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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 일반문학 2018-02-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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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저
새움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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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8꿈나무였다. 내가 1986년 2월에 입대했을 때 고참들은 우리 입대 동기들을 그렇게 불렀다. 88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제대를 하는 운 좋은 녀석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85학번 영수와 1년 차이가 나는, 그래서 주인공이 군에 있었을 때 나도 똑같이 군에 있었고 나는 책에 나오는 어떤 한 사람이 되어 책을 읽었다.

나는 내 문제, 집안 문제가 항상 너무 컸기 때문에, 나 외에는 대부분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또 주변에서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으며, 사회적인 철도 들지 않아 대학교에 가서도 정치도 사회정의도, 이념도 모른 체 지냈다.

대학에 가면 지하서클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된다, 데모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부모와 어른들로부터 숱하게 들었다. 그런데 1학기 시험을 마치고 나서 선배로부터 집합 소식을 듣고 모여간 곳은 말 그대로 지하서클이었는데 놀랍게도 공부만 하는 특이한 지하서클이었다. 그곳 선배들은 다른 동아리 참여도, 데모도 모두 반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데모를 한다며 모두 모이라는 대자보가 붙으면, 수업을 강행한다는 교수와의 사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체 방황하는 특이한 존재로 대학생활을 해야 했다.

방패를 든 채 정문에서 대치하고 있는 경찰들이 무서웠고, 어쩌다 한 번 참가한 데모에서는 교정 안, 교실까지 찾아 들어온 경찰을 피해 숨느라 목숨이 댕강거리기도 했다. 끌려가는 학우들을 보자 무서워 덜덜 떨기만 했다. 학기 내내 최루탄을 마시며 하교를 해야 했는데, 그 최루연기는 버스를 타고 30분을 가도 없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독했다.

군에 있을 때 대통령 선거를 위한 부재자 투표를 했다. 정말 “85학번 영수” 책에 고스란히 소개된 그대로였다. 투표를 하자마자 반대표를 찍은 사람이 누구누구며 몇 명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무서웠다. 정훈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상교육이 끊임없이 주입되었다.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번역으로 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번역가 이정서. 그가 쓴 또 하나의 문제작.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다소 신파적인 제목이지만 영화 1987이 개봉되면서 85학번에 대한 이 책은 영화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되었다. 상업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작가와 출판사의 시점이 절묘했다. 아무렴. 작가가 살아나려면, 계속 글을 쓸 수 있으려면 책은 무조건 팔려야 한다.

최루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경찰 곤봉에 머리가 터지고, 영화같은 이런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영 실망인 책이다.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담담하다 못해 마른 사막처럼 서걱거릴 정도다. 황량한 사막, 광활한 사막에 서 있는 것만 같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사건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추억하고 되새기고 과거를 반추하면서 소가 여물을 되싶듯 계속 숨겨진 것들을 끄집어 낸다. 현대는 오히려 그래서 아프다. 시대는 변했고 그래서 사람들도 변했다. 나로 치자면 책 속에서 어떤 등장인물과 같을까.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을 몽땅 군에서 보내 버렸기에, 정작 그 뜨거운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러다 뒤늦게 사회적인 철이 들고, 이제는 어떤지 알아 뒤늦게 역사공부를 한다. 그때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많이 부끄러운데, 어쩌면 그때, 알고 있었으면서도, 무의식이 나를 밖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어쩔 수 없었던 영수, 윤, 치우.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참호에서 고참에게 대가리 박으라는 명령을 듣고 두 시간 내내 뒤집은 철모에 머리를 심고 있어야 했던 시절. 어쩌면 1987년 그 뜨거운 시절이 군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너네 대학생들 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이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내뱉게 만들며 우리를 이간질시켰던 권력자들.

혁명은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훗날 역사는 광장에서의 촛불항쟁을 진짜 혁명으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광주 민주화 운동도 혁명이 되지 못했다. 삼일 운동도 마찬가지다. 들고 일어났지만 외형적으로 바뀐 건 없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혁명이 필요했고 이번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85학번 영수”처럼 무채색 도서가 아니라, 노란 불꽃이 일렁이는 촛불 함성 같은 책이 나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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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통통 튀는 일본추리소설 | 일반문학 2018-02-1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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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저/문승준 역
내친구의서재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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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방점은 고양이일까, 명언탐정일까.

