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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야 문명의 교류 | 문화 2008-07-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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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스탄불

이희수 저
살림출판사 | 200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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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탄생, 눈먼 자의 땅에 도시를 세우라>

 

이스탄불은 파리와 런던, 도쿄, 뉴욕보다는 분명 우리에게 생소하다. 서구 문명 사고가 도시에 대한 인식까지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탄불은 그리스 로마, 비잔틴, 이슬람 문화 등 동서양 문명이 만나는 격동의 도시다.

 

중동에 정치 상황이 발생하거나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이슬람 학자인 이희수 한양대문화인류학 교수가 쓴 <이스탄불-동서양 문명 교류>는 문고판이지만 우리를 이스탄불 속으로 이끈다.

 

지은이는 한 눈에 반하여 상사병을 앓는 것처럼 이스탄불에 다녀오면 열병을 앓는다고 말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라고 말한다. 다시 가지 않을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와 사람을 녹여버리는 끌림, 감동과 아름다움이 배여있고, 흘러 넘치는 도시다.

 

이스탄불은 사람 냄새, 시장터 만난 인민들 삶에는 삶에 대한 저항이라는 응어로보다는 달관과 부드러움을 가진 도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 사람을 일등 국민으로 대접하는 나라이며, 도시다.

 

함께 나누며, 사랑하는 공동체 의식, 열정과 감성, 의리를 귀히 여기는 국민성을 가져 신자유주의로 빼앗겨버린 소중한 것들을 다시 기억나게 하는 도시다. 성(聖)과 속(俗)이 하나되고 자연과 사람이 넉넉한 공간이 함께 하는 이스탄불이라 지은이는 말한다.

 

믿을 수 없는 찬사이지만 이스탄불 탄생 굴곡의 역사였다. 이스탄불은 기원전 7세기 그리스 통치자 비자스는 오랜 기도 끝에 “눈 먼 땅에 새 도시를 건설하라”는 델피 신전의 신탁을 받아 탄생한 도시다.

 

“비자스는 보스포러스 해안 맞은편 언덕과 마주친 순간 무릎을 쳤다. 그곳에는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새에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절경이 숨어 있었다. 이 언덕은 바로 지상의 천국이었다. 그 누구도 눈이 멀어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에 비자스는 그의 도시를 건설했다. 비자스의 도시 비잔티움은 이렇게 생겨났다.”(7쪽)

 

질곡과 굴곡은 이렇게 시작된다. 풍부한 자원, 빼어난 자연,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소 비잔티움은 새로운 지배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지역이었다. 어떤 권력과 제국도 비잔티움을 놓칠 수 없었다.

 

기원전 512년 페르시아 제국 다리우스 왕, 그리스 스파르타에게 복속, 기원전 150년에는 로마와 협약을 통하여 조공을 바치는 대가로 독립을 기원후 2세기 말까지 유지한다. 하지만 323년에는 로마 황제 콘스탄틴 대제가 이 도시를 수도로 정한 후 그의 이름을 따서 콘스탄티노플이 되었다.

 

콘스탄티노플의 비극은 1203~1204년에 걸친 제4차 십자군 원정군의 침입으로 절정에 달했다. 1203년 7월 17일 도심에 진입한 십자군 원정대는 부와 풍요를 자랑하던 콘스탄티노플의 재산과 문화적 기반을 유린하였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사랑과 평화를 추종하는 기독교가 어찌 이토록 파괴와 유린을 좋아하는지, 아직도 이 못된 버릇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십자군 원정 때 처럼 ‘십자가’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사실 콘스탄티노플 비극은 이슬람 문화가 아니라 900년 이상을 지켜온 기독교 문화였다. 기독교 역사와 지적 기반을 기독교 스스로 철저히 파괴, 송두리째 뽑아버렸다. 기독교 스스로 기독교 문화와 정신을 파괴하고 유린한 비극이다.

