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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향긋한 북살롱]노희경과 배종옥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 | 기본 카테고리 2009-03-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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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현장 취재
오래전 드라마 <거짓말>을 보던 때가 생각난다. 드라마 속 대부분 삼각관계에서는 누구 한 사람이 꼭 악역을 맡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무리 보아도 ‘나쁜’ 사람이 없었다. 회사 동료이며 유부남인 준희를 사랑하는 성우, 그 둘의 사이를 알고도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아이를 낳으면 보여 달라고 말하던 아내 은수. 성우와 은수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감정에 마음 아파하던 준희. 그동안 보았던 드라마들하곤 차원이 달라도 아주 달랐다. 그래서 <거짓말>을 볼 때마다 시청자인 나조차도 그들의 사랑에 동화되어 마음이 아팠다.

<거짓말>에 출연해 성우 역할을 했던 배종옥은 이 드라마로 멜로 배우로서의 자리에 올라섰다고 했다. 또 <거짓말>은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제2의 터닝포인트를 알려주었다. 그때 주성우를 사랑했던 시간과 주성우로 살았던 시간은 순수했으며 그의 모든 것을 바쳤던 드라마였기에 가장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듯 한 사람의 배우에게 제2의 터닝포인트를 제공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은 낮으면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인기(!) 있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 그동안 써온 글들을 모아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매우 의미심장한 제목을 달고 책을 펴냈다. 그리고 ‘향긋한 북살롱’ 2월의 초대 손님으로 나왔다. <거짓말>과 <바보 같은 사랑>,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했던 배우 배종옥과 함께.

그들의 실물은 처음 보았다. 노희경은 사진에 나온 것처럼 무척 말랐지만 활짝 웃는 모습은 더 예뻤고, 배종옥은 화면 속에서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나오자마자 노희경은 “키가 작아서 안 보일까봐 이런 데 나오면 항상 걱정”이라는 말부터 꺼냈고, 배종옥은 “주가 아니라 객으로서 친구가 책을 내니 덩달아 이렇게 바쁘기도 처음이다. 오늘 이 시간이 여러분의 삶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 인사말에 노희경은 배종옥이 어딜 가더라도 잘 차려 입지 않는데 그녀랑 다니면서 유난히 차려입는다며 오히려 노희경이 객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또 ‘이런 행사를 책을 펴내고 몇 차례 가졌는데 사람들이 올까?’ 싶은데도 오는 걸 보니 신기하다고도 했다.

나는 나의 열정을 쓰다듬어 준다

제목이나 소재, 배우의 인물 설정을 정한 후에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

노희경 : 제목은 정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정하고 나면 편하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경우 제목을 정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힘들었다. 또 인물 설정에 있어서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준영 역할은 송혜교가 한다는 언질이 있었다. 그래서 송혜교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생각하며 글을 썼다. 배우가 정해진 후에 글을 쓰면 글쓰기가 훨씬 편해진다. <거짓말>에 출연한 배종옥의 경우는 원래 성우 역이 아니었다. 나중에 배종옥이 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그녀 특유의 말투가 있으므로 대본을 배종옥이 소화하기 쉽게 수정해서 넣어줬더니 편안해했다.

경험하지 않은 모티브는 어떻게 구하는가?

노희경 : 주로 사람들과 이야길 하면서 구하는 편이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경험하지 않은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또 어렸을 땐 유년의 경험이나 연애사, 즉 친구나 언니 혹은 내가 경험한 것 등등 이리저리 연결해보면 꽤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가 안 가면 상대가 느낀 것을 잘 물어보고 그 사람은 왜 이해하는지 알려고 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에 취재의 중요성을 알았다. 그래서 요즘 취재를 열심히 하고 있다. 멜로인 경우에도 사랑했을 때 뭐가 좋았는지,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물어본다. 지금까지 50여 건 했는데 혼자 쓰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배종옥 : 부연설명을 하자면 노희경은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현실에 있었던 이야기처럼 잘 지어낸다. <거짓말>에서 은수하고 준희가 살던 미국의 어느 빌라 앞에 호수가 있었다. 그 배경을 어찌나 잘 묘사를 했던지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 그곳에 가봤냐고 물었었다. 그랬더니 “없어.”라고 대답하더라. 근데 어떻게 썼냐고 물으니 그냥 썼다고 했다. 그런 게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생각했다.

