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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건강 - 조화로운 삶(헬렌 니어링) | 밑줄 긋기 2009-11-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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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류시화 역/헬렌 니어링 공저/스콧 니어링 공저 | 보리 | 2000년 04월

 

 

브리태니커 백과 사전을 펼쳐 보면 건강에 대한 설명을 읽을 수 있다.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건강 : 몸이 튼튼하거나 행복한 상태. 이 상태에서 생물체는 자신의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한다. 그리고 다른 뜻으로는 도덕적 또는 심리적으로 행복한 상태."
- 120쪽




우주의 삼라만상과 마찬가지로 사람 또한 행복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 121쪽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

 

-------------------------------

 

건강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몸이 행복한 상태를 말한다.

 

몸이 행복한 상태.

참 추상적인 말이다.

행복이 원래 추상적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할 때

마음이 행복할 뿐만 아니라

몸도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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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을 뚫고 | 생각 쪼가리 2009-11-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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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아침부터 무거웠다.
이런 날은 어르신들도 신경이 예민해진다.
관절통도 생기고 두통도 생기고
마음에 짜증이 먹구름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아침부터 몇 분의 어르신은 불편한 심기를 늘어놓아
요양원은 힘든 걸음을 떼고 있었다.
 
웃음치료 시간은 다가오고
아침 회의 때 논의된,
키 작으신 어르신을 앞자리로 앉게 해드리자는 의견에
때 아닌 자리다툼으로 더욱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어두움을 뚫고, 먹구름을 뚫고, 모든 소란과 의심과 질투의 소리들을 뚫고
내리꽂는 햇살처럼 웃음치료사 선생님이 바람처럼 날아왔다.
 
힘겹고 아프고 눈물 겨운 하루들이
언제 그랬냐 싶게 치료사 선생님의 인도로 순식간에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먹구름.
어르신들은 빠르게 동화되기 시작했다.
치료사 선생님의 어깨춤에 이내 함께 덩실거리고
아침 내내 힘들게 했던 어르신은 일어나 함께 춤을 추신다.
 



 
그래서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알 수 없는 어떤 어려움이 까만 먹구름처럼, 메뚜기 떼처럼 몰려와도
아니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몸 움직이기를 힘들게 하는
짜증스런 시간들도
햇살 한 방에 나가 떨어져 버리는
 
그 찰나의 순간이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와 기도와 소망.
 
그 믿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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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녀도 기만적인가 | 밑줄 긋기 2009-11-0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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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고 기만적이었다.

절대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종종 학생들의 엄마를 볼 때가 있었다.

모두 똑똑하고 생활력도 있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앞에서는 작고 약해지는 것 같았다.

 

- 205쪽,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저/김현우 역 | 민음사 | 2008년 09월

 

 

당신은 이 정의 또는 특성의 설명에 동의하는가?

 

이 글에서 '아이들'이란 자신의 가족 또는 주변 이웃의 가족으로서 존재하는 '자녀들'이다. 텔레비전이나 뉴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결코 아니다.

 

이 소설은 영국작가의 책 "알링턴 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라는 책이며, 문단, 언론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책 뒤편에 적힌 칭찬 또는 공감의 글을 읽어보자.

 

--------------------------

 

마놀로블라닉도 스타벅스도 나오지 않는,

진짜 현실을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

 

모성은 여성의 본능인가,

현모양처의 신화에 반기를 든 불온한 소설

위기의 주부들, 그들의 일상 뒤에 감춰진 불안과 권태

 

* 세상과의 타협, 특히 어머니가 된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직면해 피하지 못하는 타협에 관한 소설,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꼭 읽어야 할 책 - 영국<옵저버>

 

*모성이 지닌 모호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매우 드문 소설 -미국<엔터테인먼트 위클리>

 

* 현대 사회의 풍요 뒤에 도사린 위험, 그것이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그린 현명하고 영리한 풍자. - 미국<엘르>

 

* 삶의 핵심에 존재하는 진실에 대한 감각이 살아 있고, 지성적인 서술은 매우 민첩하면서도 날카롭다. -미국<더 보스턴 글로브>

 

----------------------------

 

 

당신은 당신 자녀가 모두 허세부리기를 좋아한다고 믿는가?

