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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1 의 전체보기
《결혼 뒤에 오는 것들》 부부생활은 내가 바로 설 때 행복해진다. | 소설 에세이 2020-06-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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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결혼 뒤에 오는 것들

영주 저
푸른숲 | 2020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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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대 중반을 넘어 결혼했다. 결혼하기 전 부모님은 얼른 결혼하라며 나를 압박했고 창피하게 여기셨다. 결혼이 인생의 전부인 마냥 시집 안 간 과년한 딸을 부끄럽게 여기셨다. 막상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부터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곤 한다. "이렇게 살 거면 왜 부모님은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셨지?"

결혼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남편의 고지식한 부분에 직면해야 했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충실하게 살 것만을 요구하는 주변의 압박이 나를 힘들게 했다. 결혼 뒤의 삶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엄마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오늘도 혼자말을 하곤 한다.

"이렇게 살 거면 왜 부모님은 나한테 결혼하라고 하셨지?"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의 저자 영주씨는 [며느리 사표]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결혼에 대해 큰 반향을 일으킨 분이다. 20년 넘는 시집살이와 결혼 생활 끝에 시부모님께 사표를 제출하고 자신의 삶을 뒤늦게 살아가면서 비로소 행복을 찾은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 《결혼 뒤에 오는 것들》를 출간했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은 부부생활을 위한 책이 아니다. 주로 여성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결혼 생활에서 여러 굴레와 억압으로부터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가 [며느리 사표]로 알게 된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과 함께 이 한국 사회의 결혼생활에 대해 독자들에게 말한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은 다섯 가지 파트로 나뉘어져 소개한다. 첫 번째 파트인 '자각하기'에서는 주로 친정과 시댁 양가 어른들의 잦은 간섭으로 인해 침해되는 부부의 삶을 이야기한다. 지금이야 분가가 자연스러워졌고 결혼 문화가 간소화되었지만 여전히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 부부도 많고 결혼 예단 등 준비부터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부모님의 경우 딸같은 며느리를 원하며 며느리도 자식이라며 딸 노릇을 해 주기를 원한다. 이 현실 속에 저자는 거리 두기를 제안한다. 부부가 되면 자식 간일지라도 분명한 선이 있어야하며 그 선을 침해하지 않도록 과감한 거리 두기를 할 것을 요청한다.

결혼을 한 후 내가 가장 힘들었던 문제는 바로 '엄마'라는 이름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남편의 태도였다. 또한 어머님, 친정부모님 모두 나 자신의 삶보다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위해 살 것을 요구했다. 기도도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라고 하고 내가 뭔가를 배우겠다고 하면 아이들보다 자신을 더 위한다며 이기적인 엄마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저자 영주 씨는 결혼 하면 겪게 되는 여성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의 시선으로 인해 여성들이 더 고립되고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이 여성이 행복하지 않으면 가정이 행복할 수 없는데 사회는 이런 문제는 엄마 스스로 해결하도록 권하며 희생, 의무 만을 강요한다.


아무도 모른다,

여자가 결혼해 며느리,아내,엄마로서만 사는 게

왜 우울을 유발하는지.

멀쩡한 한 인간으로 살아오다가 부여받은,

주어진 역할만을 우선시하는 삶이 왜 우울한지

진짜 아무도 몰랐다.


부모님보다 부부의 삶이 먼저이다. 그리고 부부의 삶보다 더 먼저인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이다.

결혼하면 남편에게 많은 걸 기대하는 삶, 착하게 살면 이쁨받을 거라며 기대하고 남편이 채워줄 거라며 충성하지만 돌아오는 건 공수레인 며느리, 엄마의 역할... 저자 또한 남편에게 호소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리고 늦게나마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관계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 때에서야 남편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알아봐 주길 기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서로 독립적인 관계로 만나고 자신이 자신을 챙겨줄 때에서야 관계가 발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나 역시 쌍둥이 육아의 힘듬을 토로할 때마다 남편의 반응은 차가웠다. "다들 그렇게 살아." "이 정도도 각오 못 했냐?" "너만 유별나게 왜 그래?"라며 나를 몰아세웠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남편이 나를 챙겨줄 것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며느리는 없다. 현모양처는 없다. 먼저 자신을 생각할 줄 알고 돌보는 사람만이 결혼생활에 성공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남편이나 가족 등 타인도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는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만큼

스스로를 대접해주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여자가 혼자 있을 수 있는 방과 경제력이라고 말했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의 영주 저자 또한 자신만의 시간을 적극 가질 것을 권장하며 글쓰기, 그리고 경제적인 자립을 강조한다. 그리고 여성이 여러 역할놀이에 함몰된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것이지만 결코 부부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부부싸움을 조장한다. 여성에게 불리한 이 기울어진 결혼 제도에서 여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싸우고 투쟁하며 단호해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남들이 규정한 역할이 아닌 여성 자신이 역할을 규정하고 그 안에서 행동할 것을 권한다.

올해 초, 글쓰기 수업을 듣겠다고 하는 나에게 남편은 나를 집안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비웃었다. 며칠간의 싸움 끝에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내 돈을 내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업을 듣겠다는데 나를 비난하는 남편이 힘들었다. 그리고 내가 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투쟁하듯 살아야하나라는 깊은 우울증으로 힘들었다. 이 책은 내게 말해준다. 아직도 투쟁할 것이 있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포기하지 말라고. 자신을 돌보라고.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적극 말해준다. 저자는 20년이 넘는 세월끝에 알았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나 또한 다시 다짐하게 된다. 절대 지지 않는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며느리이기 전에, 딸이기 전에 바로 나 임현경이다.


이혼 선언을 시작으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내 삶의 주인은 나임이 분명해졌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부모도 남편도 아닌 내 두 손에 달렸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상황을 변화시킬 힘도 내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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