 

서구학자들 말대로 요즘 그토록 저주하는 이슬람 문명을 결국 1453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점령당했고, 이후 이슬람의 도시인 이스탄불로 그 운명이 바뀌었다. 거짓된 욕망으로 저지른 십자가 군 전쟁이 사악한 전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스포러스>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졌다. 흑해에서 지중해로 흐르는 물은 원한과 아쉬움, 사람이 가진 모든 찌꺼기와 상처를 쉼 없이 흘러 보낸다. 보스포러스에는 낭만과 절경, 환희와 한탄이 배여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 비잔틴과 오스만 제국이 경쟁하면서 인류 역사의 흐름을 뒤바꾼 숱한 경쟁과 격돌, 전쟁이 묻혀 있다. 오스만 제국 멸망을 재촉했던 돌마바흐체 궁전을 보면서 아무리 강력한 제국일지라도 인민과 민중의 피를 통하여 기득권들의 배를 채우는 순간 500년을 이어온 제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탄불 상징으로 자리 잡은 성소피아 성당. 하지만 성소피아 성당은 이슬람 건축물이 아니다. 비잔틴 제국의 전성기인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에 의해 완성된 그리스 정교의 총본산이었다.

 

하지만 이슬람은 이를 파괴하지 않았다. 성 소피아를 처음 정복한 메흐메트 2세는 이곳을 모스크로 바꾸면서도 기독교 성화를 건드리지 않고 하얀 천으로 덮어놓고 의례를 행했다고 한다.

 

“11세기까지 로마의 가톨릭과 우상숭배 논쟁으로 격돌하면서 무자비한 성상 파괴 운동을 벌였던 비잔틴 제국 자신의 종교적 요람이 이슬람으로부터 보호 받는 것이야 말로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닌가?”(28쪽)

 

성 소피아는 이렇게 종교가 공존할 수 있고, 존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슬람을 기독교 정복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기독인들이 성 소피아에서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저주는 저주를 낳고, 파괴는 파괴를 낳을 뿐이다.

 

이스탄불은 5천 년 역사와 문화가 땅 속 깊이 배여 있다. 인류문명의 살아 있는 현장 박물관, 동양과 서양의 각기 다른 모습들이 조화를 이룬다. 다른 종교가 서로 공존할 수 있으며, 문명과 문명, 문화와 문화가 서로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스탄불은 이런 뜻에서 진정 가보말한 곳이며, 지은이 말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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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메이커>, 외교·안보 라인에 추천하고 싶은 책 | 사회 2008-07-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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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스메이커

임동원 저
중앙북스(books) | 200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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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막혔다. 뚫릴 기미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막힌 담은 더 견고해지고 있다. 무엇이 남북관계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선언이 냉전 잔재와 이념이라는 견고한 벽을 허물었지만 이명박 정권은 단 몇 달 만에 과거로 돌려버렸다.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성명에서 10․4 선언 부문 삭제는 국제 사회와 북한에게 10․4 선언을 공식 부인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남북관계는 말 한 마디로 한 순간에 뒤틀리는데 김정일 위원장 수표(사인)까지 한 10․4 선언을 국제회의성명에서 삭제했으니 막힌 담의 강도는 더 견고해졌다.

 

막힌 담을 허물 방법은 전혀 없을까?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산파 역할을 수행했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역을 거쳐 현재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쓴 <피스메이커>에서 작은 답을 얻을 수 있다.

 

<피스메이커>는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20년’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20년 동안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탈냉전, 북한핵문제, 남북관계에서 일어났던 긴박했던 순간 순간에 직접 참여했던 자신의 기록을 담았다.

 

임 전원장은 1992년 2월 19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과정에서 남쪽에서 유일하게 남북고위급회담의 전 과정에 협상대표로 참여하면서 경험한 일들, 2000년 6·15 첫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과 이후 특사로서 북한을 오갔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외교․안보라인이 주목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스 메이커>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 자서전이 아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에서는 지난 20년 그리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분단 극복의 탈냉전과 통일을 향한 역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소중한 사료이자 역사이기 때문이다.

 

2000년 첫 정상회담 이후도 남북 관계가 순탄하지 않았다. 2002년 6월 29일 일어난 ‘서해교전(연평해전)’, 2002년 10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실재를 여부를 두고 일어난 ‘제2차 북핵위기’는 미국 조지 부시 미국 정권과 맞물리면서 한반도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런 위기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정부는 끝까지 평화 기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의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중요한 방법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핫라인’ 개설을 위한 대화를 소개했는데 <피스 메이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 기회에 두 정상 간 비상연락망(핫라인)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김정일위원장은 “그거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렇게 합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 정상 간 비상연락망은 ‘국민의 정부’ 마지맏 날까지 계속 유지하면서 남북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핫라인의 개설이야말로 정상회담 최대의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112쪽)

 

남북관계는 외교적으로 정상관계가 아니다. 충돌위험이 언제나 상존하는 상황에서 남북간, 정상간에 핫라인이 개설되어 있다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확전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임 전국정원장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핫라인 개설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한 것은 현실에서 드러났다. 2000년 8월 남쪽 언론사 사장단 방북을 비롯해 9월 김용순 비서의 남쪽 방문, 2002년 6월 서해교전, 10월의 2차 핵위기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방미 추진, 2002년 4월과 2003년 1월 임동원 특사 방북 등 주요 현안은 모두 이 핫라인을 거쳤다.

