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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소심 에바의 첫중학교 적응기 | 청소년소설 2017-11-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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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뭐 어쨌다고

부키 바이뱃 글그림/홍주연 역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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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어쨌다고>
-열세 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나는 열세 살보다 무려 x배나 나이가 많다. 그리고 에바 같은 열세 살 딸을 두고 있지도 않고 (큰 딸은 무려 두 배나 많다.) 주변에 열세 살 비슷한 조카나 손녀나 친구의 딸이나 친구의 친구의 딸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 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를 훔쳐보고 싶었다. 내가 거쳐갔던 열세 살이지만,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열세 살은 어떤지 궁금했다. 그리고, 만약 혹시라도 열세 살 아이를 만난다면,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남자만 입학하는 중학교에 들어갔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바리깡으로 머리를 빡빡 밀었고, 까만 일본 잔재의 교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다녔다. 학교는 인권 없는 교권만 권력으로 가득했고, 시험을 치고 나면 학년별로 100등까지 석차와 이름이 교무실 앞에 나붙었다. 기를 쓰고 100등 안에 들려고 노력했다. 100등 안에는 들어야 우등생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중학교의 유일한 따뜻한 기억은, 국어 시간에 들어온 교생이 책에 있던 시 낭송을 시켰고, 모두 교과서 읽는 전형적인 딱딱한 음정으로 영혼 없는 목소리로 마지 못해 시를 읽고 앉을 때, 유일하게 감정을 넣어 읽음으로써 단번에 젊은 여자 교생 선생님들에게 인기를 독차지 하게 되었던, 그래서 시간마다 교생 선생님들은 나에게 시를 읽어보라고 시켰던, 따뜻한 기억이 있다.

또 하나의 불행한 기억은, 독후감에 대한 것이다. 중학교에서도 시 쓰고 책 읽기 좋아하는 아이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갑자기 3학년 국어선생님이 교무실로 오라고 불렀다. 무슨 잘못한 일이 있나 싶어 갔더니 급하게 되었다고, 내일까지 아무 책이나 읽고 독후감을 써오란다. 급하게 맡길 사람이 없단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고민이 되었다. 책을 읽지 않고도 대충 독후감을 써낼 수는 있었지만,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읽은 책이 없어 독후감을 쓸 책이 없었다. 그러다 양심을 지키는 범위에서 선택한 책이 에드가 엘런 포의 “고양이”였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 그러나 이 책은 장르문학이었다. 순문학의 범주에 들지 않는, 그러니까 그 당시 분위기로 보면, 심심풀이로 보는 만화책과 같은 부류에 속하는 책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추리소설을 독후감으로 작성해 갔다. 원고지를 받아든 선생님은 묘한 웃음(사실은 약간 비웃음)을 흘리고는 두고 가라고 했다. 나중에 그 독후감은 제출되지 않은 것을 알았다.

내게 중학교는 억압, 단절, 강요 같은 단어들이 더 많이 부유하는 시절에 대한 기억이 많았다. 첫 중학교를 부임했던 원더우먼 별명을 받은 너무너무 예뻤던, 모든 학생들이 우리반을 부러워했던, 영어 담임 선생님이 만우절날 기적적으로 다른 곳으로 전근 가는 바람에 펑펑 울고 난 뒤로 중학교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에바는, 중학교를 정말 새로운 곳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건 사실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새 친구, 새 선생님. 새로운 과목. 모든 것이 낯설고 물설고 그래서 외톨이가 되기 딱 좋은 시스템으로 첨벙, 홀로 뛰어드는 곳이다.


에바는 스스로 모든 면에서 나은 게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남들보다 적응이 더 힘들었다. 심지어는 학교 급식마저도 그랬다. 식단이 문제가 아니라, 3학년부터 배식을 받고 1학년은 맨 마지막에 받으면서도, 식사는 더 빨리 끝내야 하는 불공평함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특별 시간에도 결정장애로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해 자습만 하는 반에 배정받고 만 에바.

소극적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에바. 그 모습은 대부분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유난히 사교성이 많고 활달하여 적응을 잘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말 없는 소수가 더 많다.

