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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인민 스스로 쟁취하는 것 | 정치 2010-04-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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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저
돌베개 | 200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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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에 명시된 이 위대한 명제는 너무나 분명하고 확실했기에 헌법 조문에만 있어도 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2년 전 광화문에서, 부산, 광주, 대구, 대전 그리고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뜨거운 마음으로 불렀다. 시민들이 민주공화국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은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시절에도 헌법 제1조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헌법 조문에만 있었을 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전제정권'이라 불러도 상관 없을 정도로 민주공화국은 위협받았다. 그리하여 수많은 이들이 민주공화국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피를 흘렸다. 그 대가를 통하여 민주공화국은 헌법조문만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이 현실이 되자 우리는 피를 통해 얻은 이 대가를 너무 쉽게 잊어버렸다. 민주공화국은 선불제로 이미 값을 다 치렀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버렸다.

 

이 안일한 생각이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치른 경험이었고, 다시 우리는 민주공화국을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은 <후불제 민주주의> 1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도 읽어야 할 책이다. 유 전 장관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놓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였다면서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민주주의'"였다고 강조한다.

 

"헌법이 담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조항 하나하나에는 인류의 문명사가 들어 있다. 자유와 평등, 인권과 평화, 복지와 사회적 안정을 갈망하는 인간의 오랜 꿈을 담은 헌법 조문들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뇌하고 싸우고 노력하고 헌신한 동서고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피로 쓰였다. 제헌헌법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얻었다. 양성평등이 대중적 의제가 되기도 전에 여성들이 동등한 참정권을 부여받았다. 산업화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노동3권이 주어졌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된 것이다." (본문 23쪽)

 

즉 너무 쉽게 우리는 민주공화국으로 진입했다는 유 전 장관 주장을 언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는 분명 4․19혁명과,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 항쟁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구 사회가 민주주의를 위하 치른 대가를 보면 피의 역사다.

 

한 예로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리프크네히트에게 까지 영향을 끼친 로마 노예들을 위해 싸우다가 희생당한 스파르타쿠스, 프랑스 혁명처럼 민주주의는 피를 흘리지 않으면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4․19혁명과,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 항쟁도 피의 역사다. 서구와 다른 점은 우리는 '민주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피의 역사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으로 출발했지만 독재자들이 이를 배반했을 때, 우리는 그것에 저항한 것이고, 서구사회는 민주공화국 자체를 위해 피를 흘린 것이라는 점에서 서구 사회와 우리는 민주공화국 진입이 달랐다는 것이 유시민이 주장이다.

 

서구와 우리 사회가 민주공화국으로 편입하는 과정 달랐지만 우리는 그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민주공화국이란 선물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린 것이다. 한 번 주어지면 계속 주어질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권력자는 항상 이 민주공화국이 온전히 실현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인민이 권력자와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유 전 장관은 민주주의는 권력자가 경고는 새겨야 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과 교양이 부족한 지도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일시적 위협 요인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주권 의식과 책임 의식이 부족한 국민 자신이다. 억제할 수 없는 주관적 욕망에 사로잡혀, 아무런 방법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 욕망을 무제한 충족시켜주겠다고 공언하는 거짓 구세주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그리고 그 욕망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가차 없이 돌아서서 또 다른 메시아를 고대하는 무책임한 주권자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계몽하고 발전시키는 꼭 그만큼씩만 앞으로 나아간다." (본문53쪽)

 

권력자는 항상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행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히 더 그 성향이 강하다. KBS․YTN․MBC를 장악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비판세력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를 우리가 뽑았다는 점이다. 나의 욕망 때문에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내팽개쳐버린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자신을 계몽한 것만큼 발전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주장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를 너무 쉽게 잊어버린 것이다.

 

유시민은 유신헌법을 만든 이들을 '양복 입은 침팬지'라고 일갈한다. 유신시대만 양복입은 전문가가 존재한 것은 아니다.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평화의 댐' 사건에서도 우리는 양복 입은 침팬지를 보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슨 상황이 발생하면 전문가들은 자기 나름대로 논리를 들어 원인을 분석하지만 실은 권력자가 바라는 것을 변호해주는 것이다. 유시민은 바로 이 양복 입은 침팬지를 제압하지 않으면 "문명이 야만으로 복귀한다"면서 결국은 대한민국은 완벽한 파시즘 국가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침팬지 무리가 성문헌법을 도입한다면, 제1조는 이렇게 시작되는 게 합당하다. 우리나라는 전체주의 국가이다. 우리나라의 주권은 '짱'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짱'에게서 나온다. 힘이 제일 센 수컷이 '짱'을 먹는다. 이 나라는 완벽한 파시즘 국가다. 제2조 영토 조항은 아마 이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영토는 강 옆 바나나 숲에서 뒤쪽 봉우리까지이며 허락 없이 여기 들어와 과일을 따 먹는 놈은 모두 죽인다. '짱'은 모든 암컷들에 대한 성적 결정권을 가진다는 둥, 수컷들은 예외 없이 사냥 참가 의무를 진다는 둥, 마초 스타일의 파시즘 국가에 어울리는 조항들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본문 81쪽)

 

우리는 거의 '파시즘'과 비슷한 시대를 경험한 일이 있다. 이승만은 '국부'로, 박정희는 '영도자'로, 전두환은 가뭄이 있는 곳에 가면 '단비'를 내리는 대통령으로 추앙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는 자들을 옥죄이고, 총으로 무참하게 짓밟았다.

 

다시는 이런 경험이 우리에게 없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은 한 마디로 인민이 주인이라는 말이다. 대통령이 주인이 아니라 인민이 주인이다.

 

유시민은 "우리 마음 속의 왕을 죽여야 민주공화국이 산다.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견해는 우리의 문화유전자 안에 남은 침팬지의 그림자일 뿐"이라며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며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들어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공권력은 그 옛날 대통령을 비판하면 무조건 잡아 갔듯이 2010년 경찰도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펼침막을 걸었다고 잡아간다.

 

정말 한심한 일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텔레비전에 나와 국민이 법을 잘 지키는 것이 법치주의라고 설교하면서 자신들은 잘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법원이 전국교직원노조 명단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지 4일 만에 공개했다. 법원 판결까지 무시해버리는 대단한 국회의원인 것이다.

 

이런 국회의원에게 유시민이 말한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도전하는 발칙한 망동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는 경고를 들려주고 싶다. 자신들은 법치주이를 무너뜨리고 주권자인 시민에게 도전하면서 시민들은 법을 지키라고 강조하는 비극이 2010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민주주의는 후불제이다. 끊임없이 값을 치러야 한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더 거세질지도 모르는 이 풍파를 잘 헤쳐 나갈 것이다. 많은 고난과 희생이 따르겠지만, 그 누구도 한번 자유를 맛보고 권리의 소중함을 체험한 국민들을 다시 권력에 대한 두려움과 맹목적 추종의 본능 아래 복속시킬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동량재가 될 나무는 응달에서 자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모진 비바람 속에서 뿌리 깊은 나무가 선다. 이 시련을 통해 한국 사회는 권력자의 선의에 의지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세우게 될 것이다."(본문 46쪽)

 

민주주의에 대한 선의가 별로 없는 이명박 정권, 이 정권이 지배하는 2010년 우리는 민주공화국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민주공화국을 지키고, 발전 시킬 책임은 권력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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