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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4 | 기본 카테고리 2021-03-3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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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뢰도 24

검류혼 저
도서출판 청어람 | 2013년 05월

        구매하기

시합 개시라는 선언이 울려 퍼지자 호원이 장침 세 개를 빼 들며 달려들려 했으나 연비가 더 빨랐다. 즉시 손을 치켜든 연비가 외쳤다. "기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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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저연대의 대장은 나예린이었다. 나예린조의 윤미는 '의료미숙'조에서 가장 강한 자인 의호 하우수와 맞붙게 되었다. 의호 하우수가 진지한 어조로 "아가씨, 어디 아픈 곳은 없소?"라고 묻자 윤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면서 "어, 없는데요! 없습니다. 절대로 없어요! 절대로. 맹세해요."라고 치료의공포에 떨고 있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윤미는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연비는 쯧쯧 혀를 찼다. 상대의 흐름에 휘말리는 것은 어떤 경우든 좋지 않았다. 의호 하우스의 손에는 파랗게 날이 선 소도가 들려 있었다. 하우스가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 비록 하우수의 소도가 날카롭고 재빨랐지만 윤미의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기민했다. 윤미가 익힌 칠매검은 화산파의 유명한 검법인 매화이십사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보다 좀 더 압축된 검로였다. 윤미는 전심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허공중에 매화가 피어오르며 은은한 매화향이 감돌기 시작했다. 매화가 바람에 휘돌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을 추는 꽃잎들이 걷혔다. 그러자 의호 하우수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얼굴 곳곳이 울긋불긋했다. 그리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고 눈동자도 게슴츠레하게 풀려 있었다. 하우스는 모든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쭉쭉 빠져나가는 증세가 있었다. 윤미의 승리였다. 두 번째로 나선 사람은 연비였다. 연비의 상대는 의료미숙조의 홍일점이라 할 수 있는 호원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시합 개시라는 선언이 울려 퍼지자 호원이 장침 세 개를 빼 들며 달려들려 했으나 연비가 더 빨랐다. 즉시 손을 치켜든 연비가 외쳤다. "기권합니다!" 막 달려들려던 호원의 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반면 연비의 얼굴은 태연자약하기만 했다. 연비는 곧장 몸을 홱 돌려 아무런 미련도 없이 나예린이 기다리고 있는 대기석을 향해 걸어갔다. 나예린은 의료미숙조의 마지막 남은 사람인 문진 채이수와 대결하기 위해 투기장 한가운데 섰다. 나예린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탐욕 어린 시선들 때문에 그녀는 이 장소에서 오래 서 있고 싶지 않아서 "삼 초 안에 끝내겠어요. 그러니 너무 원망하기 마세요." 싸늘한 섬광이 반원을 그리며 날아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검에 당황한 채이수가 보법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나예린의 두번 째 검이 휘둘러졌다.검각 비홍검의 한 초식인 물 위를 나는 기러기의 움직임을 본딴 검초였다. 채이수가 쓰고 있던 하얀 복면이 반 토막되어 떨어졌다. 나예린의 검끝은 이미 채이수의 코끝에서 멈춰 있었다. 채이수가 "져, 졌소."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미소저연대와 칠상흔과의 대결이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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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3 | 기본 카테고리 2021-03-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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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뢰도 23

검류혼 저
도서출판 청어람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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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만 냥 투기제의 예선에는 백 개가 넘는 참가 조가 출전했고 이 중에서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조는 오직 열여섯 개 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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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만 냥 투기제의 본선 개막식을 내려다보고 있는 붉은 비단 청삼 사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뜻하지 않은 기회를 얻어 그자를 자신의 영역인 강호란도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는데 게다가 선물까지 덤으로 함께 발을 들여놓았다. 청삼 사내는 자신의 형인 백도 무림맹주 나백천의 가슴속에 영영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을 뚫고 싶었다. 청삼 사내의 붉은 눈이 한 검객의 호위를 받고 있는 아름다운 중년 여인을 향했다. "형수, 여전히 아름다우시구려! 크크! 그런데 어쩌지요? 이 아제는 당신을 잃은 형님의 얼굴을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말이오." 그녀는 그의 형 나백천을 불행하게 만드는 최고의 재료였다. 청삼 사내가 "흑사! 손님을 한 분 모셔와야겠다. 빙월선자 예청! 현 무림맹주의 아내시지. 귀하신 몸이다. 정중히 모시도록 해라. 인원은 마음대로 동원해도 좋다. 방법은 묻지 않겠다."라고 명하자 짧게 "예, 주군. 존명!" 답하고 흑사는 사라졌다. 오십만 냥 투기제의 예선에는 백 개가 넘는 참가 조가 출전했고 이 중에서 본선에 올라갈 수 있는 조는 오직 열여섯 개 조뿐이었다. 열여섯 개의 본선 조에 나예린과 연비(비류연), 윤미(윤준호가 여장)조도 당연히 올라왔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올라온 열여섯 개의 조에서 우승한 사람이 혈염제 칠상흔과 맞붙게 된다. 나예린 때문에 그녀의 부모인 나백천과 예청이 강호란도에 모습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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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2 | 기본 카테고리 2021-03-2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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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뢰도 22

