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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풍자로 웃고 있는 글자 뒤에 숨겨진 부조리에 대한 저항 | 21C's nomads 2021-08-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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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니콜라이 고골 저/김민아 역
새움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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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과 정신을 갉아 꽃을 피운 위대한 작가 니콜라이 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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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을 써내기 위해 작가가 들였을 노고와 하얗게 지새웠을 수많은 밤들을 떠올리면 모든 작가들이 위대하게 느껴지며 존경심이 일어난다. 특별히 작가의 창의력에만 오롯이 의지를 하며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싹을 틔워 긴 호흡을 이끌어 나가는 문학소설작가들이 쏟아 붓는 노력과 재능은 감히 상상하기가 어렵다. 여기 "가장 불가해한 러시아 작가 중 하나"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라는 평을 듣는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이 있다. 그의 단편 소설 다섯 편을 새롭게 엮어 출간된 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코(새움)을 읽고 나니 왜 그가 이러한 평을 듣는 위대한 작가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고골은 소설 쓰기에 진심이었으며, 하얗게 밝힌 수많은 밤들과 육체적 에너지를 가차 없이 쏟아붓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영혼까지 갈아 넣어 작품들을 써내려 갔다. 해학과 풍자로 웃고 있는 글자들 뒤로 고골이 삶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고, 인간이란 존재를 얼마나 깊이 있게 고찰했는지가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진다. 재치와 유머로 독자들에게 웃음을 던지고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니콜라이 고골의 환상적인 단편선으로 이제 함께 승선해 보자.

  총 다섯 편의 작품 」, 외투」, 광인의 수기」, 소로친치 시장」, 사라진 편지가 차례로 실려있는데, 작품이 쓰여진 순서대로 새롭게 차례를 구성해 보니 「소로친치 시장」, 「사라진 편지가 1831년, 작가 나이 22세에 가장 먼저 쓰여졌고,  「광인의 수기(1835년, 26세)」, 「코(1836년, 27세)」,   「외투(1842년, 33세)의 순으로 세상에 나왔다. 작품 활동 초기에 쓰여진  「소로친치 시장의 경우 함께 실린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작품의 배경 묘사에 충실하며 글을 시작한다.

소러시아의 여름날은 얼마나 화창하고 얼마나 근사한지! 정오가 정적과 무더위 속에서 반짝일 때, 나른한 반구형 지붕처럼 땅 위로 휘어지는 푸르고 광활한 대양이 아름다운 대지를 가벼운 공기 중에서 포옹하며 충만한 만족감에 사로잡혀 잠든 듯 보일 때...(p. 166)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작가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우크라이나의 시골 마을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하는데, 어쩐지 그 표현이 진부하고 '고골스럽'지가 않다. 아마도 이제 막 소설가의 세계에 진입하며 본격적으로 본인의 작풍을 찾기 전, 기성 문학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거나 흉내낸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걸작에 대한 열망으로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단어를 선택하며 글을 써 내려갔을 청년 고골이 애잔하여, 지루하지만 대충 읽고 넘기기 미안해진다.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배경이나 인물 묘사는 간략하게 처리하고, 바로 스피디하게 사건을 전개 시키는 변화를 보인다. 「소로친치 시장」과 「사라진 편지는 공간적 배경이 우크라이나로 도깨비, 악마 등이 등장하여 농군, 집시, 시골마을 사람들인 주인공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내기를 하며, 다툼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나 귀신들처럼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도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닌, 어설프고 빈틈이 많은 친근한 캐릭터다. 예전에 외상술 담보로 인간에게 맡겼던 자신의 상의를 찾기 위해 소로친치 시장에 등장하는 악마, 여왕에게 전달할 편지가 숨겨진 모자를 지옥으로 가지고 간 악마가 일으키는 한바탕 소동은 오히려 시끌벅적한 축제판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작가가 이 작품들을 쓸 당시에 처한 상황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했을지 감정이입을 하며 작품을 읽어가는데,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작가가 적어도 이 두 작품을 쓸 당시에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희망을 걸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고골은 아직 22세이다.

