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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보다 빠른 | 생각 쪼가리 2008-05-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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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편을 잃은 지 한 달 되는 분을 만났다.

같이 일을 하는 분인데

암투병 중인 남편을 간호하느라

몇 달을 나오지 못했고

결국 남편은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이별의 아픔.

상실의 아픔.

직접 당해보지 않고는 말할 수도, 위로할 수도 없는

그 파랗고 파란 아픔.

 

그녀는 무너지고 무너졌다.

자신도 그렇게 무기력하게 나자빠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점심식사 시간.

집에서 폐인이 되다시피 생활하는 것을

아들 딸들이 나가라고 나가라고...

그 첫 외출이 한 달이 지나고서야 이루어졌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것이 자신을 외면하는 것 같고

그 동안 남편에게 못해준 것만 자꾸 생각나고

그것은 24시간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이제, 한 걸을 떼셨으니

월요일부터는 나오시라고 간곡히 권했다.

그래야 살 수 있지 않겠냐고.

 

입장을 바꾸어 보면

지금 이런 모습을 결코 하늘나라에서 남편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만난 점심시간.

나의 5월도 힘겹게 지나가고 있었다.

 

어제밤에는

나이 40에 대학원에 아이 셋 딸린 채 들어가

60세에 박사 학위 세 개를 받고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초청강연을 다니고 있는

한 여인의 기막힌 강의를 들었다.

 

저녁 9시에 시작한 이야기는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남편이 외과의사였는데

딸 아이가 12시간의 수술 끝에 죽었다.

그녀는 의사들을 향해

그렇게 애를 썼는데 그것도 모르고 우리 아이가 죽어버렸네요.

힘들었을 텐데 어떡해요. 하면서 의사들을 위로했단다.

 

날마다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남편.

 

아, 삶은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내 삶의 드라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루 종일 홍삼 전단지를 구상하고

돈 계산을 하는 나는

그래도 극적이다.

 

내 24시간도 날마다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논술 요청이 들어왔는데

저녁 시간이 애매해서 못하겠다고 했다.

 

세월보다 빠르게

내 삶이 흘러간다.

세월은 저만치 뒤에서 걸어오는데

나는 무엇이 바쁜지

종종걸음으로 달음질친다.

 

길이 어딘지

황사처럼 뿌예진 거리를

깃 칼칼하게 세우고

눈만 드러낸 채

가슴으로 미래를 응시한다.

 

이제,

내가 세월을 기다릴 차례이다.

 

오늘은 5월의 마지막 날이다.

감격스럽다.

 

나는 지금

5월의 마지막 날 그 끄트머리 즈음에 서 있다.

 

나는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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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행위보다 더 가치있는 삶 | 생각 쪼가리 2008-05-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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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님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것으로 알려진 글이 감동이다.

특히 글쓰는 일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 나같은 어설픈 글쟁이들에게도

묵직한 진리로 가슴에 안겨 온다.

 

"글을 쓰는 행위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살아가는 행위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습니다."

 

선생은 계속해서 말을 한다.

 

"요즘에는 그러한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살아 있는 것, 생명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요즘처럼 그렇게 소중할 때가 없습니다."

 

 

생명이야 말하지 않아도 언제나 늘 소중한 것이지만

생의 마감을 눈 앞에 둔 문학인의 마음속에 다가온

생명의 가치는

이전에 느꼈던, 이전에 평가했던 그 어떤 가치보다

더 소중했나 보다.

 

살아가는 행위가 글을 쓰는 가치보다 더 아름답다는

그의 외침은

홍삼을 팔아야 한다는 나의 강박관념 앞에서

나의 일을 그나마 조금 위안해준다.

 

시인 김수영 씨도

양계장에서 닭을 키우고 팔면서

시를 쓰지 않았던가.

 

어제는 월요일마다 공부하러 가는 곳에서

같은 학우에게 홍삼을 소개했다.

그랬더니 선뜻 산다고 한다.

그나마 홍삼이 거부감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글을 쓰는 행위보다 더 가치있는 삶.

가르치는 행위보다 더 가치있는 삶.

 

홍삼을 통해 나는 새로운 가치를 배우고

새로운 인생을 배우고

새로운 감동을 배운다.

