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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롱 폴링] - 가방을 든 여인, 아니 엄마 | 영화일기 2012-10-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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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롱 폴링

마르탱 프로보스트
프랑스, 벨기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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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폴링

가방을 든 여인, 아니 엄마

 

 

땅거미가 젖어드는 오후 묵직한 가방을 든 여인 하나가 도시의 모퉁이를 돈다.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머리칼이 그녀의 얼굴 위로 희미한 그림자를 새긴다. 지금 그녀는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다. 이제 곧 아들의 품을 힘껏 안을 수 있다.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모으는 여인의 손가락 사이로 엷은 미소가 어렴풋이 번지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 로즈의 아들 토마스는 열여섯에 집을 나갔다. 아버지 얘기라면 일절 들으려 하지 않는 것으로 말미암아 무엇이 모자의 삶에 균열을 일으켰는지 짐작이 간다. 로즈는 한평생 폭력적인 남편에게 학대를 당했으나 아들을 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지긋지긋한 삶이 반복되는 동안 그녀는 바닥으로 추락한 낙엽처럼 생의 온기를 잃어버렸다. 황혼기에 찾아오는 인생에 대한 회의는 그냥 묻어둔다 해도 이른 나이에 아들을 바깥세상으로 내보낸 죄책감은 도무지 막을 길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사고로 한 소녀를 죽였다.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내내 태연한 모습을 보면서 로즈는 방구석 어디쯤 눌어붙어 있었던 생의 감각을 되찾는다. 그리하여 그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녀에게 남편 몫의 연민을 느끼고 중대한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짐을 챙겨 계단을 내려가기만 하면 그 집을 영영 떠나는 것도 어렵지 않지만, 그녀는 모두가 잠든 밤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운명의 페달을 밟는다. 이는 지나간 시간들의 응징인 동시에 다가올 시간들의 해방이다. 이때 일찍이 집을 떠났지만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었다고 말하는 아들이 엄마의 마음을 오랫동안 짓누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로즈는 토마스가 시간의 그늘에서 진정 자유로워지기를 꿈꿨다. 그러나 아들은 엄마의 방문이 그리 달갑지 않다. 홀몸이 된 엄마를 당분간 보살피기로 마음먹었지만 엄마에게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다시 마주하게 될까 봐 겁이 난다. 아버지와의 이별을 진심으로 위로할 만큼 지난날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옥 같은 집에 엄마만 덩그러니 남겨두고 나온 죄책감이 그의 고개를 무겁게 하는 것일지도.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 이해할 수 없다는 양 엄마를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 또한 저 자신이 진즉 복수하고 싶었다는 말이 숨기고 있는 것처럼 동질의 맥락이다. 따라서 토마스가 아버지의 죽음에 깊게 개입하려 들지 않는, 아니 못하는 것은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엄마를 너무 잘 아는 탓이다. 그는 잠시 집을 비운 애인에게 계속 매달리며 엄마를 제 삶의 경계에서 무의식적으로 밀어낸다. 엄마와 아들은 결국 서로 다른 죄책감으로 진심을 감싸 안지 못한다. 그리하여 로즈는 기자의 신분으로 진실을 밝히려 드는 아들의 친구에게 순순히 비밀을 털어놓고, 오갈 데 없어 잠깐 머문 호텔 여주인에게 도움을 받는다. 그와 같은 상황들이 모자의 엇갈림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이처럼 영화는 로즈의 주변 인물들이 누차 개입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을 갈라놓는 침묵의 골을 비추고 성사되지 않는 고해의 시간을 메운다. 적막한 밤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로즈는 오래 전부터 입었던 낡은 잠옷을 벗어던지고 갑갑한 세상에서 탈출할 기회를 마지막으로 얻는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지 못한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릴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들이 또다시 눈에 밟힌다. 번연히 꼬리가 잡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기어이 공중전화를 붙잡는다. 가방을 든 여인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는 가방이 아니었다. 로즈는 끝내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마 아쉬운 마음은 없을 것이다. 가슴 깊이 박혀 있었던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내려놓은 것만으로 남은 생을 홀가분하게 살아가리라. 무엇보다 앞으로 아들의 날개는 조금 더 힘차게 바람을 가를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지난 며칠을 회상하는 로즈의 마지막 얼굴은 어둡지 않다. 어쩌면 로즈는 그 운명의 끝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스름한 저녁 허공의 길을 잃어버린 새의 날개처럼1 무거운 발걸음으로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향하는 여인을 볼 때면 한쪽 가슴이 아릿해지는 이유를, 이제 나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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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칭 포 슈가맨] - 슈가맨의 기적에 달린 뜻밖의 물음표 | 영화일기 2012-10-23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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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칭 포 슈가맨

