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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 기본 카테고리 2020-07-2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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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공저/강영옥 역
책밥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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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말은 뼈로 남는다.


망자가 하고 싶었던, 하지 못했던 말을 읊어주는 것. 아마 그것이 고고학자가 하는 일 아닐까. 설령 그 사람이 몇 천 년, 몇 만 년, 몇 십만 년 전에 스러졌다 할지라도.


뼈. 그저 탄소가 뭉친 유기물 덩어리. 고고학자, 특히 인류학을 연구하는 학자에게 뼈는 한없이 귀한 것으로 바뀐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를. 더 나아가 우리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고고학을 직접 만난 경험이 없다. 그저 그것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어버리다니. 정말 종잡을 수가 없는 인간이다.


*


요하네스 크라우제는 고대 DNA 분야에서 떠오르는 인재로 인정받고 있다. 사이언스지에도 연구 결과를 올린 뛰어난 전문가다. 찾아보니 대다수의 그의 연구가 이 책에 실려있었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그에게 박수를! 토마스 트라페는 과학 및 정치 분야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의 유전자 여행> 은 작은 뼛조각에서 시작되었다. 뼈의 파편만 가지고도 인류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기술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책은 뼈에서 알 수 있는 많은 사실들 - 여기 나와있는 내용이 전부라고 말하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는 - 을 알려주고 있다. 이주, 인종, 그리고 언어... 인류의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라면 이 책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다뤘다고 볼 수가 있겠다.


*


초반부는 조금 이론적인 내용이다. 아니, 이론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배경을 설명한다고 해두자.




원시 인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나만 해도 호모 사피엔스가 지식의 끝이었다. ( 호모 에렉투스도 책의 제목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 물론 그런 걸 외운다고 해서 인생을 더 잘 살 거라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초반부에 공을 들여 원시 인류가 어떤 존재인지, 레크레이션 강사 마냥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


초반에 힘을 빼고 후반엔 술술 이야기를 털어내는데, 오히려 순서를 바꿔 뒤에서부터 이야기를 읽어내리는 게 나는 더 좋았다. 첫 챕터부터 mtRNA 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옴싹달싹 할 수가 없었는데 ( 물론 다른 사람들은 이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 뒤쪽은 사례 위주라 활개를 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세계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재미나게 읽어나갈 수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려운 단어가 잔뜩 나오는 ( 비잔티움 같은 ) 역사적 사실을 담은 글의 그런 모습이 싫어서 앞부분을 나중에 읽었는데, "역사!" 라고만 해도 닭살이 돋는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괜찮겠다.


결국엔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운명인건가.




읽으면서 가장 좋아라 했던 파트는 질병. 애초에 내가 이 책을 택한 게 이것 때문이었으니.


유럽 인구의 3분의 1 정도를 사라지게 만든 끔찍한 질병, 페스트. 어느 정도의 생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는 병명일 것이다.


그렇다면 페스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져온 '전통적인' 질병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는가? 이주민이 유럽 쪽으로 건너오면서, 이주민과 함께 있던 페스트 균이 퍼지고, 그렇게 유렵 대륙은 재앙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 물론 그 잔인한 것에 '흥미로운' 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적합한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도, 대유행을 할 때까지의 경로가 불확실하며 , 최근까지도 오류투성이로 알고 있었던 사실이 말이다.


그런데 그 베일에 감춰져 있던 진실을 자그마한 뼈 하나로 밝혀낼 수가 있다니! 대체 어떤 원리로 결과가 나오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고고학을 마냥 지루한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딱히 특정 유형의 사람에게 보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이과, 문과 할 것 없이 어렵지 않게 ( 어느 정도의 나이와 배경지식이 있다는 전제 하에 )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왠만한 사람들은 보고 "즐길 수" ( 확실하지는 않지만 )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


책을 보기 전까지는 유전자와 DNA는 무조건 생물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모든 학문은 사실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말을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역사, 사회, 생물... 다양한 분야가 서로 엮여 얽힌 것이 바로 고고학인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분야를, 이렇게 읽기 좋은 책으로 낸 저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인류에게 한계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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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를 읽는 시간 - 부드러운 시간의 흐름 | 기본 카테고리 2020-07-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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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해리 포터를 읽는 시간

신순화 저
북하우스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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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이 유명한 아이 - 물론 이제는 아이가 아니지만 - 의 이름은 모두가 다 알 것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최고의 히트작이자, 아직까지 많은 '덕후' 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기 때문이다.




해리포터를 한 번이라도 읽은, 혹은 본 사람이라면, 호그와트 초대장을 물고 올 부엉이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무정했다. 도착한 것은 고대하던 부엉이가 아닌, 세월. 책을 읽을 당시, 아슬아슬하게 입학을 할 수 있었던 나는 어느새 편입도 못할 나이가 되었다.




저자 역시 그랬나보다.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안타까워 하는 대신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호그와트 초대장의 대신으로 여기고 소중히 아껴왔다. 자신이 원하지 않은 물건이 왔다고 함부로 쓰는 이 아니라, 그것 또한 운명이라 생각하며 삶을 조각해 왔다.


