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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자 1,2》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죄의 무거움 | 리뷰 2018-07-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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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조자 1

비엣 타인 응우옌 저/김희용 역
민음사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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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 <동조자>의 주인공 '나'는 남베트남 군인이자 북베트남 고정 간첩이자 CIA 비밀요원이라는 세 얼굴을 가지고 산 가공의 인물이자,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한 은유다. 


'나'는 프랑스 가톨릭 사제가 열세 살밖에 되지 않은 베트남 하녀를 범하여 태어난다. 프랑스인의 얼굴과 베트남인의 얼굴을 정확히 반반씩 가지고 있는 '나'는 어려서부터 주변 아이들로부터 '잡종 새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다. '나'의 베트남인 어머니는 '나'에게 너는 결코 부자연스러운 존재가 아니라고, 내겐 무엇보다 귀하고 사랑스러운 자식이라고 말해주지만, '나'는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자신이 강간의 결과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원죄'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자신의 몸속에 가톨릭 사제이면서 어린 여자애를 범한 남자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치를 떤다. 


'나'에게는 어린 시절 아이들이 '나'를 '잡종 새끼'라고 놀릴 때 구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된 만과 본이 있다. 만은 당시 유행하던 마르크스주의로 투철하게 무장한 상태인 반면, 본은 마르크스주의자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마르크스주의에 적개심을 품은 상태다. '나'는 본과 함께 남베트남 군대를 위해 일하지만, 사실 '나'는 이미 만과 함께 북베트남 측에 가담한 상태이며 북베트남의 정보원으로서 남베트남 군대에 입대한 것이다. 1975년 남베트남의 패색이 짙어지자 남베트남 특수부 소속 육군 대위인 '나'는 상관인 장군의 가족, 본의 가족과 함께 CIA가 제공한 수송기를 타고 괌으로 탈출하려 하지만, 탈출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결국 본과 둘이서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CIA 요원인 클로드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적이 있는 '나'에게 CIA는 비밀요원으로 활동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북베트남 정보원, 남베트남 전직 군인에 이어 미국 CIA 비밀요원이 된 '나'는 자신의 복잡한 정체성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한편, 미국에 망명한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을 목도하며 절망한다. 비록 외침이 있고 전쟁이 일어나서 나라 사정이 어렵기는 했지만 베트남에 있는 한 나라를 통치하기도 하고 이념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학문을 이야기하기도 했던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는 하나같이 돼지뼈를 끓이고 쌀국수를 말면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신세로 전락한다. '나'는 무엇으로든 살고자 했던 자신의 선택이 결국 자기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었음을 인식하고 끝내 분열적인 모습을 보이고 만다. 


"나는 잡종 새끼가 아니야, 나는 잡종 새끼가 아니야, 나는 아니야, 나는 아니야, 나는 아니야, 어떻게 해서든 내가 그런 놈이 아니기만 하다면 말이야." (1권, 311쪽)


'잡종 새끼'는 '나'의 잠재의식을 건드리는 중요한 단어다. 프랑스 가톨릭 사제가 열세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하녀를 범한 결과 '나'가 태어났다. 어머니는 '나'를 사랑했고 '나'가 출신 때문에 괴로워할 때마다 위로해주지만, '나'는 자신이 '부자연스러운' 존재라고 여기며 '원죄'의 증거라고 여긴다. '나'는 프랑스 가톨릭 사제라는 사람조차 어린 여자아이를 범해 아이를 배게 만드는 세상을 도저히 긍정할 수 없다. 그런 남자의 피가 자신의 몸속을 흐른다는 사실을 끔찍하게 여기고, 그런 남자가 저지른 범죄의 결과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니 자기 자신 또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없다. 


주체가 없으니 누구보다 쉽게 타자가 될 수 있다. '나'가 베트콩 앞에선 베트콩을 위해 일하겠다고 맹세하고, 베트남 군대에선 베트남 군대에 충성하겠다고 약속하고, 미국 사람들 앞에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미국인들조차 모르는 미국 노래와 문학을 줄줄 욀 수 있었던 것은, '나'가 모든 것에 동조하고 모든 것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에도 동조하지 않고 아무것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가 동조하고 지지하는 것은 차라리 생존이나 본능이나 공포나 위협이다. '나'는 자신이 무엇을 지지하고 누구를 따르는지는 잘 모르지만 무엇을 무서워하고 누구를 두려워하는지는 잘 안다. 이 '능력'은 '나'를 삼중 간첩으로 만들고, 수석 심문관으로 만들고, 사람을 둘이나 눈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살인자로 만든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을 당한 사람이었다!" (2권, 263쪽) 


'나'를 개인이기에 앞서 베트남이라는 한 나라에 대한 은유로 본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든 일을 당'했다는 이 문장은 베트남 사람들의 뼈마디에 사무치는 아픔과 슬픔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한국과 베트남은 유사한 현대사를 공유한다. 한국은 일본, 베트남은 프랑스에 의해 침략을 당한 역사가 있고, 광복을 맞자마자 민족이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으로 갈라져 내전을 벌였다. 전쟁의 결과는 다르지만, 외침과 내전으로 인해 약 반세기의 역사가 엄청난 양의 피로 얼룩졌고, 이후 반세기의 역사 또한 냉전의 상흔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같다. 


작가는 '나'를 통해 무엇이든 하는 동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비극적인 역사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세상이 왼쪽으로 가면 자기도 왼쪽으로 가고, 세상이 오른쪽으로 가면 자기도 오른쪽으로 가고, 그렇게 세상 따라 걸은 '나'가 도달한 곳은 '아무것도 아닌' 원래의 나, 즉 제자리다. 무엇이든 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매일 먹고 마실 양식을 제공하는 세상에 대해 어마어마한 빚을 진다는 것이다. 나는 빚을 늘리며 살고 있는가, 빚을 갚으며 살고 있는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 <동조자>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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