 

그런 삶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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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으로 글쓰기 | 생각 쪼가리 2008-05-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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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이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맞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동인들이 한번 모여야지, 해도 서로 바쁜 일상 속에서

그 틈 한번 내지 못한다.

 

이제 나는

글은 커녕

 

홍삼을 팔아야 한다.

덕분에 내가 먼저 홍삼을 먹고 있는데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홍삼이 고소하다.

 

고소하다고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파는 것보다

내가 사먹는 것이 더 많다는

매출의 절반은 내가 일으키는

이상한 구조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장모님 생신이다.

그 동안 힘들다고 통 사위 노릇도 못했는데

비싼 홍삼 제품을

택배로 보내드렸다.

 

(비싸다는 것은 상대적인 가격이다.)

 

아침에 전화를 드리니

뭘 이리 비싼 것을 보냈냐고 하신다.

그러면서 내심 좋아하신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가난한 사위이지만

비싼 홍삼 받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고마운 사위가 되는 것이다.

 

들여오는 도매가로 치자면 얼마 되지 않지만

판매가로 치면 꽤 비싼 홍삼이다.

 

아직 외상으로 처리된 홍삼으로

나는 사위라는 노릇을 하나 샀다.

사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

 

처제들의 반응도 뜨겁다.

모처럼 형부가 사위 노릇을 한 게 즐거운 모양이다.

 

처체들은 두 딸의 학원비를 장학금조로 매월 후원하고 있다.

사실은 후원이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도와달라고 한 것인데

그래서 나는 사실, 처제들에게 전화하기도 부끄럽다.

 

글 쓰는 시간 대신

경영 공부도 해야 하고

쇼핑몰 관리도 해야 하고

홍삼 공부도 해야 하고

 

그렇게 되었다.

 

동인들에게도 홍삼을 팔아야지, 그런 생각뿐이다.

혹시 알까.

지금의 홍삼 판매 이력이

또 다른 재밌는 이야기가 될지.

 

그런 가능성마저 없다면

나는 무슨 재미로 홍삼을 팔까.....

 

다행인 것은

원액을 물에 타서 먹는 홍삼이 고소해서

커피를 줄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홍삼 먹고 열심히 글을 쓰자.

홍삼 팔아 열심히 글을 쓰자.

 

아, 뜨거운 내 가슴이여.

아, 뜨거운 저 홍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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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 - 그의 반 | 생각 쪼가리 2008-05-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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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문에 정지용 시가 실렸다.

 

"그의 반"

그 시가 나에게

말을 건다.

 

 

 

 

 

그의 반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운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오워 -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 길 위 -

 

나 -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

 

 

'그'를 누구라고 말해도 좋다.

일반적인 해석처럼 '그'를 종교적인 의미의 절대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어도 된다.

내가 사랑을 갖는다는 것은 은밀한 하나의 종교를 갖는 것이고

사랑이란 나 혼자의 힘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불가사의하고 초월적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뼈아프게 경험하는 사건이니까.

 

(동아일보 5월 22일 목요일자 - 현대시 100년 "사랑의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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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나는 왕이야 | 낙서장/이벤트 2008-05-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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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왕이야.

 

(1)

깊고 깊은 숲 속에 동물의 왕, 호랑이가 살고 있었어요. 호랑이는 몸집이 아주 컸답니다. 그리고 덩치에 맞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도 아주 우렁찼답니다. 누구라도 한 번 그 소리를 듣는다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질질 싸고 말지요. 이 여우도 그랬답니다. 말로만 듣던 호랑이를 그만 바위 옆에서 딱 만나고 만 거지요.

"크아앙!"

호랑이는 여우를 곧 잡아 먹을듯이 엄청나게 큰 소리로 으르렁거렸어요. 온 산이 다 떠나갈 것 같았지요. 용맹하고 똑똑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여우였지만, 불쌍한 여우는 그만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고 말았답니다. 너무 놀랐거든요. 귀청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가슴이 벌렁거리고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았어요. 여우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랑이에게 빌기 시작했답니다.

"자비로운신 호랑이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시키는 건 뭐든지, 죽을 힘을 다해 하겠습니다."

여우는 앞발을 싹싹 빌며 머리를 조아렸지요.

