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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사이 출판사 특별 인터뷰 | 지리의 힘 2021-08-0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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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현재까지 판매부수가 궁금합니다.


2016년에 출간되어서 현재까지 15만 부 가까이 판매되었습니다. 작년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방영되면서 판매가 확 늘기도 했고 방송 이전에도 입소문도 타고 여러 분들께서 추천도 많이 해주셔서 꾸준히 판매가 되고 있었습니다. 저자인 팀 마샬도 한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에 출연해 자신의 책이 한국에서 반응이 좋은 것에 대해 감사해 하더라고요. 


 『지리의 힘』의 역사에 관해 알려주신다면? 


처음부터 지리에 대한 책을 출간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리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지리가 앞으로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 요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관심 밖의 테마였죠. 그런데 몇 년 전 우연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지리에 대한 책 소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지리학자가 쓴 책인데 내용도 흥미롭게 다가와 바로 구입을 해서 읽었습니다. 1, 2장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지리라는 요소가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쓸 만한 무궁무진한 내용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동안 별로 인식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집어주는데 정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뒤로 갈수록 내용이 실망스러워져서 기존에 출간된 다른 책들을 더 읽으며 개인적 호기심을 채워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리에 대한 책이 많질 않았습니다. 읽고 싶어도 책이 없는 셈이었죠. 그래서 차라리 직접 저희 출판사에서 제대로 된 지리에 관한 책을 출간하자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난관은 이때부터였습니다. 저 같은 지리 문외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해외에서도 별로 없었습니다. 지리에 대한 책을 검색하면 주로 지질학에 대한 책이 나옵니다. 화산이나 암석,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환경의 변화 혹은 영토분쟁 등에 대한 책들이 주로 나옵니다. 지질학에 대한 책을 출간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수시로 지리에 관한 도서를 검색하며 찾았습니다.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했기에 새로 나온 책들도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체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는 책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2-3년 동안 출간을 위해 검토한 해외 원서만도 15권이 넘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자 이제 그만 지리책에 대한 출간 욕심을 접어야 하나 했습니다. 


그렇게 지쳐갈 즈음 어느 날 아주 단순하게 <Geography>라는 단어 하나만 입력해 검색해 보니 이 책 <Prisoners of Geography>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 자체가 주는 묘한 호기심이 시선을 붙들었죠.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상태였고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리뷰만도 1천 개가 넘게 달려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당연히 한국의 다른 출판사에서 이미 계약을 했을 테니 제가 늦게 안 것이 무척이나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만큼 한국 출판사끼리의 경쟁도 치열하니까요. 그래서 아예 포기를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며칠 후 문의를 했더니 아직 한국에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급히 원고를 검토했는데 그동안 애타게 찾았던 성격에 딱 맞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리에 이제 막 관심을 갖게 된 저도 어렵지 않게 읽었으니 독자들도 부담스럽지 않게 쉽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국내 출판사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터라 경쟁하지 않고 아주 적은 금액으로 쉽게 계약을 했습니다. 그렇게 지리에 대한 책을 출간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 4년 가까이 지나 드디어 한 권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이 지리의 힘>입니다. 제목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한국어판인 『지리의 힘』을 읽으신 독자라면 아실 겁니다. 이 책 본문 안에는 『지리의 힘』이라는 표현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요. 출간 마지막 단계로 책 제목만 정하면 되는 상황에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원서 제목을 그대로 번역하면 『지리의 포로들』, 『지리의 죄수들』 정도가 될 겁니다. 한글로 번역을 해보니 영어 제목이 주는 뉘앙스가 잘 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죄수, 포로가 들어가니 부정적인 인상만 부각되어 독자들을 밀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고민을 하다 지금의 제목이 떠올랐고 저는 꽤 만족스럽게 생각돼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혹평이 꽤 있었습니다. 신선한 느낌이 별로 없다, 그냥 평범한 단어들의 조합이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 아니다, 좀 요즘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단어의 조합을 만들어보라 등등의 의견을 주었습니다. 이런 말들을 들으니 소위 멘탈이 나가더라구요. (물론 좋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지만 저는 그래도 『지리의 힘』이 가장 이 책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해 밀고 나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이 판매가 잘 되니 제목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네요(^^). 독자들도 제목에 대해서는 좋게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다 읽고 나면 제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리가 가진 엄청난 힘에 대해서 말이죠. 


『지리의 힘』 외에도 지정학 관련 책이 여럿 있는데, 지정학 관련 책 중 확고한 자리를 지키는 이유를 어떻게 보시나요.


