09월


'대한민국 아줌마 리얼 생존기'라고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얼핏보곤 '아가씨'스럽지 않다는 뜻의 '아줌마'들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코믹하게 담아낸 책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게 요즘의 대세인 듯 하니까요. 하지만 그랬다면 굳이 제가 이 책을 소개하진 않았을 겁니다. 이 책은 40, 50대 '주부노동자'의 얘기입니다. 앞에 소개한 책이 '비정규직'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서술하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중의 특정한 존재인 '주부노동자'들과 밥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그들의 삶을 기록한 책입니다.

'주부노동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삶이 '비정규직'이라는 일반적인 규정보다도 더 아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보다 고용의 문은 더 좁고, 똑같이 노동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은 더 낮은 것이 '일반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고용이 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겨우 일자리를 구하게 마련이고, 혹시 누가 해고될 때엔 가장 먼저 해고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임금은 낮으니 자식들 교육이라도 제대로 시켜볼라면 농부고 파출부고,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하기도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훌륭한 결정들을 내리는 동안, 그녀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자리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작은 것들의 정치

제프리 골드파브 저/이충훈 역
후마니타스 | 2011년 09월


그렇다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무력한 존재일까요? 이 책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거대한 정치 변화의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구동구권의 전체주의 사회에서 식탁과 서점, 그리고 시낭송회의 속삭임, 채소가게 주인의 작은 실천들이 전체주의의 붕괴를 이끌었고, 미국에서 무브온과 같은 인터넷 운동과 가상적 공간에서의 속삭임이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합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419, 6월 항쟁 등도 세상을 바꾼 사례이지만, 이 책은 좀 더 작은 것에 주목하는 것이죠. '혁명'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아래의 결정'이 '상층의 결정'을 뒤엎는 훌륭한 사례이지만, 이 책은 아래에 있는 우리들이 속삭임 역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 얘기합니다.


한국음식문화 박물지

황교익 저
따비 | 2011년 09월


사실은 이 책을 정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재밌거든요^^ 사회의 변화는 사람에게도 쌓이지만, '문화'라는 이름으로 쌓이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이 '문화'라는 건 제도가 바뀐다고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오랜 옛날의 흔적이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은 없으나 돈은 있는 한국 졸부들의 허영을 충족시킨 ‘가든’의 주메뉴 소갈비구이, 번화가의 1급 상권에 진출한 음식이지만 인테리어며 탁자는 선술집 분위기를 연출하여 서민음식이라는 이미지로 번창한 닭갈비 등을 통해서는 비교적 가까운 시기의 한국사회의 변화가 음식소비문화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가 대표적인 한국음식으로 여기는 떡, 막국수, 새우젓, 부침개, 도토리묵, 간장과 된장 등의 기원과 변화를 추적하면서는 사회의 오랜 흐름속에서 음식문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죠.

“정치는 먹는 것을 나누는 행위”이므로, 누가 더 먹고 누가 덜 먹을 것인가, 누가 좋은 것을 먹고 누가 나쁜 것을 먹을 것인가에대한 우리의 한국음식문화를 보면 오랜 세월 동안의 우리 정치가 어떤 경과물을 '문화'란 이름으로 남겼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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