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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때론 흑백영화처럼 | 시인의 방 2010-08-3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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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때론 흑백영화처럼

 

 

 

 

 

인생은 때론 흑백영화처럼

가물거리거나

흐릿하거나

또는 같은 색깔로

명암구별이 어려워지거나

 

내 삶이 아닌 듯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듯

 

내 삶의 희노애락을

다른 사람처럼 허허실실 웃거나

망연자실 울거나

그렇게 제3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책 속 주인공 삶에 눈물을 흘리고

영화 속 주인공 삶에 가슴 아파 하듯이

내 삶에 내가 책 속 주인공처럼 기절할 듯 아파하고

내 삶에 내가 영화관 관람객처럼 가슴 조마조마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에.

 

내가 살아온 인생이

사실은 오래 전 흑백영화였다는 사실에

하늘 높이 날아가는 나비를 해맑은 웃음으로 바라보는 주인공처럼

크게 행복한 들숨 내밀어봅니다.

 

오늘은 가슴 따뜻한 영화 한 편 보았습니다.

 

 

2010.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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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묻은 천재작가의 게으른 화제작 | 일반문학 2010-08-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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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저/김혜은 역
작가정신 | 2008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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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 호어스트 에버스, 작가정신

 

 

책 옆띠 소개글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생을 이리 굴리고 저리 주무르는 게으른 호어스트 씨의

유쾌하고도 엉뚱한 인생 측면 수비술

 

반복되는 지루한 우리의 일주일을 날려버릴, 한 남자의 황금 같은 일주일

“호어스트의 이야기는 깃털처럼 가벼운가 하면 허를 찌르는 촌철의 유머로 가득하다. 최상급. 한 마디로 굉장하다.” <쥐트도이체 차이퉁>

 

“나라고 이 생활이 늘 좋기만 한 줄 알아?

당연히 어려운 순간도 닥치고 그러는 법이지. 하지만 그게 바로 인생이야.

버틸 땐 꿋꿋이 버텨야 하는 거라고. 정신 바짝 차리고.” 주인공 호어스트 에버스

 

책 뒷표지

열정적으로 게으르고, 만사 실수투성이에

청소 안 하고 버티기의 제일인자

호어스트 씨가 꿈꾸는 언제나 금요일 같은 삶

 

“어이 호이스트, 자넨 왠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나?”

“그런가? 하지만 그럼 안 되나? 어차피 내 시간인데.”

 

만약 네 시간 동안 일할 목록만 열심히 작성하며 뒹군다면?

하루 종일 창밖만 바라보며 빙판에 넘어지는 사람들 수나 센다면?

몽유병자 행세를 하며 무료 쇼핑을 한다면?

호어스트 에버스의 하루하루는 그런 이벤트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설거지와 창문 닦기, 세금신고라는 거대한 시련 앞에

주저앉기도 하였으니...... 그래도 언제나 그는 마이 웨이이다.

“일찍 일어나면 건강에 해로워” “오늘은 영 자세가 안 나와” 등을 외치며 살아가는 그의 하루하루는 금요일의 연속이다.

그는 오늘도 “건강한 무기력은 황금과도 같다”라는 신념에 맞춰 ‘열심히’ 살아간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만, 세상이 언제나 금요일이기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면서.

 

험한 입으로 세상을 따끈하게 데우는 유쾌한 카바레티스트, 호어스트 에버스의 대표작

 

서평

뭐라고 얘기할까.

또 하나의 엉뚱한 천재작가를 만났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떤 사람들은 그의 이런 이야기가 너무 엉뚱하고 또는 너무 가볍고 또는 너무 진지하지 못해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정치적인 풍자, 블랙 코메디, 뭐 이런 거창한 이름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그의 이야기는 충분히 이율배반적이다.

 

느림 미학을 추구하는 슬로우시티도 아니다. 에니어그램으로 보자면 9번 유형의 특성이 아주 많이 노출된 그런 평화주의자라고나 할까. 그의 일상은 최대의 게으름을 위해 존재하는 듯하지만 결코 화가 나지 않는, 아니 화를 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적어도 그 사회가 한국이라면 분명 엄청난 분노의 표적이 되거나 정신병자로 취급받아 어딘가에 갇혀 지내야 할지도 모를 만큼의 엄청난 사건들이 즐비하다.

