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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간신화의 진면목을 찾는 작업”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18-08-3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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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아있는 한국 신화

신동흔 저
한겨레출판 | 2014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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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간신화의 진면목을 찾는 작업

살아 있는 한국 신화(신동흔, 한겨레출판, 2014)

 

 

신화(神話)란 무엇인가? 그것은 의미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할 수 있다. 신화에서의 ''은 종교적 절대자로서의 존재가 아닌, 한 민족의 건국 영웅이나 혹은 특정 집단의 정신적 숭배 대상인 민간 영웅을 아울러 가리킨다. 건국신화에서의 건국 시조나 특정 성씨의 탄생을 이끈 씨족신화의 주인공, 그리고 무속의 숭배 대상인 무신(巫神) 등이 그들이다. 이중에서 그동안 무속(巫俗)이라 폄하하기도 했던 서사무가는 민중들의 생활과 함께 해 온 우리의 민간신화이다. 민간신화는 그동안 학계에서조차 '서사무가''설화' 등으로 분류되어 연구되어 왔다.

 

신화는 대체로 해당 민족의 흥망성쇠와 관련이 있다. 역사에서 살아남은 집단의 신화는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신화로서 전승되며, 투쟁의 와중에 패배한 집단의 그것은 더 이상 신화의 지위를 지니지 못하고 전설이나 민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로 전락하게 되기도 한다.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설화와 민담의 많은 부분은 신화에서 원형을 취해 조금씩 변형되었을 것이라 논의된다. 서사무가 역시 이러한 역사의 궤적을 밟아 왔을 것이다. 그러나 전설이나 민담과는 달리, 서사무가에서는 그 신화적 원형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존되어 있다. 현재 전하고 있는 민간신화의 대부분은 무속신화인데, 굿을 할 때 무당이 자신들이 모시는 신의 내력을 이야기하는 '본풀이'가 그것이다.

 

비록 지금은 서사무가(敍事巫歌)라는 갈래로 그 흔적을 남기고 있으나, 예전에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모두 당당한 하나의 신화로 행세를 하고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무속(巫俗)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라서, 그것을 미신(迷信)이라고 간단히 치부해버리고 말 것인가? 우리의 조상들은 살면서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즐겨 굿을 행하곤 했다. 굿이란 미약한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떠한 상황에서,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을 찾아 해결을 청하는 절실한 행위였다. 무속의 효용도 그러하지만, 각각의 무당들이 모시는 무신(巫神)들의 내력을 쫓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민중 속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굿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삶과 연관을 맺었던 다양한 신들과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의 민간신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면서, 신화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신동흔의 <살아있는 우리 신화>는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면서도, 무속으로 치부되어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민간신화'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민간신화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 지은이의 설명을 곁들여 우리 신화 속에 담겨 있는 갖가지 의미를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은 각각의 주제에 맞추어 모두 25편의 민간신화들을 12개의 이야기(열두 마당)로 배치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책의 구성은 대부분의 무가가 '12마당' 혹은 '12거리'로 짜여져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본론이라 할 '열두 마당'의 앞·뒤에는 '여는 이야기''새로 여는 이야기'를 덧붙여, 우리 민간신화의 의미와 현재적 계승 양상까지를 아울러 설명하고 있다.

  

신동흔의 책에서는 민간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이 우리의 문화 속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짚어보고, 또한 각각의 신화들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를 살피고 있다. 책의 서문이라고 할 수 있는 '여는 이야기'에 지은이는 우리의 민간신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신화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경외감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가꾸어 온 신성한 이야기가 신화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그리고 그들이 엮어내는 서사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본원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과 욕망의 상상적 분신인 신화적 주인공들을 통하여 존재의 본질을 투시하는 한편 삶을 두르고 있는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분투를 거듭해왔다. 세월의 가시밭길을 헤쳐 현재에 이른 우리의 민간신화는 그러한 몸짓의 소산이다. 누군가 하면, 소외되고 못 가진 이들의. 하지만 삶의 주역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나는 민간신화에 담긴 그 몸짓이 우리 민족 정신의 참되고도 본원적인 표상이라고 믿고 있다.(신동흔, <살아있는 우리 신화>, 한겨레출판, 2014, 10. 초판 서문)

