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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도서일기 2011-06-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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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에겐 친구가 있잖아

루카 스파게티 저/김은정 역/김민호 그림
멜론 | 201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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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작가이자 기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이름을 지닌 남자가 등장한다. 이탈리아 관광 책자에나 나올 법한 루카 스파게티. 저자 본인이 실제로 여행을 다니면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생생하게 녹아있는 그 책에서 로마에서 만난 친구로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루카 스파게티다. 털털거리는 스쿠터에 리즈(그녀의 애칭)를 태우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로마를 살뜰히 소개했던 바로 그 남자. 자기 자신과 진정한 사랑을 찾아 머나먼 여행길에 올랐던 엘리자베스 길버트에게 루카 스파게티는 더없이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녀가 기나긴 여행을 끝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펴낸 한 권의 에세이가 어마어마한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유별난 이름과 더불어 당시의 재밌는 추억들이 실려 있는 에세이 덕분에 그는 지구촌 곳곳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에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크나큰 선물을 받았던 루카 스파게티는 그때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이 책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로마편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겐 줄리아 로버츠가 리즈로 분했던 동일한 제목의 영화로 더 익숙한 그가 들려주는 로마에 관한 후일담이 제법 재밌다. 당시의 에피소드는 물론이요,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최근 이야기까지 루카 스파게티의 목소리로 듣는 셈이다. 유년 시절에 대한 회고와 젊은 나이에 떠났던 미국여행기도 실려있는데, 거기서 리즈와 스파게티가 어떻게 그리 짧은 시간 안에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만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는 그녀가 쓴 책의 제목처럼 먹고 사랑하는 일을 무척이나 즐기는 사람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은 단 몇 마디의 말만 나눠도 서로를 알아보는 법.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그는 그녀와 마음이 잘 맞았다. 그렇게 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루카 스파게티는 이 책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스포츠와 음악 등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건 로마의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애초에 친절하게 설명하려 했다기보다는 정말이지 본인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에 품는 솔직담백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거라고 귀가 따갑게 들으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직접 충고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일깨움은 누가 봐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을 스스로 찾는 사람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나도 조만간 그들처럼 여행을 떠나려 한다. 비록 그렇게 자유로운 여정은 아니지만 나로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책을 덮고 나니 리즈처럼 여행길에서 잊지 못할 친구를 만날 것 같은 예감으로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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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의 예술적 기질이 가닿지 못한 요리 세계 | 도서일기 2011-06-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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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저/김현철 역/박이정 각색
책이있는마을 | 201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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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림, 조각, 건축뿐만 아니라 요리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는 평생 소원이었던 요리사로서의 삶을 원없이 누리기 위해 자신이 계획했던 일들 중 많은 것을 포기했고 더 위대한 업적을 쌓을 수 있는 순간들을 여러번 눈감았다. 비행 연구, 기하학, 해부학, 건축학, 식물학 등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흔적을 새기고 인류에게 문화유산을 남겼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가운데 하나인 요리는 그가 부수적으로 생각하며 창조했던 것들의 찬란함에 묻혀 유구한 세월 동안 먼지 속의 기록으로 숨어버렸다. 당시에도 사람들에게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과학적이고도 예술적인 기질을 십분 발휘하고서도 생을 마감할 즈음에는 밀라노 외곽의 작은 포도밭 하나만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얼마 되지 않는 그 포도밭 또한 자신을 따르던 요리사와 제자에게 유산으로 남겼으니 레오나르도가 실은 얼마나 요리를 하고 싶어했는지 알 수가 있다.

그토록 요리사로서의 꿈을 펼치고 싶었다면 다른 분야에서처럼 얼마든지 해냈을 것 같은데 왜 뜻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까? 그가 요리를 마음껏 하지 못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창의성과 도전정신 탓이었다. 다른 분야에서의 일들을 척척 해내는 그에게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주어졌으나 그때마다 그는 사람들의 건강과 식습관을 위해서 메뉴를 바꾸려고 들었고 너무나도 효율적이지 못한 주방시스템을 고치고자 노력했다. 그림이나 건축에서 드러난 그의 창의적인 생각이 요리에도 그대로 이어졌던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야만적인 음식에 길들여졌던 귀족들의 식문화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평민들의 현실을 고려하여 채소 위주의 식단을 고민하고 연구했다. 쉬이 말을 듣지 않는 왕을 설득하기 위해 갖가지 술수를 동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의 허준이 생각날 정도로 지천에 널린 야생풀들을 약으로 쓸 수 있는지 실험하여 밝혀진 사실들을 하나씩 기록해나갔다. 게다가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주방에 과학적인 기구를 도입하여 요리사들이 최대한 요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밤새 머리를 쥐어짜내기도 했다. 책에는 그때 그가 발명한 것들을 기록한 그림이 그대로 실려있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지금으로선 연상하기 어려운 그 거대한 기구들을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밀어부친 끝에 어마어마한 실수와 실패를 거듭해 거처에서 완전히 쫓겨나기도 하고 벌을 받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나 그것들 가운데 상당수는 오늘날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것들이 많다. 가령, 컨베이어시스템은 그가 최초로 주방에서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요리와 사랑에 빠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삶을 파헤친다. 그가 남긴 소책자와 주변 인물들이 쓴 편지, 유럽의 여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소품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허구이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대한 업적들이 그의 요리 인생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사실적으로 등장한다. 특히나 그가 직접 쓴 요리책에서 밝혀진 사실들은 허구를 실제에 가깝게 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책의 제목은 그가 한때 직접 운영했던 식당의 이름을 각색한 것이다. 식당은 손님들에게 외면을 당해 얼마 가지 않아 아쉽게도 문을 닫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훗날 그가 궁정연회 담당자로서 일하면서 도전하고 실험했던 일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누구보다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만드는 데 평생 열중했고, 열정적으로 요리를 하면서 인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먹는 행위에 건강과 행복을 함께 찾으려고 애썼다. 비록 레오나르도가 요리로 명성을 떨치지는 못해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그의 타고난 예술적 기질이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인간은 누가 뭐래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존재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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