 

감히 천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천재적인 개그작가가 일상 소시민을 웃기기 위해 온갖 지혜를 다 짜내는 것처럼, 그의 이야기들은 미학적인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참으로 어설픈 주인공인데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의 무식하고 용감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일상들을 보면 그가 진정한 천재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처음에 이 책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내가 워낙 게으름을 싫어한다고 스스로가 방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결국은 나도 그를 부러워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의 무한한 여유로움과 당당함 앞에, 끝없이 쏟아지는 무식한 자유 앞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언제가 금요일 같은 그가 부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일주일은 가혹하게 흘러간다. 저자가 이런 글을 써서 무대에서 텍스트만 읽어주는 카바레티스트로 20년 이상을 성공하였다니, 그런 그의 사회가 또 부러워진다. 그만의 자유로움이 한껏 부러워진다. 그의 또 다른 저작에 눈길이 간다. 호어스트 에버스라.......

 

밑줄

23쪽

“실망하지 마. 호어스트.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겨우 그런 일 갖고 찌그러지지 말라고.”

“너 지금 나한테 찌그러지지 말라고 했냐? 그건 물더러 젖지 말라는 거랑 똑같아.”

→ 작가의 이 위대한 비유 앞에 입에 들어있던 모든 것들이 자유를 찾아 밖으로 뛰쳐 나올 뻔했다.

 

25쪽

“좋다마다요. 지나간 여행들의 장점이 또 그거 아니겠어요? 예상치 못했던 불쾌한 일이 벌어질 염려가 절대 없다는 점도 그렇고요.” → ‘지나간 여행’이라니. 이런 천재적인 발상 앞에서는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하겠다.

 

29쪽

아침 8시에 이사하는 것만 해도 상식 밖인데 무슨 배짱으로 남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까지 하는 걸까? 그건 마치 머리를 빡빡 깎고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해달라는 것만큼이나 맹랑한 짓이다. → 맹랑함의 대장인 호어스트에게 엿먹이는 제안을 한 그의 친구들도 역시 맹랑꼴리하다.

 

47쪽

시는 고통과 대적하는 나의 무기다. → 가끔씩 이런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찬란한 예술 같은 글귀들이 포함되어 있다.

 

63쪽

적시에 구사하는 건강한 무기력은 말하자면 황금이다! → 그의 황금같은 언어구사력은 필설하기 힘든 언어영역이다.

 

74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근처 피자집으로 들어간다. 집 주소를 말하고 그리로 피자 한 판을 주문. 그리고 기왕에 가는 길이니 나도 함께 데려가달라고 배달기사를 설득한다. → 뭐, 이 정도의 아이디어는 한 손으로 코 후비면서 피자 한 판 먹어치우는 수준의 얄팍한 내공이다.

 

127쪽

버스에서 내려 빗속에 우뚝 섰다. 50미터 앞에 지붕이 있는 간이 대기소가 보였지만 꼼짝 않고 서서 몸이 흠뻑 젖게 내버려두었다. 혹시나 이런 방법으로 심야버스에서 잠들어 버리는 한심한 버릇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난 그런 사람이다. 자신에게도 엄격하고 공평무사한. → 한껏 동정하던 나의 심장을 한 순간에 박살내어 버린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173쪽

고통스런 비명이 터져 나올 뻔한 순간 나는 문득 고통이 잠시나마 두려움을 몰아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그는 심리학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현실요법도 사용할 줄 알았다. 그는 그런 깨달음 뒤에 스스로 커피잔을 손등에 부으며 두려움을 이겨내었다.

 

그 상태도 나쁘지 않다. 일부러 커피를 조금 손등에 쏟아 짧지만, 두려움이 없는 몇 초를 즐긴다. 그리고 히죽 웃는다. ……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남은 커피를 마저 손등에 붓는다. 역시 효과가 있었다.