 

  

건국신화의 주인공들이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표가 되듯, 민간신화의 주인공들 역시 민중들의 삶과 지속적으로 함께 해 왔다. 특정 신화를 공유하는 전승 집단의 구성원들은 신화의 내용과 그 주인공을 신성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그들은 신화 자체를 경외(敬畏)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항상 소중히 여기며 후대에 지속적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리하여 신화적 주인공이 엮어내는 삶에 자신들이 '지향하는 본원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아'내었던 것이다. 신화의 주인공과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들을 통하여, 우리네 민중들이 찾고자 했던 '우리 민족 정신의 참되고도 본원적인 표상'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삼신할미'의 점지와 보호를 통해 세상에 태어났고, 누가 죽으면 죽은 이를 저승까지 잘 인도하라고 '저승사자'에게 상을 차려 잘 대접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이들 민간신화의 주인공들이 우리의 생과 사를 주관한다고 믿어, 이들을 극진히 섬기고 대접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병들고 힘들 때 무속에 의지했듯이, 우리의 민간신화는 '소외되고 못 가'졌지만 '삶의 주역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삶에 위안과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지은이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우리 민간신화의 대다수 주인공들은 그 자신이 신()인 동시에 인간이었다. 서구의 신화에서는 신은 그저 신일 뿐 본래 인간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그려져 있지만, 우리 신화의 주인공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갖은 고난을 겪고 신화적 존재가 되어 결국에는 하나의 신으로 자리잡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의 민간신화에는 '인간으로 화하여 인간 세상의 삶을 영위하는 신적 존재가 있고, 인간의 삶을 살다가 신이 된 존재가 있다.' 신화 속의 신들은 상당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행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그들의 행위는 이미 자신들이 비범한 존재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행위는 때로는 부모님을 찾거나,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약을 구하거나, 또는 저승사자를 소환하여 인간에게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는 등의 목적이 수반된다.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도 절실하기에 온갖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며 마침내 그 목표한 바를 이루고, 그로 인해 인간의 삶과 연관된 역할을 맡은 신으로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민간신화는 주인공들의 시련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그 신들이 인간들과 굳게 연결이 되어야만 비로소 신화적 존재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때문에 우리의 민간신화에서는 다양한 신들이 존재하며, 인간들의 삶 속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신들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물론 민간신화 속에서 여러 신들은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존하기도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각각의 주제에 맞추어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인간 세상에 존재했던 다양한 신화적 존재들을 접하게 된다. 때로는 아주 단편적인 기록을 통해서 그것을 체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견해를 접할 수 있는데, 이러한 능력은 아마도 민간신화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이해를 전제로 해야 설명이 될 터이다.

  

무가의 전승이 대체로 그렇듯이, 우리의 민간신화들은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口傳)의 형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채록되어, 이제는 대부분의 자료들은 기록으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이야기들이 후대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원형에서 탈락되기도 하고, 다소의 덧붙임이 가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모든 구전 자료들이 그렇듯이 서사무가 역시 전승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변형을 겪게 되었지만,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신화가 제기하는 인간과 삶의 문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통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신동흔의 <살아있는 우리 신화>는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민간신화들을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네 민중들의 삶과 긴밀한 연관을 맺으며 전승된 민간신화는, 당대 사람들이 소망했던 문화의 원형질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실 신화의 주제는 오늘날 우리가 궁금해 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을 지니고 있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천지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창세가>'혼돈에서 개벽으로' 열리게 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인간들에게 새 생명을 잉태해 주는 '삼신할미'가 된 <제석본풀이>의 주인공인 '당금애기'의 사연도 있다. 또한 인간의 질병과 생사에 대한 이야기가 '손님마마''저승사자'의 존재로 표현되어 있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위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온갖 어려움을 겪고 마침내 저승의 신으로 좌정한 <바리데기>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하늘도 땅도 아닌 머나먼 신성의 세계인 원천강(袁天綱)을 향해 마침내 그곳에서 부모님을 만나는 '오늘이'의 이야기는 제주도 신화인 <원천강본풀이>를 통해서 만날 수 있고, 서천꽃밭에 피어있는 온갖 꽃으로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이공본풀이>'한락궁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새삼 되새기게 하기도 한다. 저승차사가 된 '강림도령'의 이야기는 태어난 순서대로 죽지 않고 사람들의 수명이 뒤죽박죽이 된 사연을 재미있게 풀어놓고 있다. 이밖에도 백두산이나 한라산을 지키는 신들을 통해 그곳이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게 된 사연을 전해주고 있으며, 우리의 민간신화에서 여성의 역할이 더 막중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며 지은이는 '신화의 주역은 여성이다'고 선언한다.