 

2002년 6월 서해교전이 일어났을 때 예를 보자.

 

이튿날 아침 일찍 북측은 핫라인을 통해, “이 사건은 계획적이거나 고의성을 띤 것이 아니라 순전히 현지 아랫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발생시킨 사고였음이 확인되었다”며 “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긴급통지문으로 보내왔다. (637쪽)

 

핫라인이 없었다면 6·15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2차서해교전과 2차 북핵위기 사태같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평화기조보다는 대결 국면으로 갈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6·15공동선언은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진 임동원 국정원장의 특사 방북과 2002년 4월 특사 방북을 포함해 고비 고비마다 이 핫라인을 통한 두 정상 간의 ‘대화’에 의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명박 정권에서도 핫라인이 개설되어 있다면 금강산 피격 사건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공식, 비공식 모든 라인이 끊어져버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 할 수 있었던 일은 금강산 피격 사건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가져갔지만 10․4 선언 내용과 맞물려 문제만 더 악화시켰다. 남북이라는 특수관계에서 대화창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피스메이커>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문민정부 시설 대북 정책이다.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1차 북핵 위기(1994, 봄)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조문사건으로 남북관계는 노태우 정부가 체결했던 남북기본합의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문민정부가 군사정권보다 남북관계를 더 경색시켜버렸다.

 

임 전국정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첫 만남 과정을 소개하면서 문민정부 시절 파괴되었던 남북관계를 아쉬움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나는 이날의 첫만남에서 핵문제에 대한 그의 예리한 분석력과 판단력, 그리고 명쾌한 해결책에 큰 감명을 받았다, 어느 전문가들보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는데 놀라는 한편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다. 나는 ‘아, 이런 분이 지난 대선에서 당선되었다면 지금쯤 남북관계는 큰 진전을 이룩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315쪽)

 

<피스메이커>는 세계 4강대국 사이에서 한반도가 평화와 공존을 위하여 남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임을 확인시켜준다. 신뢰가 있어도 살얼음을 걷는 것 관계다. 그러므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고,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인내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이명박 정권 외교 안보라인이 <피스메이커>를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읽지 않았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남북관계는 대결로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평화정책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다.

 

대결과 억압으로는 북한 설득할 수도, 붕괴시킬 수 없다. 북한 붕괴론은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존재했던 미국과 한국의 보수 강경파들의 바람이었지 현실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 외교 안보라인의 기본 생각은 남북 관계를 대결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냉전시대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이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냉전시대는 피스키퍼로 살았지만 냉전이 해체된 이후 피스메이커로 살아가고 있는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피스메이커>는 이렇게 끝맺음을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통일은 목표인 동시이 과정이다. 미․북 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병행하여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및 군비통제를 추진하면서 우리는 통일에 접근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통일지향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면서 ‘사실상의 통일상황’부터 실현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통일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742쪽)

 

남북 관계가 기로서 섰다. 대결과 압박이 아니라 신뢰와 인내, 상호 존중을 통하여 평화체제를 방향으로 잡고 가야 한다. 다른 길이 없다. <피스메이커>에는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반드시 새겨야할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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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 똘레랑스의 제국 | 역사 2008-07-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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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로마

한형곤 저
살림출판사 | 200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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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강력한 군대와 잘 놓인 길, 넓은 영토를 떠올리게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 중 으뜸에 자리할 만큼 로마는 강한 인상을 후대 사람들에 남겼다. 후대 제국들은 로마를 담기 위하여 노력했다. 하지만 그 어느 제국도 로마에 버금가는 대제국을 건설하지 못했다.

 

<한겨레> 기획위원인 홍세화씨가 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말로 우리말에는 적당한 말이 없지만 '관용' 정도로 표현될 수 있는 '똘레랑스'가 있다.

