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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여름밤 열 시 반 | 서평 2021-08-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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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름밤 열 시 반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김석희 역
문학과지성사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여름밤 열 시 반을 중심으로 알 수 없는 마리아의 심리에 몰입되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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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본다면, 열 시다. 밤. 그리고 여름. 
36쪽, 여름밤 열 시 반.

 

 뒤라스는 ‘여름밤 열 시 반’을 주인공 마리아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서사를 따라 마리아의 생각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감정이나 그녀의 생각이 시사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예고도 없이 비가 내리치던 날, 마리아와 그녀의 일행은 스페인의 한 마을에 도착했다. 예측할 수 없었던 비처럼 갑자기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마을에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어린 아내와 페레스를 죽인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로드리고 파에스트라. 피에르와 클레르의 부적절한 관계를 우두커니 볼 수 밖에 없었던 마리아는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무슨 미친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는 저기 있어. 바로 저기. 날이 새면 금방 잡혀버릴 거야.’
52쪽, 여름밤 열 시 반. 

둘이서 하면 무언가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로드리고 파에스트라, 두 시간만 지나면 날이 새요.
64쪽, 여름밤 열 시 반. 

“이 게임은 시작되었나 했더니 그만 곧 져버렸어.” 마리아가 말한다. 
145쪽, 여름밤 열 시 반. 

그녀 덕분에 그가 잠시나마 절박한 절망에서 벗어나, 전쟁이라든가 도주라든가 증오 같은 인간적 행동의 어떤 일반 원칙을 기억해낼 가능성. 그의 고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붉은빛 여명을 기억해낼 가능성. 이런 이유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결국 끝까지 살아가야 할 평범한 이유. 
68쪽, 여름밤 열 시 반. 

 

 마리아는 의식처럼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의 이름을 되뇌곤 했다. 그녀는 왜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로드리고의 상태와 그와 함께할 수도 있었던 계획들에 대해 되뇌었을까. 그녀의 이상 행동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그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리라 생각했다. 

 

로드리고는 불륜을 저지른 그의 아내와 남성을 죽였다. 마리아는 살인을 저지르기 직전의 로드리고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 다만, 그녀는 불륜을 저지른 피에르와 클레르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않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술을 찾는 것 외에는 어떤 것에도 동기를 느끼지 않았던 마리아는 로드리고를 구해내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녀가 유독 로드리고의 이야기에만 목을 맨 까닭은 그에 대한 연민과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까닭이 아닐까 싶다. ‘둘이서 하면 무언가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로드리고 파에스트라, 두 시간만 지나면 날이 새요(64쪽, 여름밤 열 시 반).’라는 문장에서 마리아가 그와 가질 수 있는 계획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자신은 불륜의 현장을 목도할 수 밖에 없었지만, 로드리고와 함께한다면 현재의 자신보다는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 같다. 잔인할지언정 생명력 있는 자신을.

 

 

 

 

“이젠 소용없어.” 그녀가 말한다. “죽었어.”
“뭐라고?”
“더위 때문에. 이젠 다 끝났어.”
117쪽, 여름밤 열 시 반. 

“네가 자고 있는 동안 우린 호텔 뒤 숲속을 산책했어.” 
“더웠겠지?”
“더웠어. 무척. 하지만 각오하고 있었으니 괜찮아.”
161쪽, 여름밤 열 시 반. 

 

 로드리고의 죽음이 마리아에게 야기한 좌절감을 피에르도 함께 느낀다. 로드리고의 죽음은 마리아에게 더욱 깊은 무력감을 주었으나, 피에르에게는 비극적인 최후를 절감케 했다. 관계를 가진 이들과 관계의 약속을 어긴 이들의 그 종말을. 그렇다고 클레르와의 사랑을 중단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도 없다. 여름밤 열 시 반, 그들의 내면에서 불던 폭풍이 언제 다시 발할 지 모르는 채 살아가야할 뿐이다. 잘못된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원점으로 자꾸만 회귀하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폴과 로제처럼.

 

 

 

 

 

 

 

 

 

 

*이 글은 문학과지성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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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서평 2021-08-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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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저/노진선 역
인플루엔셜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서 우리가 찾아야할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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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는 땅이 벌어지며 자신이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암석권을 통과하고 맨틀을 지나 계속 떨어지다가 마침내 내핵에 도달해 아무 감정도 없는 단단한 광물로 압축되는 모습을. 
36쪽,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노라 시드, 그녀를 평범이라는 단어로 묘사하기엔 그보다 조금 더 재능이 많았고 조금 더 불행했다. 충분치 못한 생활이었지만 이를 연명할 수 있게 해주었던 스트링 시어리에서 조차 해고 되고, 키우던 고양이는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친구는 물론이고 가족과의 불화로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는 신세인 노라는 결국 죽기로 결심한다. 약을 먹고 쓰러진 찰나, 삶과 죽음의 중간 지대인 자정의 도서관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학창시절 자신에게 가장 큰 고통이 닥쳤을 때 버팀목이 돼 주었던 엘름 부인을 다시 만난다. 자정의 도서관에서도 엘름 부인의 도움으로 자신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를 삶들을 경험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어차피 볼츠가 죽을 걸 아셨으면서 왜 절 거기로 보내신 거죠? 제게 말해줄 수도 있었잖아요. 그냥 제게 넌 나쁜 주인이 아니었다고 말해줄 수 있었잖아요. 왜 안그러셨어요?”
“왜냐하면 노라, 때로는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으니까.”
100쪽,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사람의 가능성이란 무궁무진하다. 특히나 노라는 더더욱 그랬다. 그녀는 자신의 후회가 담겨있는 책을 펼치며 그와 같은 후회가 벌어지지 않는 삶을 경험하기를 희구했다. 노라는 댄과의 결혼 직전에 그 결혼을 취소했다. 이는 그녀에게 가장 큰 후회로 남았고, 가장 먼저 댄과의 결혼을 이룬 삶을 경험해보기로 한다. 댄과 결혼한 후 1년이 지난 삶으로 간 그녀는 댄과 재회한다. 하지만 결혼 전과는 상반되게도, 그토록 자신을 사랑했던 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같이 두기엔 우스운 혹은 경멸스러운 사람만이 그곳에 자리했다. 그 후, 노라는 수영선수가 되어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삶 또한 경험한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틀어진 걸 뼈저리게 후회했던 노라였지만 그 삶에서의 아버지 또한 노라가 애상에 잠기게 만들었던  그 시절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노라는 자신을 사랑했던 두 사람, 아버지와 댄을 사랑했고 그들을 놓친 것을 내내 후회했다. 그러나 다른 삶에서의 그들은 더 이상 노라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엔 노라를 따라 원망했지만 이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없이 불안정한 인간은 환경에 따라 변하기 십상이니까. 한 삶에서의 환경이 그들을 만든 것이지, 그들 자체가 이상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우리가 종종 잊곤하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떠올리면 노라와 같은 후회와 상실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 여우와 신포도 같지만 어쩌겠나. 되돌릴 수 없다면 떨쳐내야지.

 

 

 

 



 

부모님이 불행했던 이유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성취하겠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0쪽,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308쪽,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그들은 모두 그녀였다. 그녀는 그 모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고, 한때는 그 사실이 우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는 마음 먹고 노력하면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381쪽,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불행과 연이어 마주하게 될 때, 하나의 불행이 더 얹어지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곤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들이 모두 가능성에 기반하여 일어난 것이라고 가정하면 그 뒤엔 행운 혹은 행복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완벽한 삶도, 완벽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그저 고통과 싸우고 이겨내기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신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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