표지에 나타난 에바의 온갖 모습들을 보라. 딱 소심한 내 모습이다. 그건 중학교에 갓 들어가지 않더라도, 첫 고등학교, 첫 대학교, 첫 직장, 첫 동호회 등 어디서나 나타난다.


말없이 조용히 앉아만 있거나, 시키는 대로만 하거나, 자기 정체성을 결코 드러내지 않고 불평도 안으로 삼키고, 혼자 힘들어하는, 모두 열세 살 에바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에바는 무미건조한 자습반에서 놀라운 일을 시작하기 시작한다. 간식 바꿔먹기. 우리가 늘 하던 먹방놀이가 아니던가. 혼자 먹는 일 없이 늘 나눠먹기 좋아하는 우리네 사람들. 에바는 한국인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렇게 에바는 작은 일 하나를 시작하면서 성장하고 성숙해간다. 에바는 아무것도 대들고 반항한 것이 없었지만, 교칙을 위반하고, 주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주의만큼 철이 들었다. 열세 살에서 열네 살이 될 준비를 마쳤다.


중학교에 갓 들어가는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소심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나, 친구의 친구에게 추천한다. 사실 우리 모두가 에바다. 사실 우리 모두가 열세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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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읽는 시그림책-흔들린다 | 일반문학 2017-11-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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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흔들린다

함민복 저/한성옥 그림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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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으로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책에다
무얼 담을 수 있을까
어차피 담을 시는 정해져 있는데

그렇게 흔들린다,는 내게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다가왔다
도대체, 시 하나로 책을 만든다는 게
시 하나로 독자와 만난다는 게
말이나 돼? 그러면서

책을 만지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오른쪽으로 불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무슨 색이라고 해야할까
녹색과 푸른색이 섞인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켜
불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는
한 그루 나무는
흔들리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흔들리고 있었다
얼마나 바람이 거센지
나무 이파리들은 온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시 한 줄이 나오기 전까지
책은 나무를 숲을 바람을
어둠속, 아직 시간을 잉태하기 전 시간으로
깊게 채색했다
바람은 불었으나
흔들림은 없었다

책 한쪽면을 가득 채운 푸른 나무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아
그 크기가 어마어마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큰 나무였다

그 무성했던
단단한 몸통을 가졌던 나무가
바람에
온통 바람에
이파리 몇 개 남긴
쓸쓸한 나무가 되고 말았다


“너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시를 읽으며
그림을 보며
이제야 “흔들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는다

내가 그렇게 흔들렸던 것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기 위해
온 몸통으로 흔들렸었다는 것을

이파리 하나
가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그렇게 이를 부들부들 떨며
온몸으로 흔들렸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책
천천히 천천히
흔들리며 읽는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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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 시인의 방 2017-11-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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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포도 한 송이
다 먹고서야 알았네

작은 포도가
커다란 나무였음을

201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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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민낯도서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 비소설 2017-11-0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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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박현아 저
세나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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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민낯도서 - "프리랜서 번역가 수업"


참 솔직한 책이었다

숨겨져 있던 번역가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낸

그래서 그것이 오히려 감점요인이 될 것만 같은 불안한 책이었다.


번역가라는 조금은 멋져 보이는 직업

리랜서라는 황홀한 자유

그렇다면 단 하나경제적인 자립도는 얼마나 될까

그것만 확인된다면 누구라도 당장 뛰어들 바다같은 블루오션 직업군이 아니던가.


그래서 혹시 노년에라도 번역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어 

번역까페에도 발만 담그고 있은 지 어언 수 년


구글 번역기가 위용을 자랑하고 

딥 러닝에 의한 인공지능이 점점 가속에 가속을 더하는 시대에 

번역가는 혹시 사라질 직업군은 아닌지 또 걱정이 되는 순간.

눈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당당한 프리랜서 일본어 번역가 박현아의 번역가 생존기가 나타났다.


번역가로 들어선 초기에는 월 30만원의 알바수준으로 견뎌내야 한다는 것과, 10년차 이상이 되어도 사실 큰 돈은 벌지 못하고(그치만 남들만큼은 벌 수 있는), 늘 안테나를 세우고 일감을 받기 위해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술술 저자의 입에서 수다쟁이처럼 흘러나온다.