호랑이는 한참을 생각하는 듯 했어요.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좋아. 한 번만 살려 줄 테니 그 대신 내 부하가 되어라."

이렇게 해서 여우는 무서운 호랑이의 자랑스런 부하가 되었답니다.

 

(2)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호랑이는 사실 아주 겁이 많은 겁쟁이였어요. 그런데 호랑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덩치가 컸고 그러다보니 목소리도 우렁차게 되었지요. 호랑이는 주로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 먹었어요. 토끼들은 호랑이를 만나면 거의 기절을 해 버리기 때문에 겁쟁이 호랑이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지요. 엄청난 호랑이가 숲 속에 산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 호랑이는 더욱 난처해졌어요. 여우같이 용맹스런 동물을 만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조심조심 다닌다는 게 그만 여우가 쉬고 있는 바위골을 지나게 된 거예요. 여우를 보는 순간, 호랑이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어요. 얼마나 놀랐던지 호랑이 울음소리는 온 산을 뒤흔들었지요. 그런데 여우도 깜짝 놀랐나 봐요. 오줌을 질질 싸더니 머리를 조아리며 빌지 않겠어요? 호랑이는 그제서야 휴우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요. 그렇지만 여우에게 들리지 않도록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했답니다. 호랑이는 머리를 숙인 채 싹싹 빌고 있는 여우를 보자 꾀가 살짝 떠올랐어요. 이런 여우라면 데리고 다니면서 졸병을 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래서 얼른 여우에게 부하가 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고, 여우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이내 그러겠다고 대답을 했답니다.

 

(3)

"오늘부터 우리 여우는 위대하신 호랑이님의 부하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아무 걱정 없이 숲 속을 활개치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어."

여우는 집에 돌아가 가족과 친척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사실 그 동안 호랑이를 만날까 두려워서 맘대로 돌아다니지 못한 게 사실이었지요. 그러니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소식이었겠어요.

"아빠가 최고야."

여우의 두 아들이 아빠 여우에게 매달렸습니다.

"여보. 오늘처럼 당신이 멋져 보인 적이 없어요. 이제 맘 놓고 식사 준비를 할 수 있겠군요."

여우의 아내는 남편 여우에게 사랑스런 뽀뽀를 하였지요.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말야. 우리가 이제 위대하신 호랑이님 부하가 되었으니 대장님의 식사를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아빠 여우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맞아요. 맞아. 우리가 식사 준비할 때, 토끼 세 마리씩만 더 잡으면 돼요."

"그렇게 해요. 이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정도 수고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죠."

아이들도 아내도 모두 대찬성이었어요.

 

(4)

호랑이는 다음날부터 편히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어요. 아침이면 어김없이 여우가 갓 잡아 갖다 놓은 싱싱한 토끼가 다섯 마리 놓여 있었어요. 점심 때면 족제비가 놓여져 있었고 저녁이 되면 너구리가 놓여져 있었어요. 어떨 땐 오리나 닭이 식사로 나올 때도 있었고 가끔은 들쥐가 간식으로 나오기도 했어요.

여우는 열심히 호랑이에게 음식을 갖다 바쳤어요. 힘들기는 했지만 마음껏 산을 뛰어다녔어요. 호랑이야 자기 집에서 혼자 어슬렁거리니 이제 왕은 여우나 다음 없었어요. 다른 동물들도 여우가 나타나면 재빨리 숨기 바빴어요. 혹시 여우에게 잘못 보이면 호랑이가 덮칠지 모르니까요. 여우보다 덩치가 큰 오소리마저도 숨어 지냈지요.

"사랑스런 부하야."

어느 날 호랑이가 여우를 불렀어요.

"예. 불렀습니까?"

여우는 머리를 조아리며 냉큼 달려갔지요.

"어제 들으니까 목소리가 아주 고와 노래를 아주 잘 하는 새가 있던데 혹시 아느냐?"

여우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뚱단지처럼 갑자기 목소리 고운 새를 물어보니 황당할 수밖에요. 여우는 호랑이가 무엇 때문에 물어보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새들은 모두 노래를 잘 부른답니다. 위대하신 호랑이 대장님."

