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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의 배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 리뷰 2016-06-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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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완벽의 배신

라파엘 M. 보넬리 저/남기철 역
와이즈베리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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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외국어로 대화를 나눈다면 효과는 있겠지만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때는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했지만, 요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과다. 이제 우리 사회의 경기 규칙은 명확해졌다. 우리는 성과를 올려야 하며, 그것이 곧 자아실현이다. 이것이 정말로 옳은 사고방식일까? (pp.4-5) 


출근할 때마다 영어 유치원 차에 오르는 아이들을 본다. 아이들은 원래 이름 대신 제시카니 레이첼이니 하는 영어 이름으로 인사한다. 퇴근 시간 아파트 상가 앞을 지날 때면 교복 차림 그대로 학원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마주친다. 학생들은 내가 집에 도착해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 잠이 들 때도 새하얀 형광등 불 아래서 꼼짝없이 공부를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 좋다. 학생 때 열심히 공부하는 것 좋다. 하지만 모두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렇게 살아야만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걸까. 


<완벽의 배신>을 쓴 라파엘 M. 보넬리는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다. 저자는 번아웃 증후군을 비롯해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정신질환 대부분이 '완벽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완벽주의는 문자 그대로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피하려는 방어기제다.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남한테 책잡히거나 실패할 염려를 없애기 위해 완벽이라는 수단을 내세우는 것이다. 


문제는 완벽주의자가 스스로 만든 완벽이라는 철갑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고 불만족, 자기 경멸, 불쾌감 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만 괴로워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자신의 고통을 전가한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 남한테 이래라저래라 참견하는 사람은 완벽주의자에 속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실패를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완벽을 가장하고 남한테까지 완벽을 요구한다. 


모리츠 에르하르트는 사망하기 2년 전 독일의 오토 바이스하임 경영 대학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이렇게 썼다. 사람은 한 가지 목표에 몰두하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저의 주요 관심사는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고,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의 부모는 그가 늘 최고가 되고 싶어 했다고 증언했다. 모리츠는 미래를 생각하며 살았다. (pp.171-2) 


완벽주의자는 과로사할 위험도 높다. 스물한 살 청년 모리츠 에르하르트는 메릴린치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다가 숨졌다. 주변 사람들은 모리츠가 죽기 직전 7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고 증언했다. 모리츠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고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부모에게도 동생에게도 좋은 아들, 형이었다. 일찍부터 금융인이 되고자 했던 모리츠는 대학 시절 내내 금융계에서 '스펙'을 쌓았다. 메릴린치의 인턴사원이 된 걸 성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올랐다고 여겼다. 하루 열다섯 시간씩 일하다가 스물한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뜰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글도 다 떼기 전에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개중엔 영어를 배우는 게 무엇보다 즐겁고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게 행복한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공부만 하느라 다른 재미를 누려본 적 없는 아이가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고만 배운 아이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을까. 자기 스스로 원해서 뭔가를 해본 적 없는 아이가, 성공이나 발전, 자기 계발 같은 남들이 주입한 가치만을 신봉해온 아이가 무엇에 만족할 수 있을까. 제2, 제3의 모리츠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완벽주의자의 내면은 텅 비어 있다. 완벽주의자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필사적으로 완벽을 추구한다. 무의식적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략) 완벽주의자들은 밤낮없이 일하지만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지 못한다. 완벽주의자들은 쉬지 않고 부단히 움직이지만 희망도, 방향성도 없다. (pp.319-20) 


한국 사회를 보면 패자에게 가혹한 만큼 승자를 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누가 성공하면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려고 하고 약점을 잡아 끌어내리려고 한다. 유명인이든 주변 사람이든 얄짤없다. 이런 사회에서 승자가 되는 게 뭐가 좋은가. 차라리 내면을 꽉곽 채우고 하고 싶은 일을 충실히 하면서 자기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낫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못해도 괜찮고 포기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 남한테 가혹하고 나한테 후한 사람 말고, 남한테도 나한테도 후한 사람, 넉넉한 사람이 되자. 일단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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