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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통해 더 풍성해지는 가치를 배운 KOICA의 경험기 『13월의 에티오피아』 | 소설 에세이 2019-12-2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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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3월의 에티오피아

김대원 저
꽃씨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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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는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해외 봉사단이다. 주로 아프리카 및 도움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을 방문하여 1-2년의 시간을 현지에서 살아가며 여러 봉사활동을 한다. 이 책의 저자 김대원씨 또한 KOICA 봉사단으로 에티오피아에서 1년 2개월간 머무르며 현지인들에게 새마을운동을 보급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담아 [13월의 에티오피아]를 출간했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저자는 아프리카 단기 선교에 참가하여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후 KOICA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직업과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살려 KOICA 봉사단에 합격한 저자는 에티오피아로 배정받아 떠나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나라'이다. 이 책에도 물론 커피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지만 저자는 에티오피아가 6.25 한국전쟁 당시 군인을 파견해 한국을 도와 준 나라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준다. 비록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임을 말해준다.

아프리카니 당연히 찌는 무더위를 예상할 수 있겠지만 고산 기후로 인해 추위에 힘들어하는 저자의 경험담은 내가 에티오피아에 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깨닫게 해 준다.

KOICA의 농촌 개발 운동이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기반하여 실시된다. 물을 뜨기 위해 먼 길을 돌아 가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수도를 설치해주고 나무를 심는 삼림 녹화를 진행하는 등 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현지인 그리고 여러 기관들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해 나가는 저자와 KOICA의 많은 경험들이 수록되어 있다.

일제시대,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한국의 역사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에티오피아의 역사가 동질감을 이끌어내고 독립 후 지금의 모습을 이뤄낸 한국이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는 모습은 그들이 현실을 살아가기에 급급한 나머지 꿈을 그릴 수 없었다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현지인들을 교육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에티오피아 마을 사람들이 꿈과 장래희망을 마표현하는 걸 어려워한다는 사실이다. 고산지대인 마이막덴의 특성상, 자녀들이 대를 이어 석공이 되거나 농부가 되는 등 꿈을 꾸고 선택하기보다 현실에 맞춰 살아가는 그들에게 미래는 어려운 숙제였다.내 다섯 살 아이마저 의사가 될 거예요, 발레리나가 될 거예요라며 꿈을 말하는데 그들에게는 하나의 엄청난 과제였다.

도와주기 위해 각오를 단단히 하고 먼 길을 왔지만 시행착오가 없을 수는 없다. 음식도 귀해지고 심지어 인종 차별도 겪어야 한다. 또한 시계를 사용하지 않는 현지인들로 인해 수업 참석율은 들쑥날쑥했다.

커피의 나라답게 커피를 볶지만 쓴 커피를 잘 못 마시던 저자가 이제 쓴 커피를 즐겨 마시며 하루 교육을 받기 위해 회사에서 해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와서 교육을 받는 모습은 그들의 간절함을 보게 한다.

저자도 답답해하던 그들의 일상을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현지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해가며 그들을 지원해간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의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가는 관계가 되어간다.

예정된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리턴 프로젝트로 자신들이 원자재가 없어 끝내 이루지 못했던 면생리대를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자신들이 뿌린 씨앗으로 다른 누군가의 삶에 열매가 이뤄나가는 것을 보는 저자와 팀원들의 마음은 아마 엄마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를 하나씩 가르쳐가며 아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 속에 기쁨을 느끼는 엄마의 마음처럼 저자와 팀원들도 배워가며 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그 마음은 엄마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KOICA의 사업 방향이 꼭 '새마을운동'으로만 전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라는 조심스런 추측을 하게 되었다. 새마을운동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어 타국에서도 배우러 온다고 하지만 개발운동이라는 명목보다는 자연과 친화적이면서 함꼐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한 마을이 개발의 한복판에 있기보다 자연과 함께인 그들의 공동체를 보호해갈 수 있는 더 나은 방향이 KOICA에서 개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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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가, 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 소설 에세이 2019-12-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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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저/김지우 역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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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출간 전 연재 당시 조회 수 22만을 넘어 큰 화제가 되었던 문예출판사의 소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간 전 먼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미 시중에는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여러 도서가 출간되었다. 히틀러, 유대인, 강제수용소 등등 다양한 책과 영화들이 전쟁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지 보여주었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 모습을 그린다. 주로 피해자인 유대인 또는 히틀러의 만행 등을 고발하는 시각의 입장에서 씌여졌다면 이 책의 시점은 다른 시점의 주인공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독일 순수혈통인 로자 자우어, 그녀는 남편 그레고어와의 신혼 생활 중 2차 전쟁의 발발로 남편은 전쟁터로 떠나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으나 어머니마저 폭격으로 잃은 후 시댁이 있는 그로스-파르치로 와서 시어머니인 헤르타와 아버지 요제프와 살고 있다. 갑작스런 친위대원에 의해 히틀러가 있는 볼프스샨체에 들어가 히틀러를 위한 시식가로 근무하게 된다. 맛을 평가하기 위한 시식가가 아닌 히틀러가 적으로부터의 음식의 독살을 막기 위해 식사 전 음식의 위해 여부를 먼저 시험하는 마루타의 역할이다.

