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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깊이와 감동이 가득한 팩션 고양이 소설 | 일반문학 2018-01-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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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제임스 헤리엇 저/김석희 역
아시아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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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앙증맞은 고양이 팩션 소설

아, 책을 덮고 나자 아쉬움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가 쓴 다른 책이 없나 하고 두리번거렸다. 책 뒤쪽 안날개에는 해리엇이 쓴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수의사 해리엇의 개 이야기와 크고 작은 생물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을 주섬주섬 카트에 담았다.

이번 책 “고양이”는 그가 지금까지 쓴 내용들 가운데 고양이 관련만 골라 모은 것이라고 하니 나중에 그의 최초 저작들을 구입한다면 겹치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짧은 이야기들은 감동과 아름다움 그리고 한낮의 평화로움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함이 아지랑이처럼 계속 올라온다.

처음에는 수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글로 기록한 에세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모든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작한 소설이라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아, 그때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른다. 이게 소설이었다니. 새삼 저자의 이력이 새롭게 보였다.

1916년 생? 100년 전 인물?
최근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가 의외로 고전에 속할 만큼 오래된 책임을 알고 또 놀랐다. 이미 50년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영국 BBC에서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들이 참 안목이 높고 또 따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왜 이리 가슴 설레게 하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하고 “로마인 이야기” 번역은 물론 “번역자의 서재” 책을 낸 김석희의 번역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가 읽으니 그야말로 3박자가 딱 들어맞는 셈이었다. 책은 정말 고양이처럼 앙증맞았다. 포켓용처럼 작았고, 책도 200쪽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어서 사실은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가 정성껏 써내려간 10개의 고양이 이야기들은 금방 하나 읽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든다.


최근 들어 고양이 관련 책이 급부상하며 여기저기서 온갖 고양이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특히 고양이책을 좋아해서 수집하다시피 모으고 읽고 있는데 어떤 책들은 돈 주고 사보기 아까운 책들이 종종 나온다. 여기저기 긁어 모아 재탕한 책들도 있고, 이미 비슷한 내용으로 나왔던 책을 조금 바꾸어 다른 저자 이름으로 나온 것들도 있어 고양이 책을 고를 때 약간 조심성이 생겼다.

그런 실망이 증가되던 때에 만난 수의사 해리엇의 재미난 고양이 이야기들은 하루의 일상에 묻혀온 스트레스를 몽땅 사라지게 해 주었다. 특히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저자가 수의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가 모두 포함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고양이와 살더라도 그 삶의 반경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이야기들은 고양이 집사의 고양이 동거 기록들과 사진 에세이류 그리고 인생철학론 등이었다면, 이번 책은 수의사라는 또 다른 선글라스를 끼고 고양이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약간은 옅은 수채화 풍의 고양이 그림들은 그 자체로 소장의 가치가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문학적 깊이가 가득한, 고양이 이야기 책이라는 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께, 동물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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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서평) 사소한 것들 | 비소설 2018-01-2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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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소한 것들

앤디 앤드루스 저/이경식 역
세종서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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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


뭣이 중헌디!


막 깍은 듯 보이는 깔끔한 연필과 동그랗게 말린 채 고양이처럼 연필 옆에 웅크리고 있는 나뭇결의 잔재 두 마리가 누워 있는, 참 담백한 표지 앞에서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을 쓴 사람이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위대한 책을 쓴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다시 책 표지를 보니 맨 앞에 “밀리언셀러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저자의 신작”이라는 광고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원작 작가를 모르더라도, 저 감독이라면 믿고 볼 수 있어, 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스토리는 별로더라도, 저 배우가 나오는 건 무조건 좋아. 하며 신뢰하는 배우가 있다.

작가가 누구인지 알고 나서 나는 영화를 볼 때의 그런 감정이 들었다. 이 작가라면 믿고 볼만 해. 이 책은 어떤 내용일까, 하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 그런 느낌은, 폰더씨를 만나본 사람만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앞부분에 “저자의 글”이 27쪽까지 좀 길게 서술되어 있는데, 저자는 어떻게 자신의 고집을 편집자와 싸워 이 책에 반영했는지, 그리고 폰더씨 이후 얼마나 많은 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컨설팅을 했는지 밝혔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자랑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도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가 2003년에 발간되어 어느새 15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으니 독자들이 자신을 잘 몰라보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의심, 주저함, 소심함, 그리고 내가 그런 사람이니 이제 의심을 거두고 이 책을 잘 읽어주세요, 하는 노파심에서 발현된 글이 아닌가 이해된다.

그래서 거의 30쪽이 다 되어서야 숫자 “1”이 얼마나 중요한지, 쇠못 하나를 빼먹었을 때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지, 미국이 공기총 한 자루로 어떻게 인디언들의 혼을 빼놓으며 동서를 가로질러 갔는지, 위대한 스파이가 부러진 5센트 하나 때문에 어떻게 붙잡히고 마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설한다.

그렇다. 사소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자동차를 조립한다고 하면, 좋은 품질의 엔진을 장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엉터리 나사 하나를 사용했을 때의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경구로 알고 있는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는 말을 정면으로 맞받아친다. 사소하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소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한 것이라면 우리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시 역설한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라.”

그래서 도입부에 설명한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 패배에 얽힌 기막힌 비화, 쇠못 때문에,는 잊지 못할 충격을 안겨준다. 실화냐?라는 질문을 던질 만큼 나폴레옹의 패배를 만든 원인은 지극히 작고 사소했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1월도 어느새 중반을 넘어섰다. 벌써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새해 결심한 것들을 하루하루 달성해가는 것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팔굽혀펴기 한 번을 매일 하는 것이 1년 뒤에 어떤 자신을 완성시켜 주는지.