사실 제목이 입에 쉽게 붙지 않았다. 명언탐정이라니....무슨 탐정인 것은 같은데 어떤 인물을 나타내려 하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탐정이 있는 곳이 카페다. 그것도 고양이가 있는 카페. 쉽지 않은 조합이었다.

이걸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네이버에서는 이 책을 장르소설로, 그것도 SF/판타지로 분류했다. (이건 명백히 잘못됐다.) 굳이 장르를 붙인다면, 라이트 추리물 정도로 할까. 살인사건 같은 묵직한 추리물이 아니라, 치매 의심 환자나, 벽에 낙서를 한 범인을 찾는 가벼운 추리소설이다.

표지에는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라는 띠지가 붙어 있어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인다. 표지 그림에도 고양이가 세 마리나 어슬렁거리고 있지 않는가.

얼마 전 읽었던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을 생각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쇼타로 고양이처럼 고양이가 멋진 탐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면서. 일본에는 고양이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추리소설이 많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쇼타로 탐정 고양이” 외에 “삼색털 고양이” 시리즈물이 있다.

그런데, 그런데,
이 책에서 고양이는 미끼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비중 없는 고양이를 제목에 끼워넣다니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낚인 몸인 걸. 주인공 변호사는 이모부가 운영하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 한쪽에 사무실을 두고 카페 고객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가끔 고양이가 언급되긴 하지만 고양이는 정말 배경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양이’에 무게중심이 있는 게 아니라, ‘명언탐정’에 거의 70퍼센트 가량의 무게중심이 쏠린 책이다. 사실 책에서 주인공은 갓 변호사가 된 노리오라는 청년이다. 그는 동생 리쓰를 조수로 채용해 일을 보게 했는데 그 동생이 한 마디로 명언 오타쿠다. 오타쿠는 처음에 한 분야에 미쳐 있다는 다소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는데 지금은 마니아를 넘어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리쓰가 명언을 내뱉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간혹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도대체 이건 뭘까?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자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지막 4화 사건에서는 완전히 적응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명언들을 풀어놓을까 조금씩 기다려지기도 했다.

이런 표현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일본스러운 소설이다. 꽤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나름 자부하는 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펴낸 책은 보지 못했다. 아마 우리나라 작가였다면 쉽게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이니까 가능한 설정이다. 명언탐정인 동생 리쓰는 가끔 로봇처럼 팔과 다리를 같이 움직여 걷는다. 이런 장면은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상상하는 순간 너무 어색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걸 매우 자연스럽게 몇 번이나 설명하고 있다. 만화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라이트 노벨이다.

“고양이 마을 야나카긴자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힐링 미스터리”라는 설명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마지막 4화는 그 중에서 가장 무거웠다. 사건다운 사건이 의뢰되었고 해결도 멋있게 했다. 이 책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명언들을 수집하고 분류하고 맞춰봤을까? 사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밑줄을 긋고, 명언이라 할 만한 명구들은 옮겨 적고 엑셀에 담아보기도 했다. 주제어를 넣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어려웠다. 컴퓨터 어딘가에 남아 있기는 할 터이다.

명언이 이야기 중간중간에 들어옴으로써 전체적으로 조금 억지스럽거나 어색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되었다. 좋은 명언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 대사, 야구선수의 말 등 다양한 곳에서 채집한 것이었다. 그런 노력과 수고는 당연히 인정해줘야 한다. 색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하다.

“뛰어난 기억력은 훌륭하지만 잊어버리는 능력은 더욱 위대하다.” (앨버트 하버드, 미국 교육자)

17쪽에 나타난 맨 처음 명언이다. 모든 명언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몇 개는 마음에 담았다.

“애정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도 책 속 문장에서 명언 하나를 뽑았다.
지나친 애정은 상대를 불행하게 만든다. "(181쪽)

적당히 하자. 오타쿠가 되려면 미쳐야 하지만, 상대에게 미치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 그 대상이 이성이든 자녀든 가족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한가로운 오후, 따스한 햇빛 아래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가서 나도 명언 한 줄 들어보고 싶다.