음, 사실 지정학 관련 책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주로 중동 지역 등 분쟁 지역이나 종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정치적 상황을 보여주는 책들이 대부분이었고 우리나라까지 포함된 책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특정 지역만 파헤친 것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다룹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큰 대륙 국가뿐 아니라 유럽도 서유럽과 남유럽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게다가 북극까지 다루고 있어 책 한 권으로 지구촌 지리 여행을 하는 셈입니다. 이것도 작지만 큰 차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지정학 책과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성을 들자면, 이 책은 지정학(geopolitic)보다는 지경학(geoeconomic)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인 문제, 그로 인한 각 국가 간의 부의 격차, 또 그것이 그곳에 사는 각 개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 국가 혹은 하나의 대륙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힘겨운 삶을 사는 것은 그들의 인종이 열등해서가 아닌, 그들의 기술력이 낮아서가 아닌, 그보다는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이 압도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풍부한 천연자원,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 상품이나 사람의 이동에 편리한 평탄한 대지, 외부세계로 나가기에 용이한 바다 등 경제적인 문제도 지리라는 요소를 접목해 들여다보니 그 원인이 보이고, 또 그 내용도 일견 수긍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리의 힘』은 누가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이 책을 누가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보다, 그동안 누가 읽어왔는지를 먼저 살짝 말씀드려 볼게요. 개인 독자층을 언급하기 전에 어느 직종에 계신 분들이 많이 읽었는지를요.


먼저 책 출간 후 얼마 되지 않아 국방부에서 군장교들이 읽을 책으로 많이 구매를 해갔습니다. 아무래도 전투 전략을 늘 고민해야 하는 군의 입장에서는 지리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나 봅니다. 또 땅과 주택 문제와 관련된 국가 공기업에서도 단체 구입을 해갔고, 고등학교 논술시험이나 토론을 위한 교재로 학생들이 많이 읽었고, 외교문제나 국제관계에 종사하는 분들, 수출입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 최근에서는 증권사에서도 많이 구입을 해갑니다. 특히 작년부터 동학개미 열풍이 주식시장에 불어닥치면서 국내증시는 물론 세계증시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경제흐름과 관련하여 지정학적 리스크나 광물과 원자재, 곡물, 원유 가격의 변화, 교역현황 등 지구촌 상황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로 체감하면서 그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이 책을 많이 구매하셨습니다. 


이렇게 보면 각자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데도 각자 다른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읽으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지리라는 요소가 각자의 일에 어느 정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나 봅니다. 출간하면서 이렇게까지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래서 딱히 어느 독자층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보다는, 생각보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 혹은 나의 일상의 삶에 지리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마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속에서 가장 기억나는 대목은? 혹은 좋아하는 부분은? 


10페이지에 나오는 “결국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그대로 남는다”입니다. 독자들도 이 문장을 많이 언급합니다. 과학기술이 제아무리 발전한 21세기라 해도 히말라야 산맥이 어느 날 프랑스 한복판에 가 있을 수는 없고, 미국이 갑자기 내륙국가로 탈바꿈할 수도 없고, 러시아가 몇 년 안에 남반구도 이동할 수도 없고, 수에즈 운하가 넓디넓은 대양으로 바뀔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념이나 사상은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변할 수 있지만 지리적 요인들은 쉽게 그러질 못합니다. 바로 그 사실로부터 이 책이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지리의 힘』은 사이 출판사에 어떤 의미를 지닌 책인가요?


출판사에게 주는 의미보다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대중지리서라는 역할을 나름은 했다는 데 의미를 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대중경제서, 대중역사서는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그에 해당하는 책들도 많았지만 지리는 아예 책 자체가 적었고 따라서 대중지리서라는 이름을 붙일 만한 책도 거의 없었습니다. 학창시절 암기과목으로 인식하여 재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분야를 본격적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독자들도 지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낯선 영역에 출판사와 독자가 함께 발을 들여놓았다고 할까요. 거기에 이 책이 작게나마 길잡이 역할을 했다는 데 의미 부여를 하고 싶습니다. 


사이출판사의 출판 철학이 궁금합니다. 


아, 철학이라고 말씀을 하시니 좀 부담스럽네요. 사이라는 출판사 이름 자체에서 저희 회사의 출판 철학을 나름 엿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배경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비전문가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사이를 조절해서 설명해 주는 책, 전문학술서와 가벼운 페이지터너 책의 중간 즈음 그 사이에 위치하는 책, 그래서 두 극단의 사이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책, 그런 책을 내겠다는 마음으로 회사 이름을 정했습니다. 가볍게만은 읽을 수 없는 책, 그러나 어려워서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책은 아닌, 그런 책을 출간하겠다는 것이 철학 아닌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곧 출간될 책을 공개하신다면?


지금까지 『지리의 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았습니다. 이제 이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의 후속편 『지리의 힘 2』(가제)가 올 하반기에 출간됩니다. 영국에서는 이미 출간되었고 미국과 한국은 거의 동시에 출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리의 힘의 원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Prisoners of Geography>였다면, 이번에 출간될 책의 원제는 <Power of Geography>입니다. 우연의 일치이겠죠? 이외에도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가 우리의 육체적 통증 혹은 질병 속에 숨겨진 의미를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의 이면을 통해 파헤친 책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지리의 힘

팀 마샬 저/김미선 역
사이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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