당신은 당신 자녀가 모두 기만적이라고 믿는가?

절대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가?

 

극단적인 표현이리라.

그렇게 믿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체험하는가?

 

* 자신의 자녀들 - 이 경험은 아주 직접적이고 현실적이며 개인적이다.

* 주변의 자녀들 - 이 경험은 유리창을 통해 보거나, 이웃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듣거나 가끔은 놀러온 이웃 가족과 함께 일부분을 경험한다.

* 뉴스의 자녀들 - 뉴스는 대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기사화 되기 때문에, 내 자녀는 절대 그렇지 않아, 라는 신념을 더욱 가지게 만드는 엄청난 아이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진짜 주부들이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며, 얼마나 공감을 하며 읽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미 언론에서는 이 책에 쓰여진 주부들의 생각들이 불편하지만 진실이라고 말한다. 볼온하지만 모성만이 여성의 본능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참아왔지만 그것이 진정 하고 싶었던 내면의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많은 언론들이 정말 그렇다는 듯이, 대단한 작가라며 추켜 세워준다.

 

지금까지의 기본 개념을 깨트리고 불편한 속내를 끄집어 낸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속마음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칭잔 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 속마음들이, 작가만의 속마음인지, 대부분 주부들의 속마음인지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쩌면 그 갸웃거림은 "내 자녀의 경험"에서 오는 거부감일 수도 있으리라.

아니면, 모두가 그렇고 사실이 그런데, 나만 속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내에게 속고, 자녀에게 속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속마음까지 모두, 결혼할 당시의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부부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결혼 15년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는 아직도, 날마다 문자 메시지로 "사랑해"를 주고 받으니, 모든 부부들이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살아가는 것일까? 의심스러워진다.

 

자녀를 몹쓸 짐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여성성을 찾는 것이라면, 모성의 본능을 버리는 것이 여성성을 찾는 것이라면, 그것은 좌파 우파 논리처럼, 흑백논리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이 책이 그러한 속마음 일부를 마이크를 들이댄 것처럼, 확대경을 들이댄 것처럼, 앰프를 거쳐 스피커로 확대해 나가는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저, 작은 일부분을 확대 해석하고, 그 부분만 집중해서 그런 것이라고. 아직 우리 세상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가족이 더 많다고....

 

남편이 집에 들어서면, 낯선 집에 온 것처럼, 서걱거리는 모래가 된다면 이를 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알링턴파크라는 도시가 주는 중산층의 이미지. 그것에 걸맞게 살아가려는 노력의 모든 것은, 삶이라는 것이,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집중시키고,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의 아파트로 넓혀 가는 것이 아님을 오히려 반어적으로 깨우치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본다.

그런 외침이라고 여겨진다.

의외로 그런 가정이 많다고, 그런 주부가 많다고. 이제 좀더 진솔해지고 자유롭고 싶다고.

 

 

오늘 다시, 내 아이들과 내 가족을 생각해본다.

우리 가족의 모습은, 하루는 과연 어떠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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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일부 | 밑줄 긋기 2009-11-04 08:28
http://blog.yes24.com/document/1696513 복사 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그녀는 자신도 그 세상의 일부라고 느꼈다.

전적으로 그 기념비적인 삶과, 그 장엄함의 일부가 된 거라고 느꼈다.

 

183쪽,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

 

 

 

축하할 일이다.

그녀가 드디어 자신을 세상의 기능을 담당하는 한 존재,

세상을 구성하는 어느 구석진 곳이라도 달려 있는 볼트 하나.

그 볼트 하나가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없으면 어느 기능이 망가지고, 서서히 무너지는 세계를 이어주는

실날 같은 희망 한 줄기다.

 

이전부터 그러했지만 단지 깨닫지 못했던 그 기능을

그 자신을 드디어 찾게 된 것이다.

 

그러함으로써, 진정 세계와 맞물려 돌아가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장엄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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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이란, | 밑줄 긋기 2009-11-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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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이란,

밤낮으로 흔들리며 멈추지도 못하고,

의미도 모른 채

그저 매달린 채 가야 하는,

절대 놓쳐 버릴 수 없는 여행길이었다.

