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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기까지 | 리뷰 2018-06-3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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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딸에 대하여

김혜진 저
민음사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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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비혼인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결혼정보 회사에서 신부를 찾는 남자들이 선호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결혼정보 회사는커녕 결혼 자체에도 관심이 없어지거니와 점점 연애와도 거리를 두는 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엄마를 나 역시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엄마에게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권리가 아니라 의무였다는 걸. 가난한 부모의 생계 부담을 덜기 위해, 좋은 회사에 다니지만 실상은 비정규직이라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퇴사 압력을 받고 있던 젊은 시절의 엄마에게 결혼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는 걸 안다. 


김혜진의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에도 나와 엄마처럼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그래서 마주칠 때마다 으르렁댈 수밖에 없는 모녀가 나온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어느 날 외동딸로부터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으니 집으로 들어오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그것도 동성 애인과 함께. '나'는 다 큰 딸의 동성 애인과 함께 살게 된 상황이 탐탁지 않지만, 딸의 태도는 단호하고 딸의 동성 애인도 막상 만나 보니 딱히 흠잡을 구석이 없다. '나'는 딸에게 또래 여자들처럼 결혼해서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살라고 성화를 부리지만, 딸은 동성 애인과의 생활에 만족하며 급기야 동성애 문제로 대학에서 해고된 동료들을 위한 시위에 나서 '나'의 속을 긁는다.


'나'가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단순히 동성애에 대한 혐오 때문만은 아니다. 노인 요양병원에서 요양사로 일하는 '나'는 젠이라는 이름의 노인을 돌보고 있다. 젊은 날 해외에서 공부하며 한국계 입양아들을 위해 일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일했다는 젠. 더없이 거룩하고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지만, 정작 젠의 말년은 치매에 걸린 채로 노인 요양병원에서 돌봐주는 가족 하나 없이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나'는 젠을 볼 때마다 동성애자인 딸과, 결혼을 했어도 남편을 여의었고 하나뿐인 자식에게도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가 보기에 '너무 많이 배운' 딸의 모습은 나와 많이 닮았다. 나는 '나'의 딸과 같은 동성애자가 아니지만, 가부장제와 이성애 중심주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체념하며 살기보다는 바꿀 수 있다고 믿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삶의 태도를 가졌다는 점이 그렇다(물론 나보다 '나'의 딸이 훨씬 적극적이고 진보적이다). 가부장제와 이성애를 의심할 겨를도 없이, 삶의 무게에 치여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 급급했던 어머니 세대에게 딸 세대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남편에게 맞고 사는 옆집 새댁이 남편조차 없는 자기 딸보다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도, 나의 머리로는 결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때리는 남편조차 없는 여자는 당장 먹고 살 길이 없는 세상을 사셨으니.


같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인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가부장제 안에서 고통받는 보편적인 여성의 삶을 그렸다면,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는 가부장제 안에 있는 어머니와 가부장제 밖으로 나가려 애쓰는 딸의 모습을 통해 비교적 덜 주목받고 덜 언급되는 여성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설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또는 무엇을 통해서든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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