  

또한 우리의 민간신화가 '신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또한 '신성(神性)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민간신화의 '신성(神性)은 능력보다는 사연에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당겨서 그들로 하여금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겨 거울로 삼고 등불로 삼게끔 하는 힘을 가진 그런 사연이 신화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민간신화의 주인공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것은 버림받고 박해받는 이들의 뼈아픈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민간신화가 오랫동안 우리 민중들의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었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숨가쁘게 풀어놓았던 민간신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초판'의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우리 신들의 귀환을 위하여'라는 항목에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다시 한번 정리하고 있다. 개정판에서는 '우리 가는 길 신화가 되리'라는 내용으로 신화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서 저자 나름의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의 민간신화가 오늘날 여러 가지 형태로 소개되고 있는 현실을 제시하고 있다. 민간신화의 세계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의 성격에 대해서 세세히 구분하여 요약적으로 정리하기도 하였다. 또한 본문과 표지 안쪽에 제시된 '우리 신화 배경 지도'를 통해서, 인간과 천상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세계로 생각했던 옛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닌 우리의 민간신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지은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현실의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민간신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소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차니)

 

(초판은 2004년에 출간되었고, 내용을 보완하여 2014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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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서 선정]인간 도리 | 리뷰 선정 도서 2018-08-30 10:01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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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리뷰 선정 도서입니다.

 

한자를 통해서 글자의 원리 및  의미를 짚어나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유사한 주제를 다룬 책들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

한정주 저
아날로그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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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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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를 되돌아본 한 언론인의 보고서,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18-08-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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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한학수 저
사회평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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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힘으로 되찾은 우리 과학계의 신뢰!”

황우석 사태를 되돌아본 한 언론인의 보고서,

한학수,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사회평론, 2006)

 

 

