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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존재들에게 | 도서일기 2011-03-3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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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저
문학동네 | 201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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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까?
삶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이웃은, 그리고 나 아닌 누군가는 점점 관심밖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우리는 이제 지독한 외로움과 일상의 공포를 안고 시간을 파는 존재가 되었다.

 



이 책은 90년대에 출간되었던 김영하의 단편소설집이다. 지금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만,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문화적으로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요즘은 누구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으니 그때의 상황과 많이 달라져서 다소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이의 어려움에 전화 한통 걸어주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도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당시에 경고했던 주제가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이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단편소설들의 전반적인 테마는 권태에 가까운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의 삶과 그 삶을 견뎌내는 다양한 방식에 관한 것이다.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그래서인지 엔딩의 여운이 더욱 깊게 남는 <사진관 살인사건>의 아내는 남편이 죽었지만 범인이 궁금하지 않다. 자신의 누드사진을 찍어줬던, 자신의 답답한 마음까지 발가벗길 수 있었던 그 남자가 범인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살부대끼며 함께 사는 남편의 죽음조차 그 여자에게 궁금하지도, 별스럽지도 않은 것은 엘리베이터에 끼어 살려달라 외쳤던 사람을 끝내 외면했던 얼굴 모를 사람들의 그것과 무에 다르단 말인가.

   

독특한 등장인물을 앞세워 작가 자신의 컴플렉스를 솔직하게 파헤치고 참신하게 까발리는 <흡혈귀>. 작가에게 편지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그 여자가 자기 남편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남편이라는 자가 하고 있는 그 이상한 행동들은 사실 작가가 어느 동료에게 느끼는 질투와 시기라고 이야기의 끝머리에 밝혔다. 이야기에 등장했던 남자의 지나친 행동도 애써 사랑과 행복을 외면하며 고독한 삶을 살아내는 하나의 방식이고, 속마음을 토로했던 작가의 이런 글쓰기도 타인과 사뭇 다르게 컴플렉스를 해소하며 인생을 즐기는 의미있는 방법이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나름의 탈출구를 찾았거나 혹은 찾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소설 속의 현대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처럼 끝내 누군가의 구원을 받지 못하는 결말을 맞으며 쓸쓸함을 풍긴다. 앙코르로 여행을 하면서 과거에 만났던 여자를 하나 둘 떠올리는, (<당신의 나무>의) 직업이 임상심리사인 한 남자는 어느 여성환자로부터 자신의 병을 확인하고 그 병을 씻어낸 것 같아 끝내 죄의식을 느끼고는 지금 거기 앙코르에 서 있는 나무를 가만히 응시한다. 불법CD를 복제하는 것으로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고 무미건조하게 시간을 때우는, (<바람이 분다>의) 인간관계가 단절된 한 남자도 자신의 작업실에 일을 하러 온 어느 가출한 유부녀로부터 미세한 균열을 느꼈지만 그것도 한낱 꿈같은 시간이었기에 스치는 바람이 그저 야속하다. 이렇게 피폐하고 황량한 주인공들의 삶은 작가 특유의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인해 더욱 차갑고 무겁게 느껴진다.

 

<피뢰침>에서 두번 벼락을 맞겠다며 엉뚱한 모임을 갖는 자들의 정신나간 짓을 보면서 우리가 손가락 치켜들며 욕할 이유는 없다. <비상구>에서 화살문신을 새긴 여자와 여관방에서 지내는 어느 놈팽이의 못된 짓에 똑바로 살지, 하는 탄식을 내뱉을 자격도 없다. 그들의 삶이 전혀 이해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는 우리 스스로에게서 모두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지독한 외로움과 일상의 공포를 안고 사는 현대인들은 다들 제멋대로이지만 모두가 쓸쓸하게 시간을 팔고 있는 우울한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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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도전은 삶의 원동력이었네 | 도서일기 2011-03-3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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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저
푸른숲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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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네티즌이 만나고 싶은 사람' 1위에 오른 그녀, 한비야. 그녀는 이제 오지여행가나 국제NGO월드비전에서 일하는 구호팀장에만 그치지 않고 작가로서도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사실 늘 새로운 도전으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기에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여성으로 두각된 면도 있지만 그녀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성공한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쉽지만 솔직담백한 그 글재주 덕분이다.

 

고난과 역경을 거친 아름다운 도전 끝에 얻은 값진 수확을 주로 담아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녀의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냈기에 무엇보다 글쓰기의 역량이 필요로 했던 경우가 아니었나 싶은데 (물론 지금까지의 세계여행경험과 월드비전에서의 활동이 곳곳에 묻어나고는 있지만) 그녀의 종교생활을 비롯해 그밖의 관심사, 취미 등이 그녀의 도전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잘 풀어내고 있다.

 

한비야는 이제 월드비전을 관두고, 보스톤 터프츠대학교의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단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삶을 보다 멋지게 실천하겠다며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택한 그녀를 보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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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가 들려주는 이야기 | 도서일기 2011-03-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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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보통의 존재

이석원 저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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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는 자가 주인이라지만 한번쯤 나도 저자가 되어보고픈 충동을 느끼는 것은, 필자만 그런 건 아닐게다. 요즘은 너도나도 블로그를 하고 있고, 일기쯤은 손에 힘 안 들이고 쓸 수 있는 도구가 많으니 글을 쓰는 일만큼은 참 쉬운 세상이 됐다. 얼마나 양질의 글을 쓰느냐와는 별개로, 이런 쉬운 글쓰기는 다양한 인간들이 복작대며 사는 세상에서 소통의 역할을 한다. 글쓰기가 훌륭한 작가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나도 한번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책이 있다.


우리는 정말 보통의 존재일 따름이다.
얼굴도, 몸짓도, 생각도 모두 다른 각각의 존재이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우리의 소소함은 보통의 그것에 다름 아님을 느끼는 때가 많으니까. 일기처럼 쓰고싶은만큼 길게 쓴 것도, 짧게 쓴 것도 보통의 존재가 하는 평범한 글쓰기임을 깨닫게 한다. 본인도 가수가 진정한 자기 직업임을 깨닫게 되는 데만 30년이 넘게 걸렸다면서 꿈이 없노라며,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노라며, 내게 맞는 일은 왜 없느냐며 속상해하지 말라는 충고가 보통의 존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다. 그래, 우리는 어떤 끌림에 의해 일찌감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자와는 다른 보통의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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