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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에 대한 이해 | Fiction 2007-02-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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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헨리 제임스

여경우 저
건국대학교출판부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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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손으로부터 사건을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방법을 배웠고, 조지 엘리엇한테서는 작품의 분위기에 지적인 조명을 비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면 투르게네프한테서는 창작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법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에도 정통한 투르게네프는 제임스에게 소설작법에 관해 친절한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즉 소설은 유기적인 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억지로 사건의 우연성을 강조할 필요없이, 인물 스스로 자연스럽게 성장ㆍ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제임스의 '심리적 결정주의'라는 것으로....

헨리 제임스의 소설의 내용은 비슷하다. 미국에서 건너간 순진한 인물이 유럽에서의 세련됨 속에서 선과 악을 경험하게 되는 내용. 그러나, 이들은 다 해피엔딩만을 택하지 않는다. 그건 바로 위에서 인용한대로 인생은 언제나 해피엔딩이 될 수 없으며,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서 가장 자연스러운 엔딩을 택하게 만드는 작가의 생각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지만,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문장과 언어는 흠잡을 수가 없다. 줄줄이 연결되어 빛나는 물고기의 비늘처럼.

                 ...그녀 스스로 인생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악과 최고의 선을 구별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킨다. 온갖 경험을 통해서만 인간의 도덕의식이 성취되며 악과 대결할 때 비로소 인간은 정신적 승리를 획득할 수 있다는...

맨처음 마주하게 된 작품은 바로 위의 [여인의 초상]이란 작품이다. 이사벨이란 여성이 편한길을 택하지 않으며, 또한 랠프라는 사촌의 극진한 플라토닉적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지 엘리어트의 [플로스강의 물방앗간]과 무척이나 유사하기도 하고, 중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 또한 너무나 가슴에 남겨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녀가 해피엔딩을 마다하는 것에 대한 독자마다의 생각을 이렇듯 명쾌하게 정의하는 것은 솔직히 바라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래처럼 [나사의 회전]에 대한 구구한 억측과 안타까운 해석 - 그러니까 평가절하에 대한 - 에 대한 그런대로 바른 방향지시라는 점에서, 참조해볼 만한 작가 가이드북이다.  

              ..블라이 저택의 비극은 조여진 나사를 풀어 보면, 작중인물 모두가 차이는 있지만 선악의 양면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만 나사를 조이는 가정교사가 인생에 대해서 부정적인 면, 예를 들 면 어린아이들의 순진성을 의심만 하면서 나사를 조였기 때문에 빚어진 비극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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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키워드를 속삭이시겠습니까? | Mystery + (정리중) 2007-02-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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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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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모루는 가끔, 인간의 마음이란 양손을 깍지 낀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오른손과 왼손의 같은 손가락이 서로 번갈아 가며 깍지를 낀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상반되는 두개의 감정이 등을 맞대고 서로 마주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자신의 손가락이다....p. 55-56

 

어느날밤 맨션옥상에서 20대의 한 여성이 결혼식 전날 뛰어내려 죽었다.

 

얼마가 지난 어느날 이른 오후 20대의 한 여성이 역으로 진입하는 지하철에 몸을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 어느날 밤 또 어떤 20대의 여성이 택시에서 내려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에 택시에 뛰어들어 죽고 말았다. 바로 그 택시 운전기사는 아사노 다이조, 모범운전자로 개인택시를 몰고 있었고 부모를 여윈 10대 소년 구사카 마모루의 이모부이기도 했다.

 

그리고 뉴스기사로 이 모든 죽음을 스크랩하던 한 여인은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개구리의 자식은 개구리일까?'

 

...할아버지의 생각에, 인간에는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고 싶지않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는 인간. 다른 하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해내고 마는 인간. 어느쪽이 옳고 어느쪽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나쁜 건 자신의 의사로 하거나 하지 않더나 한 일에 대해 변명을 찾는 거지...p.107

 

마모루의 아버지는 시청직원으로 공금을 횡령하고 사라졌다. 마모루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고 또래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면서 열쇠따는 기술을 익히게 되었고,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와중에 자신을 끔찍히 괴롭히는 이들과 정면대응하게 된다. 과연 마모루는 복수를 할 것인가, 용서로 놓아줄 것인가...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인 골룸이나, 최근에 읽었던 일본만화나 핵심으로 지적하는 것은, 야누스와도 같은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이다. 무조건적으로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어느 우선순위로 두는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절대적 윤리의 문제라기 보다는 얼마나 인간적 양심에 따라 사는가 하는 문제이다.