노희경 : 안 가본 곳은 상상을 한다. 만약 그 빌라에 ‘골든레몬타임’이라는 허브가 자란다면 그 글을 쓸 때 내 책상에 선물 받은 ‘골든레몬타임’ 허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 화분에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좋다는 메모가 꽂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사랑이 우울할 때는 잎을 따 먹어라.”는 대사를 쓰기도 했었다. 근데 실수를 한 적도 있다. <거짓말>의 대본을 쓸 당시에 뉴욕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뉴욕이 배경인 부분이 있었다, 뉴욕에 관해서는 뉴욕에 사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 이야길 듣고 대본을 썼다. 대사 중에 ‘아시안 거리’라는 말이 나왔다. 근데 친구가 뉴욕엔 ‘아시안 거리’가 없고 차이나타운이 있다는 얘길 해주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보다는 ‘아시안 거리’가 훨씬 어감이 좋았다. 그래서 ‘아시안 거리’가 있든 말든 썼다. 나중에 뉴욕에 갈 기회가 생겨 가보니 대본처럼 운치가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주변 사람들이 지어내도 정도껏 지어내라고 하여 요즘은 자제를 하는 편이다.


아름다운 대사를 쓰는 비법은?

노희경 : 아름다운 대사를 쓰려고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주변에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 행동하고 안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저 사람은 말만 먹고 사나 싶은 생각을 한다. 글도 그렇다.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 가장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런 말은 마음에 와 닿는다. 연기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대사보다 마음이다. 대사가 좋다는 말을 들으면 말만 잘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작가는 대사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가끔 말을 함부로 할 때가 있다. 상대방에게 상처도 준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쉽다’는 말에 화를 내는 게 나온다. 그런 것들이다. 저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상처를 받겠구나. 나도 상처를 받았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이런 것은 아름다운 대사라기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종옥 : 노희경의 대사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 그때 마침 노희경이 곁에 있었기에 “글은 잘 써!” 하는 말을 했다. 진심이었다. 가슴 울컥하고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노희경은 잠깐 깊은 생각을 한 후에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쓰고 있는 글에 진심이 뭔지 곰곰 생각하고 써.” 하더라. 그 얘길 듣는 순간 내가 표현하고 싶어 했던 감정과 나의 말이 잘못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그래 이 친구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진즉에 고민해서 하는 말이니까 내 말이 어떻게 들으면 그녀를 비하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예전에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친구와 싸우는데 친구가 “너 지금 연기하니?” 하더라(웃음). 난 진지했는데 친구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니 화가 났다.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의 직업을 두고 함부로 막말을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작품을 보면 불륜에 대해서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 만약 노 작가의 미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다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노희경 : 어려서 엄마가 아버지랑 사는 걸 보며 이해를 못 했었다. 아버지는 많은 불륜을 저지르셨지만 엄마는 헤어지지 않고 타협하며 살았다. 그게 비겁하게 보였다. 근데 살면서 나도 배신하거나 배신당하는 경험을 했다. 지금은 어떤 생각이 드느냐면 동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처음엔 마음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쉽게 되지는 안 되겠지만 ‘아, 그럴 수 있겠구나. 흔들릴 수 있겠구나. 다른 사람이 1순위가 되고 내가 2순위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너무 속상하고 화도 나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싫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었다. 결혼이라는 약속만 없었다. 그러니 결혼이라는 제도에서만 문제라고 볼 순 없다. 사람 마음이 변한 것을 어떻게 하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은데 문학적으로 그 시절이 노희경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노희경 : 가난하지 않았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가난한 동네는 소재거리가 많다. 만날 문제들이 일어난다. 또 그냥 싸우지 않는다. 던지고, 머리 뜯으며 싸운다. 사는 게 각박하니 그렇다. 오빠들도 그렇다. 말싸움보다 치고받고 싸운다. 여자아이들은 극악하다. 가난하니까. 먹고살기 힘드니깐.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싸운 것이 재밌었다. 코끝이 찡할 때도 있고 아이들에게 가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아팠던 기억이 많지만 그게 참 좋다. 나이가 들어 사는 게 심심하다는 친구들을 가끔 본다. 그런 말을 들으면 왠지 안쓰럽다. 세상에 재미없는 것만큼 안쓰러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재미있게 살고 또 긍정적으로 보고 좋은 방향으로 끄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 가난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가난하다고 속이는 것은 중학교 때뿐이었다. 내가 글 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처를 더 포장해서 말한 적은 있어도 숨긴 적은 없었다.