여우는 자기가 혹시 잘못 대답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아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답니다. 물론 그것은 아주 지혜로운 대답이었어요.

"이런, 나는 지금 노래를 잘 하는 새의 이름을 묻고 있다."

호랑이가 크게 소리를 쳤어요. 여우는 움찔 놀라 가슴을 졸였어요. 그래서 얼른 이렇게 덧붙였지요.

"대부분 새들이 노래를 잘 하긴 하지만 꾀꼬리만큼 잘하지는 못할 겁니다. 꾀꼬리는 정말 하늘에서 천사가 노래를 하는 것 같지요."

여우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호랑이에게 아첨을 하며 대답하였습니다.

"꾀꼬리? 맞아. 꾀꼬리야. 자넨 내일까지 꾀꼬리를 모두 잡아 없애!"

호랑이가 바람처럼 소리쳤습니다. 호랑이의 목소리는 바위처럼 쩌렁쩌렁했습니다.

"예? 대장님. 목소리 고운 꾀꼬리를 왜?"

여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노래 잘 하는 새 이름을 물어놓고는 이제 그 새를 모두 잡아 없애라니요.

"나는 이 숲 속의 왕이다. 그런데 나보다 더 노래를 잘 부르는 동물이 있다니. 그건 이 왕을 모독하는 일이야."

 

(5)

여우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빠, 왜 그래요?"

두 아들이 아빠를 맞이하며 물었어요.

"아니, 여보, 당신 안색이 좋지 않아요. 호랑이 대장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저녁 식사 준비를 하던 아내 여우가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휴. 큰일이군."

아빠 여우는 낮에 호랑이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어요.

"글쎄 하늘로 날아다니는 꾀꼬리를 무슨 수로 잡지?"

아빠 여우는 지혜로웠지만 새를 사냥해 본 적은 없었어요. 가끔 까치를 잡긴 했지만 그건 다리를 다쳤을 때뿐이었지요. 여우 가족은 머리를 맞대고 끙끙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올빼미한테 부탁하는 건 어때요? 올빼미랑은 친하니까 호랑이 대장님의 말을 대신 전할 게 있다고 꾀꼬리를 모아 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꾀꼬리가 모두 모이면 그 때 우리 여우들이 한꺼번에 덮치는 거지요."

아빠 여우는 저녁을 먹고 밤이 깊어지자 박달나무 아래 올빼미에게 찾아갔어요.

 

"올빼미님. 저 여우예요."

여우는 조심스럽게 올빼미에게 인사를 했어요. 올빼미는 여우와 사이좋게 들쥐를 잡아먹기 때문에 친해졌답니다.

"어이구. 이거 호랑이 대장님을 호위하고 있는 여우님이 오셨네. 바쁘실 텐데 어쩐 일인가?"

올빼미는 모처럼 여우 친구가 오자 반가웠어요. 호랑이 부하가 된 뒤 여우를 통 만나지 못했거든요.

"올빼미님 도움이 필요해서요."

여우는 올빼미에게 꾀꼬리를 모아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우리 새들도 호랑이를 모두 무서워하고 있지. 암. 날아다니는 새든지, 걸어다니는 동물이든지, 기어다니는 뱀이든지, 이 숲에서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은 없어. 내 적극적으로 도와줌세. 그게 우리 새들이 사는 길이지."

올빼미는 쉽게 여우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어요. 여우는 답례로 들쥐 세 마리를 올빼미에게 주었지요.

 

(6)

그날 밤, 잠이 덜 깬 채로 꾀꼬리들이 바위 앞에 날아들었습니다. 새끼들은 피곤한지 이내 잠이 들어 버렸고 엄마 아빠 꾀꼬리들도 졸음을 이기지 못해 꾸벅꾸벅 졸았답니다. 여우 가족은 숨도 쉬지 않고 숨어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아빠 여우의 신호와 함께 순식간에 달려들어 꾀꼬리 가족을 죽여 버렸지요.

다음날 아침, 여우는 꾀꼬리 가족을 호랑이에게 갖다 바쳤습니다. 호랑이는 기분 좋게 꾀꼬리를 먹어 치웠습니다. 새끼 한 마리를 여우에게 던져 주자 여우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꾀꼬리 새끼를 먹었습니다. 겁쟁이였던 호랑이는 점점 기고만장 해졌습니다. 자신이 예전에 겁쟁이였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렸지요. 그러나 그 겁쟁이 마음은 조금씩 열등감으로 변했답니다. 자기보다 뛰어난 다른 동물이 있는 걸 참지 못하게 된 거지요.