 

미야베 미유키, 이하 미미여사는 별이야기 없는 일상에서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탁월한 것 같다. 위처럼 거창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도 않고, 이야기 속의 한사람과 동화되게끔 독자를 이끌면서 메세지를 전달하면서, 재미에 있어서도 한 수 앞선다. 다양한 이야기를 해낼 수 있는 건 어쩜 미미여사가 게임광이여서 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많은 상상을 현실속에 뿌리를 내지 않고서는 해나가지 못하게 되지만, 게임안에선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도 가능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여하간, 연쇄살인, 이지메, 횡령사건 등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병렬적 사건들을 털실짜듯 엮어내가고, 그 와중에 사토라든가 흥미있는 인간유형들을 따라다니는 재미에 정말로 빠르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얇지도 두껍지도 않는 딱좋은 분량에다가, 책표지가 하드커버도 아니지만 얇지않고 매끄러움과 부드러움 중간의 표지가 손때도 타지않아 여기저기 들고다니면서 보기 좋았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책들이 무거운 이유가 보다 책값을 올리기 위해 제본이나 종이에서부터 돌가루를 넣는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한권의 책값을 올리거나 분책을 하는 얄팍한 상술보다 보다 좋은 작품을 독자에게 보다 편리한 보급판으로 소개하는게, 장기적인 출판, 번역 및 문화사업에 있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미여사 시리즈는, 그래서, 쭈욱 계속 나와야 하고 쭈욱 계속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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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빛 - [니벨룽겐의 노래]와 [디아블로] | Mystery + (정리중) 2007-0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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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데이워치 상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저/이수연 역
황금가지 | 200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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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째형아 보다도 친절하고 성격확실한 둘째 등장

3부작의 첫째형아, [나이트 워치]는 예수의 가족관계와 같은 팩션스릴러의 식상함과 달리 빛과 어둠이 서로를 견제한다는 흥미로우면서도 뭐가 뭔지 혼란스러웠던 것 -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우리가 러시아소설을 많이 대하지 못하였기에 철학적, 문학적 비유나 상징이 넘쳐나는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으며, 그동안 어둠은 악이며 근본적으로 선한 인간이 천사와 같은 이들과 함께 응징을 하고 가둬버린다는 류에 너무나 강박적으로 세뇌당하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과 달리 둘째이자 첫째와는 정반대의 시각을 보여주며 시각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보다 친절한 성격임을 드러냈다.

첫째형아와 같은 핏줄임을 보이듯, [데이 워치]는 [나이트 워치]처럼 각각의 중심인물이 따로 있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 구성이나,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나이트 워치]가 빛과 어둠의 협약에 따라 어둠의 세력들이 협약을 어기는 것을 견제하는 빛의 기사들의 입장에서 이제까지의 전통적인 시각을 그런대로 고수하고 있었다면, [데이 워치]는 어둠의 기사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다. .  

...우리 (어둠)에겐 '절대 안 돼.'란 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상권 p.166

....모든 옛날이야기는 빛의 세력이 꾸며내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어둠의 세력은 그따위 시시한 장난질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실제로 어둠의 기사들은 자유와 독립을 원하고, 권력을 추구하지 않으며, 자신의 어리석은 바람을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상권 p.177

...인간은 반만 밎고 빛은 4분의 1만 믿으며 어둠은 전혀 믿지마라 (빛의 시각)...하권 p46

...우린 인간을 상대로 일하는 거야. 인간이란 동시에 풀을 뜯고 한꺼번에 방귀를 끼는 복제양들의 무리가 아닐세. 각가의 인간은 개성을 지니고 있지. 이 점은 어둠의 세력이 일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우리에겐 축복이지. 동시에 우리가 일하는데 난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의 빅그이기도 하다네. 양측 경비대의 끝없는 전투는 결국 인간의 영혼을 얻기 위한 것이야. 고로 어떡해서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린 그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네...하권 p.106-107

게다가, '어스름' 또는 '다른 존재' 등에 대한 첫째 형아의 다소 모호한 태도와 달리 확실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2. 어둠과 빛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진다고 했던 것처럼, [니벨룽겐의 노래]는 다음과 같은 사건에 대한 빛의 역사이다.

