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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어바웃 치즈 | B리뷰 2014-10-2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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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 저/구혜영 역
예문아카이브(예문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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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라고 하면 콤콤하면서도 짭쪼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상쾌하게 느껴져 나는 이 맛을 '상콤함'이라고 혼자 부르고 있다. 코스트코에 갈 때마다 치즈 코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언제나 넉넉하게 사 본 일이 없어, 돈이 많이 생기면 꼭 치즈를 듬뿍 사보리라는 꿈을 20대부터 꾸어왔지만 30대인 지금까지도 스스로 느끼기에 '넉넉하게 샀다'는 느낌을 받아 본 일은 없다. 아직까지는.

 

너무 좋아하다보니 찾게 된 치즈에 관한 책들. 그 중에서 나보다 더 치즈를 좋아한 여인이 있었으니 그녀는 치즈를 구경다닐 계획으로 프랑스에 여행다녀온 후 직업까지 바꾸게 되었다. 지금도 그 음식점에서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파스타가 좋아 이탈리아를 누비고, 치즈가 좋아 프랑스 시장 곳곳을 누볐을 그녀의 그 한 때가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세상은 치즈만큼이나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누군가는 맘 속으로만 꿈꾸던 일을 인생을 던져 직접 해보는 이가 있기도 하고 그 경험들을 책으로 함께 나누며 행복해하는 이가 살아가고 있기도해 재미난 곳이다.

 

승무원으로 재직 중에 치즈와 와인의 매력에 빠져 자연치즈 전문점 점장까지 역임한 치즈전문교실의 운영가 무라세 미유키는 '페코리노 로마노','로크포르','콩테','샤비놀','에프와스','체더','에멘탈','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모차렐라','브리 드 모' 의 10가지 대표 치즈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나 식감, 요리법,숙성되는 단계들을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다만 치즈에 관한 책이라 당연히 사진이 올컬러일 줄 알았는데 흑백이라 약간 당황스러웠던 점을 제외하곤 책은 상당히 재미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읽는 독감(?)을 활성화 시켜대고 있었다. '한 마을에 한 가지 치즈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에는 많은 치즈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치즈를 다 맛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프랑스에서는 아직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니 그들에게 치즈는 역사요, 생활 그 자체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자연치즈와 가공 치즈 중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0종류는 모두 자연 치즈였는데 우유만으로 만들어 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 재료는 산양젖,소젖,양젖 등 너무나 다양했고 숙성 과정에서 치즈의 표면을 40도에 달하는 독한 술인 브랜디로 닦아낸다는 워시 치즈 방식의 에프와스나 자르지 않고 '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죽기 전에 꼭 입에 넣어 보고 싶어 버킷리스트에 올려두기도 했다.

 

한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페코리노 로마노는 지중해에 떠 있는 섬에서 만들어져 현재는 로마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모양이나 향, 맛이 다 달라 알면알수록 빠져들게 되는 치즈라는 식재료는 사실 어떤 치즈와 함께해도 저녁을 우아하게 아침을 든든하게 점심을 재미나게 만들어줄 재료라서 절대 맛보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아직도 며칠 전에 먹은 치즈의 향이 코끝을 맴도는 것 같다. 언젠가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치즈들을 몽땅 맛볼 날이 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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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담뺑덕 | B리뷰 2014-10-1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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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담뺑덕

백가흠 저
네오픽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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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을 넘어 25금이라는 이 영화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고전이 원작이라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궁금해서 책을 통해 먼저 읽어보고 싶었다. 너무 바른 이야기라서 너무 교훈적인 이야기라서 이야기를 비틀어도 별 재미 없을 것만 같았던 그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나면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되어서 세상에 나왔다.