단연 2005년을 장식했던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이른바 황우석 사태일 것이다. 그 해 가을, 한 방송사의 탐사보도로 시작된 줄기세포 진위에 대한 논란은 그 이후 몇 달 동안 언론을 통하여 대서특필되었다. 인터넷에서는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 찬반의 입장이 선명하게 나뉘어 치열한 논란이 계속되었고, 그 와중에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줄기세포 논문에 대한 진위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 여기에 몇몇 언론사들이 가세하면서, 줄기세포의 논란은 마치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연구 결과 파생될 수 있는 가치가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근거조차 불명확한 주장을 내세우며, 줄기세포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몰아붙이기도 하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떠한 근거조차 없는 국익의 허상에 열광하고 있을 때, 줄기세포 연구의 성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그들로부터 집중적인 표적이 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당시의 상황은 황우석을 둘러싸고 온 국민들이 찬반의 입장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듯이 보일 정도였다. 어느 곳을 가던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황우석으로 모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줄기세포나 테라토마와 같은 전문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과학적 지식을 갖추기란 쉽지 않았다. 일반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는 각종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자신의 입장에 맞추어 재삼 거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황우석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다 하는 태도 여하로,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당시의 언론들은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 합리적인 접근을 시도하기보다, 황우석 연구팀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몇몇 언론사를 제외한 대다수의 언론들은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오히려 더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마침내 그해 12, 황우석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줄기세포는 없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TV를 통해서 방송되기에 이르렀다.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황우석의 기자회견은 그때까지 그의 연구 성과에 대해서 특별한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복 불능의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 역시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다면 황우석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황우석이 이끄는 과학자 집단의 비과학적인 연구태도와 윤리 의식의 부재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황우석의 명성을 이용하려는 정치인과 사회 유력층 인사들의 적극적인 후원도 한 몫을 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못하고, 황우석이 주장한 연구 성과를 아무런 검증 없이 대서특필했던 대다수 언론들의 무조건적인 보도 행태는 문제를 확산시키는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결국 이 삼자가 철저히 결합해서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황우석 사태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엄청난 세력에 맞서, 고군분투하며 잘못을 바로잡고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먼저 줄기세포 진위 문제에 대해서 최초로 문제 제기를 했던 제보자 부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 주었던 사회 단체와, 그것을 방송으로 내보내고자 취재에 나서서 마침내 프로그램을 방영했던 ‘PD수첩팀 역시 우리 사회의 양심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했던 존재들이라 할 것이다. 여기에 <사이언스>에 게재한 줄기세포 논문의 조작 여부를 실증해 냈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수많은 과학도들이 없었다면, ‘허위에 기초한 황우석 신화는 여전히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대해서 음으로 양으로 응원해 주었던 우리 사회의 합리적인 양식을 지닌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에는 대중 속에 흩어져 있는 존재들이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 나서주는 사람들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실증하는 척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황우석의 기자회견 이후, 해당 방송사의 <특집,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라는 제하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그리하여 결국 줄기세포 진위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종결되면서, 그 처분이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한동안 사람들의 이목을 한껏 집중시켰던 줄기세포의 논란은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주된 관심거리가 아니다. 여전히 인터넷에서는 황우석 지지자들의 열성적인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황우석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를 옹호하는 열성적인 활동은 일반 대중들과 유리된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이에 관한 책을 다시 읽기 전까지, 나 역시 황우석 사태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줄기세포 진위를 밝히기 위한 보도의 중심에 섰던 한학수 PD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을 재구성해서 펴낸 책이다. 책의 제목인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는 탐사보도가 있던 20051215일 저녁 9시 뉴스에서 앵커가 뉴스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꺼냈던 말이라 한다. 지금은 줄기세포가 없다라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 사실을 전해야만 하는 것은 뉴스 앵커에게도 대단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사실이라 여겼던 일이 마침내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 느꼈던 심정을 드러낸 표현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실의 힘은 끝내 거짓의 실체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줄기세포의 진위에 대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지은이는 자신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진실! 그것은 여리고 쉽게 망가져서 이 거친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힘을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481)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어야만 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황우석 사태는 단지 사람들의 호기심 거리로만 끝나서는 안되며, 이로 인해서 우리 과학계의 연구 풍토가 한 단계 성숙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당시의 믿음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그래서 다시 이리저리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 보기도 했지만, 자연계 실험실의 환경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몇몇 보도를 제외하고는 과학계의 연구 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황우석 연구의 재개를 주장하며 몇몇 유명 인사들이 주도했던 난자기증 운동의 이면에 숨어있던, 난자 채취의 위험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성과로 꼽을만하다. 이는 실험실 내에서 암묵적으로 자행되었던 인권 침해와 여성 건강권 문제에 대해서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황우석을 제외한 사태의 관련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하여 하나씩 복권되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줄기세포의 진위에 대한 제보를 했던 과학자 부부는 그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 그 이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실직 상태로 지내고 있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과학자로서의 양심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던 사람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연구 윤리를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현실. 이른바 황우석 사단에 속했던 이들이 복권된 이후에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다는 기사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다. 물론 그들 역시 자신들의 주장대로 피해자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자신들의 행위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면, 그에 대해서 진심 어린 반성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실직의 고통을 겪고 있는 제보자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그들이 다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바로 설 수 있으며, 비로소 원칙과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취재 과정 내내 어려움을 겪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감수하면서 끝내 진실을 밝혀준 지은이와, 학자적 양심을 위해 자신들이 선택한 결과로 인해 1년여 동안 실직의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제보자 부부의 행동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 걸음만 뒤에 서서 바라보면 너무나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는 일조차도, 스스로의 신념에 의해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접할 때가 있다. 이러한 태도를 일컬어 자기 확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어떠한 합리적인 의견에도 쉽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특정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는 힘을 우리는 상식이라고 부른다. 상식이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상식은 사람들의 경험과 검증 속에서 합리적인 것으로 이해되게 된다. 특히 일반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줄기세포의 진위에 대한 문제 역시 찬반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 속에서, 우리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가 전 사회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상식의 힘은 별다른 위력이 없었다. 오로지 자신들이 믿고자 하는 특정인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은이가 처음 이 문제에 대해서 제보를 받았을 당시,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제보의 내용을 듣고서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식의 저항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34)고 적고 있다. 그러나 차츰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지은이가 처음에 느꼈던 상식의 저항이란 것은 줄기세포 연구팀에서 일방적인 발표로 인하여 형성된 것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진실이 무엇인가는 아직 밝혀내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적어도 황우석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성과의 상당 부분이 허구로 쌓여진 신기루였음은 이제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고 생각된다. 물론 우리 나라의 생명공학 분야의 모든 연구 성과를 부정해서도 안되고, 부정할 수도 없다.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을 과학도들에게는 진심으로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학자적 양심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명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활동이 과연 과학의 발전을 위하여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실상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기묘한 사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어느 한쪽의 비상식적인 주장이나 행동들이 아무런 검증 없이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의 합리성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논리를 자의적으로 펼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근거로 합리적이지 못한 내용을 확대하여 재생산시키는 언론과 정치 세력들이 여전히 엄존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논리가 아무런 비판 없이 통용되고, 그러한 주장을 펼친 사람들이 대학 교수정치인과학자언론인 등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가 한 생명과학자를 만나고 나서 한 다음의 말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징표로 받아들이고 싶다. “앞으로는 원칙과 상식을 지켜 온 수많은 각계 원로들이 진정으로 후학들에게 존경받으면서 두텁게 사회적 층을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129)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황우석과 그 주변 사람들보다, ‘원칙과 상식을 위해서 자신의 예견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실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진실만을 위해서 자신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하는 사회, 그리고 그들의 말이 진실임이 확인되었을 때조차도 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기도 하는 현실이 너무도 아프게 느껴진다. 황우석을 둘러싼 거대한 세력들의 공장에 의해서 ‘PD수첩팀이 어려움에 처하고, 이미 제작된 방송이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에 놓여있었던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가슴 한구석에서 안타까움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방송국 내부의 사람들로부터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때, 지은이는 진실의 힘을 마음속에 새기며 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은이는 말한다. “강철같은 신념을 가진 제보자 KB, 야인 고수 어나니머스와 익명의 과학도들, 거센 외풍을 막아 준 최씨 삼 형제, <PD수첩>을 물밑에서 지원해 준 과학자 그룹과 의인들, 양심을 지키며 결사해 준 뜻 있는 기자들, 그리고 여전히 공개할 수 없는 인물들 …….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취재와 방송 모두 불가능했을 것이다.”(6)라고.

