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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범죄만이 전부일까 - 요 네스뵈 [바퀴벌레] | 리뷰 2016-09-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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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퀴벌레

요 네스뵈 저/문희경 역
비채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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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바퀴벌레>로 만난 해리 홀레는 3년 전 <스노우 맨>으로 만난 해리 홀레보다 훨씬 젊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제7권인 <스노우 맨>이 2012년 국내에 먼저 출간되고, 시리즈의 제2권인 <바퀴벌레>가 올해 8월 국내에 뒤늦게 출간된 까닭이다. 올여름에 만난 해리 홀레는 젊기만 한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 훨씬 성하기도 했다. 국내에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순서가 가장 늦은 제8권 <레오파드>에 이르는 동안 해리 홀레는 굵직한 살인 사건에 몇 번이나 휘말려 신체 일부를 잃고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살아갈 의욕마저 잃는다. 그러한 미래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의 해리 홀레는 과연 어땠을까. 설레기도 하고 참담하기도 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제1권이자 전작인 <박쥐>에서 해리 홀레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해 유명 인사가 되지만, 하나뿐인 여동생 쇠스가 성폭행을 당한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무혐의로 덮어 기분이 상한다. 결국 방탕한 생활로 돌아가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는 해리 홀레에게 경찰은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가 방콕의 사창가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을 수사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해리 홀레는 쇠스의 사건을 재수사한다는 조건을 내걸며 방콕으로 향한다. 


해리 홀레가 찾은 방콕은 세계적인 휴양지인 동시에 성매매, 마약, 도박, 사채 등이 판치는 혼돈의 도시이기도 하다. 해리 홀레는 수사 과정에서 대사관을 중심으로 태국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노르웨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 대부분이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치부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불법이거나 부도덕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막아야 할 태국인들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이들을 방조하거나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도. 결국 해리 홀레는 사건의 배후에 노르웨이의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들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는커녕 실체를 감추기 위해 해리 홀레를 일종의 꼭두각시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바퀴벌레는 종류가 3천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바퀴벌레는 누가 다가오는 진동을 듣고 숨어버려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적어도 열 마리가 숨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었다. 바퀴벌레는 무게가 얼마나 될까? 10그램? 금 간 곳이나 테이블 뒤에 백 마리 넘게 숨어 있다면 방 안에 있는 바퀴벌레가 적어도 1킬로그램은 된다는 뜻이다. 해리는 몸을 떨었다. 자기보다는 바퀴벌레들이 더 두려워할 거라는 사실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때로는 술이 해롭기보다는 '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눈을 감고 생각을 떨쳐내려 했다. (p.113) 


해리 홀레는 수사 과정에서 바퀴벌레 같은, 아니 바퀴벌레보다 못한 인간들을 여럿 만난다. 문제는 해리 홀레가 만난 '바퀴벌레'는 극히 일부이며, 이들 전체는 성매매나 마약 같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범죄 조직 외에 정부나 경찰 등에도 퍼져있다는 것이다. 해리 홀레는 경찰의 일원인 자신의 동생이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실망과 노르웨이 대사 살인사건의 실체가 은폐되어 무고한 희생자가 생긴 것에 대한 절망을 겹치며 두 번 좌절한다. '때로는 술이 해롭기보다는 '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니. 해리 홀레가 시리즈 전체에 걸쳐 술에 의존하기도 하고 술과 씨름하기도 하는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전작 《박쥐》가 (의문의 편지를 통해) 시리즈 제7권 《스노맨》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바퀴벌레》에는 제8권 《레오파드》의 결정적 힌트를 제공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레오파드》의 ○○○○ 아이디어는 《바퀴벌레》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해리의 숙적이자 《레드브레스트》부터 ‘오슬로 3부작’ 내내 독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든 악인 ‘볼레르’와도 《바퀴벌레》에서 만나게 된다. 이로써, 제1권 《박쥐》부터 오슬로 삼부작을 마무리 짓는 제5권 《데빌스 스타》까지, 해리의 30대를 담은 시리즈 전반부가 완성된다. 


책을 다 읽고 인터넷 서점에서 출판사 제공 책 소개를 읽었는데 <바퀴벌레>에 나오는 제8권 <레오파드>의 결정적 힌트가 뭔지 잘 모르겠다. 시리즈 순서대로 책을 읽었다면 단번에 기억했을 텐데. 비채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출간 순서를 정하는 것일까. 다음에 한국에 출간될 책은 제6권 <리디머>일까, 제9권 <팬텀>일까, 아니면 제10권 <폴리스>일까(제10권 제목이 <폴리스>인 것을 보면 해리 홀레 시리즈 전체가 결국엔 경찰 권력과의 대결인 것이 맞는 듯하다). 아마 6권 아니면 9권이겠지만, 무엇이 먼저라도 좋으니 어서 다음 시리즈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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