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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경제학자는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배웠는가 | 리뷰 2012-05-2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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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식의 탄생


와이즈베리 | 2012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어떤 가정환경과 교육환경에서 지식인이 만들어지고 지식이 형성되는지 알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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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역사나 시사 등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그 중에서도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제학을 택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해보니 사회나 체제보다 그 사회를 구성하는 '인물'이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학을 예로 들면, 경제학 이론을 만들어낸 학자나 경제 정책을 채택하는 지도자, 정부 관료들.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경제학 이론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어떤 성격을 가졌고, 가정환경이나 교육환경은 어땠기에 이런 정책을 지지했을까? 기회가 된다면 한번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나보다 먼저 이런 접근을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렌 호른. 그의 저서 <지식의 탄생>이 바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0인을 대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성장과정과 가정환경, 학습 경로 등을 심층적으로 파고들며, 학자의 개인적인 특성과 학문 간의 연관성을 찾아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부터 내가 알아보고 싶었던 내용을 먼저 연구한 학자가 있을 줄이야...!! 한 발 늦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인터뷰 대상인 학자들의 면모도 화려하고 인터뷰 내용도 알차서, 이 책을 직접 '만들' 수는 없었지만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인터뷰에 응한 10명의 학자들 한명 한명의 면모가 참 화려하다는 것. 그야 전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니 화려하지 않을 수가 없기는 하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이자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새뮤얼슨, '불가능성의 정리'를 만든 애로, 공공 선택 이론의 뷰캐넌, 성장 이론의 대가 솔로 등 경제학 원론, 또는 미시, 거시 경제학 시간에 배웠던(그리고 덕분에 시험 기간에 골치 깨나 아팠던) 인물들을 이렇게 또 다시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하지만 학교 다닐 때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이번에는 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론을 이론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을 생각해내기까지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고, 당시 사회적 환경이 어떠했으며, 어떤 학자들과 교류하고, 그 후에는 어떤 이론으로 발전시켰는지 등 주변지식과 함께 봐서 그런 것 같다.


재밌게도, 학자들의 상당수가 경제학을 전공하기 전까지 경제학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집에서 경제에 대한 대화를 한 적도 별로 없으며, 심지어는 애초부터 경제학을 전공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학위 과정을 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새뮤얼슨의 경우, 지금은 '시카고 학파'라고 불릴 만큼 경제학계 내에서 큰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시카고 대학에 진학한 이유를 그저 '집에서 가까우니까' 라는 말로 일축했다. (설마 슬램덩크에서 서태웅이 북산고를 택한 이유와 같을 줄이야...) 게다가 그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경제학에 관해 알고 있었던 것이라곤 아버지 서재에 있던 하버드 클래식 시리즈에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요약본으로 읽은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p.73). 이런 걸 보면 선행 학습을 한다고 꼭 잘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또한 학자들 중 상당수는 수학, 통계학을 공부하다가 경제학을 전공하게 되었다고 했지만, 몇 명은 사회적,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관심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했고, 이후에 이런 학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뷰캐넌의 경우 공공 선택이론을 대표하는 학자 답게 정치제도와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남부 출신이라는 약점과 살면서 받은 사회적 차별로 인해 다수보다는 소수, 강자보다는 약자를 위한 경제학을 연구하게 되었다고 했다.

 

블랙과 애로의 이론을 따른다면 지배적인 다수의 의견을 찾아내어 그 의견을 그저 소수에게 계속 강요하면 됩니다. 나는 바로 그 부분에 반발했어요. 내 가치관에서는 이런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는 늘 억압받는 소수에 민감하게 반응하죠.' (pp.162-3)

 

펠프스 역시 경제학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기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성장의 동력을 '다이너미즘'으로 명명하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지금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다이너미즘 결핍의 사례로 이탈리아를 제시했는데, 그의 설명을 읽어보니 이탈리아가 아니라 우리나라 얘기 같아서 안타까웠다. 대학을 나와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한 뒤 정해진 나이에 은퇴하는 - 이런 정해진 경로대로 사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과연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무기력과 직장 내 무능력, 그리고 서른 다섯 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혼해서 쉰다섯 살에 직장에서 은퇴할 때까지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이탈리아 젊은이들의 얼굴에 비친 공허함을 엿볼 수 있었지요. 그래서 나는 다이너미즘 결핍에 시달리는 이탈리아를 비판하기 시작했고, 그 문제의 근원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p.404)

 

새뮤얼슨은 또한 '앞으로 경제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예전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오면 직장을 잡고 나이를 먹으면서 승진하고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이는 기업 지배 구조 실패의 주된 원인입니다. 회사는 엉망이 되든 말든 한몫 잡아 웃으며 빠져나가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p.90)

 

라고 대답했는데, 요즘도 심심찮게 들리는 - 부실 경영, 뇌물 수수 등으로 조직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큰 물의를 일으키고도 제 한 몸과 재산 챙기기에 급급한 사회 지도층들에 대한 뉴스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인 문제이고,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정말이지, 이렇게 보면 경제학자라는 직업은 아무리 사회가 발전하고 나라가 잘 살게 되어도 수요가 풍부한 직업인 것 같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경제학을 전공했거나 경제학에 관심이 많고, 원론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지식이 더욱 풍부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한장 한장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라도 어떤 가정환경과 교육환경에서 지식인이 만들어지고 지식이 형성되는지 알 수 있는 책인만큼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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