"이 산에 달리기 잘하는 동물이 있구나."

이렇게 말 한마디만 하면 여우는 냉큼 말 뜻을 알아듣고 토끼 가족을 죽였습니다.

다음날엔

"이 산에 울음소리가 괴상한 동물이 있구나." 해서 야생 고양이 가족이 여우에게 죽었고,

그 다음날엔

"여기에 나무를 잘 타는 작은 동물이 있구나." 해서 다람쥐와 청설모가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땅을 잘 파는 두더지와 족제비, 뿔이 아름다운 사슴 가족, 넝쿨을 잘 타고 원숭이까지 숲 속의 동물들은 하나씩 사라져갔습니다.

 

(7)

열등감이 점점 심해진 호랑이는 여우에게 온갖 구실을 만들어 동물들을 죽이게 했습니다. 여우는 피곤을 무릅쓰고 호랑이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습니다. 이제 남아 있는 동물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렇게 되자 호랑이와 여우가 먹을 식사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지요.

"여보. 이제 이 곳엔 우리가 먹을 들쥐 밖에 남아 있질 않아요."

"그렇구려. 이제 어떻게 하면 좋담? 그렇다고 무서운 호랑이 말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고."

아빠 여우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습니다.

아빠 여우는 걱정을 가득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여우씨. 일어나 보세요."

여우는 꾀꼬리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잠을 깼어요. 여우는 지난 날의 잘못이 떠 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용서해줘요. 지난 번에 나도 어쩔 수 없었다오."

"알아요.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거죠?"

"이제라니?"

"보세요. 이 산에는 이제 여우 가족 말고는 아무 동물이 남아 있질 않다구요."

"들쥐가 남아있긴 하지."

"그래요. 그렇지만 들쥐는 동물 축에도 끼지 못하잖아요. 여우님 식사는 될 수 있어도 호랑이 식사는 될 수 없어요. 아마 들쥐를 호랑이 식사로 바치려면 이 산에 있는 들쥐를 모두 잡아 바쳐도 모자랄 거예요."

"맞아.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 안 그러면 호랑이가 날 잡아 먹을 거야."

"맞아요. 내일 아침이면 분명히 여우님을 잡아 먹을 거예요. 여우님 말고는 아무 동물이 없으니까요."

여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꾀꼬리 말이 맞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사실 호랑이는 겁쟁이 대장이에요. 그래서 자기보다 잘하는 동물들을 모두 죽이라고 한 거지요."

여우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어요.

"내일, 호랑이가 부르거든 겁내지 말고 당당히 다가서서 싸우세요. 그러면 당신이 이길 거예요."

"안 돼. 안 돼. 어떻게 호랑이랑 싸워. 덩치를 보라구. 바위보다 더 큰데. 난 그렇게 할 수 없어."

"그렇다면 도망가는 수밖에 없어요. 내일 아침이면 분명 호랑이는 여우님을 먹으려 할 거예요. 내 말 명심하세요. 그럼 안녕."

 

꾀꼬리는 이내 사라졌어요. 여우는 꾀꼬리를 부르며 잠에서 깨어났어요.

"휴우, 꿈이었군. 그래. 호랑이와 맞서 싸울 수 없다면 도망치는 수밖에 없어."

아빠 여우는 가족을 모두 깨웠어요. 그리고 밤새도록 달려 산을 도망쳤어요. 그리고 도망간 다른 산에서 다시는 새들을 괴롭히지 않았어요.

 

(8)

아침이 밝았어요. 호랑이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걸 보고 화가 났어요.

"여우야. 어디에서 뭘 하느냐. 아침 식사도 준비하지 않고."

으르렁거리며 소리를 쳤지만 숲은 조용했어요. 간혹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어요.

"여우야!"

호랑이는 더욱 세계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나 이제 그 소리를 듣고 무서워 할 동물은 아무도 없어요. 모두 잡혀 죽었거나 도망갔으니까요.