강력한 군대와 제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로마를 '똘레랑스의 제국'으로 표현한 책이 있다. 한형곤이 쓴 살림출판사가 문고판 시리즈물로 펴내고 있는 살림지식총서 102번째 책으로 낸 책<로마 : 똘레랑스의 제국>이다.

 

로마는 강력한 군대만 가진 군사제국이 아니었다. 로마는 문화와 종교, 정신을 가진 제국이었다. 군사력만으로 그 강력한 제국을 건설하고 유지하지 않았다. 문화와 종교가 함께 했던 제국이었다. 로마는 정치와 종교적인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감당해왔다.

 

로마는 유럽의 문명과 정신사의 중심에 있다. 그리스 문화와 그리스도교의 전파 이후에도 로마는 세계 문명의 지도자적인 역할을 하였다. 중세에 유럽의 중심이 알프스 이북으로 이전되기는 하였으나 정신문화적으로는 여전히 세계의 중심적인 위치를 고수하였고, 근대 이후에도 신앙의 근원지로서 예술의 도시로서 로마의 위치는 확고했다. 전세계 문명사회에서는 로마를 가리켜 ‘영원한 도시’, ‘우주적인 도시’, ‘세계의 머리’, ‘지구의 총체’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원한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마 로마가 정치적인 제국과 종교적인 제국의 중심지로서 그리고 문화의 제국으로서 오늘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3쪽)

 

중국, 인도, 한국, 북아메리카 등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도 종교와 문화가 발전했는데도 전 세계 문명사회에서는 로마를 가리켜 '영원한 도시'라는 칭송은 읽기 거북할 수 있지만 서양 문명에 끼친 영향력을 볼 때는 결코 작은 찬사는 아니다. 모든 제국이 탄생 신화를 가지고 있듯이 로마 역시 탄생 신화를 가지고 있다.

 

글쓴이는 로마의 탄생에 관한 전설을 트로이의 비극에서 살아남은 아에네아스의 후손인 쌍둥이 로물루스와 레무스 사이에서 벌어진 형제 살해의 비극이 로마의 유명한 건국 전설에서 찾았고, 로마 창건일은 역사학자 바로(Varro)가 말한 기원전 753년 4월 21일이라고 한다.

 

영원한 도시, 세계의 머리인 로마의 보르게세 정원 안에는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시계바늘인 물시계가 있다고 한다. 이 물시계는 유리 상자 안에 물줄기가 쉼 없이 움직이면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물에 따라 움직이는 시계바늘이지만 보르게세 정원 물시계는 로마 역사를, 아니 유럽 역사를 고스란히 담았다.

 

로마에는 삶의 거리 '코르소', 로마를 가장 아름답게 담은 '나보나' 광장, 옛 로마사람들이 신들에게 제사드린 '판테온'이 있다. 그리고 로마의 심장부 '베네치아' 광장이 있다. 글쓴이가 이끄는 대로 읽어가면 읽는 이는 로마 속으로 들어가고, 로마 역사 속으로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나를 이끈 곳은 고대 로마인들이 시민 생활 중심지로 생각하던 신전과 공회당 등 공공기구와 함께 일상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었던 '포로 로마노'(Foro romano)였다. 포로 로마노는 문화와 정치, 시민 생활의 중심지로 열린 문화공간이었다. 열린 토론이 이루어졌던 포로 로마노는 결국 위대한 로마 제국을 건설하는 데 중심지였다.

 

포로 로마노를 접하면서 아테네의 '아고라'를 연상했다. 그리스 문명이 유럽 정신 문명의 한 축이었듯이 로마가 위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포로 로마노 같은 논쟁과 토론 광장을 통하여 문화와 정치를 논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 삶까지 논쟁으로 풀어갔음을 알게 될 때 우리 시대 인터넷 토론 공간을 막으려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현실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알 수 있다.

 

로마는 또한 성스러운 도시였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로마는 기독교를 빼놓고는 상상살 수 없다. 바울과 베드로가 로마에서 최후를 맞는다. 성베드로 대성당. 기독교는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 대성당의 화려한 장식과 건축은 숱한 민중의 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실로 기독교 문화의 정수를 볼 수 있다.