 

-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177쪽,

 

그녀에게 있어 삶은 그런 여정이었다.

아, 고달파라.

저렇게 매달린 채 가야만 하는 여정이라면.

하루라도 그렇게 온전히 눈 깨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녀만큼 내 삶도 음침하고 음산했지만

의미도 모른 채

매달려 가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글을 읽으며,

그래, 바로 내 삶이야! 하며 동질감을 느낄까를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부연 하늘이 순식간에 맑아졌다.

그래선 안 되는 여정이기에 그렇다.

 

끌려가더라도 의미를 모른 채 가선 안 되는 길.

밤낮으로 흔들리더라도

찰나의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그 고요를 찾아내는

그 여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멈추지 못하면

질병으로라도, 상처로라도

잠시 멈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탈북했다 중국에서 붙잡혀 다시 중국으로 끌려가는 열차 안에서

몸 날려 기차 밖으로 떨어지다 허리를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북으로 끌려가는 그 열차 안에

그대로 멈추지 못하고 달려가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 내 삶의 여정은 어떤가.

더러는 맞고

더러는 틀리지만

아, 내 삶의 여정은 어떠한가.

흔들리는 불안한 마차 안에서

세상을 바로 보는가.

아니면, 흔들리는 마차를 보는

길 가에 서서 손 흔드는

가난한 농부인가.

 

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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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동화) 붕붕이의 꿈-신종플루와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 낙서장/이벤트 2009-11-02 08:58
http://blog.yes24.com/document/1692289 복사 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붕붕이의 꿈

 

살바람이 차갑게 한 차례 지나갔어요.

에취.

무너진 건물 아래에 누워 있던 작은 양은 그릇이 기침을 했어요. 그릇은 군데군데 시커멓게 녹이 슬어 있었고 여기저기가 찌그러져 볼품이 없어 보였어요.

톡- 톡-.

"누구지?"

그릇은 오랜만에 누가 찾아왔나 싶어 실눈을 떴어요.

후두둑.

먼지잼처럼 가만가만 내리던 빗줄기가 어느새 굵은 작달비로 변했어요.

'아, 비다. 비꽃이 나를 건드렸구나.'

그릇은 감격하여 혼자 중얼거렸어요.

따당- 따당-. 비는 노래를 부르듯이 그릇을 두들겼어요. 그릇은 계속해서 기침을 하면서도 비를 맞는 것이 즐거워 보여요. 오후가 되자 따사로운 햇살이 찾아 들었어요.

'이젠 햇살까지. 세상이 놀랄 일이군.'

그릇은 눈을 번쩍 떴어요. 하늘을 쳐다 보았어요. 시커먼 구름들 사이로 눈부신 해님이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어요.

"정말 해님이군. 그렇다면 녹슬어 병든 이 몸도 다시 건강해질지 몰라."

그릇은 쭈그러진 자신의 몸을 쫘악 펴서 구석구석 햇살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도시에 폐쇄 명령이 내려지고 명희네가 떠난 뒤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해님이에요. 도시병이라는 무서운 병이 도시를 휩쓸어 명희를 아프게 할 때가 2080년이었어요. 그릇은 그 뒤로 날짜를 잊어 버렸어요.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사라져 버리고, 해님도 사라지고 비도 내리지 않았어요.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도시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거든요.

포로롱. 참새 한 마리가 날아 왔어요. 참새는 그릇 앞에 살짝 앉더니 주위를 이리저리 맴돌았어요. 자세히 보니 한쪽 눈이 이그러져 있어요. 아마도 도시병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참새구나. 뭘 찾는 거니?"

"배가 고파요. 여기에는 먹을 만한 게 없나요? 열매나 씨앗 같은 거요."

참새가 이그러진 눈이 아픈지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어요.

"보다시피 여긴 무너진 건물만 있는 황폐한 도시잖니. 사람도 살지 못하는 곳인데 무슨 먹을 게 있겠니."

"비도 오고 해님도 나타났잖아요."

"그래. 비도 오고 햇살도 내리 쬐었지. 하지만 오늘 처음인 걸? 앞으로 또 언제 비가 내리고 해님이 나타날지 몰라."

