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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와 에도를 걷다 | 리뷰 2014-03-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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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북스피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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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가 90년대 중후반에 <소설 신초>에 쓴 연재물을 묶은 것이다. 현대 미스터리로 유명한 저자는 에도 시대가 무대인 작품도 더러 쓰는데, 그 때마다 당시의 풍경과 감각을 재현하기 위해 직접 운동화를 신고 숄더백을 매고 걸으면서 에도 시대를 상상해본다고 한다. 그 내용을 쓴 글이 <소설 신초>에 '후카가와 산책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는데, 이게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고정 연재물로 시작되었고, 저자뿐 아니라 출판사의 편집자, 사진 기사 등이 동행하는 식으로 몇 년에 걸쳐 이어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경숙 한양 산책>, <김영하 한양 산책> 같은 격인데 실제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만 믿고 구입했다가 끝까지 못 읽고 포기했다는 인터넷 서점 리뷰를 읽고 호기심이 일어 구입했다. 미미 여사가 쓴 소설이 아닌 최초의 책, 이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실망스러웠다면 무엇 때문일까? 읽어보니 알겠다. 이 책은 제목 <미야베 미유키 에도 산책>에서 '미야베 미유키'에 방점을 두면 안 되고 '에도 산책'에 방점을 둬야 하는 책이다. 즉, 미야베 미유키만 알고 일본은 모르는 사람, 일본의 문화와 역사, 언어에 문외한인 사람은 이 책을 읽어도 무슨 소린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일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다행히 일본어도 할 줄 알고, 일본에 가 본 적도 있고, 일본 방송 중에서도 여행 방송을 즐겨봐서 대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시대극(사극)을 많이 봤더라면 역사에도 더 바삭했을텐데, 역사를 잘 몰라서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쉽다.



저자가 에도 시대의 흔적을 찾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내용도 재미있지만, 유적을 직접 눈으로 본 뒤 당시 시대상을 상상하는 대목이 특이 인상적이었다. 가령 과거의 에도, 즉 지금의 도쿄에는 당시 사형장이나 교도소 같은 수형 시설로 쓰인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를 보며 저자는 에도 시대, 즉 도쿠가와 막부가 다스리던 당시의 일본이 말하자면 군정국가, 경찰국가였기 때문에 당연히 치안이 삼엄하고 형벌이 엄격할 수밖에 없었던, 일종의 공포정치 상태였다고 평가한다. 에도에서 한참 떨어진 하코네에서도 경찰국가의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행정보다도 경찰과 사법권의 흔적이 많은 것은 강력한 군주가 다스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권이 안정적이었던 왕권국가 조선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p.63)

 


또한 저자는 당시(1997년) 소년 범죄 같은 흉흉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로 신사나 사찰 같은 종교적인 공간이 일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들었다. 일신교보다 다양한 신을 믿는 다신교 사상이 발달한 일본은 이들을 모시는 신사나 사찰이 마을의 입구나 중심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층 빌딩 건설과 재개발, 리모델링 등으로 이처럼 종교적 역할을 하는 공간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저자는 이로 인해 사람들이 악을 해소하거나 정화할 기회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조건 선하고 옳은 것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남아 있는 악을 다스리고 흡수하는 역할을 해줄 만한 것이 필요하다니, 언뜻 듣기엔 미신같고 생뚱맞게 느껴지지만, 게임을 통해서나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의 악한 마음과 폭력성이 마구 분출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기는 한 것 같다. 무얼 보더라도 이런 식으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을 보니 역시 미미 여사는 다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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