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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서평 - 드라마였으면 좀 더 좋았을까? | 기본 카테고리 2022-11-29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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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캐런 M. 맥매너스 저/이영아 역
현암사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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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십 대 들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로, 방과 후 반성문 쓰기에 남겨진 다섯 아이들 중 한 명이 죽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자리에 있었던 4명은 용의자 선상에 오르고, 그 아이들을 탈탈 털다보니 나오는 여러 진실들과 숨겨져 있던 비밀들이 드러나는 이야기.

전체적으로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고 밝혀 나가는 소설이지만 스릴러나 추리보다는, 미국 10대들의 성장 소설에 가까운 거 같다. 주인공들은 모범생, 학교 내 공주, 운동 스타, 마약 사범 등 각각 다른 성격과 처지를 가지고 있고, 그 들이 가진 문제들은 미국의 10대라면 흔히 가지게 될 만한 문제들이니까. 한국인의 시각에선 이해할 수 없지만...

시사하는 바도 분명하고 주인공 4명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내용 전개도 흥미로웠지만, 대화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큰 비밀을 숨기고 있지 않았던 점, 반전은 다소 놀라웠으나 한 번쯤 예상 가능하다는 것, 비밀이 하나씩 풀리는 식이 아니라 초반에 다 풀어버리고 마지막에 진범 관련 된 얘기로 급히 마무리 짓게 되는 느낌이라 아마 초반 집중도가 많이 떨어진 거 같다. 책의 3/4 지점부터는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새로운 진실들이 밝혀지고 다른 일들이 생겨서 흡입력이 확 올라갔는데, 이야기 초반 부분의 아이들의 비밀은 크게 흥미롭게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작가가 오히려 그 부분을 더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들의 성장에 초점 맞춘건가, 생각하면 집필 의도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진 게 아닐까 싶음. 

소설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미국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는데, 프롬 파티 등에서 올 해의 '퀸'이나 '킹' 따위를 공식적으로 뽑는 미국의 섬세하지 못한 학교들이 참 한심하다. 학창 시절부터 외모로 줄 세우고 잘 나가는 아이와 아닌 아이가 눈에 띄게 구별 되는, 학교 럭비팀 선수/치어리더와 왕따 구조는 우리도 미드에서 익히 봐서 알고 있으니까. 한국도 외모 지상 주의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학교 측에서 그걸 부추기며 공식적인 학교의 '퀸' 따위를 뽑지는 않으니, 윗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싶은 행사다.

또, 인터넷이 미치는 악영향은 아이들에게 더 명백하다. 대부분의 정신적 문제가 있는 십 대 청소년들은 관련 기관이나 어른의 도움을 찾지 않는다. 인터넷에 자신의 불안정한 상황을 허세로 포장해 올리고, 더욱 멍청한 다른 아이들이 그걸 동조한다. 이 소설에 전개되는 사건 자체가 그런식의 시스템 때문에 더욱 불이 붙은 만큼, 멍청한 생각들이 모이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 같다. 

대화체가 많은 만큼 드라마 였으면 더 흡입력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읽으면서 시즌마다 사람을 죽여대는 스페인의 드라마 엘리티들이나, 초반에 주인공이 죽고 그에 영향을 준 사람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국의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드라마가 생각났었다. 이 책도 드라마로 제작 됐다는데, 이 드라마들과 비교해 보며 영상 형태로 보면 더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은 든다. 아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도 그렇게 지겹게 다가오진 않을 거 같다. 약간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나름 미국 청소년들의 고민과 사회적 문제를 잘 결합시켜 만들어낸 이야기라 평할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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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페이션트 서평 - 두께가 무색할만큼 술술 넘어가는 스릴러 | 기본 카테고리 2022-10-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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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저/남명성 역
해냄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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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있는 소설인 만큼, 읽을 예정이라면 다른 서평이나 감상평을 보지 않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꽤 강렬한 한 방을 느낄 수 있음.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천재 화가인 아내 앨리샤가 수감되는 걸로 책은 시작된다.

