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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이 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 소설 에세이 2021-10-2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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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저/강방화 역
소미미디어 | 2021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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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나이를 먹고-.

이 한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나이를 먹고 우에노역에 노숙자로 쓸쓸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보다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까.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책을 읽기 전에 과연 도쿄 우에노가 어떤 곳인지 알아본다.

우에노 동물원, 국립과학박물관, 도쿄도 미술관, 우에노 공원 등 일본의 화려한 면모가 돋보인다. 재일교포 2세인 유미리 작가는 이 화려한 곳에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있는 노숙자 나의 모습을 철저히 대비시킨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저자의 신작은 아니다. 2015년도에 <우에노역 공원 출구>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올해 새로운 옷을 입고 개정되었다. 책의 배경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이어서일까 2020 도쿄 올림픽이 치뤄진 올해 책이 개정되었다니 의미심장하다.

소설은 '나'로 시작한다. 소설 초반부터 주인공 나, 가즈는 우에노 스테이션에서 올림픽 경기장을 짓기 위한 공사에 동원되며 노숙자로 살고 있다. 사람들이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고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위한 국위 이미지 선양을 위해 노숙자들을 점점 음지로 몰아낸다. 이 모습을 읽노라면 88 서울올림픽을 하기 위해 빈민촌을 강제로 철거했던 우리의 과거와 지금도 음지에서 갈 곳이 없는 서울역의 모습이 교차되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은 덜하지만 예전 우리 역시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좋지 않았다. 정부와 경찰 등은 노숙자를 범죄의 온상으로 생각했으며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에서도 그런 인식때문이었을까? 가즈의 사연이 소개되고 주변 노숙자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렇게 되기까지 각각의 사정이 있다.

구덩이였다면 다시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절벽에서 발이 미끄러지면두 번 다시 인생이라는 땅에 발을 디딜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건 일본의 모습이 아니다고. 이건 바로 우리나라의 모습이라고. 그리고 한 번 떨어지면 발 디딜 곳 없이 추락하는 이 세계의 모습이라고. 구명줄 하나 없이 모든 위험을 감당하게 하고 마는 그 모습이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누가 그들에게 게으르다고 노력 좀 하라고 돌멩이를 던질 수 있을까.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에서 이 비극을 더욱 극대화 하는 건 가즈의 아들의 자살과 부모님의 갑작스런 임종도 아니다. 소설 틈틈이 비추는 황실의 화려함을 빛내는 현실과 어두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주인공의 현실이다.

 

아내 세스코가 아들 모리 고이치를 힘들게 해산할 때 라디오에서 "황태자비 전하께서 오늘 오후 4시 15분 궁내청 병원에서 출산하셨습니다"라고 대대적으로 알리며 대중이 환호할 때 누군가는 쓸쓸이 아이를 해산하는 모습, 황실 일행이 들어설 때마다 반짝반짝 윤을 내는 작업에 동원되는 일용직들의 현실, 더욱 화려한 곳에 더욱 초라한 곳이 있음을 드러내는 작가의 글은 날카롭다.

 

죽고 싶다기보다도 노력하는 데 지쳤다.

 

살려는 노력마저도 지치게 하는 이 암울한 현실 속에 더욱 큰 외로움은 무엇일까. 아마 우리가 그들을 없는 존재로 눈감아버리려는 우리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을 보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는 암적인 존재로 매도하고 다시 노력해보라는 허울 뿐인 위로를 던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읽는 내내 깊은 여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운 소설이다. 소설이라 하기엔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기에 매우 날카롭다.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바늘로 콕 찌른 듯한 느낌이다.

가즈가 일본 천황을 향해 하려고 했던 말은 무슨 말이었을까.

아마 "여기 사람이 있어요." 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여기에도 사람이 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

"아직 우리 살아있어요"라는 주인공의 외침이 귀를 맴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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