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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으로 친밀해도 권력을 비판하겠다 | 사회 2010-03-0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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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

신경민 저
참나무 | 2009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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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 대통령이 됐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순간부터 기꺼이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가 비판적 자세를 유지했을 것이다."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가 <신경민, 클로징을 말하다>(참나무 펴냄) '시작하며'에서 쓴 내용이다.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 대통령이 됐다고"라는 내용에서 눈이 멈췄다. 3일 MBC 본사 주차장에서 천막을 치고 업무를 본 김재철 MBC 신임 사장 때문이다.

 

김 신임 사장은 '낙하산'이라는 이유로 노조에 가로막혀 사무실을 눈 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했다. MBC 노조가 김 신임 사장을 낙하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일 때 김 신임 사장이 울산 MBC 사장으로 있을 때 모친상을 당했는데 이명박 후보가 직접 조문을 갔을 정도로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신경민 전 앵커 말을 빌리면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다.

 

사실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 권력을 잡았을 때 그를 비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 사명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부들어 이 기본이 무너는 것을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두 눈 뜨고 지켜보았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KBS 정연주 전 사장을 국세청, 감사원,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내쳤고, 이병순 사장을 거쳐 지난해 11월 대통령 후보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사람을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을 사장에 앉혔다. 이후 KBS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국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나아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그 마지막 작품이 김재철 신임사장이다. 김재철 신임사장이 다른 내용은 읽지 못해도 "만약 사적으로 친밀한 인물이 대통령이 됐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순간부터 기꺼이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가 비판적 자세를 유지했을 것이다"라는 부분만은 꼭 읽어주기 바란다.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살아있는 눈과 검이 되도록 MBC를 이끌어가야 한다. 만약 이 일을 책임지고 한다면 지금은 '낙하산'이라고 천막까지 치고 업무를 봤지만 퇴임하는 날 노조가 눈물로 보내드리는 모습을 경험할 것이다.

 

신경민 전 앵커는 2008년 마지막 날과 2009년 첫날에 있었던 KBS 제야방송 논란에 대해 클로징멘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야 행사 현장의 혼란, 당일 제야 방송에 대한 논란, 클로징을 쓰기로 결심하는 과정, 그에 이은 찬사와 비난까지 그 과정은 길고 소란했다. … 만약에 방송통심위가 징계를 했더라면 기끼어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분명한 사실 하나는 누구도 현장의 진실을 영원히 감추지는 못한다는 점이다"(21쪽)

 

"화면의 사실이 현장이 진실과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수없이 목격한다. 권력이 방송 또는 언론을 장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민들에게 현장의 진실보다는 화면의 사실을 통한 왜곡일 것이다. 장악된 방송은 현장의 진실을 화면의 사실로 왜곡하여 시청자들에게 화면과 현장이 같은 것이라고 조작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이것을 받아들 수 없는 신 앵커는 제야방송에 대해 클로징멘트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 1등신문인 조선일보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참 재미있다. 언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특종'이고,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낙종'일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해 특종을 하고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신 앵커는 "조선일보로서는 촛불집회에서 매일 성토를 당하는 데다가 내용이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라서 원치 않은 특종이"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랬다면 3면에 작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리지 않았을까? 언론이라면 원치 않는 특종도 보도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인데 그렇지 못하다.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를 '파트너'로 생각하는 순간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사실 언론에 파트너는 독자와 시청자, 함께하는 언론종사자들이지 권력은 아닌 것이다. 1등신문이면 이를 잘 알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

 

요즘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말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마사지'에서 시작된 논란은 "TK X들 정말 문제 많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그만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실토해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을 많은 겪은 신 전 앵커는 정부 브리핑을 보면 그 나라 수준을 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11월 미국 방문 기간 중 LA교민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입니다. 지금 주식을 사면 일 년 내에 부자가 됩니다. 원칙이 그렇다는 애기입니다"라는 말했다.

 

그 때는 금융위기로 주식이 폭락하는 때라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그 때 청와대는 "이 발언은 지금 당장 주식을 사라는 얘기가 아니라 해외 동포들이 국내 투자를 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도자나 가장이 어렵다고 우는 소라만하고 다닐 순 없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언론에게는 손사락이 아니라 달을 보고 기사를 쓰라"고 브리핑한 것을 예로 든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 국민이 해석까지 마친 발언을  놓고 재해석을 시도하는 일은 처음부터 무모했다. 이 사안에서 관전 포인트는 말 실수가 거듭되는 배경과 구구한 설명을 재시도해야 하는 구조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제일 좋은 방법은 재해석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나 실언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일이다. 그리고 실수가 드러날 경우 이를 인정하도록 방침과 자세를 고치는 일이다."(59쪽)

 

"선진국이나 일류 집단이라도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취재원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선진과 후진은, 우선 진실과 거짓의 많고 적음이 다르고 다음으로 진실이 드러날 경우 대응과 처리에서 확연히 다르다. 일류라는 곳에서는 거짓을 말하면 언론과 국민이 금방 싸늘해지면서 그 대가가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다. 후진 집단에서는 거짓이 오히려 유능함으로 통해 더 잘 되는 경향을 보인다(62)쪽

 

62쪽 내용은 이동관 홍보수석이 반추하면서 읽기를 바라는 부분이다. 모든 사람은 말을 잘못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늬우치면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것을 부인하고, 해명하기에 바쁘면 진실이 드러났을 때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신경민, 클로징을 말한다>에는 박종철씨 사건, 앵커 파업, 사주팔자 보기에 바쁜 정치인들, 미국에서 인턴 생활, 상식이 무너진 우리 사회에 대한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정치권력과 언론을 향한 과감한 비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앵커로서 살아가는 고뇌, 웃음을 통해 앵커 세계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자본권력에는 날선 모습을 별로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에 대한 비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경민 앵커가 MBC 라디오 '뉴스의 광장'을 진행할 당시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가 있었는데 그런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뉴스데스크>를 앵커 때 삼성특검이 진행 중이었는데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

 

그는 마지막 문장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일을 여기수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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