 

카타콤 그들은 믿음을 버릴 수 없었다. 육신의 생명을 칼과 창, 짐승이 끊어 놓을지라도 신을 향한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 순수한 믿음이 종교화되고, 정치화될 때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 시대 기독교도 정치권력와 결탁함으로써 파멸이라는 길에 들어섰다. 생명으로 인도한다는 종교가 파멸로 인도하는 비극을 로마와 기독교가 보여주었듯이 대한민국과 기독교가 다시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융합하여 이루어낸 로마. 도시의 수많은 유적들은 그 위대하고 때로는 슬픈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로마문화가 태동된 곳에서 출발하여 그리스도교 이전과 이후의 유적지를 순례하며, 현재 로마의 숨결을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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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정치, 예술의 도시 아테네 | 역사 2008-07-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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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테네

장영란 저
살림출판사 | 200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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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소설, 시집, 인문, 사회, 자연, 예술, 역사 등 수많은 종류가 쏟아져 나온다. 이럴 때 '어떤 장르를 읽을까'를 고민하기 보다 책 판형에 따라 골라도 재밌을 것 같다.

 

책 판형에는 A4판형, B5판형, 크라운판형, 신국판형, A5변형판형, 문고판형으로 A6판형이 있다. A6판형은 크기(가로105mm X 세로148mm)로 주머니 안에 쏙 들어간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문고판은 짐이 많은 여행을 갈 때 가지고 가면 유용하다. 책 크기가 작다고 무조건 내용도 가벼운 것은 아니다. 100쪽 안팎의 분량은 지적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이번 휴가철에 읽을 만한 문고판으로는 출판사 '살림'에서 내놓은 <살림지식총서>가 있다. <살림지식총서>는 2008년 5월 현재 <SF의 법칙 살림지식총서-326>까지 나왔다. 326권까지 나온 시리즈물은 우리 출판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326권을 다 읽기는 힘들고 가장 눈에 띄는 한 권을 소개한다. 서구 문명의 한 축을 담당했던, 헐레니즘 문명을 태동시킨 신들의 도시 아테네를 소개한 책이다. 제목은 <아테네 영원한 신들의 도시>.

 

이 책은 살림지식총서 101번째 책으로 서구의 철학과 예술, 문학과 건축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원형을 이룩한 아테네와 아테네인들, 그리고 그들의 의식을 지배했던 신화, 정치, 예술,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쓴이 장영란씨는 한국외대에서 그리스도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신화 속의 여성, 여성 속의 신화>를 쓰기도 했다. 그는 아테네를 한 마디로 '신들의 도시'라고 말했다. 철학과 과학이라는 합리성을 통하여 인간 이성의 위대함을 탄생시킨 가장 이성적인 사람들이었지만 수많은 신들을 숭배한 종교적인 곧, 비이성적인 사람들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아테네 신화의 숲으로 들어가기

 

아테네는 아테나(Athena) 여신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 옛날 한 도시를 두고 아테나와 포세이돈은 경쟁을 벌였다. 아테나 여신은 아테네인들을 위해 최초의 올리브 나무가 솟아나도록 했고, 포세이돈은 소금샘이 솟아오르도록 했다.

 

메마르고 건조한 땅, 그리스에 무엇인 적합할까? 당연히 소금샘이 아니라 올리브 나무다. 승자는 이미 갈렸다. 아테네 왕 케크롭스(Kekrops)는 아테나 여신의 승리를 선언했고, 아테네라는 도시 이름도 바로 이 여신에게서 기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도시의 가장 높은 곳을 아크로폴리스라 했다. 거기에는 가장 아름다운 신전들이 있었다. 아테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아테네 신전들은 아테나 신전 아래에 있다. 그들이 가장 사랑했던 신은 아테나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우리를 안타까움으로 이끈다. 아테네 사람들은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를 아테나 여신에게 돌리고 기리기 위하여 아테나 니케 신전을 세우고 그 안에 아테나 니케상을 모셨지만 '승리'의 여신 니케를 만날 수 없다.

 

“아테나 니케 신전의 정문인 동쪽 프리즈에는 유명한 그리스의 올륌포스 12신 부조로 새겨져 있지만 지금은 그리스를 떠나 대영박문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리스인들에게 고대 유물을 돌려줄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아테네인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떠나지 말라고 흔히 니케상에 달고 하던 날개도 달지 않았지만, 이제 아테나 니케상은 날개도 없이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12-13쪽)

 

제국주의가 낳은 문명파괴를 아테네에 있는 아테나 니케 신전을 통하여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신들의 나라, 신화의 나라 아테네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신들은 고대 그들이 만든 신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의 욕망과 제국주의가 만든 힘에 의하여 사라져버렸음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테나 여신은 신들의 아버지, 곧 자신의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종속되었지만 그는 사람을 사랑했던 신이었다. 그리스인들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수많은 신들이 있었지만 그리스인들은 그들 중심을 '아테나'로 헌정했음을 기억할 때 그들이 얼마나 아테나 여신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아테네 정치의 숲으로 들어가기

 

아테네에는 정치가 있었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흉물스러운 바위산인 '아레아파고스'는 아테네 정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살인, 상해, 방화, 독살에 대한 재판이 열렸던 '아레파고스'가 있고 '솔론'을 만날 수 있다.

