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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이제야 나무가 보인다 | 리뷰 2019-05-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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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저/김지원 역
은행나무 | 2019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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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일본 야쿠시마에 있는 '조몬 삼나무(조몬스기)'를 보러 가는 것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에 나오는 나무로도 유명한 조몬 삼나무는, 높이 25미터, 둘레 16.4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도 놀랍지만, 추정 수령(樹齡)이 최소 2170년에서 최대 7200년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7200년 전이면 일본은 조몬 시대, 우리나라는 신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기나긴 날들을 죽지 않고 살아낸 나무. 그 나무의 기(氣)를 받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이다.


그런데 굳이 가고시마에서 배 타고 네 시간은 가야 도착하는 야쿠시마까지 가지 않아도, 익숙지 않은 트레킹과 산행을 불사하면서까지 조몬 삼나무를 보러 가지 않아도, 생명력 강한 나무의 기운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이미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리처드 파워스의 장편소설 <오버스토리>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심지어는 나와 내 주변에 심어져 있는 나무는 공통 조상에서 나왔다고 하니,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야쿠시마에 있는 조몬 삼나무는 우리 집 베란다에서 엄마가 키우는 고무나무와 연결되어 있고, 나무와의 관계라고는 사주 일간에 갑목(甲木)이 있는 정도인 나하고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나무와의 관계를 일부러 찾아야 찾을 수 있는 나와 달리, <오버스토리>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태어날 때부터(또는 등장할 때부터) 나무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오버스토리>의 중심인물은 모두 아홉 명이다. 이야기는 이민자 출신의 가난한 농부인 요르겐 호엘이 어느 날 밤[夜]에 구워 먹고 남은 밤[栗]을 마당 한구석에 심으면서 시작된다. 여섯 개의 밤알 중에 다섯 개만이 싹을 틔웠고, 그중 하나만이 커다란 나무로 성장했다. 그 아들이 나무를 돌보고, 그 아들이 나무를 돌보다 마침내 니컬러스 호엘에게까지 책임이 돌아왔다. 조상들을 닮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니컬러스 호엘은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 있는 나무의 사진을 찍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낸다.


이어지는 미미, 애덤, 레이와 도러시, 더글러스, 닐리, 올리비아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패트리샤 웨스터퍼드다. 패트리샤는 중심인물 아홉 명 중에서도 가장 식물 친화적이고 나무와 가까운 인물이다. 어릴 적 아버지의 영향으로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패트리샤는, 학창 시절 내내 '식물녀'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얼마 후 패트리샤는 명망 있는 저널에 논문을 수록하고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지만, 패트리샤가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성 학자들의 조롱과 비난을 견디다 못해 학계를 떠나버리고 만다. 인간에게 상처받은 패트리샤는 숲으로 들어가 나무에게 치유받고, 다시 나무를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나무의, 나무에 의한, 나무를 위한 삶을 살기로 한 패트리샤의 다짐은 지켜지고, 끝내 보상까지 받게 된다.


전반부가 인물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씩 차례대로 펼쳐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후반부는 인물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고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이유다). 밤나무를 지키던 니컬러스는 한때 파티광이었으나 감전된 후 기적적으로 살아난 여대생 올리비아와 우연히 만나 농장을 떠난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엔지니어로 일해온 미미는 더글러스와 함께 벌목 반대 집회에 참가한다. 집회에서 미미와 더글러스는 애덤을 만나고, 레이와 도러시는 결혼 생활이 위기에 빠졌을 때 패트리샤의 책을 읽는다. 닐리는 패트리샤의 강연에 참석했다가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다. 패트리샤는 강연 도중에 미미와 눈이 마주친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각자의 삶을 영위하던 인물들의 관심을 하나로 집중시킨 건, 곳곳에서 끊임없이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벌목이다. 거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시행되는 대규모 벌목부터 마을 환경 정비를 위한 나무 제거 활동까지, 온갖 목적으로 나무가 파헤쳐지고, 베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마다, 인물들은 시위를 벌이고, 공권력과 맞서고, (문자 그대로) 피 흘리며 투쟁한다. 환경 운동의 효과는 물론 당위성마저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인물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무 한 그루를 자를 때 그걸로 만드는 건 최소한 당신이 잘라낸 것만큼 기적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이는 나무가 단순히 있는 그대로 대대손손 보전해야 할 자원이어서가 아니다. 나무도 인간과 같은 생명체이고, 나무와 인간은 같은 지구상에서 공생하며, 나무가 없으면 인간도 없기 때문이다.


진실이 뻔히 보이는데도 행동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애덤, 결혼이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는 제도라고 생각해서 갈등하는 레이와 도로시의 이야기는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에 비해 나무와 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들의 이야기 또한 나무와 인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다. 심장마비로 사람이 쓰러져도 구하러 가지 않는 사람들이 나무 한 그루가 눈앞에서 쓰러진다고 눈 하나 깜짝할 리 없다. 인간이 인간을 - 정확히는 남자가 여자를 - 소유하고 그것이 결혼 제도로 정당화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인간이 나무를 소유하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일에 죄의식을 느낄 리 없다.


아무도 나무를 보지 않는다. 우리는 열매를 보고, 견과를 보고, 목재를 보고, 그림자를 본다. 장식품이나 예쁜 가을의 나뭇잎을 본다. 길을 가로막거나 스키장을 훼손하는 장애물을 본다. 깨끗이 밀어야 할 어둡고 위험한 장소들을 본다. 우리 지붕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지들을 본다. 환금성 작물을 본다. 하지만 나무는, 나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596쪽)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묻는다. 인간은 무슨 권리로 나무를 함부로 베고, 자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가. 만약 나무가 인간을 함부로 베고, 자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인간은 어떤 감정이 들겠는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게 '아낌없이 받기만 하는 인간'은 과연 타당한가. 남보다 더 많은 땅을 차지하고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게임을 만들던 닐리가 패트리샤의 강연을 계기로 전혀 다른 게임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 질문들의 답을 찾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남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가지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는 우리도 실은 이 질문들의 답을 알고 있다. 다만 보지 않을 뿐이다.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나무는 집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도 있고 집 안에도 있는데, 그것들은 생명이 아니라 배경이나 장식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눈 앞에 있는 나무는 보지 않고, 진짜 나무는 저 먼 야쿠시마 산속 깊숙한 곳에나 있다고 생각한다(반성한다).


버킷 리스트를 수정해야겠다. 지구 환경에 해로운 온실가스를 배출해가며 야쿠시마까지 가는 대신, 당장 내 눈앞에 있는 나무, 내 손 뻗으면 닿는 나무들부터 신경 써야겠다. 나무로 된 가구를 사든, 수첩을 사든, 그것을 사용한 가치가 최소한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나무 이상의 것이 되도록 해야겠다. 문제는 내가 한 달에 열 권 이상씩 읽어치우는 책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줄이기가 힘들 것 같다. 전자책으로 읽자니 그 또한 전기를 사용하니 지구 환경에 좋다고만 볼 수도 없을 것 같고. 그래도 <오버스토리>처럼, 나무의, 나무에 의한, 나무를 위한 책을 읽기 위한 독서라면 나무에 해롭다고만 볼 수도 없지 않을까. 독서도 나무에 해로운 행위라면, 대체 나는 그동안 저지르고, 앞으로 저지를 죗값을 언제 어떻게 다 갚을까. 갚을 순 있을까. 이제야 나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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