배종옥 : 노희경은 <거짓말>을 통해 알았다. 그녀는 자기가 어렸을 때 잘 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무런 자격지심이 없었다. “우리 집에선 그랬는데 말이야.” 하며 자연스럽게 얘길 한다. 그녀를 보면 많이 가진 나보다 적게 가진 그녀가 풍요롭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이 가졌다고 좋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많이 갖지 않아도 갖지 않은 것 중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안다. 가진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노희경에게 많이 배웠다.

마지막으로 해 본 연애는 언제인가?

노희경 : 요즘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30대 초반까지 나의 고민은 연애를 그만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내 주변이나 가족의 연애를 보면서 그만 하고 싶었다. 내 나이 마흔에는 좀더 새로운 고민을 하고 싶었다. 가족과 친구가 풀지 못하는 것들을 건강하게(!) 고민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연애를 해도 그 사람 쫓아가서 일을 저지르진 않는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근데 난 세상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인 줄 알았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동료들하고 “사람 마음이 왜 변하는 거야? 요즘 연애가 젤 재미있나 보다.” 하고 얘기하는 것과 일하는 것이 연애하는 것보다 재밌다. 재미, 재미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잘 놓아주는 방법은 무엇인가?

노희경 : 방법이 없다. 실망해서 바로 돌아서면 깨끗하지만 미련이 남은 채로 끝나면 그렇다. 끝내려고 해서 끝내기도 하지만 끝내려고 하다가 악수를 두는 경우를 본다. 그냥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사랑했다면 1년 가지고 안 된다. 사랑한 만큼 시간이 걸린다. 못 잊으면 어떤가? 평생을 못 잊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면 어떤가 싶다.

힘든 일이 생기면 어떤 생각으로 힘을 얻는가?

노희경 :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또 상대가 나를 기분 나쁘게 했을 때 바로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편이다. 기분이 나빴으니 고쳐달라거나 그러지 말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를 하고 내 말을 들어준다. 그리고 막막하거나 힘이 드는 일이 생기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찾아서 왜 그런지 풀려고 하는 편이다.


지금, 내 삶에서 제일 젊은 순간을 사랑하라!

<바보 같은 사랑>은 기억에 남는 좋은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종옥 : <거짓말>을 하고 두 번째로 하게 된 드라마가 <바보 같은 사랑>이었다. 그 드라마에서 옥희 역할을 했는데 그 사랑으로 인해 많은 공부를 했다. 옥희는 순수하고 맑고 거짓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순수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그들이 어떤 웃음을 짓고 어떤 몸짓과 말투를 가지는지 공부하고 고민하며 진지하게 배웠다. 그렇게 투자한 드라마가 <바보 같은 사랑>이다 그런 만큼 내 작품 연보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노희경 :<바보 같은 사랑>에서 배종옥은 옥희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직접 취재를 하며 연기 공부를 했다. 사실 배종옥은 똑똑한 이미지가 강한 편이라 바보 같은 역할이 안 어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종옥은 자기 안에 있는 약간은 바보 같지만 맑은 부분을 잘 끌어냈고 옥희에 대한 설정도 훌륭했다. 특히 안짱다리는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는 반듯한 배종옥이 어눌한 말투와 안짱다리로 새 인물을 창조하는 걸 보며 연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소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미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가?

배종옥 : 난 공식석상에서 잘 안 웃는다.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종옥아,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웃으면 안 되겠니?” 하셨다. 배우는 고독하고 외로운 직업이다. 집에 가면 다음 날 촬영 준비를 하느라 곰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걸 어머니는 화가 난 줄로 아셨다.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근데 내가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딸을 보니 ‘나도 어머니한테 저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많이 미안했다. 예전에 사람을 보면 무조건 웃는 것을 과제처럼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자꾸 웃어보니 진짜 많이 웃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웃는 모습도 좋아졌던 것 같다.

미를 유지하는 비결은…(그녀는 이 부분에서 많이 웃었다. 노희경이 말하기를, 좀 웃기지만(!) 최근에 배종옥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화면보다 실제로 보면 더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그건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 것 같다. 늙지 않는 비결이라면 아마도 그것 같다. 배우니까 당연히 마사지를 하지만 그 저변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려는 마음. 마음이 편해지면 얼굴도 좋아진다.