 

“귀족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각종 범죄가 발생했을 때 누구나 범죄의 피해자를 대신하여 범죄자를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이 부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민회에 상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이것은 일반 시민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 주는 제도였다. 솔론의 정치적 개혁은 진정한 민주제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였다.”(46쪽)

 

아테네 민주제가 탄생한 ‘프뉙스’(Pnyx)에서 아테네사람들은 ‘민회’(ecclessia)를 열었다. 민회는 아테네인들이 전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가장 핵심적인 권력기구였다. 이 피뉙스 이전에 아테네 사람들이 ‘아고라’에서 민회를 열었다는 사실은 요즘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아테네 예술의 숲으로 들어가기

 

신화와 정치 도시로 알려져 있는 아테네는 한 편으론 예술 도시였다. 인간 비극을 노래한 디오뉘소스 극장에는 ‘실레노스’ 부조가 있다. 실레노스는 디오뉘소스를 양육한 사람이다. 실레노스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산중에 떨어져 있을 때 미다스 왕이 그를 구해준다. 이에 디오뉘소스를 감사하여 미다스 왕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미다스 왕은 만지는 것 마다 황금이 되기를 원한다. 만지는 것 마다 황금이 된다면 어떤 세상이될까? 끔찍한 비극이다.

 

미다스가 실레노스에게 묻는다. “도대체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가?” 실레노스 답은 무엇일까?

 

“가련한 하루살이여, 우연의 자식이여, 고통의 자식이여, 너는 내게서 무엇을 들으려 하는가? 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그대에게 더 좋으리라는 것을 모르는가? 가장 좋은 것은 네가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이네.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아무 것도 아닌 것이네. 다음으로 좋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곧 죽음이네.”(60쪽)

 

아직 우리는 미다스 황금주의에 빠져 있다. 어쩌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될지라도 어쩌면 인간은 황금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황금이 되는 그날까지 자본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다스는 이후 깨달음을 얻고 실레노스에게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우리는 지금 이 질문 자체도 하지 않고 끝없는 비극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테네 그곳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100쪽도 안 되는 얇은 책이지만 아테네의 신화와 정치, 예술과 철학을 만날 수 있다. 가볍게 읽으면서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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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보다 더 실감나는 민중 이야기 '민담' | 문학 2008-07-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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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 민담 전집 1

신동흔 편
황금가지 | 200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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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은 한 민족이 수천 년 삶을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혜를 담은 이야기다. 민담을 접하면서 이름 없이 태어났다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민중들이 자신들 삶 속에서 자연관, 인생관, 우주관, 사회의식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손자·손녀가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들었던 옛 이야기를 시간이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손자·손녀에게 이야기해주면서 민담은 만들어져 왔다. 민담에는 환상과 현실, 웃음과 해학을 통하여 자연과 우주, 인간을 보는 인식이 배여 있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선조들이 사고했던 세상을 만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민담은 지배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승리한 역사를 문자로 기록하고 해석한 정사(正史)와 실록과는 다르다. 사실이 아니기에 역사로 신뢰할 수 없지만 민중은 정사와 실록보다는 자기 선조들이 상상과 현실, 웃음과 해학이라는 민담 속에 새겨진 자연과 우주, 인간을 만날 수 있기에 정사와 실록보다는 더 정감이 있다.

 

민담은 이런 의미에서 듣고, 읽기에 가치 있는 이야기이다. 출판사 <황금가지>가 펴낸 <세계민담전집>-2008년 6월 현재 16편(이란편)-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민담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세계민담전집 1권>은 우리나라 민담을 엮었다. 구비문학을 연구하면서 <역사인물연구>를 펴냈고, <한국구비문학의이해>와 <한국인의 삶과 구비문학>을 공저한 건국대학교 신동흔 교수가 우리 민족이 전해온 이야기들을 구술자나 채록자의 1차 자료로부터 직접 뽑아 실었다.