깜짝 퀴즈 : 겉표지에는 고양이가 총 몇 마리 그려져 있을까요?
(이 독서후기 서두에 나는 어슬렁거리는 고양이가 세 마리라고 표현했다. 얼마나 엉망진창인 관찰력인가. 맞춘다고 상품은 없지만 .....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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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작가들의 작가로 살아남기 | 비소설 2018-02-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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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밥벌이로써의 글쓰기

록산 게이 등저/만줄라 마틴 편/정미화 역
북라이프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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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전업작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세계 문학의 중심인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33명이 전하는 진짜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대한 글.......

대부분 현재 뉴욕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만줄라 마틴 작가의 인터뷰에 응하거나 직접 글을 써서 스크래치라는 잡지에 올린 글로 편집되어 있었다. 만줄라 마틴이 직접 인터뷰한 작가는 8명이고 나머지는 자신이 직접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올린 글이다.

33명이라고 했지만 그 가운데에서 내가 아는 작가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닉 혼비와 록산 게이. 그 중에서도 록산 게이는 유명한 책 이름만 들었을 뿐이고 책은 읽지 못했다. 결국 왕성한 현대 작가 중 나는 닉 혼비의 책만 두 권 읽은 셈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놀라워 하는 사실은, 내가 닉 혼비와 록산 게이의 이름만 알고 있었던 것처럼(그 지명도의 수준처럼), 33명 작가 가운데 전업작가로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닉 혼비와 록산 게이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사보에 글을 연재해 대충 원고료가 얼마인지도 알고, 책도 펴내 인세도 받아보고, 대필작가로 다른 사람 책도 써주고 해 봤지만, 정말 얼마나 유명해져야 전업작가로 살 수 있을지 궁금했고, 과연 전업작가로만 먹고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전업작가에 대한 로망으로 이 책은 내게 무척 큰 관심사였다.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뉴욕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공과금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집 월세 같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청년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조한 것처럼, 작가들에게도 아직은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국문학과를 가지 못했던 것은 순전히 “굶어 죽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세상에 나와보니 국문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굶어죽는 방법은 다양했고, 국문학과를 간다고 해서 다 굶어죽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작가의 길을 택한 두 번째 작가 “케이트”의 이야기는 끔찍했다. 그리고 사실은 내 이야기처럼 들려 많이 괴로웠다.

“몇 개월 뒤, 나는 10달러가 없어서 체인 미용실인 그레이트 클립에도 가지 못한 채 가위를 들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
한 사람 이상이 아주 진지하게 내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한 해를 보냈다면 죽어버렸을 거야.” (45~46쪽)

뉴욕 작가들도 대부분 본업과 작가의 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닉 혼비처럼 전 세계에 책이 팔려나가 순식간에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정말 정말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1도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다른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보자.

“마침내 잡지가 최후를 맞이하면서 실직자가 되었을 때, 나는 일거리가 줄었으니 식욕도 줄어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식욕은 늘어났다.” (108쪽)

작가도 사회안전망인 4대보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족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양육의 책임, 보살핌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 작가의 쥐꼬리만한 수입으로는 가족에 대한 책임은커녕 자신의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

얼마 전에 읽었던 국내 작가의 책 속에서도, 일 년에 책 4권을 펴냈지만 연봉 400만원에 불과했다고 자조 섞인 호소를 읽은 적이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인구가 많아서 초판 발행부수가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작가는 우연히 일본 작가를 만났는데, 책을 펴내고도 힘들게 산다는 것을 일본작가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작가 니나 맥레플린에게 칭찬했지만, 그녀는 칭찬이 식료품을 사주지 않는다고 힘들어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칭찬과 식료품 두 가지 모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콜린 디키는 말한다.
돈에 개의치 않고 글을 쓰는 낭만적 작가는 그 자체로 허구다. (134쪽)

학생들이 일을 관두고 전업작가가 되고 싶어하면 뭐라고 대답할 거냐는 마틴의 질문에 유명한 작가 록산 게이는 이렇게 말했다.