검류혼 저
도서출판 청어람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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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후는 어떻게 술을 마실까? 이 고고한 산의 여황은 놀랍게도 인간이 마시는 잔보다 큰 잔을 오른앞 발등에 올려놓고 기술 좋게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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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의 현역 여황으로서 군림하고 있는 백무후는 힘도 세지만 코도 무척 좋았다. 특히 술냄새를 맡는 데는 기가 막혔다. 아무래도 그것은 예전에 먹이 사냥이랍시고 달려든 암호랑이를 단숨에 제압한 다음 거의 애완동물 취급한 비류연 사부의 영향임이 분명했다. 암호랑이는 지난 세월동안 때때로 노인의 대작 상대였던 것이다. 술을 금보다 귀하게 여기는 노인네인지라 많이 얻어 마시지는 못했지만 암호랑이 백무후는 상당히 감별력이 뛰어난 미주 애호가였다. 술 마신 경력만이 어언 이백 년. 이젠 어지간한 술로는 그녀의 예민하고 섬세한 미각을 만족시켜 줄 수 없었다. 백무후는 어떻게 술을 마실까? 이 고고한 산의 여황은 놀랍게도 인간이 마시는 잔보다 큰 잔을 오른 앞 발등에 올려놓고 기술 좋게 마신다. 마치 인간처럼.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술이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구책을 강구해서 자기가 마실 술은 스스로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백무후의 섬뜩한 아가리에 물려 있는 것은 최고급 비단으로 감싸인 '달의 이슬' 두 병이었다. 백무후는 지금 저 술창고에서 걸어나오게 된 것이고 연비는 그런 백호를 향해 검은 우산을 움켜쥔 채 달려들고 있었다. 검은 우산이 검은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뻑! "꾸에에에엑! 꺄울~!" 괴이한 비명이 강호란도의 밤하늘로 낭랑히 울려 퍼졌다. 그것은 어째 좀 인간의 그것과 너무 닮아 있었다. 이삼백 년 살다 보면 인간의 말을 알아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말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건가? 연비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검은 우산의 첨단을 앞으로 내밀며 연비가 말했다. "얌전히 물고 있는 술을 내려놓은 게 어떨까" 물어볼 것도 있고." 연비는 백무후를 제압하여 백무후의 등을 타고 신라각 객점의 후원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백무후는 경공씩이나 배운 영물이라 그런지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연비의 신형은 누각 안으로 사라졌다. 연비(비류연)의 사부인 노인은 연비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무쇠 화로의 양쪽을 잡아 무쇠화로를 주물럭거리면서 적당한 크기의 굵고 단단해 보이는 쇠몽둥이 하나를 만들었다. 쇠몽둥이의 끝 부분에 손가락으로 '타격각성 정신봉'이라고 적어 넣었다. 노인은 쇠몽둥이를 돌바닥에 끌며 저벅저벅 연비의 앞으로 걸어갔다. 제자의 잘못을 계도하는 것이 사부된 자의 도리! 무시무시한 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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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1 | 기본 카테고리 2021-03-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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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뢰도 21