 

211쪽

어느 세대에게나 시대의 기술적 진보에 더 이상 보조를 맞출 수 없게 되는 순간이 닥치게 마련이다. → 책을 읽으며 가장 유식한 한 대목을 건졌다. 올레!! 얼마나 기뻤던지. 그 순간 나는 내가 점점 호어스트처럼 되고 있는 걸 깨달았다.

 

230쪽

그것은 노년의 장점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보다 젊은 여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니 말이다. 이 얼마나 긍정적인 결말인가! → 그의 완벽한 천재적 발견 앞에 모든 노인 남자들은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해야 할 터이다.

 

234쪽

그때 부엌에서 귀청이 터질 듯 요란한 소음이 들려온다. 세탁기가 탈수를 시작한 것이다. 약 2분에 걸쳐 울리고, 진동하고, 덜커덩거리고, 천둥 번개가 친다. 세탁기의 원초적 힘, 그 제어불가의 감동적인 근원력 앞에……. → 그는 그저 게으르고 무식한 게 아니었다. 이 얼마나 과학적이며(약 2분에 걸쳐), 문학적인가. 그의 세밀한 묘사 앞에 우리 역시 감동하지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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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시인이 아니다 | 시인의 방 2010-08-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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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시인이 아니다

 

요나단 이태훈

 

 

새벽에 시 쓰고

시인소리 들으니

한낮 햇살

땀방울 낯간지럽게 이마까지 붉게붉게 타오른다

아직은 독자이고 싶어

책갈피에 바람 같은 눈길 두어 번

활자는 살아서 별빛으로 쏟아진다

읽지 않아도 우주의 향연

때론 비가 되어

부끄러웠던 이마에, 손등에

가시처럼 따갑다

삶은 내게 하루종일 시로 화답하며 읊조린다

시는 내게 읊조림이 아니라 차라리 울음이다

시는 내게 울음이 아니라 차라리 관조다

시는 내게 관조가 아니라 차라리 노래다

안데스 산맥 그 끝에서 불어오는 팬플릇의 처연한 떨림이다

울 수 없어

끝내 웃어버리는,

환하고 슬픈 눈동자

강들은 콘크리트 속에 갇히고

사슴은 도로 위에서 죽어가며 나를 응시한다

나는 나를 마주할 수 없다

아직은 시인이 아니다

시인할 수 없는 슬픈 동물이다

 

201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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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용서를 좇아가는 사랑 | 일반문학 2010-08-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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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저/이미선 역
열림원 |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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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열림원

 

책을 읽는 내내 아팠다. 내가 아미르 잔이 된 것도 같았고 하산이 된 것도 같았다. 때로는 그들의 아버지 바바가 된 것도 같았고 또 다른 가족 소랍이 된 것도 같았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또 다른 사랑과 또 다른 우정들이 겹쳐졌다 풀렸다 하며 씨줄과 날줄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더듬어 갔다. 정치가 있었고 음모가 있었으며 배신과 억압이 드러난 힘줄처럼 탱탱했다.

 

나는 연을 잘 날리지 못했다. 책에 소개된 것처럼 손가락에 피를 묻히면서까지 연싸움을 해 본 기억이 없다. 연은 이야기의 불씨다. 이미 꺼진 듯 했지만 끝까지 숨어서 생명을 살려내는 모질고 모진 끈기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는 순간까지도 숨어서 불을 피워내는 끈질긴 연줄과 같다. 상대방의 연에 끊겨 저 혼자 멀리 날아가는 연일지라도 결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그런 삶.

 

아이였던 아미르와 하산이 연을 날리며 풀어내는 이야기는 미국을 침공하는 아프가니스탄의 9·11 테러까지 이어지며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속수무책의 ‘거대한 슬픔’으로 장년이 된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후회와 죄책감으로 성장한 성인은 자신의 틀 속에 숨어 있지만 결국 다시 연으로 되돌아 가며 아이가 된다. 무수한 세월을 버리고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의 희망으로 가느다란 연줄을 잡아 당긴다.

