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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냈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1-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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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밝은 밤

최은영 저
문학동네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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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냈다.

증조할머니가, 할머니가, 엄마가 힘들고 서럽긴 하지만 서로 떠난 적이 없이

한 세상을 살아냈으므로 서른 두 살의 나도 살아내야 한다.

열 살 때 이후 다시 희령에 내려가던 날, 나는 폭설이 내리던 1월의

어느 날처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혼은 폭설 같기도 했다.

가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마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반가운

내색을 하시던 할머니가 손짓으로 열 살 때로, 그 이전의 시간 속으로

이끌고 간다.

삼천이로, 새비로 서로를 부르던 증조할머니의 시간으로,

할아버지 길남선을 만나는 할머니 박영옥의 시간 속으로,

엄마 길미선과 헤집게 되는 상처 가까이로,

이혼을 해버린 나 이지연의 시간에도.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았지만, 할머니를 만나니까

나는 풀어진다, 흐트러지는 면도 있다.

마음이라는 것을,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어진다.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고.

할머니의 갈색 사진첩을 통해 눈에 들어오는 증조할머니의 고향은 삼천이다.

개성에서 기차 타고 가면 세 시간 걸리는 곳.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와 금방이라도 내 앞에 나타날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나의 증조할머니 이정선, 증조할머니를 닮았대서 참 좋아지는 마음이다.

천주를 믿은 증조할아버지는 집을 나와 백정 집의 열일곱 여자인

증조할머니와 개성으로 가는 열차를 탄다.

일본 군인들에게 끌려갈 것이므로 그녀는 그를 따라나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까.

한번 백정은 영원한 백정이었다. 함부로 대하진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녀를 피했다. 도무지 끼워주지 않았다.

고개를 돌렸다. 마찬가지로 상처를 입었다.

햇빛을 바라보곤 했다.

할머니랑 만나면 옛날이야기를 듣는 나도 햇빛을 바라본다.

할머니의 기억과 입과 사진과 편지로 술술 풀려나온다.

그 얘길 듣다보면 이상하게 그 사람들한테 마음이 간다.

증조할머니 삼천과 새비의 우정과 사랑에, 고단한 삶에게.

할머니는 내 얼굴에서 돌아가신 증조할머니를 보고 있고.

열아홉 살 때, 할머니를 임신했을 때, 새비 아저씨랑 새비 아주머니를

개성에서 만난다.

증조할머니 마음이 새비 아주머니에게로 기울어서, 그 곳으로 기쁨도

슬픔도 안타까움도 모두 흘러갈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일본으로 떠났던 새비 아저씨가 해방 후 돌아왔지만, 망가진 폐를 안고.

새비 아주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살면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와 영영 헤어져야 하는 마음이 어떤 것일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하는

심정이 어떤 것일지 짐작할 수 없다.

증조부 장례 후 새비 아주머니가 시간을 내 희령으로 온다.

증조할머니는 한참을 새비 아주머니에게 매달리듯 안겨 있다가 품에서

빠져나와 새비 아주머니의 어깨를 잡았다.

‘새비구나. 기래. 내다, 새비.’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한 건 새비 아주머니였다.

항상 얼굴을 보고 살 수 없으니 그리울 때 꺼내 볼 수 있는 사진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관에서 나온 그들은 거북이 해변으로 걸어갔다.

‘새비 아주머니는 그날 바다에서 놀았다.’ 할머니는 그날의 일을 이 한

문장으로 기억했다.

새비 아주머니도, 바다도, 놀다, 라는 말도 그 날에 다 들어 있었다.

모두 할머니가 좋아하는 말이었다.

공터가 되어버린 할머니 옛 집터에서 다시 증조할머니를 만난다.

세 살 때 나는 증조할머니와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지금 공터가 된

이 자리에 있었다.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웃었겠지.

우리 사이의 난감함, 어색함, 어려움이 나쁘지 않았고 그런 감정의 바닥에

깔린 엷디엷은 우애가 신기하다.

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 일.

이 세상에서 머물다 사라진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나는 기억되고 싶을까.

우주는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마음이 없는 곳이 된다.

그것이 우리의 최종 결말이다.

누구라도 다들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서 위로받기를 원할 텐데도...

 

[뒷이야기]

“미선이는 화투를 잘 쳤어.

미선이랑 나랑 우리 엄마랑 고스톱을 많이 쳤었거든.

