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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향하는 감상의 느낌표 | 도서일기 2011-11-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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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느낌의 공동체

신형철 저
문학동네 | 201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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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신형철이 펴낸 이 책은 2006년 봄부터 2009년 가을까지 여러 지면에 올린 글들을 한데 모은 것이라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평론집이 아니라 산문집이다. 그런데 그의 두 번째 평론집이라 생각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딱딱한 평론보다 훨씬 문학작품에 다가서는 데 편안하다. 최근에 읽었던 문학평론가 이광호의 산문집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런데 두 책은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문학에 흠뻑 빠져든 자신을 설명하고 있다. 시를 바탕으로 비교하자면 이렇다. 이광호가 시 속에 들어있는 특정 문장으로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쳐 새로운 이야기를 꾸민다면, 신형철은 작품과 작품을 매개로 감상의 느낌표를 오롯이 찍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광호의 산문집만큼 일반적인 평론의 범주에서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느낌이라는 게 근본적인 만큼 공유하기가 어렵다고. 책을 읽는 일이 배를 타는 것이라면 한 배를 타고도 어디에 닿을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라고.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줄 알면서도 그 어떤 공동체를 향해 노를 젓는 일이라고.

 

저자의 노동(노를 젓는 일)은 책 속에 열거된 문학작품을 어느 정도 경험한 공동체와 그것을 별로 접한 바 없는 공동체에 각각 의미 있는 파도를 일으킨다. 느낌을 공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평론집이 아니라 산문집을 택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두 공동체 가운데 후자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노는 새로운 세계에 가닿으려는 나와 같은 독자에게 스스로 자신의 느낌을 일깨우도록 만드는 데 성공적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나는 여기 있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문학작품이 전하는 사유와 의지의 세계로 침잠했다.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나무가 가지를 뻗듯 여러 시를 접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도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없다. 밑줄을 그어 놓거나 메모를 해둔 부분을 수시로 뒤적이게 된다. 알량한 수준이나마 내 나름대로 느낌을 표현하는 차원에서 이틀이나 사흘 간격으로 좋은 시를 올리고 몇 줄짜리 감상을 적기 시작했다. 그 배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그대의 노질과 나의 노질이 언젠가는 한데 맞닿는 날이 있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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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괴로움의 즐거움을 위하여 | 도서일기 2011-11-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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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강신주 저
동녘 | 201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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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몸에 휘감기는 날씨라서 그런지 부쩍 시가 읽고 싶어지는 때가 잦다. 그래서 요즘 책장 속에 들어 있는 시집을 꺼내어 시 몇 편을 소리 내어 읽다가 이런저런 공상을 펼치곤 한다. 시를 가슴에 새기는 일은 이렇듯 날씨에도 영향을 받는 법이다. 철학적 시 읽기라고 해서 어려울 것은 없다. 시나 철학이나 본인의 내면을 응시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원래 시는 철학적인 존재고, 우리는 시를 읽으면서 철학을 한다. 어쩌면 내가 시를 읽다가 문득 어떤 기억을 떠올리거나 다음 시를 읽기 전에 갖는 작은 공백 또한 나 나름대로 철학을 펼치는 시간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갈수록 시를 안 읽다는 거다. 소설가는 아는데 시인은 모른다. 내가 그런 인간이 되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 인간의 삶에서 시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점점 흐릿해지는 것이거늘. 아마도 강신주는 흐리멍텅해지고 있는 눈들을 보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에 철학적 시 읽기를 통해 기꺼이 안내자가 되고자 한다. 철학을 일상에 녹여 내는 솜씨가 뛰어난 저자 자신도 시 읽기가 괴롭다고 고백하면서 독자를 나직하게 위로한다. 물론 그 괴로움은 고통이 아님을 책을 읽어 나가면서 눈치챌 수 있다. 사실 그는 이미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신나게 펼친 바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그가 즐거움에서 괴로움을 논하게 되었다고 해서 시 읽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에게 즐거움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곧 즐거움이다. 그래서 좋은 시를 소개하고 그 시의 세계관을 아우르는 철학을 설명하는 이 책을 읽는 일은 즐겁다. 저자의 수고로움 덕분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다. 시와 연결되는 철학자의 사상이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강점은 까다롭고 난해한 철학마저 술술 읽히도록 써놓았다는 것이다. 높임말을 쓰고 있다는 데서 저자가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낮추고 있음을 느낀다. 이해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음은 그가 정말 일대일로 상담을 하는 양 진심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감각에 호소하는 시의 언어와 두뇌에 호소하는 철학의 언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을 통해 하나씩 그 괴로움의 즐거움을 풀어 놓는다. 함축적인 시어의 결을 온전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시를 소리 내어 읽고 저자의 설명을 듣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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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없는 사람을 떠올리는 어둠의 나날 | 도서일기 2011-11-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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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눈앞에 없는 사람

심보선 저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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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집을 읽었다. 그는 아름다운 표현을 쓰는 게 아니라 표현을 아름답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보기에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발문을 쓴 진은영은 도구적 방식으로 눈앞에서 사라진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예술의 일이라 생각한 블랑쇼를 언급하면서 이 시가 갖는 존재의 증명에 관해 말하고 있다. 나 또한 그 속에 등장하는 하이데거를 떠올렸다. 마침 교양철학서를 읽고 있던 터라 시집에 실린 시들과 책에 등장하는 철학이 운명처럼 만난 것이다.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시 하나를 알량한 수준이나마 내 식으로 짧게 풀어보면서 이제 책상맡에 시집을 놓으려 한다.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며칠 전 여행을 하다가 빈 방에서 느낀 감정을 시인이 꼭 대신 표현한 것만 같다. 집을 떠나 홀로 하룻밤을 보낼 때면 오늘의 어둠이 어제의 어둠 같지 않아 쓸쓸하다. 불을 끄고 책을 덮는 순간 심홍의 그림자가 천천히 등을 덮친다. 급기야 뜨거운 물을 숨긴 주전자 같은 내 영혼이 과거와 미래를 낯설어 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러한 어둠의 나날을 산다.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심보선 

 

 

구름의 그림자가 화인(火印)처럼 찍힌 저녁 바다를 바라본다

나의 파탄이 누군가의 파탄으로 파도쳐 간다

어떻게 그댈 잊을 수 있겠는가

그토록 사소한 기억들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그대를

 

수 개의 등불을 끄고 한 권의 책을 덮으면

이 방의 어둠은 완성된다

행간에 머물던 내 시선이 곁눈질로 더듬었던 달빛이

방 안에 순식간에 스며든다

 

나는 나를 간절히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이 세계를 두 발자국 만에 짓눌러버릴

거대한 눈사람을 저 모래사장에 우뚝 세우고 싶기도 하다

간혹 내 머릿속에선

옷을 입고 있는 사람과 벗고 있는 사람이

나를 버린 이들의 목록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간간이 동시에 떠오르는 다른 죽음들

 

회한과 자조로 가득한 겨울밤

과거를 향하여 이를 가는 짐승

파도를 가지 치며 수평선 위로

쑥쑥 자라 오르는 미래의 날카로운 환상

그때 뜨거운 물을 숨긴 주전자 같은 영혼은

내가 셋을 세기도 전에 태어나는 것이다

완벽한 혼란이 아니라 혼란스런 완벽으로부터

 

여관방 구석의 냉장고에선

실금 같은 빛이 새어나와 세계를 야금야금 톱질하기 시작한다

 

결국 극단을 택할 것인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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