그 이후 그녀는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돼 정신병원에 수감 됨.

이 사건을 알게 된 주인공 심리상담가 테오는 그녀의 사건에 관심을 가지며, 그녀의 정신 병원으로 지원 해 그녀를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담당하면서 알게 되는 그녀의 과거와 이야기들,

또 그러면서 같이 진행되는 본인의 과거와 아내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된다.

 

 

초반 배경을 쌓아갈때는 약간 지겨운 감이 없잖아 있지만, 중후반부 부터는 본격적으로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부터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계속 띄우면서 아니 이게 뭐람..? 하면서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주인공인 테오도 그렇고, 앨리샤 또한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상태라는 거다. 그들이 겪은 것들은 앨리샤의 일기와 테오의 시점에서 서술되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또 쉽게 이 사건의 진실이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 없게끔 이중 삼중 가려져있는 것도 그렇다. 작가가 중간 중간 삽입한 여러 장치들, 주변의 의심스러운 사람들과 정황, 모든 사건을 일차적 시간으로 배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계속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게 된다.

모든 캐릭터들을 꼼꼼하게 잘 설정했고 개연성이 있었으며, 억지스럽지 않았다. 많은 추리소설들이 반전을 더 충격적으로 만들기 위해 되도 않는 인물, 생각지도 못한 등장인물을 범인에게 가져다 붙이는데, 이런 것들이 소설을 억지스럽고 개연성이 떨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앞에서부터 차곡 차곡 쌓아갔던 배경들과 디테일한 개개인의 성질 부여로 상황 자체가 어색하지는 않았다. 물론 약간의 물음표 모먼트는 있었지만.

 

반전 시점부터는 두꺼운 두께가 무색하리만큼 책장이 술술술 잘 넘어갔다. 물론 대화체, 일기를 배열해놓은거라 실제 페이지수보다 철자 수가 적은 것 같아 보이는 것도ㅋㅋㅋㅋ 영향이 있겠지만. 다만 모든 범죄 스릴러들이 그렇듯이 책장을 덮었을 때의 씁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책을 재미로도 소비하는 편이라 좋았지만, 같이 읽은 독서 모임 친구는 조금 허무했다고 한다.

 

그래도 유명세만큼이나 뒷통수를 잘 친, 재밌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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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서평 - 고난이 보통일 사람들의 연대기 | 기본 카테고리 2022-09-3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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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파친코 세트

이민진 저/신승미 역
인플루엔셜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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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짧게 말하자면,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이어진 4세대의 재일교포 연대기-쯤으로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처음 등장하는 양진부터 시작해 그녀의 딸인 선자, 선자의 아들인 모자수(모세)와 그의 아들 솔로몬까지의 4세대 동안,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그들의 녹록지 않은 역사와 삶의 이야기다. 

파친코라는 이름이나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이야기라 해 처음에는 손이 잘 안 갔는데, 생각보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삶 이야기라 어렵지 않게 읽혔다. 그 당시의 평범이란 고난 그 자체라는건 함정이지만...

 

시대 배경이 1930-1980이니 어쩔 수 없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여성의 삶과 그지 깽깽이 같은 남자 인물들 때문에 중간중간 얼마나 욕을 했는지 모른다. 나는 너무 요즘 시대를 살고 있나보다....... 

 