확신과 믿음에 차 있는 모습이다. 당당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결은 무엇인가?

배종옥 : 어떤 것을 선택할 때 감정적으로 선택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많은 실패가 있었고 선택한 후에는 선택했기 때문에 옳든 그러든 밀고 나갈 때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을 안 할 수는 없다. 일단은 하고 난 후에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은 모르겠지만 내 선택에 있어 당당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노희경 : 배종옥의 성격이 그런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선택에 있어 실패를 하면 남 탓, 자기 탓을 하며 시간을 보낼 텐데 그녀는 안 그런다. “이번엔 실수했어. 그럼, 다음에 안 하면 되지 뭐.” 한다. 실수를 깨닫는 순간 반복하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을 빨리 얻는 것 같다.

연기할 때 열정이 느껴진다. 그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배종옥 : 작품을 선택할 때 나는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너 이걸 꼭 하고 싶어?” “이 작품을 해서 뭐가 좋은데?” 묻고 답이 나오면 선택한다. 선택한 후에는 좋았던 부분에 포인트를 맞추고 작품이 끝날 때까지 그 작품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 삶이나 작품을 선택할 때도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하는 것보다도 내가 그 작품을 하고 있는 순간 내 선택이 틀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 연기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힘과 이유는 무엇인가?

배종옥 : 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그런 조건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얘길 듣게 한 것 같다. 20대에도 잘(!)나갔었지만 그때에도 강수연의 정열, 배우로서 이글거리는 끼가 없었다. 선천적인 끼를 가진 배우가 부러웠다. 김희애나 전인화 같은 미모도 없었다. 그런 배우들 사이에서 미모도 선천적인 기질도 없는 데다 성격도 융화적이지 못한 내가 살 길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으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런 고민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서 노희경도 인정해 주는 편이다.


평소 드라마를 안 할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배종옥 : 드라마를 안 할 땐 긴 여행을 가거나 넋 놓고 잠만 자며 내게 여유를 주려고 노력한다. 드라마를 즐겁게 하기에 드라마가 끝나면 잊기 위한 공백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은 완전히 잊고 자유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종옥 :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나이를 더 먹는다. 그건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제일 젊고, 지금이 제일 안 아플 때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그래, 지금이 최고구나. 앞으로 지금처럼 몸도 안 아프고 행복한 날이 언제 있을 것인가?’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좀 자유롭게 된 것 같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다.

노희경 : 많은 젊은 친구들에게 말하지만 가능성에 대해 모른다. 아이들은 뻑 하면 자기 비하에 맛을 들인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자기 비하에 빠져 못 나오는 사람이 많다. 그런 에너지로 즐겁게 살 수 없다. 그럴 땐 자기한테 질문해서 움직여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떠들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볼 때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나의 행복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준다. 그러니 그렇게 살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울 자격이 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아름다운 두 사람의 세상 이야기가 끝났다. 중년의 나이로 들어선 두 친구의 모습이 매우 유쾌한 시간이었다. 작가인 노희경의 말들도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배우로서 많은 대사를 소화해내서일까? 배종옥의 아름다운 말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지 13년이 지난 노희경, 그동안 다작이랄 만큼 많은 작품을 했단다. 일을 많이 한 셈이지만 일을 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 배종옥 역시 그랬다. 선택한 일에 애정을 갖고 즐겁게 일을 할 때 행복하다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미소는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둘 다 늘 그렇게 시청률보다는 사람들의 마음 살짝 건드려주는 작가와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상과 사진으로 보는 노희경의 향긋한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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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름다운 책 人터뷰]혜련히메의 일본어 완전정복, ‘조혜련이 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 기본 카테고리 2009-03-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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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현장 취재
오래전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새벽마다 종로에 있는 학원을 열심히 다닌 적이 있었다. 몇 달이 지나면 나도 유창하게 일본어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차 있던 때였다. 하지만 초급을 마스터하고 중급에 올라간 지 한 달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3개월 학원비에 해당하는 돈을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테이프 구입에 써 버렸기 때문이었다. 딴에는 순간적으로 선택한(영업사원의 말에 넘어간 꼴이 되었지만) 나의 결정이 한심하여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 혼자서도 할 만하다고 자위하면서 말이다.(그래서 마스터는 했냐고? 설마.)