 

아, 아미르가 하산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꺽꺽 울어댔던 것처럼 나도 책장을 덮으며 치밀어 오르는 슬픔의 분화구를 가슴으로 간신히 삭힌다. 아프다. 눈이 아프다. 파란 하늘에 연을 날리는 아미르와 하산, 그리고 소랍의 모습이 겹친다. ‘천 번이라도’ 당신을 위해 달려가 연을 가져오겠다는 그 약속. 약속은 이어진다. 삶이 그렇게 이어지는 것처럼.

 

===================================================

 

9쪽

2001년 12월

나는 열두 살 나이에 지금의 내가 되어버렸다. ...

아무리 깊이 묻어둬도 과거는 항상 기어나오게 마련이다.

 

13쪽

왜 아버지는 항상 어른들하고만 시간을 보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28쪽

그는 항상 어떤 것이 흑이고 어떤 것이 백인지 결정했다. 그런 식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되는 법이다.

 

32쪽

“자, 율법 선생이 뭐라고 가르치건 세상에 죄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딱 한 가지뿐이다. 다른 모든 죄는 도둑질의 변형일 뿐이다. 알겠니?”

...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33쪽

“얘야, 도둑질보다 더 나쁜 짓은 없다. 사람 목숨이건 빵 한 덩어리건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져가는 사람에게는 침을 뱉어주고 싶다.”

 

38쪽

“자식이란 스케치북이 아니네. 자네가 좋아하는 색깔로 스케치북을 채울 수는 없어.”

 

39쪽

“그 애가 자기 길을 찾도록 내버려두게.”

 

53쪽

신이 네게 특별한 재능을 주셨다. ... 신이 주신 재능을 허비하는 사람은 바보다.

 

55쪽

사실 슬퍼야만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니잖아요. ... 글쓰기의 목표 중 하나인 아이러니에 대해 알게 된 날 밤에, 글쓰기의 함정인 플롯의 결함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이었다.

 

186쪽

우리 시선은 하늘을 날고 있는 연에 고정되어 있었다. 우리 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187쪽

내 시선이 우리 옷 가방으로 되돌아왔다. 그것을 보자 바바가 안쓰러워졌다. 그가 짓고 계획하고 싸우고 안달하고 꿈꾸었던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그의 삶의 최종적인 합계였다. 실망스러운 아들 하나와 옷 가방 두 개가 고작이었다.

 

212쪽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상당히 과장을 잘 하는 경향이 있다네. 자격이 없는데도 훌륭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 그러나 자네 아버지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충분한, 극소수의 사람들에 속할 자질을 갖추고 있다네.”

 

318쪽

그녀를 잃는 것이 하산에게 힘이 든 것 같았다. 처음부터 없는 것보다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 원래 더 힘든 법이니까.

 

364쪽

망가진 손으로 운전대를 조종하면서 그는 몇 년 전에 알았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길가의 진흙 오두막집 마을들을 가리켰다. 그 사람들 대부분이 죽었거나 파키스탄의 난민촌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죽은 사람들 운이 더 좋은 것 같아요.”

 

451쪽

“할 수 있다면 네 아버지를 용서하렴. 원한다면 나를 용서하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을 용서하거라.”

 

513쪽

아이들은 그렇게 공포심에 대처한다. 그들은 잠이 들어버린다.

 

534쪽

머릿속이 악마 떼로 득실거릴 때면 균형 잡힌 시각이란 사치에 불과하다.

 

535쪽

‘삶은 계속된다’라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시작과 끝, 위기나 카나르시스에 상관하지 않고 삶은 계속된다. 느린 흙퉇성이 대상행렬처럼 앞을 향해 계속된다.

 

538쪽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소지품을 모아서 짐을 꾸린 다음 한밤중에 예고 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

 

541쪽

침묵은 버튼을 눌러서 삶을 완전히 꺼버리는 것이다.

 

547쪽

바바는 파리채를 들고 식탁에 앉아서 파리들이 이 벽 저 벽을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윙윙거리는 것을 보다가 뛰어다니곤 했다. 그는 “이놈의 나라에서는 파리들조차 시간에 쫓긴다니까”라며 투덜댔다.

 

556쪽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

나는 달렸다. 고함을 질러대는 아이들 무리와 함께 다 큰 어른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 그렇게 나는 달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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