말릭 벤젠룰
스웨덴, 영국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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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슈가맨

슈가맨의 기적에 달린 뜻밖의 물음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기적 같은 이야기에 덧대어진 물음표 하나가 한참이나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이 글은 마치 극영화처럼 장면과 장면을 켜켜이 쌓아 놓은 다큐멘터리가 내게 남긴 사사로운 감상이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다. 이쪽저쪽에서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죽은 줄 알았던 로드리게즈가 극적으로 무대에 올라 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을 때 다들 감정이 복받친 모양이었다. 실은 뭉클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자신도 모르는 새 그의 목소리가 지구 저편에서 널리 울려 퍼졌다는 것과 그를 향한 애정들이 긴 시간을 거쳐 결국 달콤한 결실을 이루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믿기 힘든 기적이다. 한 시간 반 남짓한 동안 기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나는 특히 살아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걸 보며 뜻밖의 행운이 주어진 데 감사할 줄 아는 그 사람의 마음씨가 아름다웠다.


그러나 나는 그 기적은 믿지 않는다. 로드리게즈가 남아공에서 그토록 인기가 있었다는 사실의 기적을 믿지 않는 게 아니라 그 사실을 철저히 위장하는 영화가 쌓은 시간의 기적을 믿지 않는다. 영화는 그 기적과 같은 사건이 종료된 지 대략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출발했다. 자료가 열악한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때의 감동을 재현할 요량으로 로드리게즈를 찾는 과정을 고스란히 따라 밟는다. 그 과정에서 감독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사실 한 가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숨긴다. 말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남아공 사람들이 믿었던 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을 관객에게 열심히 퍼뜨린다. 우리는 후반부에 그것이 일종의 장치였다는 걸 인식하고, 극적인 재미를 부여하려는 의도를 십분 이해한다.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직전에 음악 평론가의 말을 인위적으로 잘라 어두운 루머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대목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덕분에 기적이 선사하는 감동은 더 맛있게 익은 것 같다. 실제로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관을 찾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을 받았다는 데서 그것이 누차 확인된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은 다큐멘터리가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스포일러가 이야기를 수용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한편 비밀이 밝혀지고 나서도 로드리게즈는 결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인터뷰 분량은 꽤 많은 편인데, 정작 주인공은 카메라 앞에 자주 서지 않는 것이다. 카메라는 그에게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음악이든 인생이든 모든 것을 주변 사람들의 입을 빌려 정리한다. 신비화 전략을 쓰는 셈이다. (그게 이 영화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다.) 조금 부풀려 말하자면, 영화는 슈가맨을 애타게 찾기만 할 뿐 슈가맨에게 말은 걸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루머가 그러하듯 남아공 사람들이 로드리게즈에 품었던 이런저런 환상은 당시에 그가 그들 앞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로드리게즈를 전혀 알지 못하는 다수의 관객으로 하여금 멋진 음악과 극적인 이야기에 어울리는 인간 로드리게즈에 대해서 적잖은 환상을 부여하고 있다.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한 아티스트에게 일어난 기적은 넝쿨째 굴러온 행운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인생이나 철학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관객들은 은연중에 기대하게 되고, 말릭 벤젤룰 감독은 그것을 얄미울 정도로 영리하게 이용한다. 어렸을 때부터 문화생활을 향유했다는 딸들의 애틋한 고백은 사실 이 영화의 전체적 맥락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공연 수익을 가족과 친구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훈훈한 자막은 없어도 그만인데 노동의 가치와 관련된 어떤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삽입되었다.