전쟁 중, 음식이 귀한 시대에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충분한 급여까지 받을 수 있지만 이 음식이 마지막 음식일 수도 있는 이 위험한 임무에 로자를 포함한 10여 명의 여자들은 매일 히틀러를 위해 음식을 먹는다.

소설은 10여 명의 여인들이 처음 이 시식을 시작할 때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시작하지만 적응해 지고 난 후 놀랍도록 이 상황에 적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음식이 귀한 이 시대 돈 까지 받으면서 일하니 시댁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자신의 일에 적응해 가는 로자,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 일을 해야 한다는 하이케도 이 일의 의미는 무의미해지고 오직 현실을 유지하는 데 급급해진다.

독일군 장교 치글러를 사랑하게 된 로자는 자신의 일탈 행위 마저도 남편을 떠나 보내 너무 외로웠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아무런 비판 없이 이 전쟁터를 살아남기 위한 행동이라는 로자는 때때로 나치를 증오하였던 아버지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문책하는 상상을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다.

어쩔 수 없었어요.

1933년에는 저는 고작 열여섯 살이었어요.

히틀러를 뽑은 건 제가 아니라고요.


이 로자의 생각은 시식가였던 엘프리데를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의 생각과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맹목적인 나치 추종자로 이 시식가의 임무를 영광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누구는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며 히틀러를 위한 이 일에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잡히면서도 순종할 뿐이다.

반면 엘프리데는 끊임없이 모든 행동들에 의문을 던지며 때론 위험한 행동일지라도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이 상황을 즐기는 로자와 다른 동료들에게 경고를 날리기도 하면서 일깨워주려 하지만 로자의 눈에 엘프리데는 너무 무모해 보이기만 한다.

가끔씩 친구들과 우리가 일제 시대에 관한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넌 일제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을 것 같아? 친일파였을 것 같아? 아님 독립운동을 했을 것 같아?"

어떤 이들은 대답을 꺼려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독립 운동까지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부끄럽지만 로자의 대답과 같았다. 양심상 친일파는 아니였다 하더라도 독립 운동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조용히 살 거라고 했다.

나의 대답은 로자의 대답과 맞닿아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내 대답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갈수록 나의 대답이 참 부끄러웠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급급함을 선택하고 치글러와의 위험한 사랑을 즐기는 로자의 모습과 나의 대답은 다르지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로자.

살기 위해서 최대한 조용히 살았을 거라는 나의 대답..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의 로자의 모습은 히틀러의 충직한 부하였던 요제프 괴벨스의 비서로 근무했던 브룬힘델 펜젤의 인터뷰를 다룬 책 「어느 독일인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히틀러를 위한 시식가 로자와 히틀러 선전부장 요제프 괴벨스 비서는 모두 자신이 하는 행위가 어떤 행위인지 아무런 무의식 없이 살아가며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행위를 강변한다.

그들의 강변 앞에 로자는 아버지가 자신의 변명을 듣는다면 어떻게 말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말도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변명 앞에 무의미해져버릴 뿐이지만..


자신의 무의미한 복종과 생각 없는 삶이 어떻게 한 개인을 그리고 한 사회를 파멸시키는 지 보여주었던 악의 평범성,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삶을 택한 엘프리데의 모습과 끝까지 살아남은 로자의 모습과 대조해보며 과연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것일까 아니면 힘들고 위험할지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삶이 중요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은연 중에 퍼져 있는 '먼저 살고 봐야 한다'라는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일까? 그 생각들이 오히려 이 사회의 악을 정당화 시켜 줄 수 있음을 로자의 삶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보여 준다.