셋이니 고스톱 치기 딱 좋은 숫자 아니냐.

미선이가 서울로 가버리고는 엄마랑 나랑 맞고를 쳤는데

재미가 없더라.

둘이 치는 화투가 어찌나 재미없던지.“

할머니의 얘기다.

“그마저도 그리워져버렸지만...“

그렇다. 코로나19로 더 그리워져버린 정겨운 풍경이다.

친구들과 점 100 고스톱이, 가족들과의 고스톱이... 그냥.

앞으로 없어질 게임일 것 같은 예감이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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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부 | 기본 카테고리 2022-01-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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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애덤 스미스 국부론

이근식 저
쌤앤파커스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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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부.

국가 경제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국부론의 원래 제목은 ‘국가의 부의

본질과 원인에 관한 탐구’이다.

국가가 부를 창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건 즉 경제발전의

요인과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국부론의 주제이다.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는 중상주의를 비판하고, 경제 개입을 철폐하여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만들 것을 처음으로 제시하여 경제적 자유방임주의를

19세기의 시대정신으로 만든 사람이 애덤 스미스이다.

국부론은 토지를 바탕으로 한 중농주의와 금과 은 등 화폐를 중심으로 한

중상주의자들의 이론을 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부의 원천은 노동, 부의 증진은 노동생산력의 개선으로 이뤄진다고 설파

했으며, 덕분에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 스미스의 가장 강력한 주장은 불합리한 경제규제의

철폐를 통한 경제의 자유화이다.

경제 규제를 철폐하여, 공정한 정의의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주장이 경제적 자유주의이다.

즉 자유방임주의가 경제적 자유주의이다.

19세기 유럽의 시대정신이었다.

다만 19세기부터 끊임없이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오기도 했다.

빈부격차, 불황과 실업 등의 시장의 실패라는 심각한 구조적 병폐를

노출시켜 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효율적 생산과 투자를 촉진시켜서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스미스는 노동이 교환가치의 원천이며 진정한 척도라는 노동가치설을

주장했다.

어떤 상품을 획득해서 얻는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이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노동(수고와 번거로움)이다.

즉 우리는 다른 사람이 만든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그것을 만든 사람의

노동을 얻는다.

노동가치설은 자본주의 사유재산제도의 정당성을 마련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자기가 일하여 얻은 것을 자기가 갖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 중 재산 소유로 얻는 부분이 많은 자본주의에서는

노동가치설로 사유재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누구나 경제적으로 더 잘살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하는

것이 인간의 강력한 본성이며, 이 본성이 개인과 국가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스미스의 자유주의의 토대를 이루는 관점이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덕분이다.

시장은 하느님의 섭리가 적용하는 곳이며, 개인의 이익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구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 기구를 가리킨다.

국부론은 경쟁의 이익에 대해서도 상세히 분석했다.

경쟁은 상품 가격을 하락시키므로 종전의 독점기업은 손해를 보지만

소비자는 이익을 본다.

경쟁은 훌륭한 경영을 촉진시켜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

경쟁은 기업주만이 아니라 종업원들도 열심히 일하도록 한다.

스미스의 자유주의는 단순히 경제에만 한정되지 않고, 신학, 철학, 윤리학,

법학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적 세계관이다.

경제적 자유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무분별한 탐욕이 제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스미스는 경쟁, 공정한 법질서, 윤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사치스런 마차에 비싼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이 빈민구제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과 함께, 부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누진세의 정당성도 인정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밝은 면 즉 시장의 성공만 보고,

빈부 격차, 불황과 실업, 독과점, 공공재 부족 등의 시장의 실패라는 어두운

면은 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스미스도 인정했듯이 국방, 사법 치안 및 공공사업은 정부의 임무이다.

사유재산권의 보호를 위한 사법을 강조했다.

또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고도 정확한 성찰이라는 든든한 기초 위에서

사회와 경제를 분석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929년 대공황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이후, 스미스의 국부론이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덕분에 다시 각광을 받는 이유가 된다.

경제성장과 분배가 정의롭게 전개되는 세상이 올 거라는 기대를 해봐야겠다.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뒷이야기]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습격이 2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과 삶은 해체되고 또 재구성되는 중이다.

삶의 안전이 위협받고 불평등과 빈곤으로 더 힘들어졌다.

이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 어쩌면 정치보다 경제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이 소환되는 까닭은 우리나라도 부(富)의

증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논쟁이

매우 치열했던 이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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