빡침 포인트는

1. 소설 속 한수는 나이가 선자의 엄마와 동갑이다. 선자 나이의 2배임. 한수는 내가 너 나이보다 이렇게 많다고 말하면서 선자를 범한다. 그것도 바위 위, 낙엽 위, 땅 바닥에서! 결국 임신까지 시켜놓고 하는 말은 '난 너와 결혼할 수 없어. 이미 난 결혼했고 딸이 셋 있어' 라니......... 아이고 우리 선자 어떡하라고ㅠㅠㅠㅠㅠ 아들 낳으면 널 조선에 첩으로 두겠다는 식의 한수의 태도는 정말 뺨따구를 날려주고 싶을 만큼 미웠다. 드라마에서 하필 한수가 이민호 역이라, 잘생김에 묻혀 나쁜놈이란게 덜 보여 너무 아쉬웠음. 중간부터 선자가 힘들 때 물질적 원조를 아끼지 않고 베풀어 그래 그래도 너가 책임감은 있구나... 하며 넘어가려 했는데 노아는 내 아들이야뿌애앵 하면서 계속 선자를 괴롭히고 나중에 선자가 다 늙고 양진의 장례식에 찾아 와 나는 내가 혼자가 되면 너가 나랑 결혼할 줄 알았어! 하며 선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지... 정말 한하다 추수야

2. 선자의 남편, 이삭의 형인 요셉은 지가 뭘 어쩌지도 못하면서 여자들이 돈을 마련해 자신의 빚을 갚았다고 지랄발광을 한다. 지 혼자 모두를 먹여 살릴 능력도 안 되면서 아내와 선자가 일 하는 걸 아아아아주 못마땅 해 한다. 몸이 아픈 이후에도, 해결 해 줄 수 있는것도 없으면서 끝 없이 고지식하게 군다. 마지막까지 선자를 선택의 상황에서 괴롭게 만든다. (내가 얼른 죽어야지.... 라고 하는데 아프기만 하고 엄청 오래 산다.............)

3. 노아새끼..... 엄마 맘에 대못 박고 잘 하는 짓이다. 애가 넷이나 있으면서도 엄마 맘을 이해를 못 한 이놈 새끼............

4. 마지막에 선자에게 못 된 말을 하는 양진도...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본인도 자신의 딸인 선자를 위해 삶을 살아왔으면서 선자가 본인의 자식을 위해 살아 온 삶은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여자의 삶은 고생이고 그저 남자만 잘 보필하면 된다는 것들도 다 너무 여태 그들이 힘들었던 순간들이 당연해지게 되는 말이라 싫었다. 한 편으로는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 세대를 좀 이해하게 되는 것도 있었다. 그래... 그 땐 그랬겠지...... 남자는 돈만 벌어오면 되고 여자는 돈 벌어오는 남자만 보필하면 되는.........

 

대충 이 정도다. ㅎ

어쨌든 이렇게 빡치는 포인트를 잘 넣었다는 건 이야기가 흡입력 있고 독자를 잘 동화 시킨 셈이니까, 잘 쓰여진 책이라 하고 싶다.

무엇보다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영어로 볼 수 있다니.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의 무자비한 수탈이 조금이라도 그려진(소설이나 드라마나 아주 현실적이진 않았지만) 우리의 역사 이야기가 영어로 쓰여 외국에서 인기까지 끌었다니 기쁘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나라의 역사에 대해선 관심이 없으니. 우리는 일본의 계략적인 역사 왜곡으로 묻혀 버릴 위험에 빠진 역사 위에 살고 있다보니 이렇게 그 시절을 언급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 인 거 같다. 

또, 현재 내가 캐나다에 거주 중 이다 보니 이민자들의 겉도는 삶도 그려져 있어서 더 공감이 갔다. 재일 교포는 이민자로 치자면 약간 끝판왕 느낌.. 누군가 나를 내 인종만으로 혐오하고 싫어한다면 그런 나라에 산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고난이 따를 거다. 이미 타국에 나와 있는 것 만으로도 힘든 일이 많은데 누군가 날 싫어할거란 맘을 디폴트로 깔고 시작해야 한다니.