....아주 오랜 옛날 다른 존재들 사이에 평범한 사건이 벌어졌다. 빛의 마법사와 암흑의 주술사가 죽도록 싸운 것이다. 빛의 마법사 이름은 시구드르..음 독일식으로 발음하자면 지크프리트였다. 어둠의 주술사는 전사했는데, 자신의 어스름의 형상이던 용의 모습으로 죽었다. 그의 이름은 파프니르였다...하권 p.142

빛이 승리를 했다기 보단, 종교의 이름으로 인간들이 빛의 입장을 이상적으로, 윤리도덕적으로 체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기 때문에, 몇몇의 베스트셀러이자 전설적인 PC게임 - 예를 들자면 [디아블로] - 을 들여다 본다면 어쩜 어둠의 세력들이 주장하는 역사를 볼 수도 있겠다 (^^)

....몇몇 이들은 우리 어둠의 세력을 악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우린 그저 공정할 뿐이다. 자신감 넘치고 독립적이며 공정할 뿐이다. 모두가 자신에 대해 스스로로 결정하는 것이다....상권 p179

 ...어둠이 없는 빛이란 있을 수 없다. 하권 p.80

 

하하하, '파란자', '아티팩트', '인페르노의 국부적 폭발에 이르는 강력한 에너지의 발산', '포털 (마법의 문)' 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들이 아닌가.

... 뮤직비디오는 아름답게 촬영되었다. 늑대인간들이 돈을 좀 걷어서 프로듀서에게 쥐어주고 음악가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한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들에 관한 아름답고 낭만적인 뮤직비디오를 탄생시킨 것 같다. 얼마전에 러시아 흡혈귀들이 그렇게 한적이 있다...상권p.327

당신이 만약 PC게임에서 주인공으로서 race를 선택할 때 네크로멘서를 선택하여 던젼에서 흡혈귀, 좀비 등을 길러내고 용의 발톱같은 흑마술 아티팩트를 융합하여 강력한 아이템을 생성하는 타입이라면, 이 시리즈는 정말로 반가운 게임 공략집 이상으로 책장안에 고이모셔질 것이다.  

 

3. 철학과 재미

러시아 대중음악 가사들을 빌린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읽으면서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작가는 혹시 '스티븐 킹'인 동시에 '푸시킨'이 되고싶은 것이 아닐까. 나타샤, 알리샤, 이고르, 애드거, 안톤 등의 인물들은 어중간하게 묘사되어 실상 머리 속에 시각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알리샤나 이고르 정도.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어중간하게 되지는 않는지 우려된다. 게다가 세번째 에피소드는 작품소개에서 얼핏 보고 기대한 내용보다는 지루하게 흘러갔다. 마치 '서바이벌 게임'에 나섰는데, 페인트공에 맞지 않으려고 땅만 기다가 시간이 흘러가버린 것과 같았다.

그래도 어스름과 거울 등과 같이 더 할 이야기거리들이 3부작의 막내에서 보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면 오케이.

별은 네개만 주고 싶었지만, 별다섯개를 주고 첫출연에 열광한 첫째만큼이나 첫번째, 두번째 에피소드가 빠르게 읽혀졌으므로 별다섯개를 고수한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연상되는 것들을 작가가 모두 다 소화하고 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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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대한 착각 | あなたやっぱり 2007-02-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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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생 베스트 텐

가쿠타 미츠요 저/최선임 역
작품 | 200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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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그녀]란 작품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는 그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에 일본 모작가의 엄청 우울한 소설들을 내리 읽어대고서는 그쪽 우울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려니 했건만, 이번에 잡은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난 한 장면들을 투명한 슬라이드에 담아낸 것 같다. 배율을 잘 잡아, 눈에 아프도록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리잡아 두리뭉실해 눈이 피로하지도 않는 적절한 거리에서 사람들을 보여준다.  