10년을 산 사람과, 20년을 산 사람과, 30년을 산 사람의 관점은 다르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증명받은 바 있다. 저자는 현재 세 아이의 '엄마' 다. 그만큼 흘러간 시간이 있을 것이며, 그것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 그만의 특별함이 된다.

'해리포터를 읽는 시간'에서는 그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해리포터' 라는 장르에 가지는 애틋한 감정,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려온 기억. 그 모든 것들이 한 권의 책으로 모여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냈다.




해리포터 전 권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의 힘' 이다. 끝까지 살아남아 영웅이 된 해리는 부모님의 사랑 덕에 죽음의 저주를 피할 수 있었다. 세기 최고의 현자라는 덤블도어는 사랑을 알았기에 칭송받는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사랑을 가진 자는 강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바치는 감정은 위대하다. 저자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들, 친구들, 오며가며 얼굴을 익힌 이들. 그들은 힘들 때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고, 어쩌면 그 덕분일까. 그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써, 또 다른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 준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한 사람의 가치관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일이다. '해리포터를 읽는 시간.' 첫 장을 넘기고, 익숙했기에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일깨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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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 음악사를 이끈 또 하나의 거장 | 기본 카테고리 2020-07-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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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란츠 리스트

우라히사 도시히코 저
성안뮤직(성안당)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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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 아무리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라 캄파넬라. 이 아주 유명한 곡이 그의 작품이니까.

그런데 정작 그 유명세와는 다르게, 프란츠 리스트, 한 사람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같은 시대를 산 쇼팽과는 다르게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쇼팽 관련 책이 100권넘게 있는 반면에 리스트 관련 책은 10권도 되지 않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가 리스트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실들 -검색만 하면 나오는 간단한 문장들이 아닌- 을 알려주고 싶어했다. 그가 펜을 든 이유는, 세상이 이 책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다른 비슷한 장르의 책들과 비교해보면, 구성이 색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흔히 한 사람만 다루고, 부가적인 설명은 꼭 필요할 때만 더하는 것들과는 다르게, 책은 2번째 챕터부터 배경적 설명이 주가 된다.

그래서 읽은 뒤 남는 것은 프란츠 리스트에 대한 객관적 사실뿐만이 아니다. 그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의 성향, 모임, 문화, 그에게 열광한 이유... 등등, 다양한 역사적 문맥 또한 머릿속에 머무르는 것이다.



저자는 리스트에게 최초의 피아니스트라는 칭호를 븥였다. 온전한 피아니스트의 정의만 남게 만든 건 리스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리스트에게 보이는 애정의 깊이를 엿볼 수 있었다. 애초에 한 사람을 위해 책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그 사람에 대한 사랑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일이다.

리스트가 친우 쇼팽을 위해 책을 낸 것처럼, 저자도 리스트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이 책을 세상에 공개했으리라.



그의 삶은 기구했다. 대다수의 천재 음악가들이 그렇게 살았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특히 어렸을 때의 리스트는 덧없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껍데기만 남은 나날을 보내곤 했다. 천재라는 겉모습에 열광하는 사람들. 자신이 광대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기에, 그걸 극복하고 음악사에 영원히 남을 그의 이름이 더 빛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리스트의 화려한 기교는 철저한 계산 하에 설계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다는 엄격한 면을 보고 있자면, 그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넘어선 무언가를 보였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철저히 계산된 나날을 보낸 건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는 의심이 생길 정도로.



사랑. 거의 모든 음악가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다. 천재 음악가들은 왜 죄다 그런건지. 수많은 사랑을 하고, 그 속에서도 진정한 한 사람 - 몇 사람일 수도 있지만 - 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

리스트의 사랑은 대다수가 셰익스피어의 비극이었다. 드라마보다 더한 것이 사람 인생이라더니. 그 말을 여기에 쓸 거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토록 애틋했던 첫사랑은 신분차이로, 세간이 말하던 낭만적인 사랑은 파멸로, 마지막 파트너는 집착 끝의 헤어짐으로. 이렇게 살기도 쉽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의 복잡한 사랑 이야기야말로 그의 삶을 잘 표현해주는 하나의 장치일지도 모른다.



'유럽인입니다.' 리스트의 후손은 그를 이렇게 정의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럽인.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매순간 떠돌아다녔던 그에게 걸맞는 이름이다. 그 리스트의 후손다운 대답이랄까.

결국 마지막도 늘 그랬듯 잠시 머무른 곳에 묻혔으니. 리스트의 국적은 특정지을 수 없고, 그저 유럽인이라고 말할 수 밖에.



책은 리스트의 모든 것을 다루지 않는다. 그의 삶을 직접 살아보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는 그저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집중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학술서가 아니라서 꼼꼼하게 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책이 더 흥미로웠던 걸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감춰진 리스트의 삶. 책은 그 비밀을 한꺼풀 벗겨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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