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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Enemy) | 영화일기 2014-05-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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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너미

드니 빌뇌브
캐나다, 스페인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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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간단하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평범한 도시남 아담이 우연히 영화를 보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배우 앤서니를 발견한다. 아담이 앤서니를 직접 찾아 나서면서 새로운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그들은 혼란 속에서 급기야 상대방의 여자를 탐하게 된다. <그을린 사랑>으로 유명한 드니 빌뇌브의 이번 작품은 주제 사라마구의 [더블]을 원작으로 삼았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일단 관객으로서는 아담과 같이 비밀의 열쇠를 풀고 싶어진다. 영화가 시작될 때 제시된 "혼돈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질서"라는 말에 따르면 더욱이 주어진 혼돈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아담이 처한 상황을 내내 미끄러지듯 즐기는 걸로 봐서 영화는 이것을 쉽게 요약할 마음이 없다. 차라리 이런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거대한 규모의 빌딩들, 도시를 감싸는 희뿌연 구름들, 모든 풍경을 가로지르는 거미들. 아담이 앤서니를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적극성은 그가 초반에 거듭 말한 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회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인다. 영화라는 매체가 그것을 촉발하고 잠재된 성적 욕망이 나와 또 다른 나를 오가게 만드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매듭을 갑자기 자르는 듯한 두 사람의 마지막은, 나와 똑같은 나(더블)가 아니라 나와 대립되는 나(에너미)로서의 의미까지 생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보는 이의 가슴을 두드리는 차원으로 배어났는다고 하기에는 대체로 미적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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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Her) | 영화일기 2014-05-2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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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그녀

스파이크 존즈
미국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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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음성으로 인식되는 근미래에 다른 사람의 사랑을 대신 전하는 러브레터 작가 테오도르는 한때 사랑했던 아내와의 이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새로운 인연은 사만다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사만다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따뜻하게 반응하면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육체적 교감은 제대로 이룰 수 없지만 그들의 정신적 교감은 사람과 사람의 그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어서 그와 그녀는 여느 연인처럼 비슷한 이유로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사만다는 그 자체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것은 스크린을 타고 흐르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를 이르는 것이기도 하고, 영화 안에서 사만다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과 비중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출발해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데, 영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제법 중요한 자각까지 덧붙이고 있다.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운영체제와 어느 만큼은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서도 사만다가 그에게 남긴 특별함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볼 일이다. 모든 것을 맞춰주는 사만다와의 관계에서도 갈등이 생긴 데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난제에 또다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만다가 그런 질문을 던진 한 테오도르는 'Her'를 향해서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눈을 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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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 (When a Man Loves a Woman) | 영화일기 2014-05-2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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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남자가 사랑할 때

한동욱
한국 |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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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엇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남자가 사랑할 때 운운하는 제목이 벌써 낡고 닳은 그림을 불러와서다. 거친 남자에게 불현듯 찾아온 눈물 나는 사랑. 남자는 주먹 세계에 발을 들여 집안에서 말썽거리가 되어 있고, 여자는 아버지의 목숨이 위태로워 이래저래 도움이 필요하고, 그 도움의 자리에 자기 자신을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남자가 들어오는 이야기. 이때의 사랑은 늘 그렇듯이 쉬울 리 없어서 남자와 여자를 갈라놓는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 슬퍼지고 불쌍해지는 쪽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이것을 거스를 생각이 없는지 많은 것을 그대로 따랐고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야기가 낡아 보이는 데는 그도 그렇거니와, 알고 보니 이렇더라 하는 식의 플래시백이 지나치게 많이 쓰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 안에서조차 과거로 접속하는 순간이 여러 번 거듭된다는 얘긴데, 그러잖아도 이 남자의 사랑은 눈에 익은 것이니 회상으로 접어놓은 주름은 하릴없이 촌스러워지고 만다. 그래도 마음을 건드리는 데가 있으니, 그것은 익숙한 캐릭터에서 또다시 울림을 전하는 황정민의 공이다. 스크린 위에서 사랑이라고는 관심 없는 남자들과 뜨겁게 사랑할 줄 아는 남자들을 넘나들었던 그만의 노하우로 빚은 연기가 이 남자, 태일의 사랑을 뜨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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