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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지역 출판사의 행복한 생존기-부산의 “산지니” 출판사 | 비소설 2018-11-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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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강수걸,권경옥,권문경,양아름,윤은미,문호영,박지민,정선재 공저
산지니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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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지역 출판사의 행복한 생존기-부산의 산지니출판사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부끄럽게도 어줍잖게 한 2년 출판사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출판사를 운영했다고 하면 무슨 거창한 출판사를 차린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제 책을 출판해주는 곳이 없어서 제가 출판사를 차려 책을 펴내어 보려고 차린 것입니다. 돈이 없으니 종이책은 출판할 수 없고, 전자책이라도 출판해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집주소를 사업장으로 두고 행복한 풀잎으로 등록하였습니다. 달마다 한 권씩 출판한다고 보고하고 첫 책은 오래 전에 써두고 출판하지 못했던 단편동화 숲속의 엉터리 왕을 전자출판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행복한 풀잎으로 검색하면 딱 한 권이 나옵니다. 물론 유페이퍼 전자책 출판사를 통해 다수의 단편동화와 장편동화를 출판했지만 여전히 출판사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딱 눈에 들어와 누가 가져가기 전에 얼른 채 온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산지니>라는 부산 출판사의 10년 생존기입니다.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저는 한 권의 책을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집으로 오는 길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해 다른 책들과 섞어 읽으면서도 4일만에 완독하고 말았습니다.

 

저자가 산지니 출판사의 대표인 강수걸 단독으로 되어 있지 않고 강수걸 외로 되어 있는 까닭은 이 책이 산지니 출판사의 대표인 강수걸 씨를 포함해 총 8명의 출판사 직원들이 모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은 출판사의 자유롭고 가족같은 분위기를 잘 전달해줍니다.



 

생존기라고 표현은 했지만 여느 가정집을 훔쳐보는 것처럼 출판사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다양한 구성원들의 입을 통해 읽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산지니라는 부산 지역 출판사를 지금까지 살아있게 하고 10년 동안 수백 권의 책을 낼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강수걸 대표도 밝혔듯이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부산에서 출판사를 한다고 했을 때 모두 두 손 들고 말렸던 출판사. 특히 지방 출판사. 대부분 문인들이 자신들의 문학 작품을 출판하기 위해 운영하는 수준이던 지방 출판사 사이에서 산지니는 모름지기 모든 방면의 책을 골고루 출판하며 다양한 수상작도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참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대신 행복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재밌는 글을 읽으면서 얼굴 가득 함박 웃음을 지으며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 이렇게 잘 성공했구나. 물론 밝히지 않은 행간의 아픔과 고통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건 성공이라고 봐야겠죠.

 

책에는 다양한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아기자기하게 알콩달콩하게 버무러져 있습니다. 막노동 현장에서부터 영화 촬영장으로의 변신까지. 또 일본 독자가 찾아온 흐뭇한 미담까지 두루두루 깨알 같은 재미가 가득했습니다.



 

사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산지니에서 낸 수백 종의 책 가운데 제가 읽은 책이 단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매년 200권씩 읽는다 하면서도 어찌 그 유명한 산지니가 생소한 출판사였을까. 혹시나 하여 인터넷으로 산지니의 출판물을 거듭 확인해 보았지만 눈에 익은 몇 권의 책이 눈에 들어온 걸 제외하고는 모두 생소한 책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책에서 책을 출판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나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복기한 내용들을 읽으며, 산지니 출판사가 참으로 제 취향의 출판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라질 책을 소개한 글도 좋았고, 한나 아렌트와 하이데거의 연애를 다룬 이야기도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홍콩의 본토주의나 중국의 흩어진 모래도 관심이 갔구요. 산지니가 그 유명한 오늘의 문예비평계간지를 펴내는 곳이었다니, 충격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닙니다.

 

부산에서 자란 저로서는 산지니 출판사가 더 소중하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산지니의 책을 차근차근 구해봐야겠습니다.