그렇게 일본어 공부에 실패한 내게 일본어는 늘 어떤 응어리처럼 내 맘속에 남아 있었다. 항상 다시 시도해보리라 마음먹었으나 그다지 사용할 일이 없는 일본어를 다시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내게 일본어에 대한 ‘급관심’으로 유혹의 손길을 뻗친 사람이 나타났는데 바로 개그우먼 조혜련이다.

그녀가 일본에 진출하여 방송을 한다는 정보는 듣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어를 배운다는 소식은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 12월에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를 펴낸 그녀가 강연회를 한다기에 그 노하우가 듣고 싶었다. 먼저 책을 읽어야겠기에 책을 펼치면서 문득 “조헤련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하는 웃기는 생각을 했다. 근데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몇 년 전에 그녀가 다이어트 비디오를 냈을 때부터 그런 말을 했더란다. 조혜련은 “내가 누군가에게 ‘나도 할 수 있다’란 메시지를 줄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도 그때의 비디오처럼 “조혜련도 하는데…….”라는 마음으로 일본어를 배울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는 뭔가 거창한 방법론을 말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조혜련식’의 일본어 공부를 권한다. 일본에 가서 직접 부딪치며 경험하고 체득한 삶의 언어들 말이다.


지난 2월 25일 롯데시네마 홍대점에서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와 관련한 강연회가 있었다. 단순히 그녀의 일본어 공부에 대한 노하우만 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삶에 대한 태도까지 덤으로 배우고 왔다.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이 많이 좌우하긴 했겠지만 매사에 희망적인 조혜련의 ‘긍정’ 바이러스는 그날 참여한 모든 독자들을 중독 시켰을 것이다. 또한 단 한 시간의 강연으로 나는 그녀가 어떻게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열정적인, 정말 열정이 넘치는 스타였다.

어디 나도 한번 해봐?

조혜련이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 방송으로 진출하게 된 동기는 이러하다.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떠난 그녀는 일본에 와서도 한국 음식을 찾는 남편 때문에 한국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신오쿠보(新大久保)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류열풍을 경험한다. 음식점과 상점의 간판이 모두 한글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드라마, 음식, 말까지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궁금해하는 일본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게 만든 장본인 ‘욘사마’, 배용준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런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귀국한 조혜련은 어느 날 문득 ‘나도 한번 해봐?’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이면엔 ‘실패하면 어떡하나?’라는 부정적인 마음도 있었지만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과 일본어는 남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생각을 주변에 말하고 나니 다들 말리더라고 했다. 특히 가장 많은 반대를 한 사람이 남편이었는데 한국에서도 바쁜 그녀가 일본까지 진출을 하면 엄마와 자주 지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가엾어진다는 이유였다. 허나 반대에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오기가 생겼다. “모두가 할 수 없다는 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알기에, 그리고 꿈 앞에서 시도도 해 보지 못하고 주저앉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꼭 성공해서 좋은 예를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일본 진출을 하고 싶어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윤손하가 생각이 났단다. 연락처를 알아내 윤손하에게 무턱대고 일본에 진출하고 싶으니 프로덕션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현재 그녀의 매니저가 된 유카를 만나게 되었는데……. 유카는 일본어도 못하면서 일본에 진출하겠다는 혜련에게 뭘 잘하느냐고 물었다. 그때 마침 요가 비디오를 낼 때여서 요가에서 배운 물구나무서기를 잘한다고 했더니 대뜸 그 카페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해보라고 시키더란다. 잠시 망설이려다가 주저하지 않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려 하자 그제야 유카는 조혜련에게 6개월의 시간을 줄 테니 일본어를 배워 오라고 했다. 유카는 혜련의 ‘무모한 도전’을 포기시키기 위해 그런 말을 했겠지만 조혜련에겐 하나의 희망이 되었다. 그리하여 조혜련의 일본어 공부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조혜련은 일본어학원 원장의 소개로 일본어 선생님을 만났고 그때부터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코레와 혼데스(これは 本です)’로 시작하는 일본 문법 위주의 공부도, 책도 읽지 않았다. 대신 문장을 통째로 외우기 시작했다. 제대로 아는 분들은 문법도 모른다고 핀잔을 줄지 모르나 그녀는 ‘조혜련식’ 일본어 공부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언어란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과정하고 똑같다. 태어나서 말도 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죽 듣기만 하다가 돌이 지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이 트여 말을 한다. 문법이니 조사니 신경 쓰지 않고 쏟아내는 거다. 그런 아이들처럼 외국어도 똑같다. 문법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우리가 처음 영어를 배우던 것처럼 문법 위주의 공부를 하게 되고 그런 공부는 지루하고 재미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화를 중심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다양한 표현을 하다 보면 흥미를 느끼게 되고 어느 순간 일본어를 술술 말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6개월 후, 유카와 약속대로 일본어를 배우고 나타난 조혜련은 그 노력과 끼를 인정받아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후 드디어 <퀴즈! 일본어왕>에 출연하게 되었다.

