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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패하지 않았다 | 정치 2009-12-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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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공과 좌절

노무현 저
학고재 | 200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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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날은 늦은 봄을 지나 여름 문턱에 발을 내딛는 때였다. 그가 "운명이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을 때 내 마음은 얼어붙었고, 심장은 어떻게 뛰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얼어붙었던 마음이 채 녹지도 않았는데 북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몸마저 얼어붙었다. "운명이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그가 쓰다만 회고록을 2009년이 저물고 있는 이 때 한 장씩 넘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쓴 <성공과 좌절>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성공'보다는 '실패'와 '좌절'를 말한다. 한 나라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랐다면 '성공'한 사람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은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지"만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성공과 영광의 기억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기억들이다"고 자신의 삶을 평가했다.

 

삶을 놓기 며칠 전에 쓴 글이니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에 한 글이라 읽는 순간 마음 한 켠이 아프다. 특히 "정치를 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나의 목표는 분명히 좌절이었다"고 말하면서 "시민으로 성광하여 만회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부끄러운 사람이 되었다고 말았다"는 글에는 살이 타들어가고, 뼈가 녹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에게 정치인으로서 실패와 좌절은 용납할 수 있겠지만 시민으로서 '부끄러운 사람'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얼마 후 그는 삶을 놓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이는 자신을 부끄러운 사람으로 평가하는 노무현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어느 권력이 자신의 삶을 부끄럽다고 순순히 인정했는가.

 

그리고 노무현은 자신의 삶을 실패와 좌절이지만 진보와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게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을 삶을 살아가라고 촉구하고 있다.

 

"나의 실패를 진보의 좌절, 민주주의의 좌절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고는 역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할 일 있고, 역사는 자기의 길이 있다."(17쪽)

 

그렇다. 수구세력은 끊임없이 노무현을 비롯한 민주세력의 작은 흠집을 엄청나게 큰 것으로 키우면서 민주세력을 무능하면서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한다. 그리고 지난 2년 이명박 정권은 모든 공권력을 다 동원하여 민주시민을 옭아매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함성을 짓밟았고, 시민들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벽창호가 따로 없었다. 벽창호 앞에 민주시민들을 좌절하고, 어쩔 수 없다는 절망을 하고 있다. 민주세력은 이 절망에서 이겨내야 한다.

 

19쪽 '사죄의 글로 쓰려고 한다'는 부분에서 노 전 대통령은 "부끄러운 시민으로 사죄하고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삶을 놓았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그가 삶을 놓치 않고, 계속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통곡을 했을까? 답은 의외로 쉽다. 우리는 그가 살아있을 때 한 순간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자신을 한 순간도 놓아주지 않는 언론을 향해 "정말 언론은 사회의 공기일까? 정도를 넘으면 흉기가 된다. 카메라도 볼펜도 사람도 생각도 흉기가 된다 … 텔레비전을 보면서 항상 생각해보던 일이지만 남의 일이 아니고 내가 당해보니 참 아프다"면서 "제 집 안뜰을 돌려주기시바랍니다"고 절규했다.

 

우리는 그를 이렇게 떠나보냈다. 그를 떠나보낸 후 후회하고 통곡한 우리들, 그럼 그가 좌절과 실패했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는 '참다운 사람들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가 좌절했다.

 

참다운 사람들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이란 인민이 주권자로서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시장권력)은 서로 견제하면서도 항상 인민이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하기 싫어한다. 이를 견제하는 힘은 선거에서 나온다는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이다.

 

"선거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주권자는 정치권력과 시장권력 아래에서 지배받는 개인이 될 수도 있고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조정할 수 있는 상위 주권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말하는 민주주의 미래입니다."(273쪽)

 

민주주의 미래가 선거에 달려있다는 그의 주장은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얼마나 옳은 진단인지 알 수 있다. 인민 위에 정치권력과 시민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다. 사람이 준중받지 못하는 세상, 그곳은 희망이 없는 곳이다. 2009년 현재 정치권력의 현주소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 일을 민주세력이 해야 한다.