  

또한 지은이의 방송 내용에 공감하여 적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수많은 과학도들은 진정 과학이 무엇이고, 과학자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해준 존재들이었다. 지은이의 말처럼 아마도 그들이 없었다면, 줄기세포 논문 조작의 진위는 결코 쉽게 밝혀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황우석에게서 잃었던 과학에 대한 신뢰를, BRIC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과학도들의 자세를 통해서 넉넉히 회복하고도 남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과학계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최근 그동안 직장에서 쫓겨나 실직 상태에 있던 제보자 부부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펼쳐, 모금된 돈을 그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모금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이렇게 우리 사회의 정의와 양심은 굿건하게 살아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황우석 파문이 전 국민의 생명과학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166)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회자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과학에 대한 일종의 맹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사람들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누군가가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한 마디에 수긍하는 것은 아닌지. ‘황우석 사태는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이러한 태도에 일대 반성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로 하자. 과학의 발전과 국가적 명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폐해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실험실 내에서 발생할 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 한사람의 인권까지도 챙겨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논문의 내용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수록된 학술지의 등급을 따져 연구의 성과마저도 차별화 하는 학계의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당시에 온 국민을 뜨겁게 달구었던 황우석과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은 이제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가 남긴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사태가 종결되었다고 생각했을 뿐, 여전히 황우석이라는 코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언론과 그 추종자들의 활동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황우석 사태를 다룬 이 책의 출간과 그로 인해 발생한 각종 언론의 뜨거운 반응이 그것을 뚜렷하게 실증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는 황우석 사태가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쉽게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도 다시 한번 냉정하게 따져볼 때이다. 그리하여 황우석 개인이 아닌, 우리 과학계를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자.