따라서 나로선 영화를 보고 인간 로드리게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많지 않다. 그냥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좋고, 그 음악을 더욱 좋게 만드는 영상이 좋을 따름이다. 요컨대 영화의 만듦새가 워낙 노련해서 로드리게즈라는 사람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받아들이는 자세, 로드리게즈의 삶이 아니라 로드리게즈의 삶을 수용하는 태도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극영화 못지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매 장면이 계산적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에서 주인공의 삶에 관해 이 이상으로 뭔가를 말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실 바깥에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는 내게 질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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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톡 [이탈리아 횡단밴드] with 한창호 평론가 (A120925) | 영화일기 2012-10-0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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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탈리아 횡단밴드(아트톡)

로코 파팔레오
이탈리아 | 201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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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9.25.화 / CGV압구정 / 이탈리아 횡단밴드 (로코 라팔레오 감독)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한데 모여 밴드를 구성하고 여행길에 오릅니다. 그곳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낯설다는 '바실리카타'인데, 과연 그들은 무엇을 보게 될까요? 압구정 아트톡에서는 바실리카타를 횡단하는 기분으로 이탈리아의 남쪽 문화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한창호 평론가

이 영화는 원래 제목이 ‘Basilicata Coast To Coast’입니다. 바실리카타는 이탈리아 남부에 속한 주 이름인데, 아마도 우리에게 너무 낯선 곳이라 제목을 바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탈리아의 남쪽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바실리카타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로 살펴볼까요? 영화에서 보다시피 산새가 험한 곳입니다. 산이 45%, 언덕이 45%라고 해요. 그러니까 사실상 평지가 뭐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주 전체 인구는 60만 명 정도. 그곳에 사는 사람도 얼마 없다는 걸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영화는 왼쪽에 있는 항구 도시 마라테아에서 오른쪽에 있는 항구 도시 스칸자노 조니코로, 제목과 같이 해변에서 해변으로 가는 여정을 갖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스칸자노 재즈 페스티벌에 참석하려는 것이죠. 수학 선생 니콜라가 결혼 피로연에서 랩과 노래를 섞어 바실리카타를 잠깐 소개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특히 맨 끝부분에 바실리카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잖아요. 바실리카타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존재감이 없는 낙후된 지역이라는 걸 알 수가 있죠. 저도 이탈리아에 7년간 있었는데 못 가봤어요. 그쪽 출신을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그만큼 동떨어진 곳예요.

 

우선 밴드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을 봅시다. 니콜라는 밴드의 리더이자 예술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처가에서 교장을 시키려고 하는데 두려워하는 모양예요. 우리는 아내의 대사를 통해서 그걸 알 수가 있죠. 니콜라를 연기한 로코 라팔레오가 이 영화의 감독입니다.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데 이탈리아 내 주요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거의 다 받았어요. 주목을 받은 셈이죠. 프랑코는 목수입니다. 이탈리아 남자들의 대표적인 직업이고 종교적인 직업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목수라고 하면 여전히 그런 이미지가 있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 그에게 딱 어울리는 직업인 것 같아요. 프랑코를 연기한 막스 가제가 이 영화의 음악을 거의 다 담당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일정한 팬을 거느리고 있는 뮤지션인데, 그의 음악은 칸초네와 재즈가 섞여 있는 게 특징입니다. 살바토레는 의대를 휴학한 학생입니다. 청년의 방황기를 보내고 있죠. 맨 정면에 나와 있는 남자가 무늬만 연예인인 로코인데 저 배우가 알렉산드로 가스만입니다. 그의 아버지가 6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비토리오 가스만이죠. 가운데 기자로 나오는 트로페아와 함께 두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배우예요.