 

일단은 가볍게 소설 한 권을 구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출판사를 알게 된 기쁨, 또 좋은 책들을 알게 된 기쁨, 겹으로 행복한 시간들을 만끽했습니다. 산지니가 부산에서 영원히 좋은 출판사로 대를 이어 뿌리를 내리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

 

 

300년이라는 브라질의 긴 노예제 기간 동안 흑인들은 그들의 노동력, 쓸모라는 단 하나의 척도로 평가되며 인간이 아닌 상품으로 거래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부모와 자식은 헤어져야 했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아프리카 각지에서 온 흑인들은 그들을 가축으로 부리는 백인들의 감시 하에 살아야 했습니다. (76, 브라질 흑인의 역사와 문화소개하는 글에서)

 

이정표가 남는 글이 생기면 사유의 지도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인 공부방식을 거부하는 이유는 좌표를 찾아가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글쓰기란 거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입니다. ... 글쓰는 행위를 저는 사상한다라는 동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분열 상태로 내모는 행위입니다. (208, 윤여일 작가와의 만남)

 

내 글은 솔직한 글은 아닙니다. ... 글 쓰는 행위 또한 읽어주는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실제 글을 쓸 때도 솔직하게 글을 썼지만, 읽힐 것을 염두에 두었기에 솔직하게 쓰지 못했습니다. (209, 윤여일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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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수학의 감각 | 인문-사회-철학 2018-11-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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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학의 감각

박병하 저
행성B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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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수학의 감각]

 

자칭 문과 출신 성분자를 위한 철학적 수학 인문서가 나왔다.

수학의 감각 - 지극히 인문학적인 수학 이야기



 

수학의 감각이라니제목부터가 수상하고 뭔가 형이상학적이다감각이란 형이하학적인 영역의 언어다감각은 피부의 다섯 가지 지각 구성원으로부터 직접적인 자극을 통해 받아들이는 느낌을 말한다.

 

그런데 수학의 감각이라고 하면 수학을 통해 뭔가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있다는 말인데수학은 느낌을 논하는 학문이 아니다계산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밝히고 증명하는 학문이다느낌 따위로 포장할  있는 학문이 아닌 것이다그럼에도 감각이라는 형이하학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느낌이나 자극을 강조한 것은 아마도 자칭 문과 출신이라 여기는  같은 사람 수포자(수학 포기자) 위한 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그런 면에서   새롭게 지은 제목 '수학의 감각' 탁월하다뭔가 원시적인 자극이 있을 것만 같다.

 

 책은 원래 2009년에 ‘수학 읽는 CEO’라는 책으로 출간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출판사도 바뀌면서 제목도 표지도 갈아 입었다. ‘수학 읽는 CEO’라는 제목을 보면 저자가 경영학을 전공했기에 수학과 경영을 접목하려 했다는 느낌이 든다하지만  책의 대상이 굳이 CEO  필요는 없다아무리 읽어봐도 CEO 경영과 연결 지을 내용은 거의 없다.

 

후기를 쓰고 있는 필자는 학창시절 ‘국어를 가장 잘하고 수학을 가장 못하면서도 어처구니없이 기계공학과에 입학  4 동안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 사람이다수학이라면 아예  눈을 질끈 감아버릴 정도로 수학을 무서워하는 수학 포비아다얼마나 수학을 두려워했는지는 차마 가슴이 아파 여기에 적지를 못하겠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학문을 접하면서 수학이야말로 철학의 기본임을 알게 되었다우리가 수학을 어렵게 배워서 그렇지 철학자들은 대부분 수학을 공부하면서 철학과 연결시켰고철학의 많은 사상들은 수학의 개념에서 출발한다는 사실들도 알게 되었다.

 

책은 수학 공포증을 가진 나를 조심스레 다독거리며 수학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하며 조금씩 지경을 넓히며 나갔다저자는 경영학을 전공한  대학원 공부를 하다 수학에 빠져 러시아로 가서 수학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학논리학을 전공한 부분을 살려 매우 논리적으로 수학의 인문학적인 부분들을 증명해 나간다증명한다고 해서 ‘공리’  공공적으로 시인된 것을 다루는 딱딱한 책이 아니다저자의 이야기는 하나의 소설처럼 과거에서부터 현대로 이어지며 매우 다양한 수학의 개념들을 풀어헤친다.

 

저자는 처음에 경영학을 했으니 인문학과 공학의 중간 지점에 걸친 학문을  셈인데이러한 그의 이력은 그가 논리수학을 전공한 이유를  대변해준다그는 수학을 접하면서 0-7 개념에 의문을 품었다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일곱을   있단 말인가나누기는  어떤가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는 연암 박지원의 "알고 싶은 대상 자체를 너무 가까이서 보지 말고 사심 없이 적당한 거리로 물러서 주위까지 고루 보며 낱낱이 살려라' 글을 읽으며 수학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점과 직선평면의 기본 개념부터 흔들기 시작한 그의 인문학적 수학 탐구는 충분히 흥미로웠고 읽는 재미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의 역할까지 무리없이 소화했다.