 

작품소개를 맨처음 자세히 읽지 않았나보다. 받고나서 들쳐보고서야 단편집임을 알았다. 2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두께인데, 손바닥에 감쳐질, 커버를 벗겨내면 야광살구핑크빛 (의외로 나 이런색 좋아한다)의 작은 책은 술술 읽히면서도 빠르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짧은 이야기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아니라 마치 이들의 인생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로 흘러가는 것 같아 난 간만에 글자들을, 단어들을 눈으로 찬찬이 - 번역이라서 그런지 조금 걸리는 단어들도 있긴 했다. 속으로 난 '다른 단어'를 찾아줘! 하고 생각했다 - 짚어가면서. 쉽게 읽으려면 쉽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인생에서 다소 갈피를 못잡고 있는 단계에 놓여있으며 이런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조금 훔쳐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여기 그들의 이야기와 나.

 

[바닥 밑의 일상]의 요카다는 일종의 프리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일생에 별 큰 목적도 없이 여친구 나나와 가장 큰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청년이다. 욕실바닥의 누수로 어느 맨션에 도배보조를 하러 나간 그는 아랫집 여인의 알콜섞인 고백을 듣는다. 건조하게만 보이는, 그녀의 외롭다는 고백은 그에게는 손을 내밀어 잡아줘야 하지 않나 하는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의 반응을 무관심하게 몰아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누수를 잃으켰던 욕실바닥의 썩어가는 자재를 연상케 한다.

 

"...종횡무진으로 교차하는 굵기가 다른 회색파이프들. 비록 임시 숙소 같은 작은 방이라도, 장래설계가 어울리는 큰 집이라도, 우리들의 발바닥 밑에 펼쳐져 있는 어두운 세계. 우리들의 생활 밑에서 조용히 천천히 어떤 것은 일무가 부식되어 가고, 어떤 것은 연결부분에 금이 가고, 어떤 것은 점점 막혀가고 있다...."(p.49)

 

일상은 과연 아무도 모르게 우리의 발밑에서 썩어가는 존재일까?

 

[관광여행]의 나는 오래된 연인에게 동거하는 아파트의 계약을 갱신할지 말지 - 그러니까 그 둘의 관계의 결말 - 를 결정하도록 남겨두고 시칠리섬으로 떠나온다. 식사를 하던중 그녀는 묘한 모녀관계를 만나고 그 둘 사이의 싸움에 끼어 진저리를 치며 얘기를 한다.

 

"...당신들은 계속 말싸움을 하고, 바보처럼 서로에게 심술을 부리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헤어질 일이 없기 때문일거예요. 만에 하나 멀리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관계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테니까요...우리들이 말싸움도 하지 않고 헤어지는 것은 상대를 잘 이해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관계라고 하는 것이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지..."(p.79)

 

작가는 일상이 애정관계보다 견고하고 일상이 지배를 할수록 애정은 질식된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일상적인, 규칙적인, 그래서 지루하게만 보이는 것들이 계속되면 가슴이 뛰던 그 감정이 없어진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그녀는 결론을 내리지 않지만, 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일상을 지탱한다는 것도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공기처럼 옆에 있고, 물처럼 대화하는 것 또한 얼마나 서로에게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임을. 그래서 항상 옆에 있어 주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물처럼, 공기처럼 무리없이 견딜 수 있는 것을... 그러나 그걸 모르는 순간 일상은 지겨워지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비행기와 수족관]의 나는 일자리도 잃고 앞날의 계획에도 열정을 잃어버리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만나 자신에게 눈물 콧물을 흘리며 실연의 아픔을 호소한 그녀과의 사이에 뭔가 끈이 이어지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리고 그녀가 '절대 예쁜 얼굴이 아니다'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는 끊임없이 그녀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끝내 거부당하고 스토커로 몰린 그는, 여행을 떠나면서 얻어탄 운전사에게 자신의 얘기를 한다. 그에게 그녀가 말했듯이.  