“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닥칠 상황들을 알려주려고 해요. 정말 대안이 있어야 해요. 전 학생들의 꿈을 꺾고 싶지 않아요. 그들의 꿈을 꺾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회에서 겪을 어려움에 대비하도록 도와야 해요.” (161쪽)

이 책은 편집한 만줄라 마틴은 “글쓰는 인생이 하나의 공상이라면, 본업을 그만 두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공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 책은 그랬다.
작가들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책. 한 두 명의 성공한 작가 외에는 모두 식료품을 걱정하고, 집세를 걱정하고, 그러면서 전업작가를 꿈꾸는 삶에 대한 책.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가는 가난하고 슬프고 힘든 직업이다. 그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래도 작가를 할래? 라고 작가 지망생에게 으름장을 놓는 책이다. 하지만, 결국 작가들이 작가라는 불꽃을 쫓아가는 것은, 그것이 가난한 직업군에 해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그것이 명성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글 쓰는 것이 좋아서라는 것. 그렇지만 살기는 살아햐 하니, 그것이 힘들 뿐이라는 것. 그래서 여전히 그 경계에 서 있다는 것.

언젠가는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가족에 대한 책임부양이 없어지고, 직업도 잃게 되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전업작가가 되는 것일까?

본업을 버릴 수 없어 직장을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무겁게 들고 다니며 읽은 책. 그래서 내 이야기처럼 더 소중한 책이 되었다. 33명 작가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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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컬럼-항상 갈망하라 | 밑줄 긋기 2018-02-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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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12일(월)

항상 갈망하라 (stay hungry)

이렇게나 갈망이 중요한 이유는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며
재능이나 혈통, 행운 같은 것을 능가하는 결핍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갈망은 계속 움직이면서 먹잇감을 사냥하는 상어와도 같다.
갈망하는 사람들은 겁내고 의욕 없고 쉽게 만족하는 육체를 뛰어넘을 준비가 되어 있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105쪽)

이 글은 물론, 새내기,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 청년 같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화두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내게도 갈망은 유효한 카드였고, 쉽게 버릴 수 없는, 마지막 가능성 같은 키워드이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나는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가?

그래서 나는, 저 글에서 저자가 말하는
-"갈망하는 사람들"에 속하는 사람인가?

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아직도)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글쓰기인데,
아직도 갈망하고 있는 유일한 카드인데,

나는 갈망하는 사람인가, 라는 마지막 질문 앞에서 머뭇거렸습니다.
"갈망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갈망"은 내 몸을 얼마만큼 덮고 있어야 하는가?
그것은 육체를 뛰어넘을 만큼 충분히 그리고 그 이상으로 덮고 있어야 하는데,

올 한 해, 우리 모두, 갈망하는 사람으로 남아보는 건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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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학자가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 고군분투하다 | 비소설 2018-02-1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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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 저/고문주 역
북스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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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


폴 데이비스의 <제5의 기적, 생명의 기원>을 사게 된 것은 순전히 작년에 읽었던 교양과학도서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라는 책 때문이었다. <과학자처럼 사고하기>는 위대한 과학자 37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는데 그때 과학자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그들이 펴낸 교양과학도서에 대한 글이 짧게 언급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그래도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 이 <생명의 기원>이었다.

이 책은 자연과학에 포함되는 책이어서 아침 출근하고 나서 아홉 시 업무 시작하기 전 자투리 시간에 야금야금 읽었는데 작년에 읽기 시작한 것이 결국 해를 넘겨 올 1월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교양과학도서라는 말만 믿고 야심차게 시작한 과학도서였지만 역시 전문적인 용어 앞에서 무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관심은 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독서법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일일이 따지면서 찾아보며 읽지 않고 그냥 넘기면서 읽는 것이다. 물론 계속 반복해서 나오거나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개념이 나오면 인터넷의 힘을 빌리며 읽기를 이어갔다.

이 책은, 정확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생명이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문제를 미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이미 진화론이라는 증명할 수 없는 이론이 과학적 대세로 굳어진 상태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하나의 질문, 그 진화론의 가설(몇 개의 원소가 어떤 특수한 환경에 함께 있게 되면 아주 우연히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다)을 믿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몇 개의 원소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화성에서의 생명체 가능성 등을 검토하며 다방면의 이론을 검증하려 노력하였다.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여겨졌던 곳에서의 생명체의 발견을 예로 들며, 어떤 극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체는 살아남는다는 놀라운 박테리아의 신비를 알려준다. 정말 놀라운 것은 콘크리트를 갉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황화수소를 먹는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그 무시무시한 황을 먹으며 생존하는 박테리아가 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생명의 기원은 뭐란 말인가.
그는 끝내 그걸 밝히지 못했다. 그건 사실 인간이 처음부터 밝힐 수 없는 영역이었다. 생명체가 탄생하는 그 순간에 우리가 함께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없는 이상,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다. 그저 생각만, 가설만, 이론만 난무할 뿐인데, 그럼에도 이 책은 진화론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논리적 허점에 대해 알고 있으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이 높이 사줄 만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질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걸 증명하고 그걸 책으로 펴냈다. 그는 고백한다.

