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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Shuttlecock) | 영화일기 2014-08-3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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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셔틀콕

이유빈
한국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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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만 봐서는 좀처럼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셔틀콕>에는 이복 남매의 사랑이라는 금기가 흐른다. 첫째 은주와 셋째 은호의 엄마 그리고 둘째 민재의 아빠가 재혼한 이들 가족은 어느 날 교통사고로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서 세 형제만 남게 되었다. 이와 같은 출발이 으레 그렇듯이 살아가는 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부모가 남겨놓은 재산을 은주가 남자친구와 함께 철없이 빼돌릿 탓으로 그들은 떨어져 살고 있다. 그래서 민재는 은호를 데리고 은주를 찾으러 간다. 서산, 전주, 남해로 이어지는 긴 여정은 로드무비의 형식 아래에 놓여 있고 민재는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은주가 민재에게 누나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민재의 휴대폰에 담긴 은주의 모습이 영화의 첫머리를 장식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그 동영상 속에서 은주는 누나이기보다 여자다. 불명확한 감정들이 오간 끝에 그들은 어색해졌고 서로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첫사랑에 대한 열병이자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으로서 소년의 마음을 붙잡는 영화들에서 거듭된 내용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또한 최근 저예산 독립영화가 쉽게 택하는 미스테리 구조다. 하지만 다양한 연출로 인물의 감정을 세심하게 잡아냄으로써 중편을 장편으로 늘인 것 같은 전개 속에서도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독립영화 쪽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췄던 이주승의 연기가 무엇보다 빛이 난다. 셔틀콕이라는 은유가 가족으로든 연인으로든 쓸쓸한 포물선을 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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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정 (A Touch of Sin) | 영화일기 2014-08-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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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천주정

지아 장 커
중국, 일본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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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장커 감독의 <천주정>은 지난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다수의 서구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작품에 대한 열렬한 지지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리 아주 다른 스타일이 시도되었다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익히 알려진 대로 영화 속 네 개의 에피소드는 중국판 트위터에 해당하는 웨이보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거기에는 자본주의사회의 이면에 고인 폭력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따라서 감독은 영화 안에서 그 폭력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오래도록 고심했고 "나에게는 그 폭력을 비주얼로 표현할 수 있는 영화적 언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협녀>와 같은 무협영화의 형식을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무협영화 특유의 과장된 액션이 현실의 이야기와 조응한다는 게 우선 놀랍고 씁쓸하다. 과감히 이런 장르를 택한 의도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서 분출되는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은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현실이 그러하다고 판단되므로) 급작스럽고 충동적인데, 장르적인 방식과 어우러져 스크린 속에서 너무나 끔찍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하여 현실의 거울로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방식이 한 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네 개의 이야기를 엮어낸 결과물로서는 어색하고 지루하다. 청부살인업자가 현실에 회의를 느끼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폭력을 향한 인물의 태도가 지나치게 압축적이어서 스타일을 과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고,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는 청년이 삶을 포기하는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분노의 대상과 이유가 불분명한데도 앞선 에피소드들과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구조나 장치 없이 마침표를 찍고 있다. 보이지 않는 폭력을 보여주다가 보이는 폭력을 보여주려니 조급증이 일었던 걸까? 지아 장커라는 이름으로는 모자란 결과물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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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바바라 (Santa Barbara) | 영화일기 2014-08-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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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타바바라

조성규
한국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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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인생>,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내가 고백을 하면> 등을 연출한 조성규 감독의 신작이다. 한때 제작자로 유명했던 그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들은 대개 제작자, 감독, 배우, 가수와 같이 감독 스스로가 잘 아는 직업군이자 연예계에 종사하는 인물들을 토대로 여행, 음식, 음악, 공연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 있고 그게 가장 주된 화젯거리로 채워져 있다. <산타바바라> 또한 다르지 않다. 일이 썩 잘 풀리지 않는 음악감독이 있고 그가 우연히 광고 회사에 다니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와인과 영화 따위에 관해서 서로의 감상을 나눈다. 포스터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적절한 로맨스가 가미되어 있다. 거기에 다분히 전작과 연결되는 캐릭터와 캐릭터의 관계들, 연기자 섭외 및 카메오 출연이 어우러지면서, 별것 아닌 일상에서 생겨나는 감정들이 잔잔하고 부드럽게 흘러간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번쯤 꿈꾸게 되는 따뜻한 로맨스, <내가 고백을 하면>과 견주면 너무 심심하다. <사이드웨이>에 등장했던 와이너리와 산타바바라의 아름다운 풍광이 느슨한 영화적 긴장감을 메우기엔 90분이 넘는 상영시간을 그러쥘 만한 무엇이 되지 못해 맹숭맹숭하게만 보인다. 산타바바라에 간 이유가 인물들한테만 주어진 채로 영화는 소소한 부스러기들에 의지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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