  희망과 따뜻함을 노래하던 고골의 시선이 「광인의 수기에서부터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그로테스크해지기 시작한다. 작품의 배경은 이제 유년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골 마을을 벗어나 칼바람이 부는 러시아 페테르부르크로 넘어온다. 고골은 아주 잠깐 하급 관리로 관료 사회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때 현실의 벽에 크게 부딪히며 일종의 '현타'를 세게 맞은 것처럼 보이고, 인간 내면의 위선적이고 부조리한 모습에 큰 실망을 느끼게 된 듯하다. 페테르부르크에서 하급 관리로 일하는 주인공들( 「코의 코발료프,  「외투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광인의 수기의 포프리신)은 나이가 많거나, 가진 재산이 없거나, 타인에게 호감을 주기에는 부족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등 선망의 대상과는 거리가 먼 군상들이다. 아마도 고골이 잠깐 몸담고 일했던 관직에서 만났었을 법한 인물들일 것 같은데, 그 인물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투영해 보고는 좌절했을 수도 있고, 안타까워했을 수도 있겠다. 전체 작품에서 딱 한 번 고골이 직접 등장하여 목소리를 낸 부분으로 추측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에 입사하여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대로 그(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를 비웃었던 어떤 젊은이는 무언가에 관통당한 듯 돌연 멈추었고 그때부터 그에게는 모든 것이 변해서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았다. (중략) "나는 너의 형제다."라는 또 다른 말이 울려 퍼졌다. 그러면 가련한 젊은이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그 후 살아가면서 인간의 내면에 비인간적인 것이 얼마나 많은지, 세련되고 우아한 태도 속에, 아아, 심지어 고상하고 정직하다고 인정받는 사람에게 난폭한 무례함이 얼마나 많이 감추어져 있는지를 보면서 수차례 몸서리를 쳤다.( 「외투」 p. 65)

  예민하고 예리한 고골은 인간 내면의 저열함과 위선을 낱낱이 고발한다. 작품  「코에서는 코를 잃고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한 사람이 의지하기에는 지나치게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이름만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서장을 등장시킴으로써 상류사회의 위선과 기만을 고발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인 코발료프가 순수한 피해자인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저는 소령입니다. 동의하시겠지만 제가 코 없이 다니는 건 점잖지 못한 일입니다. 보스크레센스키 다리에서 껍질 벗긴 오렌지를 파는 장사꾼 여자라면 코 없이 앉아 있을 수 있죠"(p. 21)  

  자신이 받은 모욕과 무시를 본인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한 업신여김으로 되갚음으로써 정신 승리를 하고 삶을 계속 살아갈 동력을 잃지 않는 입체적인 주인공의 모습에서 어쩐지 우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외투에 등장하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조금 다른 결의 인물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때로는 서로를 의지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지만 결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세속적인 욕심을 모르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직무에 그토록 푹 빠져 사는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열심히 일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니, 그는 애정을 갖고 근무했다. 여기, 이 정서 일에서 그는 자신만의 각양각색의 유쾌한 세계를 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떠올랐다. 말하자면 그의 마음에 드는 어떤 글자들이 있었는데, 그 글자들을 만나게 되면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pp. 65~66)

    검소함을 넘어 궁상스러운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페테르부르크의 혹한에 어쩔 수 없이 인생 최초로 사치를 부리며 고가의 외투를 맞추게 되고, 새로 바뀐 외투를 걸친 후 처음으로 세속적인 욕망을 품어본다. 아주 잠깐 욕망에 찬 시선으로 세상을 한 번 바라봤을 뿐인데, 운명은 그에게서 전부인 외투를 앗아가고 결국 비극적 결말을 선물한다. 역시 삶은 부조리하다.

   「광인의 수기속 하급 관리 포프리신은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그는 상사인 국장의 서재에서 깃털 펜을 깎는 심부름을 하는데, 이것을 굉장히 영예롭게 생각한다. 국장의 총애를 받는다는 착각보다 그를 더욱 기쁘게 하는 것은 '백조'처럼 고고하고 아름다운 국장의 딸을 가끔 볼 수 있고, 그녀도 자기에게 반했다는 망상 덕분이다. 스스로를 지적이며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포프리신이 그녀와 이어질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직급이 낮은 것 뿐이라고 자위하지만,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는 점점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정신은 쇠약해져 개와 대화를 나누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유쾌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고골은 지나치레 진지하고 예민했으며, 날카로웠다.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을 불태우고, 다시 작품을 쓰고, 또다시 불태우기를 반복하며 아슬아슬하게 창작활동을 이어나간 고골. 끝까지 정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성지 순례까지 떠났던 그이지만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정신과 영혼까지 갉아먹으며 작품을 쓰느라 본인의 삶은 위태롭고 힘들었지만, 우리는 그의 환상적이고 훌륭한 글들을 읽을 수 있기에 미안하고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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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 저/김민아 역
새움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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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 저/김민아 역
새움 | 2021년 08월