고대세균령, 진전세균령, 진핵생물령의 세 영역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9쪽)

NASA 탐사선 과학자인 테릴은 “지구에서 그런 성분들을 함께 두면 여러분은 십억 년 안에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라고 언론에 발표했다. (288쪽) 정말 지구가 이런 가설 속에서 태어났다고 믿어야 하는 걸까?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많은 물과 환상적인 화학물질로 치장을 하더라도 시기적절하게 살아날 수는 없다. 따라서 지구의 생명체는 천문학적 불가능성 중의 요행수임에 틀림없다. (288쪽)

그는 연구를 하면 할수록 생명이란 것이 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화학적인 필요를 회피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즉, 생명의 법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을 모두 회피하여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이상한 허점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실제로 생명은 조건이 적당하면 언제나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왜냐하면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생명이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서 생명의 역사는 승리자보다는 실패자가 훨씬 더 많은 어마어마한 복첨이었다. 그것에는 너무나 많은 운명의 우연, 너무나 많은 임의적 변덕이 들어 있어서 변화 유형은 필수적으로 무작위적이었다. 우리 자신의 진화 역사를 구성하는 수백만의 우연한 단계들은 두 번째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개략적으로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인간과 희미하게라도 비슷한 것을 포함하게 될 확률은 사실상 0%임에 틀림없다.” (321쪽)

저자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우연히 만들어질 수 있다면 다른 우주에서도 동일하거나 비슷한 환경에서 충분히 생명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들을 열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국 아무것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그 희망과 가능성만을 안고 책을 종결지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화론의 이론이 얼마나 허구적 상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이러한 지난한 탐구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왜 이렇게까지 보여주는데도 신의 창조섭리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진화론의 가설을 인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는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모든 가설의 패배는 명확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저자가 놀라워하며 내지른 탄성, 우연히 만들어진 생명체가 이렇게 정교한 법칙을 가지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구성할 수 있다니. 그게 바로 답 아닌가. 그래서 기뻤다. 세계의 대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적이면서 광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결국 풀어내지 못한 생명의 기원. 그는 책에서 기존 가설들의 많은 허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발견을 추가했다. 그것들은 모두 조금만 비틀어 보면 결국 신의 섭리를 증명해주는 것들이었다. 미생물학 분야에 크리스천 학자가 있어서 이 부분을 한번 더 명확히 증명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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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부도에서 | 시인의 방 2018-02-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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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에서>


겨울 제부도는
갈매기가 주인이다

낮은 바다 점령한 채
파도 소리에 맞춰 군무를 춘다

얼어버린 바다는
하얀 눈이 겨울만큼 쌓여 있고
파도는 그 경계까지만
마중을 나온다

눈에 파묻힌 돌섬은 마침내
모델의 자태로 숨을 멎게 한다
흰 눈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갈매기들은
저마다 종종걸음으로 햇빛을 쬐고
조울다 가끔씩 날개를 편다

와, 크다
꼬마의 외침에
큰 날개 낮게 흔들며
노란 부리 가볍게 까닥이며
무심한 인사를 건넨다

갈매기 사라진 하늘엔
햇발 가득 오후가 걸려 있다

겨울바다는 멀리 있지만
깊은 파도는 끝이 없고
갈매기들은 조용히 발목을 담근다

바다 속으로 깊이 들어온 날
바다도 깃털에 얼굴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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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모든 것을 잃어도 | 밑줄 긋기 2018-02-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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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11일(일)

<만약에>

러디어드 커플링



만약에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단 한 번의 내기에 걸었다가
다 잃고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네가 잃은 것에 대해 단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만약에 네 심장과 감각과 근육에 힘이 없어진 뒤에도
제 몫을 다하게 할 수 있다면
네 안에 남은 것이 "그래도 버텨라!"라고 외치는
의지밖에 없을 때도 버틸 수 있다면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90쪽, 러디어드 커플링의 시, 만약에)


'만약에'의 본질은 아름다움이다.
그만큼 엄숙하고 위험에 대한 보상과 정신적 방황이 담겨 있다.
'만약에'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일이 끝나는 지점에서다.