"엄마가 비가 오고 해님이 있는 곳은 먹을 게 있을 거라고 했는데……."

참새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포로롱 날아가 버렸어요.

"참새야!"

그릇은 소리쳐 불렀지만 참새는 이미 멀리 날아간 뒤였어요.

"이런, 명희가 가고 난 뒤 처음 찾아온 손님인데 그냥 가 버렸구나."

그릇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며칠이 지났어요. 까치 한 마리가 한쪽 발로 깡중거리며 뛰어왔어요. 까치는 한쪽 발가락이 심하게 휘어져 있어 두 발로 제대로 걸을 수가 없는 상태였어요.

"먹을 걸 찾나 보구나."

"예. 여긴 먹을 게 없나요?"

"여기에 뭐 먹을 게 있겠니. 다 무너진 건물들 뿐인데."

"그럼, 그릇에 담긴 물이라도 마실게요."

까치가 오물거리며 그릇에 고인 빗물을 찍어 먹었어요.

"잠깐, 빗물이 먹을 만 하니?"

그릇이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괜찮은데요. 엄마랑 살던 숲에서 먹던 물맛이랑 비슷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오염이 많이 되었을 텐데."

그릇은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아저씨. 저기 뒤에 나무 같은 건 뭐예요? 마른 나뭇잎은 먹을 수 있는 건가요?"

"나무? 가만 있자. 그래. 맞아. 나무가 한 그루 있었지. 그건 명희가 태어나던 날 명희 아빠가 기념으로 심은 감나무일 게야. 그게 아직도 있단 말이야?"

"비쩍 마른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하지만 죽었을 거야. 여긴 살아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모두 죽어버렸지. 저 나무가 살아 있다면 몇 살이나 되었을까? 명희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저씨. 아까부터 명희, 명희 하는데, 명희가 누구예요?"

"명희가 보고 싶구나. 명희도 날 그리워하고 있을까?"

그릇은 대답은 하지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명희를 좋아하셨군요."

까치가 다시 한 번 그릇에 담긴 빗물을 콕 찍어 먹었어요.

"명희가 날 더 좋아했지. 잘 때도 나를 꼭 안고 잠이 들었으니까. 명희가 말을 안 듣고 울면, 명희 엄마가 말했지. 너 계속 울면 붕붕이, 밖에다 내다 버린다! 그러면 명희는 울음을 뚝 그쳤어."

"하하, 아저씨 이름이 붕붕이에요?"

"그래그래. 명희가 날 그렇게 불렀어. 나는 이것저것 비벼 먹는 밥그릇이었어. 그런데 명희가 날 가지고 자동차처럼 붕- 붕- 하며 놀았지. 내 몸 안에다가 작은 인형도 태우고 말야. 그러면 난 정말 자동차가 된 것처럼 신나게 달렸어. 그러면 명희는 기분이 좋아 까르르 웃었지. 대부분 아이들은 혼자만 좋아하는 물건들이 있게 마련이야. 대부분 털도 복실거리고 예쁘게 치장한 인형이나 베게 같은 것들이지. 그런데 명희는 나처럼 하찮은 걸 좋아했어. 털도 없을 뿐더러 느낌도 차가운데 말야. 그렇지만 명희는 날 장난감이 아닌 친구로 대해 주었어."

붕붕 아저씨는 어느새 오래 전의 붕붕이로 돌아가 있었어요.

"명희는 내 안에다 감나무 잎을 따서 넣었단다.

'이건 간식이야.'

명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지. 나도 향긋한 감나무 잎이 좋았어. 어떨 땐 잘 익은 감을 넣어 줄 때도 있었어. 그러면 나도 살짝 홍시 맛을 보기도 했지. 명희는 늘 혼자였어. 혼자서 소꿉놀이를 했지. 혼자 엄마도 하고, 혼자 아빠도 하면서 말야."

까치는 어느새 붕붕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쏙 빠져 들었어요.

"명희는 친구가 없었나 보죠?"