 

영화는 이들이 밴드가 되어 여행을 떠나는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이것을 할리우드에서는 흔히 로드 무비라고 하죠. 넓게 해석한다면 그 갈래에 넣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유럽영화의 범주로 설명하자면 역시 순례라고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순례는 반드시 걸어가는 거죠. 이 영화는 종교성을 완전히 제외한 건 아니지만 그걸 약간 약화시킨 상태에서 네 남자와 한 여자의 여행을 통해 심리적인 발전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니콜라가 순례에 대한 염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실리카타 이야기를 하면서 열정을 찾으라고 말하잖아요. 그도 처음으로 자신의 열정을 찾아서 떠나는 겁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젊은 여자 마리아가 트로페아에게 하루라도 이 밴드와 함께하자고 설득할 때 자신이 근무하는 카페의 일화를 하나 들려주죠. 카페에 오는 노인들이 하루 종일 수다를 떨다가도 젊은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다들 눈이 반짝반짝한다고. 그러면서 바실리카타를 횡단하는 남자들을 한번 따라가 보자고 권유하죠. 그래서 결국 트로페아는 동행자가 됩니다.

 

크게 세 부분으로 여정이 나눠져 있어요. 저들이 머물고 있던 곳이 마라테아입니다. 도시 자체가 산꼭대기에 있죠. 저 성 안에 언덕이 있고 그 위에 교회가 있습니다. 거기서 결혼식을 했어요. 이때 남부 지역의 종교성을 엿볼 수가 있어요. 조금만 내려가면 아프리카, 오른쪽으로 가면 팔레스타인과 연결되잖아요. 그러므로 북부 유럽의 기독교 문화와 다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죠. 원시성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쪽으로 갈수록 예수의 존재는 희미하고 마리아가 절대적으로 인기가 있죠.

 

트레키나를 거쳐 트라무톨라에 도착합니다. 저들이 말하기로는 아름다운 여성이 많은 곳이라 했는데, 과연 마리아를 만났죠. 이탈리아 남부는 이슬람 문화가 들어와서 보수적이라고 생각되는 곳예요. 마리아의 오빠가 마피아로 등장해서 여자는 집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그런데 재밌는 건 마리아는 두 명의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고 있어요. 감독이 그런 식의 편견을 비튼 겁니다. 남쪽의 성 문화가 억압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다음은 프랑코와 트로페아의 로맨스가 등장하는 알리아노인데, 여기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 이탈리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카를로 레비라는 작가가 있었던 곳이에요. 반파시스트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이라 무솔리니 정권에 의해 유배를 가는데, 그 장소가 바로 알리아노였어요. 그런데 당시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신도 이탈리아 사람인데 너무 다른 이탈리아를 본 거죠. 거의 원시 상태에 가까운 자연과 아주 순수한 사람들.

다 같이 저곳을 지날 때 니콜라가 ‘그리스도는 에볼리에 머물렀다’를 언급하죠. 작가가 그 새로운 환경에 감동을 받아 보고문학과 같은 책을 쓴 거예요. 에볼리는 바실리카타로 들어오는 마지막 도시입니다. 고속도로의 끝인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예수도 그 이상 못 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 책이 영화로도 만들어졌어요. 거기에 나왔던 배우가 장 마리아 볼론테예요. <황야의 무법자>에서 악당으로 나온 배우 말입니다. 그래서 니콜라가 작가의 집에 들러 포도주로 건배를 할 때 ‘카를로 레비를 위해서, 장 마리아 볼론테를 위해서’라고 외치죠. 두 사람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종결부로 가면서 크라코가 나왔죠. 유령 도시입니다. 돌로 이루어진 건물이 많은데 텅텅 비어 있어요. 여기서는 종교 행사가 나왔습니다. 북쪽에서 볼 때는 유럽 같지 않은 낯선 외관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이탈리아의 남쪽은 지중해, 북아프리카, 팔레스타인, 그리스 등이 모두 융합되어 있는 용광로 같은 곳인데 그런 면모가 드러납니다. 이렇게 바실리카타를 횡단하는 과정을 거쳐 그들은 모두 성장합니다. 순례의 끝에서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이죠. 오늘은 평소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아트톡을 진행했습니다. 이탈리아를 함께 여행하는 것 같은 시간을 가졌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다른 곳을 소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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