내 힘의 원동력은 좋은 생각과 상상력, 스필버그처럼 상상하라!

조혜련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연예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골룸’ 역할을 하고 나서 자신의 팬 중에 반 이상이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청자를 웃기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이 망가지든 말든 아끼지 않고 내던지는 그런 원동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녀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히라가나도 제대로 모르던 그녀는 농담처럼 ‘나도 한번 해봐?’ 하고 마음먹고 일본 진출을 꿈꿨다. 그리고 몇 개월 뒤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상상을 했다. 희망을 가진 것이다. 그렇게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열심히 에너지를 발산했기에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하니 ‘이젠 미국이다!’라는 생각이 든단다. ‘나라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왜 못 나가?’라는 상상을 하자 그 꿈을 향해 도전하고 싶어졌다. 미래는 모르는 일이다. 그녀가 10년 후가 되는 2019년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희망을 가지면 이룰 수 있다. 만약 그렇게 그 꿈을 이룬 다음엔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한다. 그런 상상력과 언젠가는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들이 지금의 조혜련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스필버그가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사연과 짐 캐리가 배우로 성공하기 전에 가졌던 꿈, 하네다 전철 터미널에서 우연히 만난 국제변호사 출신의 자기계발 코치 존 윤(자기계발서 『8의 마법』의 저자)과 나눈 이야기를 예로 들며,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길이 열릴 것이다.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내 꿈을 서서히 준비하면서 그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하는 모든 선택은 본인만 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혜련은 소원을 이루는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그 방법은 이러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긍정적인 단어들을 말한다. 이런 것들이다. 꿈, 믿음, 자신감, 성공, 행복 같은 말들. 그리고 행복해지는 책을 읽고, 밝은 영화를 보며, 좋은 생각들을 한다. 만사를 긍정적으로 대하면 욕구불만은 사라지고 인생은 언제나 희망적으로 변하면서 생각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런 단어들은 제쳐두고 실패나 포기, 질병이나 불행과 같은 생각들만 머릿속에 가득하면 미래는 막혀버리고 말 것이라고 했다. 나도 매사에 긍정적인 편이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조혜련은 나보다 한 수 위이다. 하긴, 그렇기에 남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을 주저함 없이 실천에 옮기고 노력하는 것일 테지.

나도 조혜련처럼 할 수 있다?!

일본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같기에 다른 언어보다 배우기가 쉽다. 단어만 많이 알면 우리말을 하듯이 문장을 만들어보면 된다. 그런 까닭에 앞서 말했듯이 나도 일본어 초급을 떼고는 독학을 해보겠다고 테이프를 구입했던 것인데, 독자들 중에도 나처럼 혼자서 일본어를 공부해보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 독자가 독학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는데 나로선 반드시 귀담아들을 내용이었다. 그 질문에 조혜련은 개그맨 김영철을 예로 들며 말했다. 김영철은 본토에 가지 않고서도 영어를 거의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한단다. 그건 그가 열심히 문법 공부를 해서라기보다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시간만 나면 술(!)을 마셨기에 가능했다며, 외국어가 하고 싶다면 외로운 외국인 친구를 잡으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녀는 외국인 친구와 서로 각자의 언어를 가르쳐주다 보면 책에서만 배우는 문법 위주의 말이 아니라 그 나라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대화들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옳은 소리다. 그러나 딴엔 열심히 귀담아듣긴 했지만 외국인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나로선 여전히 어렵다. 그럼에도 ‘제대로 배울 수만 있다면야.’ 하는 오기도 생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혜련은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후속편으로 나올 책에 대해 짧은 정보를 주었다. 청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문득 이런 책을 내면 너무나 쉽고 재미있게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단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용해 일본어 단어 천 개를 사용하며(이건 일본어가 우리말과 어순이 같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다.) 흥미롭게 만들었다.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가 일본어 기초를 가르쳐주는 책이라면 앞으로 나올 책은 일본어 실천편에 속한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며 눈을 반짝이는 조혜련을 보고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고 열중하는 일이 있으면 아이디어가 술술 나오게 마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시작은 일본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어를 배웠지만 그 일본어를 통해 작가라는 또 다른 행복한 일의 꿈도 이룬 셈이다.