사소한 것은 우리를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왜냐하면 그것은 작고 사소한 것이니까. 누구라도 놓치고 갈 수 있는 것이니까. 올해는 사소한 것에 좀더 집중하고 싶다. 큰 목표가 아니라, 작은 목표, 어떤 사람들은 듣고 비웃을 수도 있는 사소한 것. 그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뭣이 중헌디. 이렇게 묻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하자. 사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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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면 동남아로 가자 | 비소설 2018-01-1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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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뜬다 아세안

감성현 저
슬로래빗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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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다, 아세안>

그의 여행의 변은 상당히 자극적이었고 도발적이었다. 통상의 여행 에세이 또는 사진 에세이의 틀을 깨는, 그렇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상업적 발로에서 나온, 책에서 저자가 무수히 현지인들에게 당한 일종의 사기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드는 이야기.

그의 여행은 책 뒤표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추운 한국에서 난방비를 마련하지 못해 궁상맞게 오돌오돌 떨면서 글을 쓰느니 차라리 따뜻한 나라에 가서 글을 쓰라’는 친구의 말 한 마디에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그저 미친 가스요금을 피해 떠나온 동남아.
난방비 무서워 떠난 동남아 10국 방랑기록.

책 앞면에 뒷면에 커다란 글씨로 써 놓은 이 문구를 광고회사를 다닌 것으로 짐작되는 저자도 처음부터 승인했을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독자인 고객?을 너무 상업성 짙은 선그라스를 끼고 유도했다. 하지만 솔직하게 그런 도발적인 민낯을 과대포장처럼 드러내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까, 하는 질문에는 어쩌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또는 출판사의 이런 거침없는 직구 광고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인 생각으로 볼 일만은 아닌 것. 어쨌든 그런 양가감정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작가의 블로그를 찾아보니 참 책을 많이도 읽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동질감을 느꼈다. 책 네 권을 내고도 연봉 400만원에 불과하다는 그의 푸념이 너무 반가워서다. 그리고 나처럼 책을 참 많이 읽는구나, 싶어 묘한 동질의식이 느껴진다. 다만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간접여행을 하고 있고, 그는 정말 온몸으로 10개국을 돌아다녀 살아있는 경험이 온 세포에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작가처럼 회사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글만 쓰는 작가가 되지 못한 나는 그의 책을 출퇴근 길에 배낭에 넣고 다니며 읽었다. 책이 무거웠다. 그는 사진을 참 잘, 예쁘게 감성적인 포인트를 잘 잡아 찍었는데, 일단 사진이 무지 많다. 좋은 사진을 좋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종이 질이 고급스럽다. 그래서 무겁다. 책도 360쪽이 넘어간다. 그리고 편집. 아, 정말 대단한 편집이다.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빡빡한 책은 처음이다. 글자도 작다. 위 아래 여백도 거의 없다. 빽빽하게 채워진 글을 통해 그가 만난 풍경과 사람과 여행을 하는 다른 여행자들을 만난다. 두세 장 읽고 나면 그가 보물처럼 건져올린 사진들이 오밀조밀 민낯을 드러낸다. 그의 사진감각은 탁월하다. 그가 전망 좋은 곳을 가기 위해 산을 오르고 또 올라 사진을 찍었던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결혼 초, 큰 딸이 태어나는 날, 회사에서 12박으로 다녀온 유럽 여행과 3일짜리 일본 출장이 해외여행의 전부다. 거의 20년 전의 이야기다. 이제는 오래 걷는 것이 힘들어져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으며 허전함을 달래보기만 한다. 그동안 많은 여행 에세이를 읽었지만 감성현 작가의 “뜬다 아세안”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만 같다.

슬리퍼 찍찍 끌고 앞뒤로 배낭 하나씩 매고 동남아를 누빈 그가 솔직히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여행기지만 반은 그의 고생한 흔적으로 보여지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떠나보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행복감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꾸밈없이 기록된 그의 슬리퍼 이야기.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많이 줄인 것 같다. 책이 저렇게 두껍고, 글자가 빽빽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알찬 여행만큼이나 “뜬다 아세안”도 알차다.

마지막으로 “뜬다”의 제목을 생각해본다. 무엇이 뜬다는 것일까? 아세안 여행이 이제 바야흐로 이 책을 기점으로 뜬다는 뜻일까? 아니면, 떠난다는 개념을 가지는, 아세안으로 가자,라고 부추기는 말일까. 고개를 갸웃거려보지만 어디에도 그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혼자 추측하다 그만 두고 만다. 아무려면 어떤가. 아시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떠나는 것도 충분히 황홀한 일인 것을.


나도 회사를 관두고 글만 쓰기 시작하면, 곧 동남아로 뜨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나보다 조금 젊은 그가 여행기의 휘갈긴 늙음에 대한 글이 새삼 나를 더 긴장하게 한다.

“나에게 늙음은 공포다. 의지와 상관없이 변형돼가는 나의 모습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 정신만이라도 젊게 유지해야지. 낡아지는 건 상관없는데 늙어지는 건 싫다. 누군가는 철들면 끝이란다. 철드는 순간 늙은 거라고.

가능한 오랫동안 철부지로 살아내고 싶다.”
(뜬다 아세안,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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