 

작가는 작가로 사는 시간이 더딜수록 잘 살아보려는 의지를 버렸다고 했는데, 마흔을 넘어 시작했다는 이 소설은 그래서인지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 속의 이야기로 사람냄새가 잔뜩 묻혀져 있었다. 세월이 허락한 나이테가 묻어 있었고 착한 마음 이면의 욕망이 들춰져 있었다. 사랑과 욕망 그리고 집착 후에 남은 것은 여전히 사랑이었다. 나는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믿고 싶어졌다. 이들의 관계를. 무척이나 위험했다. 또한 무척이나 위태위태했다. 하지만 나빴을 망정 천박하지는 않은 이야기가 바로 오늘 읽은 소설 [마담뺑덕]이었다.

 

[심청전]의 주인공은 심청이였지만 [마담뺑덕]의 주인공은 심학규였다. 영화를 본 이들은 뺑덕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소설을 읽은 내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학규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었던 학규가 기증자로부터 두 눈을 받고 시력을 회복한 뒤 되찾고 싶은 시간은 가족을 찾는 일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자살해버린 아내가 아니라 그토록 자신을 경멸하던 딸 심청과 집착과 사랑을 반복하며 자신 곁에 머물던 애인 뺑덕. 그들은 머리카락 보일까봐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도무지 찾을 방법이 없었는데 그래서 그는 인연이 처음 시작되었던 s읍으로 향했다.

 

p13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보지 못해도 좋으니 다시 자기 곁으로 되돌려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길이는 짧아보여도 깊이는 깊어서 사람도 그 속에 쑤욱 집어넣어 없애 버리고 기억도 시커멓게 태워버렸다. 처음 s읍에 도착했을때 다방에서 그를 재워주던 뺑덕의 어미는 사라진지 오래. 로리타콤플렉스에 빠진 듯 어린 여제자들과 육체적 탐미를 즐기던 그는 대학에서도 잘리고 작은 시골로 내려와 글선생이 되어야했다. 하루 아침에 인생의 나락까지 미끌어져버린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제 탓이었지만 그는 반성을 모르는 나쁜 남자였다. 이 곳에서도 뺑덕 어미와 뺑덕이가 없었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었겠지만 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어미와 자고 딸과도 육체적으로 얽혔으면서도 그들을 버려두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서울로 돌아가 버렸던 것이다.

 

p57 이제 나 기다리지 마. 나 너한테 다시 돌아갈 일 없어.

 

천벌이었을까. 시력이 점점 사라지는 시점에 뺑덕은 아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를 간병하려는 건지 벌주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행동들을 일삼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 옛날 그가 잔인하게 그녀에게 퍼부었던 그 말 그대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요량으로 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드문드문 아름다운 기억이 떠오를 때도 있었다. 그리움. 그건 분명 그리움이었다. 그 암울하고 떨치고 싶은 시절 속에도 그리워할만한 추억들이 숨겨져 있었다. 롤러코스터 타듯 인생의 굴곡을 거친 학규는 다시 눈을 떴다.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지만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너무 늦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전. 그에게 눈을 기증한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눈을 각각 한짝씩 받아 눈을 뜬 그에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슨 힘으로 누구를 의지하며 그는 살아가야 할까. 결말은 끔찍했지만 역시 고전적 교훈은 남겨졌다. 나쁜 놈에게 걸맞는 결말이.

 

책의 홍보문구처럼 효의 텍스트였던 심청전. 이제는 욕망의 텍스트로 기억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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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 B리뷰 2014-10-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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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저/양영란 역
청미래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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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6시 27분이었을까?

 


한 시간 혹은 30분 단위로 똑 떨어지는 시간의 범주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나누어진 27분이라는 분의 단위는 참으로 생소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은 쫓기는 시간이 아닌 여유롭게 남는 시간이 된다. 남자 주인공 길랭이 전철에 오르는 시간이 6시 27분. 낯선 타인들과 잠깐의 시간을 공유하는 그 공간에서 마법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이 남자로 인해 이름조차 이상하게 들리는 길랭은 사실 책을 죽이는 일을 하는 남자다. 헌책들을 파쇄하는 그의 직업은 다소 쓸쓸하고 반복적인 단순업무처럼 느껴지지만 그 일을 하면서 길랭은 반대로 살리는 시간을 구축해냈다. 그저 주어지는 삶만으로 24시간을 채워나가기도 바쁜 우리들에게 그의 행동은 충분히 매력적이게 다가왔고 그래서 책은 또 하나의 감동서로 기억된다.