이 책은 전쟁 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지금 이 사회에서도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변명이 큰 파멸을 초래함을 발견하곤 한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험담하거나 줄을 서고 공동체가 파괴되는 등 그들 앞에도 처자식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하곤 한다. 어떤 게 과연 인간다운 삶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해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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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짊어진 사람들, 일본 서정 호러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소설 에세이 2019-12-2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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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저/김은모 역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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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성과 호러의 절묘한 만남이 강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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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처음 접했을 때 서정 호러 소설 표지를 보며 고개가 기웃거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서정 호러라는 개념이 내 안에 성립되지 않았기에 더욱 궁금증은 커져갔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의 저자 야마시로 아사코는 오츠 이치, 나카타 에이이치 등 다양한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담 전문 작가로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호러 작품보다는 오래 잔잔히 맴도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긴 여운을 남기는 호러 소설, 이 책은 바로 작가의 특기인 서정 호러의 미학의 정점이 이 8편의 단편 소설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은 8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8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인생의 소중한 부분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태어나지도 못한 채 뱃 속의 생명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아내 지후유와 나,

이모에게 모진 학대를 받으며 머리 없이 몸통으로만 살아가는 닭 교타로를 키우는 후코,

미래를 볼 수 있는 여자친구로부터 인생역전을 꿈꾸는 N,

학창 시절 왕따 대상이었던 요리코와 똑같은 외모의 자식을 낳게 되는 가오루 등등..

이 모든 인물들은 각각 자신의 삶 속에서 소중한 일부분이 상실된 채 살아간다. 그 상실 속에서 애써 일상으로 돌아오려 하는 그들에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신기한 현상등이 펼쳐진다.

자신과 아내에게 시시때때로 나타나 일상을 방해하며, 아이를 잃은 후 약의 힘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엄마, 살려 줘'라며 호소하는 아이의 환청 소리가 들어나는 등 각각의 현상은 그들이 애써 억누르고 참던 그들의 상실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이 책의 표제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도 서정성은 뛰어나지만 내게 이 여덟 편의 단편집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는 [아이의 얼굴]을 꼽을 것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주인공과 친구 또래들이 결혼 후 죽은 피해자와 동일한 외모의 아이를 낳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사건들 속에서 다른 친구들은 이 끔찍한 현실 속에서 두려워하며 이 아이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결국 살인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택한다. 하지만 완강한 남편 앞에 자신의 피해자와 똑같은 외모의 아이를 키우게 되며 생기는 갈등과 괴로움, 그리고 결국 그 아이를 완전히 포용하기까지 과정은 강한 울림을 준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과거, 자신도 이 아이를 죽이고 싶다는 두려움, 아이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이 가한 폭력의 흔적이 나타나는 아이를 정면으로 대하며 이 두려움을 피하기만 해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작품은 말해준다.

[아이의 얼굴] 뿐만 아닌 다른 소설 모두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의 현상과 마주한다.

표제작인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의 주인공도 자신에게 들려오는 엄마를 찾는 그 환청 소리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아이를 잃은 나의 상처를 극복해나가고 머리 없는 닭 교타로 또한 머리가 없는 채로 옛 주인 후타를 찾아가며 살아간다.

오싹한 공포 대신 그들의 상실된 부분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 주는 이 소설은 책 표지 그대로 서정성과 호러가 절묘하게 만난다. 이 작품집의 호러는 무서움보다는 서정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해 주는 역할을 함으로 더욱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반면 [곤드레만드레 SF]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SF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집 중 가장 오싹함을 자아내주는 작품이다. 먼 미래가 아닌 몇 분 후의 미래만 취중상태에서만 볼 수 있는 지인의 여자 친구의 능력 앞에 일어나는 이 사건은 강한 반전과 함께 인간이 생존 앞에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 강한 충격을 준다.

서정 호러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예전에 즐겨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떠올랐다. 물론 그 분위기와 전개는 매우 다르지만 억울한 귀신들의 사연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던 한국적 정서와도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슬픔 속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이 작품들을 덮은 후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들에게 공포를 주기보다 오히려 위로해 주려 그들에게 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신을 전혀 닮지 않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의 아이를 품에 안고 더 사랑해주기로 다짐하는 가오루와 다른 모든 인물들에게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쭉 나아가라고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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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 소설 에세이 2019-12-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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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저/심연희 역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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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멕시코 이민자인 빅 엔젤의 가족이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의 장례식에 모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 와 가족을 이루고 집안의 큰 기둥 역할을 한 빅 엔젤은 암을 통보받은 시한부 인생이다.