 

오래 전에 0 얼마나 위대한 발명인가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책에서도  부분을 상세하게 다룬다아마 인류의 발전은 0 발명과 함께  차원이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그리고 한용운 시의 [복종] 0 특징으로 빗댄 그의 인문학적 접근은 탄성을 지를 만하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없는 까닭입니다.

(한용운복종전문)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은 부분은 바로 절대 기하학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선 공리 허무는 수많은 시도와 그로 인해 탄생한 로바쳅스키 시스템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선 공리는, ' 평행선은 절대로 만날  없다'라는 것인데과연 그럴까 하는 의심의 출발이 로바쳅스키의 시선이었다 동안 알고 있던 직선과 평면에 대한 개념이 단박에 무너졌다.

 

평면은 평평하고 직선은 반듯하다" 보는 의심 없는 암기 지식에 번쩍 하고 섬광이 가해졌고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눈이 열렸다암흑의 터널을 지나 갑자기 광명의 세상으로 나온 것만 같았다마침 수행하고 있던 특허청 과제에 있어서도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바다를 이동하는 선박의 항해경로는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볼 때 지구가 둥근 구형이라고 보아서  유클리드 기하학의 직선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로바쳅스키 이론 개념을 적용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얘기는 해보았지만 물론 적용되지는 않았다.



 

저자는 수학이라는 학문은 가능한 모든 증명을 의심하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아무리 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패러다임 자체를 의심하라고 조언한다책의 소제목들을 보면  흐름을   있다.

 

때로는 시스템을 뒤집어 엎어라.

멀리서 보아야 전체가 보인다.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 형식을 고민하라.

 틀리면  좋다.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아무리 해도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스템 자체의 결함에서 기인한 것일  있다그것을 직시하고 과감하게 껴안아야 한다. ... 시스템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수학의 감각, 93)

 

저자는 숫자도형기하학미적분 개념수와 직선의 만남수와 공간의 만남들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있게 인문학적 개념으로철학적 접근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독자들이 수학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폭을 넓히고 깊이있게 이해할  있도록 시야를 넓히고 사고의 지경을 넓혀주었다.

 

근본 뿌리는 그렇다고 쳐도 역시 가공된수식 위주의 수학은 어려웠다뒤로 가면서  복잡한 숫자들소수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나타난 행렬과 비슷한 0 1 이루어진 이진법의 배열들이 나왔다솔직히 말한다면뒷부분으로 가면서 조금씩 난이도가 높아져 수포자인 나로서는 흐응흐응 하며 느낌만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개인의 수학적 지식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수준에서는 약간 슬럼프에 빠지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그래서(수포자라서), 좀더 편하게 수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책이 그 수학에 대한 두려움의 뿌리에서 나를  해방시켜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부분에 대해서 결론을 말한다면매우 그렇다그렇다보통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5 척도의 질문에 “그렇다 4 정도를   있겠다.

 

기대치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저자가 실수의 장점을 이야기하면서 일전에 읽었던 적이 있는  포퍼의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에서 주장한 "오류와  수정이 과학의 진보와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글귀를 인용했기 때문이었다.  얼른 책장에 꽃혀 있던 책을 찾아 쓰다듬고 펼쳐 보았다밑줄 그어놓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다시 한번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곳에 두었다.



 

실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삶의 본원적인 것이기도 하다.

실수 없이 사는 것은 사는  아닌 것이다.

실수 없이는 삶의 진화도 없기 때문이다.

실수는 삶의 주춧돌이다.

가장 끔찍한 것은 실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있다.

실수는 배우고 발전할 좋은 기회다.

...

틀려도 좋다.

아니 틀리면  좋다.

(수학의 감각에서)

 

평소 수학이 어려워 접근을  못하던 수학을 수학이 아닌 인문학적으로 만나고 싶은 수학을 감각적으로 만나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기원후 400 전후에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여성 수학자로 히파티아의 아버지 테론이 그녀에게 전해주었다고 전해지는 글은  책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너에게는 생각할 권리가 있다.

 권리를 지켜 내라.

틀리게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수학의 감각,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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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보통씨의 짜-ㄴ한 일상분투기-괜찮아yo | 비소설 2018-11-1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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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괜찮아yo

버내노 저
세종서적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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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씨의 짜-한 일상 분투기.



