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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0 의 전체보기
《그녀, 클로이》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들입니다. | 소설 에세이 2020-06-1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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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저/이원희 역
작가정신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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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단장애인의 의족을 수입하는 회사에 다닌다. 처음 이 업종에 근무하기 전까지만해도 내 주위에 손 또는 다리가 절단된 장애인들을 보지 못했다. 아니 절단된 사람들이 있다는 존재조차도 알지 못했다. 절단 장애인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내가 이 업종에 일을 시작한 후 절단된 손과 다리의 모습을 보면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첫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는 그분들의 신체를 보는 것이 꼭 죄를 짓는 기분이였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조금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다. 


소설 《그녀, 클로이》의  공간은 뉴욕 웨스트빌리지  5번가 12번지의 아파트이다. 자동화 엘리베이터가 흔한 세상이지만 이 아파트는 아직도 수동식 아파트를 운행한다. 승무원인 디팍과 리베라가 주야간으로 교대하며 아파트 주민을 태워주며 물건을 받아주는 이 아파트에서 디팍은 자신이 운행한 거리를 세며 언젠가 신기록을 세우리라고 다짐한다. 매번 침묵의 원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하는 디팍과 부인 랄리의 곁에 릴라의 조카이자 IT 사업가인 산지가 인도에서 뉴욕으로 건너오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통 우리는 인도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때 가난하고 낙후된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뉴욕에서 건너온 산지는 부모님으로부터 뭄바이 호텔을 물려받은 재산가이다. 다만 그의 재산을 탐내는 삼촌들과 다투기 싫어 그의 사업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산지가 뉴욕에 도착해 택시를 탄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를 인도의 가난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로 대우한다. 그들만의 삶에 익숙한 그들은 자신과 다른 타인, 아시아인 또는 흑인들에게 당연한 선입견을 내세우며 그들을 대한다. 


그럼 당신도 나처럼 택시 기사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여기 온 인도인들은 대부분 그렇거든요. 

똘똘한 사람들은 우선 옐로우캡이나 우버를 몰고,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은 이 차 같은 리무진으로 영업하죠.


이 5번가 12번지의 아파트의 9층에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오디오북 배우 클로이는 절단장애인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고 당한 그 때를 '14시 50분'이라고 말한다. 두 다리 신체의 40센티미터를 잃은 그녀는 절단장애인이 된 자신을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하다. 남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하면서 타인의 맹목적인 도움과 선의는 거절할 줄 아는 당당한 여성이다. 수동식 엘리베이터 승무원 디팍과 리베라에게 항상 친절한 그녀는 우연히 디팍을 찾아온 산지와 만나게 되고 그들은 호감을 갖게 된다. 


역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나는 그런 용기를 낸 것을 후회했다. 

그곳에는 병원 직원들도 나의 퇴원을 축하해주는 사람들도 없었고, 

내 휠체어를 피해 돌아가면서 잃어버린 나의 40센티미터,

없어진 내 다리와 두 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별 것 아닌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다. 


인도에서 건너온 산디와  두 다리를 잃은 클로이, 이 두 사람은 뉴욕 사회에서 낯선 존재들이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외국인과 장애인의 존재는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뉴욕 사회에서도 그들과 다른 존재들이었다.  《그녀, 클로이》의 작가 마르크 레비는 이 두 사람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많은 국가들이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비난하지만 뉴욕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또한 아시아권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과 특권의식으로 그들을 대하며 장애인들의 존재를 그들의 공동체 안에 받아들이기를 부담스러워한다. 자신과 다른 타인에게 차별이 당연한 옵션처럼 내재되어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을 디팍과 랄리 그리고 산지와 클로이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 가끔씩 이 5번가 12번지 주민들의 생활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클레르 부부는 사랑을 나누고 젤도프 부부는 싸움을 하고 모리슨 씨는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졌다.  고급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을 읽으며 나는 이게 그들만의 단단한 철옹성 같이 느껴졌다. 자신들의 삶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삶은 낮게 여기는 그들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 같았다. 그런 차별이 내재되어 있는 그들에게 승무원 리베라의 사고로 인해 삶에  균열이 일어났을 때 당연히 모든 원망과 원인은 그들과 다른 디팍과 산지였다. 


자신을 불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익숙했던 클로이가 초반 산지의 호감을 동정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시선에 그와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이 소설은 극적인 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이 소소한 일상들 속에서 차별과 혐오가 내재되어 있는지 마르크 레비는 따뜻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당연히 무고하지.

이 나라는 우리 같은 이민자들에게 약속의 땅이었어.

의무와 고마움으로 개처럼 일했건만

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는지 봐요,

외국인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어.

이것이 오늘날 미국의 현실이라면

나는 인도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어요.


'14시 50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클로이가 이 사고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는 말미에 이르는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그들에게 차별과 상처를 준 것도 주민들이었지만 디팍을 위해 마음을 나누고 행동에 나설 때, 그리고 클로이 또한  산지를 만남으로 상처를 치유해갈 수 있었다. 클로이가 말한 삶의 경이로움은 바로 우리가 함께 서로를 포용하고 이해할 때 비로소 이룰 수 있음을 말해준다. 


코로나로 인해 아시아 혐오증이 거세지고 미국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종차별이 또 다시 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때 이  《그녀, 클로이》의 출간은 참 시기적절한 때라고 생각한다. 로맨스와 사회 문제를 이 이야기 속에 적절히 버물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마르크 레비, 그는 이 소설로 자신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나는 절단장애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보면서 눈을 피하고 몸둘바를 몰라하던 내 모습에  차별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차별은 미국 조지 플로이드 같은 사망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과연 나는 이 5번가 12번지 주민들의 모습과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번씩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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