 

"자기에게는 굉장히 심각한 얘기라도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별거 아닌,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 같네요." (p.133)

 

영화를 보면 항상 "she's special. he's special"이란 대사가 넘친다. 가끔은 도대체 뭐가 그리 special한건데? 저리도 special한게 넘쳐나면 평범한건 열등하단 의미가 되는걸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건 의미론적인 이야기인걸까? 김춘수의 '꽃'과 같은걸까? 남에게는 어디선가 들어본 흔하디 흔한 연애, 실연담이지만, 그 이야기를 하고 그걸 들어주면서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이 되는... 

 

[테라스에서 한 잔의 차를]에서 나는 이제는 시들해져 버린 그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함인지 스스로도 모르지만, 2천만엔이 넘는 집들을 보러다닌다.

 

"..그 어떤 곳에서도 살고 싶지 않다고...그 모든 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낯선 동네에 맨션을 사서 이사를 하는 것으로, 무슨 일이든 기분 좋게 될 거라고, 지난 주엔 왜 그렇게 순순히 믿을 수 있었을까. 그 생각만으로 괜히 들떴던 것이다"(p.152-153)

 

집을 사는 것으로, 이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한 국면이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자들이 헤어샵에 가는 여러 이유 중 하나와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헤어스타일을 바꾼다고 알맹이는 바뀌어지지 않는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서로가 익숙해지면 모든 것을 다 말해버리는 실수를 저질러 버린다. 일상적으로 되버리는 것과 서로에게 비밀이 없어진다는 것은 동의어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 버리는 것이다. 연인들은 조금은 서로에게 비밀을 가진 순간보다 통하지 않게 되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퇴색된 감정은 대화마저 굴절시켜버린다.  

 

"...무언가 전하려고 해도 복잡하게 얽혀,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말이 그에게 전해진다. 그도 다시. 나에게 무언가 전하려고 입을 열어도 실제로 전해지는 것은 그의 뜻과는 전혀 다른 것일 것이다.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다른 뜻없이 호의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은 대체 언제적 일이었던가"(p.165)

 

 그리고 마침내 [인생 베스트 텐]. 40살의 그녀는 오래간만에 열리는 동창회에 설레인다. 12년동안 똑같은 임대주택에 살고 있고 사랑조차 제대로 한적 없는 그녀는 잠오지 않는 밤 얼음을 탄 술잔을 들고 침대위에서 내 인생의 베스트 텐을 떠올린다. 모든 것은 18살 이전. 첫째와 둘째인 실연과 연애 - 첫사랑 - 는 가끔 바뀐다.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그렇게 인상적인 일들이 그 이후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어느 순간은 행복하고 어느 순간은 절망스럽다.

 

 "..사랑과 인연이 없다는 것. 엄청나게 평범한 30대 후반의 우리가 행복한 이유는 아마 그것에 있을 것이다" (p.197)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그녀는 월급이며 보너스로 산 명품으로 어딘가 부족한 면을 채우는, 사랑이란 상처받는 것이라고 동일시 해버리고, 결혼을 함으로 가지게 되는 것들을 잃게 될까 두려워하며 살기는 싫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베스트는 자기감정을 솔직히 던져버렸던 바로 그 순간. 상처받을지도 모르지만, 거절당할지도 모르지만, 상대방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고 그저 용감하게.

 

우리는 일상을 하찮게 여기고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진심으로는 이 일상 위에 얹혀져 있는 것들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일상으로부터의 자유는 일상을 파괴한다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우리가 연연해 하는 것들의 의미를 잊지 않되 그것들에 종속되지 않는다는게 아닐까?

 

[일일데이트]의 마지막 그녀. 15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생활. 어느날 축제속 인파를 헤치고 쌀과 야채를 사오는 길, 남편의 등을 보며 그를 사랑하고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사랑하지 않았음을. 다른 사람을 찾아내고 알아내고 길들여지기가 귀찮았음을.  그래서 돈을 주고 데이트 상대 - 호스테스, 호스트 서비스 - 를 찾는다. 천박하고 날씬하지 못한 젊은 그는 쇼윈도우, 거울 등을 보면서 머리를, 셔츠 깃을 쓰다듬는다. 어린 시절 잘생겼던 그 모습을 사진으로 가지고 다니는 그는 어떤 영상에서건 현재의 퇴락해버린 모습이 아니라 예전의 화려한 모습만을 투영해 본다.