 

 

 

2010년 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필두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저력의 작가인 장-폴 디디에로랑의 첫 장편 소설은 한 남자가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에 구해진 어느 책의 한 페이지를 사람들과 나누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더불어 갖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청소를 업으로 살아가지만 자신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록해 나가는 어느 여인의 usb를 습득하며 길랭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게 되었고 궁금증이 더해져 결국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나는 문득 이른 새벽 지하철을 타고 그 한 칸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하루를 전해받았다. 다소 엉뚱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 혹시 이 속에도 길랭 같은 사람이 타고 있지는 않을지. 혹시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줍게 될지는 않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되돌아오면서 따뜻한 커피 한잔이 손에 쥐어졌는데 책으로 인해 따뜻하게 데워졌던 마음이 커피 한잔으로 더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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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을 만들다 | B리뷰 2014-10-1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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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적을 만들다

움베르트 에코 저/김희정 역
열린책들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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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을 영화로 보고 책을 찾아 읽으면서도 움베르토 에코라는 작가가 작가이기 이전에 세계의 석학인 줄 꿈에도 몰랐었다. 신이 한 사람에게 이토록 많은 재능을 부여했다는 사실에 약간 질투심도 일면서 언젠가 이 작가를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마음까지 들기 시작했었는데 이유는 그의 일상적 대화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남자 혹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들은 참으로 격이 없다. 평범하면서도 비슷비슷하기 마련인데 움베르토 에코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여자얘기, 누군가를 디스하는 것, 상사나 친구에 대한 가감없는 표현 등을 나누는 장면은 가히 상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데 그 궁금증을 약간쯤은 해소할 책을 발견했는데 바로 [적을 만든다]라는 작품이었다. 살면서 적이 없는 사림이 있을까. 내가 만들지 않아도 상대가 나를 적으로 둘 수도 있기에 살면서 적은 반드시 필수적으로 갖게 되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사실 이 책의 제목으로 찜해둔 건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라고 한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제목으로 바꾸자는 편집자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내용상 제목상 둘 다 그리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칼럼이었으면 좋겠다 고 밝힌 작가가 10년 동안 쓴 글들은 어떤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보다 유쾌했으며 유익하게 읽혀졌다. 예상대로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인테그리타스','최소 실재론','창세기의 문자적 의미' 같은 내용으로 대화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하지만 인문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완성된 인간형인 작가의 일상은 이런 내용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즐겨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 이색적이었다. 이런 중년의 이웃집 아저씨와 오후 두시쯤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정말 더 고결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였다. 티타임을 함께 나눌 이웃집 아저씨로 나는 그가 아주 탐이 났다. 약간 이상한 상상일지는 몰라도.

 

책을 꽤 많이 읽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 속에서 언급된 책들은 생소한 제목 투성이였다. 세바스티아노 파울리의 <사순절 설교집>이나 테르툴리아누스의 <영혼론>, 알렉산드로 만초니의 <약혼자들>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책제목들이라 그의 소개로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누군가에게 지적인 호기심과 자극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책의 한구절처럼 길을 따라 가기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는 일은 즐겁고 이런 멋진 일상을 책을 통해 저자와 나누는 일은 굉장히 신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는데 열 네 편을 읽는 내내 나는 정말 행복했다. 쉽지 않아서... 색이 강해서 오히려 더 좋았달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작가가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은 아주 특별한 시간에 특별한 감성을 남기며 그렇게 마지막장이 덮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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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수련 | B리뷰 2014-10-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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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수련

김병완 저
동아일보사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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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가장 매력적으로 와 닿았던 문구는 단연 "책을 읽고 난 후 나 자신이 달라졌다! 글을 쓰고 난 후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다니 흡사 로또와도 같은 이 책의 문장에 홀려 나는 책을 손에 움켜쥐고 그 비밀을 찾기 위해 열심히 탐독해나갔다. 마치 그 옛날 [시크릿]을 열심히 읽어내었던 것처럼.