그의 마지막 생일을 남겨놓고 빅 엔젤은 온 가족에게 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할 것을 통지했지만 그의 생일을 일주일 남겨 놓고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 뒤로 미루고 그 다음 날 바로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도록 일정을 잡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엄격한 아버지이자 손주들에게는 '아부지'로 통하고 절대 늦는 법이 없던 빅 엔젤은 이제 기저귀를 차고 부인 페를라와 딸 미나의 도움으로 모든 것을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빅 엔젤은 자신의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한 모습을 유지한다.

어머니의 장례식과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을 보내기 위해 모인 온 가족들의 이틀 동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지면서 빅 엔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둘이나 있던 페를라와의 결혼,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습 등 그의 온 가족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민자로 미국 사회에 살아남기까지의 고민, 위험한 미국 사회에서 아들과 사촌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 반이성애자를 선언하며 집안과 인연을 끊은 인디오, 그리고 배다른 동생인 리틀 엔젤 등 각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며 해묵었던 감정들이 펼쳐진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내가 기대했던 뭔가 드라마틱하며 죽음을 앞두고 서로의 사랑을 깨달으며 극적인 화해를 하는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집안의 기둥인 빅 엔젤의 죽음을 앞두고 모든 이들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이어간다. 시한부 인생인 빅 엔젤은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모든 사람들 또한 이를 당연시 여긴다.

누구 하나 슬퍼하기보다는 하루 하루가 어제와 다를 바가 없이 살아간다. 마지막까지 서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잔잔한 감동을 일으켜준다.


그게 바로 소중한 것이다.

결국 마지막 한 방울의 피와 불꽃을 가지고 매 분의 생명을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는 깨달음.



절친한 데이브 신부의 권유로 마지못해 수첩에 감사제목을 적기 시작하지만 조그만 것들 하나씩 늘어나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백미다.전에는 전혀 몰랐을 감사들이 죽음을 앞두고 수첩에 적히는 감사제목은 극히 사소한 것들이지만 삶의 마지막에서 각 시간마다 벌이는 에피소드 속에서 감사 제목들이 쌓여간다.

소설은 빅 엔젤의 마지막 화해와 함께 새로운 세대의 교체를 보여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좋은 인생이었다고 이야기하는 빅 엔젤과 그를 떠나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은 죽음 앞에 선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해준다. 멕시코인 특유의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이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음을 이야기하며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진심이 만나며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기가 막히는 반전 등은 없지만 끝까지 당당한 어른 역할을 해내는 빅 엔젤의 모습을 보며 나의 마지막을 생각해본다. 내가 빅 엔젤처럼 기저귀로 용변을 해결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한 상황에서 나는 빅 엔젤처럼 끝까지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끝까지 당당할 수 있을까.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다소 실망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죽음은 하나의 끝이 아닌 인생의 또 하나의 이야기임을 믿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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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는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여성의 글쓰기》 | 인문 2019-12-1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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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성의 글쓰기

이고은 저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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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열풍이 뜨겁다. 블로그 및 다양한 SNS의 등장으로 인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글쓰기에 관한 책과 수업 등에는 수강생이 붐빈다. 그런데 왜 글쓰기에는 여성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까?

나 또한 그랬다. 결혼 전만 해도 글쓰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전문적인 작가들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태어나고 보수적인 남편과 사회의 압박 속에서 시달리던 내가 글쓰기를 하면서 이 시대에 대한

불평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글쓰기는 나를 붙드는 원동력이었다.

《여성의 글쓰기》, 저자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다. 왜 저자는 여성의 글쓰기라고 이름 지었을까?

경향신문 기자였던 나름 알아주는 직업을 가졌던 저자 이고은씨는 자신이 일을 할 동안에 아이들을 돌봐 줄 마땅한 보호자를 찾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퇴사라는 선택지를 받고 전업주부가 된 저자에게 보이는 세상은 그나마 대접받는다고 여겼던 세상에서 불합리와 모순, 여성혐오 및 소외의 세상이었다.