경제적 불안정은 일상의 자유로움과 맞바꾸는 것인데그 교환가치의 가중에 따라 어떤 사람은 좀더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고어떤 사람은 좀더 불행에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행성인 사람은 저녁 여섯 시부터 새벽까지 일하고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잠을 잘 수 있고일하다 쇼핑몰에 들어가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 자유로운 직업그러나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촘촘한 조직이나 네트웍이 없어 홀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는 고독한 자유인.


어쨌든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번역가의 삶에 대해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거짓없이 모든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한마디로 속시원한 책이다너무 솔직해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더 많아질 것 같기도 하지만어쨌든 누군가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좀더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얻고스스로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과 경험에 의해 쓰여진 책이기에단순한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사람 사는 맛이 퐁퐁 솟아나는인정이 물감처럼 스며있는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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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축 구도의 놀라운 추리소설 | 일반문학 2017-11-0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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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저/유혜인 역
북플라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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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은 뭔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것으로 제목의 의미를 알고 나면 끔찍한 사건 현장의 모습에 치를 떨게 된다사건의 발단이 영화가 아닌 책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그렇지만 소설은 사건 발생부만 끔찍함을 연출한다그 다음부터는 유명인사가 된 강력계 형사 울프(늑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형사다)와 범인의 무한대결이 펼쳐진다범인은 시체 손가락으로 울프집을 가리키면서 도전장을 내밀고 울프 형사는 개인적인 정의감으로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하며 사건을 뒤쫓는다.

 

여섯 명을 살인하고 이들 신체 한 부위씩 바늘로 인형처럼 연결하여 봉제인형 살인사건이라는 별칭이 붙은 희대의 살인사건그리고 방송국 앵커인 울프의 옛 아내에게 보내온 앞으로 죽일 여섯 명의 명단여섯 명의 명단 맨 마지막에는 울프 형사 이름이 적혀있다이 얼마나 놀랄만한 도전장인가자신을 잡기 위해 날뛰는 울프 형사를 제물로 삼겠다는 범인.

 

범인은 한 명씩 명단에 적힌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다경찰들은 이름의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를 찾아내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경찰보다 범인의 머리가 조금 더 좋다그래서 이야기는 숨 쉴 틈 없이 이어지고 가독성과 흡입력은 2배속으로 돌아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피해자의 복잡한 관계성 때문이다보통 추리소설은 한 명의 피해자로 시작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과거의 살인사건이 드러나는 정도인데이번 책에서는 이미 여섯 명이 죽어 시작부터 혼란을 안겨준다그러니까 경찰은 봉제인형처럼 하나의 시신으로 묶인 여섯 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부터 진행해야 했다.

 

그렇지만 범인이 예고한 살인의 대상자도 이름만 나온 상태여서 사건의 관계성에 따른 실제 인물을 찾아야 하고그를 찾아 죽음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공학적 또는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면(이 부분이 제일 약하지만어쨌든 6*6의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이다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거대한 구성을 착안하고 이를 해결하려 했을까놀랍도록 복잡한 구성과거에 죽은 여섯 명이 x앞으로 죽을 여섯 명이 y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경찰 내부의 관계가 z다차원적인 관계를 그리는 작가의 치밀함에 그저 입을 벌린 채 놀랄 수밖에 없었다걱정도 되었고....

 

단순하게 묶어서 3차원의 관계지 사실은 복잡한 12축 구도를 가진 스토리였다결국 마지막에 가서 울프와 범인은 조우하게 된다그렇지만 추리소설은 역시 멋진 반전을 숨겨 놓았고그 반전은 3축 구성이든, 12축 구성이든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집고 털어버린다.

 

원래 늑대는 참 좋은 동물이라고 한다울프라는 책도 읽었고 동영상도 본 적이 있다늑대는 동화에서 못된 짐승으로 나오지만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법은 없단다겨울에는 들쥐로만 연명하는 고독한 늑대울프가 바로 진짜 그 늑대 같았다제목은 끔찍했지만내용은 사랑과 배신이 치즈처럼 끈적거린다올해 읽은 좋은 추리소설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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