 

 

사실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보통씨라고 표현을 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스스로는 유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내 기준으로 보더라도 보통이라는 기준은 넘어선다피어싱과 문신을 서너 개 붙이고 있는 여자라니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녀의 정체성에 보통씨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왜냐하면 그녀의 생각과 삶이 바로 내 생각과 내 행동과 무척 닮아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내 생각과 내 행동은 어쩌면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행동이다.

 

우리는 곧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들남자 사람이거나 여자 사람인대부분 철저한 의 정체성으로 험난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살아가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주인공인 특이한 책이다그러니까 각 에피소드의 모든 주인공은 작가 자신인 경우가 95%이고 나머지는 작가의 어머니나 애인친구 들로 채워진다철저하게 자기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지나치게 살아있는 날 것이어서 키득키득 웃거나 울거나 한다.

 


 

이 책은 KT올레마켓이란 곳에서 웹툰으로 5년 이상 연재한 버내노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이렇게 촌스러운 이름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KT올레마켓은 2016년에 케이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케이툰을 검색해 들어가보니 온갖 웹툰만화웹소설소설 들이 잘 차려진 한정식처럼아니 분식집처럼 좌악 펼쳐진다이곳에서 버내노는 자신만의 캐릭터로 5년 동안 장수하며 자신의 삶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내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웹툰을 인쇄한 책이다웹툰과 만화가 서로 다른 장르로 구분되어 있는 걸 보니 이 책을 만화책이라 부르기는 조금 모호한 면이 있다그녀의 블로그도 검색이 되길래 들어가 보았다총 180개의 글이 있는데 2018년 1월 이후에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아마 많이 바쁜가 보다.

 

그림에서 보듯이 괜찮아yo 캐릭터는 지나치게 단순하다솔직히 말하면이거 초등학생이 그린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처음에는 웹툰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 하여 대학생이 갓 된 둘째 딸에게 책을 건네주었다함 읽어봐그랬는데 좀 유치하다면서 그닥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래그럼 아빠가 읽을 게하고 다시 건네받았다.

 

사실 이런저런 일이 겹쳐 머리가 많이 무거웠고 숨 돌릴 틈 없이 옥죄는 업무 스트레스가 턱 밑에까지 차올라 있어 긴장과 불안은 최고조에 달해 있던 상태였다전날인 토요일도 아침부터 일터에 나가 밤 아홉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으니 그 엉망진창인 기분과 체력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런 심리상태가 작용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머리도 띵한데 조금 보며 머리를 식혀야 겠다생각을 하고 한 장 두 장 넘기며 읽기 시작했는데손이 가요 손이 가하는 광고음악처럼옆에 무심코 놓아 둔 과자처럼 손이 계속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급기야는 오늘 이걸 다 읽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혼자 주인공 버내노의 보통 일상을 함께 웃으며마음 아파하며고개 끄덕이며 길게 길게 동행하고 말았다.

 

월급을 꼬박 받는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 먹고 나오는 장면은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에게서 통쾌한 대리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했다물론 그 과정의 심리적 묘사가 탁월했고 물론 그 이후의 비참하거나 힘들거나 아픈 삶이 주는 실질적인 묘사 역시 또 다른 위안을 준다그것은 직장 안이거나 직장 밖이거나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과그런 시간과 삶이 하루하루 모여 자기의 인생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통씨의 일상이기에 놀라운 일도드라마 같은 일도 없다그럼에도 그녀에게 고백한 세 살 연하 남친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드라마틱해서 눈물이 찔끔했고,

 


 

연재라는 일정의 압박이 주는 무리로 인해 갑상선 암을 치료받는 이야기도 짠해서 눈물이 찔끔났다안구건조증인데완전히 말라버리진 않았나 보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책이지만내 삶을 훔쳐보는 것 같았고그래서 우리는 하나가 된 것 같았다묘한 치유가 일어났다.

 

웹툰 하나 보고 치유라니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이야기는 치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너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다.

이 책이 그랬다.

 

사실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말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비추어준 버내노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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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 일반문학 2018-11-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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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홍보업 역
민음사 | 198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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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백년의 고독”의 저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쓴 완전하고 독보적인 중편소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를 읽었습니다. 작년 민음사 북클럽 때 신청하고 연말에 받았는데 얇디 얇은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두께가 얇은 책을 결코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는 독서의 진리는 이번에도 제대로 들어맞았습니다.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는 것 같은 “기다림”이 책 전체에 편만합니다. 책 속 주인공인 대령이 무료 15년을 끈질기게 기다리는 그 기다림은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나타나는 허무함이나 무실존이 아닙니다.