 


신청 기간 : 8월16일 까지

모집 인원 : 10명 

발표 :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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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을 떠보니 얼굴에서 코가 사라졌다. 체면과 관등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코발료프는 코를 찾기 위해 광고를 내러 가기도 하고, 우연히 자신보다 높은 관등인 체하는 코를 만나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코를 쫓고, 관료가 된 코가 망토를 두른 채 위엄 있게 호통치는 모습은 읽는 이들이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과연 그는 코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한편,「외투」에서는 어느 관청에서 문서를 정서하는 소심하고 보잘것없는 사내에게 크나큰 시련이 닥친다. 러시아의 살인적인 추위를 막아 줄 외투가 해어진 것이다. 가난한 관리는 고투 끝에 멋진 외투를 장만하지만 결국 강도들에게 빼앗겨 버린다. 여기에서 또 한 번 환상적인 장치가 등장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작고 나약한 사내는 죽은 후에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사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낮은 계급이라는 벽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놓치는「광인의 수기」는, 앞선 이야기들과 함께 사람보다 관등이 중요시되는 빼쩨부르크의 기괴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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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독서의 역사 | 21C's nomads 2021-08-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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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문 서적에서 에세이로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들며 독서를 고찰하는 흥미로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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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문 서적에서 에세이로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들며 독서를 고찰하는 흥미로운 책 | 21C's nomads 2021-08-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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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저/정명진 역
세종서적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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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의 제목을 보고 혹은 저자의 명성을 미리 알아보고 그 책에 대한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책읽기를 시작한다. 「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2018년 구텐베르크 상 수상자! “책과 독서, 인류의 끝없는 갈망과 독서 편력의 서사시!” 깨알같은 글씨가 빼꼭히 들어찬 제법 두툼한 분량, 독자를 책으로 이끄는 인상적인 한줄평과 임팩트 있는 책 제목, 그리고 대단한 상을 수상한 작가의 이력까지, 잘 쓰여진 고퀄의 여타 책과 동일한 공식에,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가운 라떼와 함께 하며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한 책은, 그러나 나의 이러한 기대감에 물음표를 던졌다. 명성에 비해 그 내용이 난삽했고, 어떤 챕터는 마치 학위 논문인 것 마냥 지나치게 디테일해서 당황스러웠다.(이 책을 선택한 독자 중 정보의 입출력 작동 메커니즘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예기치 못한 당혹감에서 허우적거리던 중 다행스럽게도 초반 몇 장이 끝나갈 즈음부터 책의 흐름은 독자들이 이 책에서 기대했을 법한 궤도에 본격적으로 올라타기 시작했고, 뒤로 갈수록 흥미를 더해갔다. 낭독에서 묵독으로의 독서 패션 변화상, 절대성이 부여된 책 읽기에서 능동적인 해석을 허용하는 독서로의 변화, 두루마리 형태에서부터 포켓용 페이퍼백까지 다양한 책의 형태, 책 분류의 역사 등 독서 행위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인류의 역사 흐름에 따라 고증된 사실을 근거로 안내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독서에 대한 열정이 지극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추적하는 알베르토 망구엘의 지식은 단순히 도서관장 수준을 넘어 인류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등을 두루 섭렵한 인문학자 수준으로 느껴졌다. 그를 우리는 진정한 인문학자로 부를 수 있으리라.
이 책은 독자에게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인문학 서적에서 독서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풀어내는 에세이로 그 장르를 자유자재로 너울너울 넘나드는 기술방식을 취하는데, 그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다가 이내 익숙해지고 나니,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동일한 경험을 종종 느껴봤던 같은 독서인으로서 동질감, 연대감을 느끼게 해 주는데, 그 소속감은 이 책의 저자인 알베르토 망구엘과만이 아닌 저 옛날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시작하여 파리 바이런 호텔에 앉아 프랑스 소네트를 독일어로 번역하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까지 이른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역사 속 인물과의 경이로운 조우와 공감대를 형성시켜 주는 마법같은 책, 「독서의 역사」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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