 

1권에서 선자의 삶을 주체로 끌어가던 이야기의 맥은 너무 탄탄하고 좋았는데, 2권은 다소 전개가 복잡하고 등장인물이 많은데다 이야기의 주체도 여러번 바뀌어서 좀 혼란스러운 감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왜 이렇게 상세하게 서술 됐는지 잘 모르겠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도 많았음. 아마 오랜 연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보여주고 싶은 장면,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았던 거 같다. 조금 더 정리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어쩐지 숙연해지기도 하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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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서평 - 독립 가구가 꼭 혼자일 필요는 없지 | 기본 카테고리 2022-08-1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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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황선우 공저
위즈덤하우스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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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나는 가부장제도 아래 그닥 자유롭지 못한 유년, 청년시절을 보냈다. 여자애가 혼자 위험하게, 여자애가 어떻게 혼자, 라는 걱정소리를 숱하게 들어오며 '독립'은 다른 남성의 가정으로 결혼 제도를 통해 편입되기 전까지의 유예 기간 정도로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경험들을 겪으며 나라는 하나의 여성은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혼자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경제력과 능력을 갖춘다면 독립 해 혼자 살 수 있다는 걸 캐나다에 오면서 알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집을 사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며 안정을 찾는 건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서만 가능한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우리 사회의 암묵적 룰이었고 깨닫지 못하는 하나의 '고정'된 '관념' 이니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신선했다. 실은 이 책은 자취, 룸메이트 등을 통해 친구와 종종 살아본 내가 처음 보기엔 '여자 둘이 사는 게 뭐가 어쨌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랜 기간 동안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왜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 거 같았다. 이건 그냥 '여자 둘이 사는' 것만에 대한 게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보통 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자' 둘이 살고 있고, 여자 '둘이' 살고 있고, 여자 둘이 '살고' 있다. 결혼과는 무관하게 독립할 수 있는 '여성'이라는 존재가, 혼자서 독신으로 사는 게 아닌 친구와 '둘이', 어떤식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 둘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보여준다.

경제력이 있는 마흔이 넘은 여자 둘이 산다는 건 대학 시절의 자취방 룸메이트와는 다르다. 굳이 고시원이나 월세촌을 살 필요가 없이 조금 무리 하더라도 집을 구매할 수 있다. 더 넓은 공간을 더 좋은 조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 나는 왜 여태 이런 생각을 못 했던걸까, 싶었다. 왜 이성과의 결합만이 '안정'인건지? 소위 사람들이 말 하는 결혼을 하면 얻는다는 안정은, 곧 편안한 내 보금자리의 유무와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에서 오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걸 굳이 결혼을 통해서 얻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들여다봐주고, 가끔은 말동무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복잡한 절차와 의례를 거쳐 집안끼리도 묶어져야 하는 결혼을 겪지 않아도 되는거 아닌가. 물론, 가족으로서의 소속감은 느낌이 다르겠지만 요즘같이 이혼이 빈번하고 잘못된 결혼과 만남으로 고통받는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딱히 그 소속감 하나 얻자고 이런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 결혼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 피해의 가능성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데 안정감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다.


두 작가의 교차 서술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정성들여 쓰여진 느낌이 팍팍 난다. 작가들의 필력 또한 대단해 흡입력이 상당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들이 공감가면서도 재미있다. 또, 결혼으로 묶인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부분도 매력적이었다. '백년 손님' 사위를, 내가 할 수도 있다니!!

생각할수록 각자의 가족에게 우리의 지위는 '꿀' 이었다. 우리가 각각 결혼을 했다면 시댁 어른들과의 자리가 그렇게 편할까? 사위는 대접받지만 며느리는 오히려 대접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우리의 위치는 사위보다도 더 편했다.

'딸내미랑 같이 사는 친구'는 각자의 부모님께 의무는 없이 호의만 받는 자리다. 내가 어머님이 보내주신 열무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해서 효도 여행을 기획하거나 집안의 가전제품을 바꿔드려야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머니께 맛있다고 전해드려!" 정도가 끝이다.