조혜련은 길지 않은 시간이긴 했지만 강연 내내 마이크를 들고 서서 열정적으로 강연을 했다. 질문하는 독자의 말에 “그렇지!” “아하!”와 같은 추임새를 넣어주며 공감도 해주고, 우스갯소리를 하여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으며 피곤한 기색 없이 길게 늘어선 독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걸고 웃으면서 사인을 해주었다. 사실, 그녀를 만나기 전엔 오로지 TV에서 보는 이미지만으로 조금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내 머릿속에 조혜련은 개그우먼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열정적이고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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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는 너를 산다 | 기본 카테고리 2009-03-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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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 가만히 거닐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일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다. 나에게 불어오는 시기적절한 바람처럼 ‘그곳에 가야지’라는 생각이 스미게 되면 나는 그곳에 가야하는 운명이 되고 마는 것이다. 어느 운명론자의 여행을 위한 궁색한 변명이라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의 의지가 운명을 목격해야 그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지가 운명을 목격하는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어떤 이유를 달거나 혹은 아무런 이유 없이도 ‘그곳에 가야지’라는 생각이 스미면 어느 틈엔가 그곳에 닿을 수 있는 항공권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도가 쥐어지게 된다. 촘촘한 밤이면 지도 위로 기어들어와 그곳의 골목을 자주 기웃거린 까닭에 낯선 지명을 발음하는 일은 수월해진다. “안녕”이라는 최소한의 인사말과 생에 한번 찾아올지도 모르는 로맨스를 위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그곳의 언어로 한번쯤 내뱉어 본다. 방 한 구석에 놓인 여행 가방이 꾸역꾸역 채워진다. 공항에 두 시간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 집을 나선다. 그제서야 여행을 실감한다. 여행을 통해 생의 또 다른 운명을 목격한다는 설렘을 안고 하늘을 날고 있다면 당신의 의지는 목격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행이 운명처럼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본의 간사이 지방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여행이 삶의 새로운 테마가 된 이후 나는 여러 나라를 여러 방식으로 여행했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때로는 여럿이서 여행을 하기도 했고,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거나 부지런히 카메라에 풍경을 채집하거나 사람들과 깔깔거리기를 무던히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어딘지 모르게 여행이란 꼭 이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여행이란 또 다른 일상에 다름아니다는 느낌을 받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압박 없이 그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에 빠져들고 싶었다. 여행은 단순히 낯선 지역으로 가서 다른 일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공간에 가서 일상을 천천히 다시 만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산책과도 같은 매력이었고 간사이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한 시간 남짓 날아가면 그곳에 도착한다는 사실도 나를 설득시키는 요소가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소담스러운 일상이 어울리는 간사이 지방의 풍경이 나를 이끌었다.


“오하이오”라고 아침인사를 건네며 산책을 하거나 연두빛 바람이 스미는 고요한 방에서 방해받지 않고 책을 읽는 일이 잘 어울리는 교토와 해질녘 재래시장을 어슬렁거리다 다코야키를 군것질 할 수 있는 오사카, 이유 없이 바다가 그리워지는 날 아무 준비 없이 훌쩍 떠나 바다를 볼 수 있는 고베.

그곳에 가면 여행이 또 다른 일상의 연속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누군가와 마음을 다해 만날 때면 ‘사귄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산다’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너를 산다.” 그 말이 그렇게 근사할 수 없었다. 그 어떤 표현보다 진하게 들리는 ‘너를 산다’는 것은 어쩌면 여기가 아닌 그곳을 사는 여행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낯선 도시에 가서 사는 것. 긴 호흡으로 사는 여행이 불가능하다면 짧은 여행이더라도 일상적인 여행으로 여행의 방식을 바꾸면 그만인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한동안 그곳에 살았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가만히 거닐다>는 북노마드와 함께하며, 매주 목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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