"여우야! 여우야!"

호랑이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어요. 그 소리에 나뭇잎이 우르르 떨어졌어요.

"크아앙! 아무도 없느냐!"

"......"

숲은 조용하기만 했어요. 호랑이는 그제서야 여우가 도망간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어제 여우가 살짝 말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위대하신 호랑이 대장님. 그런데 이제 여기 숲 속엔 들쥐 말곤 아무 동물도 살지 않습니다. 더 이상 잡아 죽일 동물이 없어요."

"그렇지만 네가 있지 않느냐. 넌 무엇이든 내 말을 잘 들으니까 난 상관 없어."

이렇게 말한 자기 모습도 떠올랐구요.

호랑이는 여우가 떠난 것을 알자 더욱 배가 고파졌습니다. 그 동안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식사를 하였기에 이제는 움직이는 것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멀리서 들쥐 한 마리가 휘리릭 지나가는 게 보였어요. 호랑이는 너무 배가 고파 들쥐라도 잡아 먹으려고 껑충 뛰어 보았지만, 들쥐는 어느새 보이질 않았어요. 용감한 들쥐가 겁쟁이 호랑이보다 열 배는 더 빠르게 도망쳤거든요.

그날 이후 겁쟁이 호랑이는 다시는 식사를 하지 못했답니다. 왜냐구요? 그거야 당연히 식사를 차려 주는 여우도 도망갔고 잡아 먹을 동물도 모두 죽어버렸으니까요. 그럼 겁쟁이 호랑이는 죽었냐구요? 글쎄요. 호랑이가 굶고서 며칠을 살 수 있는지는 호랑이한테 물어 보아야 알 수 있어요. 어쩌면 아직도 울면서 여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순 겁쟁이 호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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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방 2008-05-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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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빛 아름 안아다가
큰 대청에 쏟아 놓고
땀 빚어 풀먹이며
실가닥마다 숨결붓는
꼬리연
어둠 걷으며
아침으로 일어서네.

2.
돋을볕 날개펼쳐
푸른 바다 뒤덮고
수놓아 입힌 사연
색동으로 살아나면
해말간
광안리에서
그리움의 실을 풀리.

3.
댓가지 가지마다
사랑모아 입맞추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가녀린 손이 되어
한 올씩
푸는 얼레엔
입김조차 성스럽다.

4.
띄워올린 높이보다
더 가까이 있는 마음
밀려오는 바람보다
더 넒게 안은 가슴
그리움
하나만 달고
고고하게 춤추는 학.

5.
구름 너머 있을까
산 넘으면 행여 볼까
돋움질한 발목으론
포말 희게 부서지고
숨조차
멈춘 하늘에
그리움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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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날과 어버이날이 지나고 | 생각 쪼가리 2008-05-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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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란 표현은

내가 주체가 되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라고 말한다면 나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어린이날

우리 가족은 춘천에 가서 메밀막국수 체험을 하고

직접 만든 막국수를 온 가족이 함께 먹었고

소양감댐을 거쳐 춘천명물닭갈비를 먹고 왔다.

 

어버이날은

양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감사함과 사랑함을 전달하였다.

 

큰딸 아이는 학교에서 수련회 갔다가 저녁에 와서

헤어나올 수 없는 잠 속으로 빠져들었고

막내 딸은 엄마 손을 잡고 홈에버로 가서

5천원짜리 옷을 하나 선물하였다.

 

아빠는 하고 물으니

아빠는 엄마가 행복하면 아빠도 행복할 거라며

옆지기가 지레 안심을 시켜 준다.

 

그렇게 보낸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니

뭐가 '지나고'란 표현이 어울린단 말인가.

 

그런데도 내게는

그렇게 들린다.

 

가슴이 막막해지는 이 아득함.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함.

하늘 높이 솟아오른 연처럼

점처럼 되어 버린 연을 바라보는 그 심정으로

연줄이 끊어질까 조마조마하는 그 어린아이 가슴으로

 

나를 되돌아본다.

연을 보아야 할 것인가

실타래를 보아야 할 것인가

내 손을 보아야 할 것인가

다른 사람의 연을 보아야 할 것인가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5월에는

볼수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월은

그래서 더욱 청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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