"없었지. 내가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명희는 아팠어. 도시병을 심하게 앓았지. 그래서 바깥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학교도 가지 못했단다. 도시병은 큰 도시를 휩쓴 몹쓸 병이었어. 환경이 파괴된 도시에만 나타난 병균이었는데, 면역이 약한 사람들만 골라 공격했지. 병에 걸린 사람들은 밥을 먹어도 모든 영양분을 병균에게 다 빼앗겼단다. 그래서 명희는 키도 자라지 않았어. 다른 아이들보다 명희가 유독 심했다고 해. 그래서 늘 집 안에서만 지내야 했구."

"그런데 아저씬 지금 왜 밖에 나와 있어요?"

까치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붕붕이에게 물었어요. 그릇은 한참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어요.

"명희가 아팠던 게 정말 나 때문인지도 몰라. 난 너무 오래 되고 지저분했거든. 의사 선생님이 도시병이라고 얘기했는데도 명희 엄마는 명희가 너무 나하고만 놀아서 내 몸에 붙어 있는 나쁜 세균이 옮겨 갔다고 얘길했지. "

그릇은 그 때를 생각하자 온 몸이 떨렸어요. 그릇 안에 담긴 물이 포르르 물결치며 흔들거렸지요.

"엄마가 날 버린다고 하자 명희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그러자 명희 엄마가 마루 앞 마당에 작은 화단을 만들기 시작했어. 명희가 슬퍼하지 않도록, 꽃을 보고 즐거워 하라고 말이지. 나는 그 때 흙을 퍼담고 나르는 일을 했어. 명희 엄마는 화단에 꽃을 다 심고 난 뒤에도 화단 옆에 나를 놔 두었지. 그게 얼마나 큰 다행이고 축복인지 몰라. 명희는 창가에 앉아서 날마다 나를 지켜 보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까치는 이제 아예 붕붕 아저씨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도시가 점점 병들어 갔어. 사람도 동물도 같이 병이 들었지. 그 날은 기분이 아침부터 이상했어. 어디선가 끊임 없이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어. 쥐들이 꼭 뭔가를 갉아 먹는 소리 같기도 했고. 그런데 난 데 없이 도시병으로 홀쭉해진 고양이가 화단으로 뛰어 들어 왔어.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정신이 이상해져서 그랬는지 화단 위를 마구 뛰어다니며 짓밟았지. 그러더니 나를 물고는 휙 달아나기 시작한 거야.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그 때였어. 명희가 벌떡 일어난 거야. 무슨 힘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몰라. 그러고는 문을 벌컥 연 거야. 깜짝 놀란 고양이가 나를 놓고는 그대로 도망갔지. 순식간의 일이었어. 명희가 맨 발로 마당으로 내려 왔지. 나는 엎어진 채로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었어. 명희가 나를 들어 올렸어. 눈에 눈물이 글썽했지. 흙을 툭툭 털고는 나를 살포시 껴안았어. 나는 행복감에 빠져 들었지. 아마 명희도 마찬가지 기분이었을 거야. 그런데 뭔가 쿠르릉 하며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어. 명희도 기분이 이상했는지 뒤를 돌아 보았지. 그 때였어.

우르르.

갑자기 건물이 무너지면서 마루를 덮쳤어. 명희가 조금 전까지 자리에 앉아 있던 바로 그 자리였지. 명희는 나를 안고 우두커니 무너진 집을 쳐다 보았어. 그날 도시병의 무시무시한 세균으로 인해 처음으로 도시의 건물들이 무너지는 일이 일어났대. 그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다쳤어. 그 뒤로 도시 곳곳이 무너지기 시작했지. 도시병 세균이 사람 뿐만 아니라 건물에까지 파고들기 시작한 거야. 나라에서는 결국 도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어. 법으로 도시에 살지 못하도록 한 거지. 그래서 명희네도 떠나갔어. 산이 있는 곳으로 말이야."

"그랬군요. 그래서 산에 사람들이 많아졌군요. 하긴 엄마도 저보고 도시로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었는데."

"가만, 산에서 사람들을 보았다구? 그러면 혹시 명희라는 아이를 보지 못했니?"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모르거든요. 그 때문에 이제는 산이 병들어 가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 까치들도 모두 산에 모여드는 바람에 이제는 산에서 다같이 살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많은 새들이 먹을 것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떠났어요. 이곳 도시로도 많이 날아 왔지요."