만약 딸내미 친구가 아니라 며느리가 안경을 보냈다면 그렇게까지 망설이거나 그렇게까지 고마워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며느리가 그렇게 하는 것은 은연중 도리의 영역에 포함되고 딸내미 친구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호의의 영역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아.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서로 맞춰나가며 잘 살아갈 수 있는, 나와 보금자리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친구는 누가 있을까. 라고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 건 씁쓸했다.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이미 결혼을 했고, 특히 나는 지금 캐나다니까. 서로에게 의무를 지지 않으며 보살핌만 나누는, 그런 존재가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마 그건 결혼 상대자를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언젠가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이런 조립식 가족을 꾸려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런 '조립식 가족'이라는 형태를 인지하게 된 건 큰 행운이다. 사고가 좀 더 유연해진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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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기본 카테고리 2022-07-2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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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모

미하엘 엔데 저/한미희 역
비룡소 | 199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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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지난 달의 선정도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너무 해석할 것도 많고 어려워서 이번 달에는 약간 쉬어가는 기분으로 아동 판타지 소설인 모모를 고르기로 했다.

모모는 우리나라에서, 아실 분이 있을랑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 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한 이후 엄청난 붐을 일으켰던 소설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성인에게도 와 닿는 내용들이 많아 아마 더 붐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인 모모는 고아원에서 탈출한 고아로 마을 외곽의 원형극장 폐허에 나타나 모두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그녀에게는 '경청 능력'이 있는데,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이 혼자 비밀을 술술 털어놓을 정도로 듣기 능력이 뛰어나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고민을 말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 돌아가곤 한다. 회색 신사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 살아가는 존재로 마을의 모든 어른들을 현란한 말솜씨로 구워 삶아 끝 없이 바쁜 삶을 살게 만든다.
이 대목에서, 아. 왜 한국에서 이 책이 잘 나갔는지 알 거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김삼순이 방영되던 2005년이라면 인적 자원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회사와 일에 충성하는 게 미덕처럼 여겨지던 때 아닌가. 여기 나오는 모든 어른들은 시간을 아껴야 한다며 모든 것을 빨리 해치우려 한다. 꽃 한 송이 놔줄 시간도, 어머니를 보러가는 시간도 다 시간 낭비 일 뿐이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바쁜 한국인들에게 이 동화는 인생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꽃을 보고 어머니를 보러가는 시간을 아껴가며 일을 한다. 하지만 일을 하는 최종적인 목적은 좋아하는 사람(어머니)들과 좋아하는 일(꽃을 보는)을 하기 위한 게 아닌가. 현재를 팔아 미래를 사려는 한국인들에게 너무 잘 맞는 거 같은 소설 같았다. 아이들만 위한 동화라기엔, 그 내용이 너무 현대 어른들과 닮아있다.


최근 캐나다 사람과 한국 사람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썼었는데, 캐나다 사람들은 '현재'만 사는 느낌이라는 글이었다. 그에 반해 한국인들은 확실히 '미래'를 대비하는 편이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좀 덜어낸다. Yolo라든가, 파이어족 등등 이 유행하는 것 처럼 시간이 지나며 현재를 즐기는 문화가 확실히 늘어나고 있는 거 같긴 하지만, 아직도 타국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인들은 앞 선 일들의 대비를 하며 현재를 바쁘게 살아간다. 미래를 대비 하지 않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보곤 한다. 그건 마치, 시간 도둑들에게 시간을 빼앗기는지도 모르고 이 시간을 다 저축한다 생각하며 바쁘게 사는 모모의 어른들과 흡사한 것 아닌가.
인생과 세상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돈일까? 그래서 시간을 다 사용해 돈을 벌어들이면, 그 돈으로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고 늙어서 여행을 다니면 좋은 걸까? 맛있는 걸 먹으면 좋은걸까? 그렇다면 어릴 때의 여행과 맛있는 것들은 의미가 적은걸까.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한 미래 대비는 이미 나도 하고 있는 만큼, 분명히 가치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궁극적인 우리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오늘 엄마의 얼굴을 한 번 보러 가지 못한 시간만큼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나 싶다.


쉽게 잘 읽히고 내용도 재미있었는데 반해 교훈도 많이 있다. 나의 삶을 지탱하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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