  

 

황우석 사태는 우리 국민에게 잊힐 수 없는 상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의식을 돌아보고 제도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이기도 하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기억하는 역사는 우리 삶을 한 단계 성숙시킨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아파할 뿐 기억하지 않는다. 그 귀한 기억을 지우려 한다. 이제 돌아봐야 한다. 상처만 안고 가는 건 바보다. 그리고 고칠 건 고치자.”(곽병찬, ‘황우석 사태 잊을 건가’, <한겨레> 2006126일자)

 

(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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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노래들을 기억하다 | 여중재리뷰(음악/노래/영화) 2018-08-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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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래도 우리는 노래한다: 민중가요와 5월운동 이야기

정유하 저
한울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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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와 5월 운동 이야기라는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19805월 항쟁을 겪으며 불렸던 노래들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성격을 탐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 민주화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던 1980년 광주에서 발생한 ‘5월 항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 중에서 특히 당시 항쟁 과정에서 불렸던 노래들을 대상으로, 악보와 창작 동기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내 기억에도 1980년대 중반 무렵까지만 해도 시위 현장에서는 대부분 기존의 곡들을 이용하거나, 이른바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라고 하는 기존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정도였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러한 노래들은 원래 노래의 창작 동기나 원곡의 성격이 민주화 항쟁의 성격과 적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위 현장과 그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이러한 노래들이 불렸고, 그에 따라 각각의 노래들의 사회적 성격이 규정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초기적 흐름을 설명하면서, 1980년대 중 후반 무렵부터 각 대학의 노래패들을 중심으로 창작되고 불렸던 노래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곡들과 더불어 새로이 창작된 노래들이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시위 1990년대에는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방송 등 합법적인 공간에서 불리기 시작했다.

 

초기 대학 노래패들에서 활동하던 가수들이 이제 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시대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주로 광주에서 불렸던 노래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딱히 광주가 아니라도 당시 이러한 음악 문화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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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전공자의 책 읽는 방법 | 여중재리뷰(독서/글쓰기/인문학) 2018-08-27 16:08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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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은 도끼다

박웅현 저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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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나에게 그 의미가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위에서 인용한 구절을 보았을 때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제목은 앞에서 인용한 카프카의 말에서 영향을 받아 지은 것이라 한다.

 

기존의 생각을 마치 도끼로 깨뜨리듯 명징하게 부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만 책의 가치가 있다는 저자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읽었던 책의 구절들을 토대로, 그 의미와 성격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내고 있다.

 

이 책의 목차를 하나의 주제로 8번에 걸쳐 진행했던 인문학 강좌의 원고를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 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나와 전혀 다르게 책을 읽고 있다고 느꼈다.

 

예컨대 나 역시 최인훈의 <광장>을 십여 차례 읽었지만, 전체적인 줄거리와 의미를 토대로 작품 속의 상황과 주인공들의 심리를 통해서 느껴지는 바가 매번 새롭게 느껴졌다.

 

물론 저자도 이러한 점을 도외시하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광장>이란 작품에 나오는 특정 구절을 중심으로 이 소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미를 찹아내고 있었다.

 

문득 저자가 광고가 전공이라는 사실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는 나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른바 미문(美文)’이라 평가를 받는 김훈과 알랭 드 보통의 글들에 대한 감각적인 인식, 그리고 지금은 미투의 한복판에서 지탄을 받기도 하는 고은의 시를 통해서 특정 구절의 통해 글의 의미를 탐구하는 저자의 안목에 주목할 수 있었다.

 

광고를 전공으로 하는 저자의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김화영과 카뮈를 통해 들여다보는 지중해의 의미를 탐구하는 내용이라고 여겨졌다.

 

쿤데라와 톨스토이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특정 구절이 아닌, 전체저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논의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오래 전에 프라하의 봄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쿤데라의 작품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자의 반짝이는 인식이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특정 문장에 집중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광고가 전공인 저자와 나의 책을 읽는 관점과 시각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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