검류혼 저
도서출판 청어람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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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가 마치 주문 의식에 들어가듯 방울을 가볍게 울리며 춤추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관객들도 마치 주술에 걸린 듯 춤에 빠져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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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노사부가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을 연비로 하자. 비류연의 류를 빼고 뒤집어서 燕飛(연비), 제비 燕(연)이다." 사부의 선언에 비류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제비 연이요? 원래는 연결된 連(연)자인데 전혀 다르잖아요?" 라고 물었다. 사부는 어느새 볼일을 다 봤다는 듯이 "그냥 뒤집으면 너무 단순하잖냐. 제비라면 어감도 좋지. 이걸로 끝! 보다 완벽해졌군."라고 만족스럽게 말했다. 비류연이 "뭐가 완벽입니까! 있지도 않은 여자를 만들어 가짜 이름을 붙여놓고."라고 따지니 꿀밤을 때리면서 사부는 눈까지 가늘게 떠가며 불길하기 짝이 없는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비류연은 다음날부터 기본적인 몸가짐을 비롯한 갖가지 기괴한 수련을 받아야 했다. 사부가 "음, 원래는 축골공 같은 신체 변환술도 써야 하지만 어린 지금은 그다지 필요없겠지. 몸도 마음도 여자가 되어라. 우아하게 귀밑머리를 매만지는 습관을 들이고 앉을 땐 단아하게 무릎을 붙이거라!" 비류연의 사부는 비류연에게 금과 춤을 가르친 후 특훈을 빙자해 두어 달가량 여자로 생활하라면서 여자로서의 행동거지와 말투까지 바꾸라고 요구했다. 사부는 잠자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볼일을 보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시도 때도 없이 급습해서 요상하기 짝이 없는 특훈을 시켰다. 남성으로서의 자연스런 행동들은 가혹한 제약 하에 급속도로 제거되어 갔다. 진짜의 자신은 한 발짝 물러나 '연비'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더욱 더 자아가 또렷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팔다리에 방울을 달고 고된 연습을 하다보니 딱히 의식을 하지 않고도 방울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연비는 여러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게 되었다. 군더더기없이 우아하고 부드러운 몸동작을 생활화하게 된 것이나 방울 소리가 일종의 주문처럼 작용해 자신을 보다 완벽히 통제할 수 있게 된 것 등이 가장 큰 성과였다. 묘한 것은 연비가 마치 주문 의식에 들어가듯 방울을 가볍게 울리며 춤추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관객들도 마치 주술에 걸린 듯 춤에 빠져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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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20 | 기본 카테고리 2021-03-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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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비뢰도 20

검류혼 저
도서출판 청어람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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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의 화신이자 술책의 귀재라 불리는 비류연이 이번 일을 막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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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를 빚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제재로서 마천각 교류 사절단 명단에서 비류연의 이름은 뺀다.'는 공고가 나붙었을 때도 놀라는 사람은 비류연과 가까운 몇몇뿐이었다. 음모의 화신이자 술책의 귀재라 불리는 비류연이 이번 일을 막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비류연이 효룡에게 "이번에 그 말괄량이 아가씨랑도 함께 가게 됐다면서? 잘 갔다와."라고 말하자 순간 효룡의 안색이 무척 어둡게 변했다. 자신이 자란난 곳, 그리고 존경하고 사랑하던 형을 잃어버린 그곳. 이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도 되는 걸까? 그곳에 가서도 자신은 여전히 효룡일까? 아니면 또 다른 내가 될 것인가? 과연 그러고 나서도 자신은 이들 곁으로 돌아올수 있을까? 효룡은 그 점을 확신할 수 없었다. 비류연의 눈이 갑자기 초롱초롱 빛을 발하는 것 같은 느낌에 효룡은 문득 불안해졌다. 비류연이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는데 자넨 언제부터 애꾸가 되었나?"라고 물었다. 이진설에게 찔린 눈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던 것이다. 효룡은 그 순간이 떠오르자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꽉 잡힌 효룡과 생각보다 지독한 이진설! 그나마 찔리는 순간 재빨리 눈을 감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무시무시한 참사가 벌어졌을 게 아닌가! 비류연이 "흠, 거 굉장히 수상하군. 머리도 산발이고, 오른뺨에도 할퀸 듯한 자국이 있고 말이야... 설마 그 눈도 그 말괄량이 아가씨 소행인가?"라고 말하자 핵심을 정통으로 꿰뚫린 효룡은 휘청거리고 한동안 말이 없다가 "에휴, 말하자면 사연이 길다네. 어흠, 난 이만 가보겠네. 한동안 못 보겠군. 몸조심하게." 작별인사를 하며 효롱은 떠났다. 효룡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비류연이 "저렇게 필사적으로 정체를 감추려 하다니...역시 돌아가는 게 두려운 건가? 그럼 이제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지?" 혼잣말로 중얼거린 비류연은 자물쇠가 잔뜩 달린 전용 옷장을 열고는 몇 가지 물건들을 꺼내었다. 비류연은 길게 드리워져 있는 자신의 앞머리 쪽으로 가위를 가져갔다. 신비한 현의여인으로 둔갑한 비류연! 결국 이런 모습으로 나예린의 곁으로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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