대령은 곧 굶어죽게 생겼고 그 기다림의 결과로 받아들게 될 정부가 보내오는 연금편지는 대령 가족을 살려줄 생명줄입니다. 그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우체국에 가서, 항구에 나가서 자신에게 오는 우편물을 기다리지만 책이 끝나도록 끝내 우편물은 도착하지 않습니다. (너무 강력한 스포를 발설한 건가요? 하지만 이 책은 그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이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정작 소설은 94쪽에서 끝나는데, 다양한 해설이 가득해 총 책 쪽수는 마지막 작가연보까지 합쳐서 173쪽이나 됩니다. 소설 분량만큼이나 책에 대한 풍성한 해석이 곁들여진 책이지요. 민음사 특별 에디션이라 시중에서 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 속 이야기만으로도 묵직하게 삶의 실존을 느낄 수 있지만, 뒷부분에 붙여진 해설을 읽으면 독서란 것도 아는 만큼 읽혀지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해설을 통해 작가가 숨겨놓은 더 많은 장치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소설의 배경을 알게 되고, 왜 이 소설이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해외소설의 한 축으로 설명되는지도 파악하게 됩니다.

팔고 다 팔아 더 이상 팔 게 없는 대령과 아내. 전쟁 참전용사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연금은 오지 않고 팔 수 있는 모든 것은 거의 다 팔아 남은 거라곤 시계와 싸움닭뿐입니다. 곧 투계 대회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대령이 소유한 참피온 투계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기기만 하면 그 상금으로 당분간의 삶은 영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닭에게 줄 모이가 없습니다. 기다리는 편지는 오지 않고, 우선 사람이 살고 봐야 하니 닭을 팔아야 할까요. 어떻게든 참고 기다려 투계 승리자가 되어야 할까요.

대령은 연금 관리를 맡긴 변호사를 찾아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해임합니다. 일이 없어 빈둥거리던 변호사가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합니다. 당신이 보낸 서류에 대한 답변이 15년 동안 없는 거라면 그 얘기는 끝난 거라고,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고 말입니다. 십오년 동안 대통령이 일곱 번 바뀌었고, 대통령마다 열 차례 이상 내각을 교체했고, 장관마다 적어도 백 번은 직원들을 바꾸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대령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말합니다.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문제입니다.”
그러자 대령이 대답합니다.
“상관없습니다. 커다란 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작은 것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사람은 배고픔은 참을 수 없습니다.

아내가 말합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수탉을 파는 거예요.”
아내는 남편에게 수탉이 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대령이 반박합니다.

“절대로 질 수 없는 수탁이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44일나 남아 있는데 그 동안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책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좀더 볼까요?

아내는 절망했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먹죠.” 아내는 이렇게 물으면서 대령이 입은 티셔츠의 칼라를 움켜쥐고 힘껏 흔들었다.
“말해 봐요. 우리는 뭘 먹죠.”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94쪽)

스페인어로 ‘기다리다’는 esperar인데 이는 ‘희망하다’와 동일한 뜻이라고 합니다. 제목이 주는 이중적 의미입니다. 해설서에서 작품의 핵심 주제들은 싸움닭, 군사 독재, 배고픔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싸움닭은 개인의 소유이지만 많은 동네 사람들에게는 자신들도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공동 소유의 닭입니다. 아내가 이렇게 외칩니다. “수탉은 우리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것이라고 했어요.” 당시의 사회주의 문화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르케스는 기자 활동을 하면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에서 현실로”라는 글을 게재했는데, 그 배경이 책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도 일치합니다. 부패하고 망하기 일보 직전인 콜롬비아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한국전쟁에 자원합니다. 콜롬비아는 무려 4천명의 병사를 한국 전쟁에 파견하는데 이는 대부분 콜롬비아에서 굶어죽기 직전이었던 청년들이었다고 말합니다.

어쨌든 그런 전후 사정을 모르고 책을 읽었고 뒤늦게 해설을 읽으며 알게 되었지만 그렇게 알게 되었더라도 이 책은 매우 훌륭합니다. “백년의 고독”보다 더 완성도 높은 책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책을 읽게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생각을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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