 

<세계민담전집-한국편>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 ‘신비와 경이의 세계’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환상세계를 이야기하는 민담을 실었고, 1부는 ‘일상사의 씨와 날’에는 환상과 상상세계보다는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민담, 3부 '웃음은 죄가 없다'에는 희극과 해학이 깃든 민담을 엮었는데 모두 59편이다.

 

환상과 현실, 희극이 어우러진 민담을 편집하여 우리 민담이 어떻게 전해져 왔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환상만을 담은 민담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고, 웃음과 해학이 넘치는 민담 속으로 들어가다보면 10대, 20대, 30대 선조 할머니 무릎 위에 누워 직접 듣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상상과 환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한 편 한 편을 읽어갈 때마다 현실성과는 매우 동떨어졌지만 현실 세계 속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만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인 바다로 된 반도 국가다. 반도 국가는 대륙 문화와 바다 문화를 잇는 다리 역활을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한국-일본으로 이어진 문명 고리를 형성했고, 불교와 도교, 유교가 농업문명권인 우리 민족 속으로 들어오면서 우리 선조들은 다양한 민담을 만들어 전해주었다.

 

우리 민족은 물질의 풍부함과 풍성함보다는 결핍과 고난을 더 많이 겪었다. 민담에는 재산과 명예, 배필 등등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박탈당한 주인공들이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오는 나무꾼은 나이 서른이 넘도록 각시를 얻지 못하고, 외로움, 작은 오두막집, 움직이는 것은 자기 몸 하나밖에 없는 궁핍한 삶을 살아간 사람이었다.

 

선녀를 만나면서 일어난 많은 일들은 읽는 이들에게 가슴 아리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 마지막에는 하늘나라 사위로 인정받아서 예쁜 아내와 귀여운 두 자식을 데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지만 고난과 결핍을 견디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우뚜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은 살기 아주 어려웠다. 권력자들이 자기 욕심을 차리기에 눈이 멀어 백성들 생활은 안중에도 없었다. 대궐에 있는 벼슬아치들은 뇌물을 받고 원님들은 자리를 팔았고, 원님은 백성들을 쥐어짜서 자기 배를 불렸다. 그라니 백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다."(166쪽)

 

우뚜리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자기배만 채우는 지배세력에 저항했다. 우뚜리 죽음으로 인민의 피를 빨아먹은 지배세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지만 인민들은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된다.

 

"우뚜리의 그 죽음을 결코 헛되이하지 않겠다고, 기필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말겠다고."(172쪽)

 

<선녀와 나무꾼>이 환상담 같아 현실세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지만 <우뚜리>는 현실에서 지금도 일어나는 일들이다. 지배세력이 민중을 착취하는 것은 어제일만 아니라 오늘도 일어나는 일들이다.

 

독자는 <우뚜리>를 읽고 마지막 백성들이 했던 말을 가슴에 새길 수밖에 없다. '기필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말겠다'는 다짐은 어제와 선조들 문제가 아니라 오늘과 바로 자신에게 처한 일임을 알게 된다.

 

이런 저항을 담은 민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제를 낼 때마다 우연히 해결책을 내는 머슴 이야기를 담은 <머슴의 꿈과 신비한 금척>, 단지 길을 다녀오는 것만으로 모든 행복을 한꺼번에 얻는 <구복여행>, 근심이라는 근심은 다 피해가는 <무소웅> 등을 통하여, 행복은 철저한 준비와 성실함으로만 일어나는 현실세계와 조금 달리 '저절로' 이루질 수 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정승을 골려주는 대가를 만날 수 있는 <정승 골려주기>, <지혜로운 며느리>, <통인의 지혜로운 아내> 등은 자신과 가족, 집단에 닥친 어려움과 난제를 해결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지혜를 담았다.

 

59편을 모두 읽고 나면 우리 민담 속에는 폭력보다는 평화, 탐욕보다는 나눔, 아픔과 슬픔을 이기는 웃음과 해학, 현실이 고통스러워 내세만을 생각하는 패배주의보다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꿋꿋한 삶의 자세, 나보다는 가족과 이웃, 사회를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 편이 8-9쪽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아이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한증막 같은 이 더운 날 우리 민담 한 편을 읽는 것은 또 다른 피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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