까치는 부리로 땅을 콕콕 찍어 보았어요. 촉촉한 흙이 부리에 묻었어요.

"땅이 촉촉해졌어요. 어쩌면 식물이 자랄지 몰라요. 그러면 열매도 생기겠죠. 꽃이 피면 나비와 벌도 몰려 올 테고, 그럼 이곳도 다시 좋아질 거예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니?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희망을 가지세요. 저는 다른 곳을 좀 더 돌아보고 올게요."

까치는 인사를 하고 날아갔어요. 그릇은 이내 시무룩해졌어요.

다시 얼마인지 모를 시간이 흘렀어요. 많은 날들이 흘러갔어요. 그릇은 조금씩 더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희미한 금마저 생겼어요. 바람이 불자 금 사이를 뚫고 서늘한 기운이 지나갔어요. 그릇은 추운 듯 몸을 떨었어요. 명희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질 수록 금도 더 벌어지고 자그마한 구멍까지 생겨 버렸어요. 비가 몇 차례 더 오고 햇살도 몇 차례 더 그릇의 몸을 훑고 지나갔어요. 그러나 그릇은 깊은 잠에 빠졌는지 햇살의 어루만지는 손길에도 꿈쩍도 하지 않아요.

겨울이 오고 눈이 내렸어요. 명희가 떠나고 처음 오는 눈이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처음으로 한 차례 지나 간 것을 그릇은 알지 못했어요. 어느새 봄이 왔어요. 아지랑이가 그릇 앞에서 솔솔 피어 올랐어요. 봄비가 살랑거리며 내렸어요. 붕붕 아저씨의 몸이 움찔했어요.

"아야!"

그릇은 작은 목소리로 주위를 살폈어요.

"죄송해요. 잠을 깨워서."

그릇은 소리 나는 곳을 보았어요.

"너, 너는. 가만 네가 어떻게 여길."

그릇은 잠시 할 말을 잊었어요. 파란 새싹이 고개를 빼초롬이 내밀고 있었거든요.

"죄송해요. 그러고보니 제가 아저씨 깨진 금으로 잎을 피워 올렸네요."

"너, 민들레구나. 맞지?"

그릇은 아직 봄꽃 이름을 잊지 않고 있었어요. 민들레는 그릇의 갈라진 틈새로 잎을 피워 올렸어요. 아직은 수줍은 듯 낮게 엎드려 있었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민들레 홀씨들이 이 부군에 많이 떨어졌어요."

"그러고보니 여기저기에 민들레가 태어났구나."

그릇은 흙을 조심스레 느껴 보았어요. 분명히 도시병 세균이 휩쓸던 거칠고 마른 흙이 아니었어요.

"아저씨. 저 때문에 불편하죠?"

"아니, 아니, 괜찮다. 나는 늘 여기에 있었는 걸. 네가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말이다."

그릇은 점점 더 자라나는 민들레 때문에 조금씩 더 금이 갈라졌어요. 그렇지만 민들레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민들레는 드디어 하얀 꽃을 피어 올렸어요. 나비들이 찾아 들었어요. 조금 지나자 벌과 등에가 날아왔어요. 주위에 토끼풀도 듬성듬성 잎을 올렸어요. 무너진 회색빛 건물을 뚫고 초록빛 풀잎들이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다시 비가 내리고 햇살이 내리 쬐었어요. 그릇은 이제 민들레 꽃잎에 거의 가려졌어요. 갈라진 틈 때문에 몸도 불편하고 아팠지만 향기로운 꽃냄새가 좋았어요.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어요. 까치와 참새가 날아왔어요. 도시의 세균들이 다 사라져서 다시 사람들이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알려 줬어요. 도시는 예전 집을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어요. 붕붕이는 날마다 꿈을 꾸어요. 명희가 해말간 웃음으로 뛰어오는 꿈을요. 그릇은 명희가 자기에게 그랬던 것처럼 민들레를 꼭 껴안았어요. 살풋 명희의 말간 웃음이 피어오르는 것 같기도 해요. 둘은 깊은 잠에 빠져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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