나는 만약에를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도 그렇게 계속 부딛치고
그 다음 꿈을 꾸고
이들에게 전해줄 것이다.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90쪽, 로라 구드)

이 글을 쓴 저자는 모든 것을 다 잃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만약에 시를 읽으며 늘 참고 이겨냈다고 합니다.

정말 모든 것을 다 잃고도 한 마디 불평 없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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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명체다 | 밑줄 긋기 2018-02-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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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10일(토) - 책은 생명체다

책은 소비되고, 잊히고, 사라지는 무기물이 아닌
체온이 있는 생명체다. …

책은 사람이라는 생물에게 절대적으로 친밀한 존재다.
미얀마의 부랑자들이 마음대로 만든 동네 서점에서, 나는 확신에 가깝게 생각했다.

부랑자들은 광대한 공터에 집을 짓고,
공동 수도를 만들고,
작은 찻집을 한 채 짓고,
야외 이발소를 만들고,
그런 다음 서점을 만들었다.

오래 써서 낡은 교과서,
잡지, 모서리가 닳아 떨어진 소설,
스테이플러로 찍은 만화,
여행자들이 흘리고 갔을 각국 사전,
그런 물건들이 얇은 비닐 깔개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마을에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웅크려앉아 열심히 탐독하고 있다.

빵집이 없는데도,
옷가게가 없는데도,
질퍽거리는 땅 위에 헌책방이 덩그러니 있다.

이 얼마나 씩씩하고 신뢰감 가는 광경인가.
여기서 말하는 신뢰란 물론 우리들,
살아있는 인간을 향한 것이다.

(아주 오래된 서점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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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성찰을 위해 필요하다 | 밑줄 긋기 2018-02-0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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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9일(금)

역사는 우리가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 가지 관점이나 한 가지 행동 방침밖에 없다는 생각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나 대안을 생각하고 이의를 제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지도자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사실은 대개 그 반대다.
(역사 사용 설명서, 246쪽)

역사는 후사경이라고 한다. 즉 뒤를 돌아다보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후사경을 보면서 뒤로 걷다보면 앞에 있는 구덩이를 보지 못하고 빠질 수도 있겠지만,
후사경은 거울이니까 현재의 자신에게 뭔가를 되돌려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역사는 현재의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성찰하도록 한다."
영국 역사가 존 아널드는 "과거를 방문하는 것은 타국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거기서는 똑같이 돌아가기도 하고 다르게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우리는 거기서 이른바 '고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는 결국, 현재의 자신 또는 과거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해주는 도구이다.
과거를 더 잘 이해할 때, 불통은 줄어든다.
그 대상은 어릴 적 자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거의 자신을 조우할 때 역시 타국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불편한 과거 역사라도
진실을 외면하지 말자.

자신에게 좋도록 포장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진실함으로 남겨두자.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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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나요?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밑줄 긋기 2018-02-0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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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나요?
대답 : 아름다운 작품, 훌륭한 작품, 진심이 담긴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유명해지고 싶다는 말과는 달라요.
유명해지고 싶다면 작가는 되지 마세요.


예를 들어 글쓰기를 배우는 젊은 여성 작가라면 앨리스 먼로, 레이먼드 카버, 리처드 포드, 메리 개츠킬, 토니 모리슨이 최고라고 생각하죠.

이들은 우리 세계에서는 대단히 유명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래서 중요한 건 명성이 아니라 업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명성 같은 걸 포기할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을 쓰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첫 단계에 들어선 거예요.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59쪽)

밥벌이로써의 글쓰기가 가능한지 눈을 새초롬히 뜨고 책을 읽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책을 읽은 결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에 한 표를 던집니다.

까뮈처럼 부단히 먹고 사는 노동을 하면서,
죽을 각오로 부단히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을 써도 책으로 출간해주는 곳이 있으면 감사한 일이 되겠지만,
그마저도 안 되고 책상 속에서, 폴더 속에서 썩고 끝난다면,
아,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근데 지금, 책상 속에서 잠자고 있는 원고가 많아요.
또 쓰고 싶은 이야기는 머리 속에서 계속 자라고 있구요.
밥벌이는 해야 하지요.

명성을 생각하려면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라는
저 작가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해집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책을 읽겠습니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도 같이 읽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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