 

저자 김병완은 저술가이자 강연가다. 그 외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경력, 신들린 작가라는 호칭이 붙여질만큼 다작한 작가 외에도 여러 직함으로 불렸을만큼의 커리어를 달고 있다. 그런 그가 말하는 단 한마리는 짧고도 강했다.

 

"읽어야 살아남는다" 라고.

 

p11 결국 독서만큼 남는 장사는 없다.

 

참 책읽기를 좋아하는 내게, 아니 다르게 말해서 읽을 수 있는 활자란 활자 모두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려는 습성이 있는 내게 독서는 삶의 재미인 동시에 인맥을 관리할 밑천이 되어 주었지만 단 한번도 남는 장사라고는 생각해 본 일이 없는듯 했다. 하는 만큼 남고 하는 만큼 성장했을텐데도 불구하고. 자칭 타칭 책을 많이 읽으며 살지만 인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껏 읽어온 분량을 제쳐두고라고 앞으로 읽어나갈 책들로 인해 내 삶이 방향이 원하는대로 열릴 수 있을지는 살짝 궁금해졌다.

 

그 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몇 페이지 읽지 않았는데 웃음이 터져나오고 마음 깊은 곳에서 통쾌함이 솟구쳤다. 올커니! 아무도 내게 직구를 던져주지 않았던 부분의 매듭을 책은 간단히 풀어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그대로 행해왔던 20대를 지나고나니 아쉬웠던 부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부분들이 발생했는데 가령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분단위로 열심히 살아보고 관리를 철저히 해 보았지만 더 바빠지고 더 여유가 사라지는 경험을 했더랬다. 그렇다고 나태하게 살 수도 없고 나만 그런가? 싶었었는데.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할 수록 인생이 나아지기는커녕 스스로 시간에 얽매이게 된다(p30)라고 저자는 말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열심히 살았으나 내 것이 암것도 없는 현상을 겪게 된 것이다.

 

p58 읽는 만큼 새로워진다

 

어떤 훌륭한 멘토도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멘토가 되어본 적도 많고 멘티로 사회에 발을 디딘 적도 있으니 경험상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다. 하지만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과 갈망은 그 누가 전해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기에 독서는 이때 가장 좋은 친구가 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책과 함께 했고 도서관이 가장 좋은 친구였으며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병상에서조차 나는 책을 손에 놓치 않았다. 그런 나와 저자는 대체 어느 면에서 달랐던 것일까. 책을 읽고나서야 나는 그 숙제를 풀어낼 수 있었다. 방향성. 속도와 빠르기가 아닌 방향성의 차이였다. 방향이 분명해야 그 목표도 수립되고 해야할 순서도도 정해진다.

 

저자는 정년이 보장되던 대기업에 다니면서 다른 방향을 향해 꿈을 품기 시작했다. 월급보다 수강료를 더 많이 요구하는 강연을 들으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으며 출판사에 기획서를 보내 두달만에 책 한 권을 뚝딱 완성해냈다. 어찌보면 무모하게 또 어찌보면 위대한 첫걸음으로도 보이는 이 일을 '시작' 했기 때문에 '계속'해 나갈 기회를 창출했던 것이다.

 

무심코 집어든 책은 아니었다. 답답함도 느끼고 있었고 허무함도 느껴지고 있던 참에 책이 삶을 바꾼다는 소리는 참으로 달콤하게 들려 저자의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좀 더 다르게, 좀 더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대할 날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으나 읽고난 뒤 나의 독서법은 당연히 어제와는 다른 그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되고 있다. 바로 오늘 새벽 4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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