 

그리고 마음에 남은 한 글귀가 있다. 마음이 아프고, 다른 어떤 글보다 가슴을 찔렀다.

 

"대통령 자리가 뉴스를 보기에 힘든 자리입니다. 이제는 좀 살만해지겠지요(웃음)"(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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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장 사진으로 본 '인간' 노무현 | 정치 2009-12-0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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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편
학고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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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사진과 동영상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만난 것은 딱 한 번으로 1991년 3월 18일이다. 18년 전에 만난 날짜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 9주년 초청 강사로 내가 다녔던 대학에서 초청했기 때문이다.

 

그가 연설한 내용이 무엇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굉장히 열정적이었고, '민주주의'라는 말을 많이 썼던 것 같다. 민주주의를 외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련그린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가 대통령 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꼭 찾아가리라 마음 먹었지만 차일피일 하다가 그만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그를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가 어릴때부터 대통령 노무현과 농부 노무현, 그리고 삶을 놓았을 때 수많은 이들이 그를 떠나보내는 진한 눈물을 찍은 사진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노무현 재단이 엮고, 학고재가 펴낸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담은 442장의 사진집이다.

442장 사진 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사진 한 장이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 설명이 없어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눈이 참 선하다. 이제 두 분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이 사진 옆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씨 뿌리는 대통령이 따로 있고, 열매 거두는 대통령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일하는 사람도, 또 평가를 하는 사람도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는 바뀌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뿌린 씨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매를 거두었다. 그러면 당연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뿌린 씨를 이명박 대통령은 열매를 따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뿌린 씨는 아예 쳐다보지 않을뿐더라 오히려 파헤치고 있다. 정권과 정부도 구별하지 못하는 참 어리석은 일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권력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전직 대통령'보다는 '농부 노무현' 또는 '사람 노무현'으로 살았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권세보다는 농부와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를 많은 사람들을 따랐다. 그에게 손가락질을 했던 이도, 사람 노무현에게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는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현직에 있을 때 권력을 자기 손아귀에 지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권력은 대통령이 아니라 인민이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왕의 권력이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분배돼서 왕이 누리던 것을 일반 국민들이 누리게 되는 사회, 그것이 역사 발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소위 권력이나 특권이 일반 국민들에게 퍼져나가는 과정, 그것이 역사 발전이다.(2006년 2얼 26일 출입기자오찬, 176쪽)

 

인민에게 권력을 내주는 일, 그것이 역사 발전이라는 그의 철학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그는 말했었다 권력을 쥔 자가 그 권력을 인민에게 내주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우리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권력이 아닌 사람을 택한 노무현과 그 권력이 매몰되어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참으로 비교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랑스러운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합니다.(2006년 4월 3일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추도사, 102쪽)

 

이명박 정권은 유난히 '공권력'을 강조한다. 공권력이 존재하는 이유가 인민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인데도 오히려 공권력을 동원해 인민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고 있다. 공권력에 복종하라는 정권치고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 주려고했다. 즉, 권력이 아닌 사람을 택한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시민들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를 알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소통이다.

 

사람은 소통하고 살아야 한다. 지배하는 사람도 있고 지배받는 사람도 있는데, 내 희망은 이 차이가 작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배하는 사람과 지배받는 사람 사이에 가장 큰 단절은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생각이 다르고 이해 관계가 다르고 따로 사는 거다. 이런 게 오래가면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잘 살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살기가 어려워진다. 권력은 높아지고 소통은 안 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자와 국민이 소통이 돼야 한다.(2006년 8월 28일 경복궁 신무문 · 잡옥채 개방행사, 192쪽)

하지만 지금은 그가 바랐던 소통이 아니라 단절된 세상이다. 권력이 시민들을 목소리를 아예 듣지를 않는다. 그러니 시민들 삶이 팍팍하다. 제발 우리 목소리 좀 들어 달라는 말을 한다고 오히려 닥달이다. 그가 그리운 이유다. 권력이 귀를 닫았다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 전 대통령 말처럼 시민이 하나가 되어 저항하여 권력이 시민들 목소리를 듣게 해야 한다. 다른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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