이 혐오의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글을 쓰면서 저자는 여성이 글을 쓰며 목소리를 높일 때 세상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글쓰기》는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아, 진실, 그리고 결핍과 충족의 글쓰기, 사회,연대, 글쓰기 등으로 구성된다. 1장 자아를 찾아가는 글쓰기에서는 자신으로부터 글감을 찾아가며 글을 쓰는 방법에서 이야기한다.

처음 글쓰기가 막막할 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법인 '나'로부터 시작하지만 이 '나'에 관한 이야기가 읽는 이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선 '나'에 대한 이야기가 거시적 함의를 지녀야 함을 알려준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글쓰기, 즉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고 발견하며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알려준다.

2장은 저자가 일간지 기자였던 시절, '사건'에 관한 뉴스를 취재했던 글쓰기와 현재 언론의 모습에 관해 보여준다.

1인 미디어, 또는 다양한 미디어가 생겨났지만 정작 중요한 전통적인 언론사들은 언론 시장의 변화를 깨닫지 못해 '기레기'라는 오명을 듣기 까지의 상황을 언론인의 시점에서 설명해준다.

언론이 권력과 결탁하면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기만 지속되어버린 한국의 언론계로 인해 세상은 답을 구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렸음을 지적한다. 글쓰기에서도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하며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2장이 서두였다면 3장부터 본격적인 《여성의 글쓰기》가 시작된다.

저자는 결혼 전 그나마 인정받던 삶에서 전업주부라는 외피를 쓰자마자 달라진 세상의 대우 속에서 이 사회가 여성을 소외시키고 불편하게 하는지를 똑바로 직시하게 된다.

분명 여성의 사회 진출은 예전보다 활발해졌다.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 휴직, 단축 근무 등 많은 법적 시스템은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법적 시스템이 있다 할지라도 도와 줄 누군가가 있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진다.

또한 이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 , '맘충이', '노키즈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및 다양한 여성 혐오 범죄 등으로 인해 위축되어 가는 여성들의 모습 속에서 글쓰기는 바로 여성의 목소리를 높여 가는 것이라고 조언해 준다.

저자는 글을 쓴다는 건 바로 언어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은 남성의 언어로 가득하다. 가부장제, 여성 혐오, 모성의 강요, 성차별 등 모두 남성의 언어다.

자신들의 언어로 들끓는 세상에서 남성들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이 사회가 대신 말해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조금씩 커져 가는 여성의 언어는 당연히 남성들에게 달게 들릴 리가 없다.

그런 남성의 언어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결코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반면 여성은 아이를 낳고 소외된 세상 속에서 타인을 보는 시각이 생겨나고 이 사회의 차별을 좀 더 잘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 세상이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여성의 글쓰기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세상을 바꾸는 큰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의 글쓰기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때때로 생겨나는 가사의 공백으로 인해 불편해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처한 현실이 복제한 듯했다. 가사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깊은 밤이나 이른 새벽 이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여성의 글쓰기, 글쓰기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나에게 일축했던 보수적인 남편의 모습이 그려지며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잠이 오는 시간이 아닌 한낮의 1시간이라도 쓸 수 있었다면 하는 글쓰기에서 가끔씩 그냥 다 때려치우고 편하게 살까 하는 유혹을 받곤 한다.

하지만 이 여성의 글쓰기가 소외된 자들이 모여 연대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한 큰 목소리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저자는 글쓰기를 독려한다. 물론 《여성의 글쓰기 》가 글쓰기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 주기도 하지만 가장 큰 궁극적인 목적은 여성들이 힘들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글을 씀으로 함께 불합리한 언어를 바꿔 나가고 더 나은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여성들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것이다. 여성이 글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자신의 진솔한 고백을 나누며 얼마나 큰 의미를 만들어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준다. 여성의 글쓰기가 개인의 변화를 넘어 더 나은 삶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책이다.

나의 글쓰기를 비아냥 거리는 남편의 조롱 속에서 이 책을 만났다. 책을 읽으며 수없는 밑줄을 치며 글을 읽었다.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는 나에게 남편은 집안 일이나 신경쓰지 쓸데 없는 것을 배운다며 나를 비난했다.

과연 이게 쓸데없는 짓일까. 저자의 글을 보며 이게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고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저자는 내가 글쓰기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알려 주었다. 내가 나 혼자에 멈추지 않는 연대의 목소리가 될 수 있도록 힘들지만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디뎌보려고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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