 

"내가 단언컨대 너는 넘버원이 될 수 없어.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는 먼저 자신이 멋있지 않다는 것을 작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돼.."(p.266)

 

불고기, 동물원, 꼬치구이 등에서 남편과의 일상을 기억해내고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는, 이젠 모든 일상을 혼자 해내겠다고 결심을 한다. 남이 아닌, 다른 이와의 추억으로, 다른이가 있어 일상을 채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일상을 채우는 것은 힘들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이런 일상의 축적은 자신감이 될 수 있다.   

 

 

 

크게 의미를 둘 작품집은 아니다. 크게 문학성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힘들어졌다. 항상 누군가 대단한, 특이한 상황의, 대단한 재능의 사람들의 이야기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들의 삶을 단면을 지켜보면서 - 이제는 훔쳐본다는 말을 하기 싫어졌다 -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싶었다. 솔직히, 난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 아니 고등학교 국어교과서도 아닌데 작가가 무슨말을 하고 싶어하던 무슨 상관이랴 - 내가 어떤 생각에 도달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저 김빠져버린 일상이지만, 이런 일상의 축적이 대단히 중요하단 느낌이 들었다.

 

오늘 블로그 하나를 새 단장했고, 입구에 어떤 글을 걸어 놓았다. 그래, 언제 뒤통수 맞더라도 앞을 보자!

 

p.s: 다음 부분을 읽으면서 난 화들짝 놀라버렸다.

 

"...나도 또한 적으로 둘러싸여 열심히 기를 쓰고 노력하는 커리어우먼이 아닌, 그저 흘러가는 대로 하루하루를 보내온 태만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악문 적도 없고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 빠져보지 않았으며...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편한 쪽으로..몸을 맡겨온...."(p.176)

 

 

2005-09-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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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저도 아닌 | あなたやっぱり 2007-02-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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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이러 갑니다

가쿠타 미쓰요 저/송현수 역
미디어2.0(media2.0) | 200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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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인 [인생 베스트 텐]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었고, [대안의 그녀]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어서 택한 책인데, 이전과 달리 뭔가 미진한 마음이 들었다. [죽이러갑니다]란 제목은 어째 '지금 만나러 갑니다' 란 제목이 연상되어서 어쩜은 조금 비틀어 기발한 재미를 보여주지 않을까 했지만, 이 책 안의 그녀의 작품들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래서 영화적 카타르시스보단 그냥 아침부터 재수없는 일이 생겨서 하루종일 찝찝했던 그 어떤 날들의 느낌이 연상된다.  

토쿄에서 태어나 결혼을 하고 일도 하며 그렇게 살아갈리라 생각했건만, 몸이 약한 시어머니랑 살기위에 슈퍼마켓이 없는 시골로 들어간, 그래서 실망과 탈출감에 토쿄의 친구집으로 놀라간 구리코는 시외버스 안에서 '죽이러갑니다'고 말하는 여인을 목격한다. 문득 구리코 또한 자신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사람이 있다는, 묻어버린 기억을 꺼내고 ('죽이러갑니다')...

4년을 만나고 결혼했는데 자신의 결점을 지적하나니,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일까 아닐까란 내보기에 행복한 고민을 하는 미도리는 도서관으로 들어온 노숙자같은 여인이 '독살'과 아주 매워서 독약은 눈치도 못챌 것 같은 타이요리 레시피를 들여다 보는 것을 보게되고 ('스위트 칠리소스')...

'아름다운 딸' 과 아니 그저 딸과 사이좋은 걸음을 걷고싶었던 가요코는 잠깐 동안의 유대관계에 마음을 열고 매달리지만, 사라진 미스테리한 그녀는 '미움'의 폭력적 방출의 결과를 너무나 잘알고 진저리를 내는 것 같았으며, 가요코는 그저 현재의 이유없는 딸의 미움을 무감각하니 받아드릴 뿐이다.

추리소설이 아닐까도 기대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그럴까하는 답뻔한 의문을, 찝찝한 어느날의 느낌을 연상하는 것으로 충족하고 싶지는 않았으며, 

...어린아이 같은 과거의 장난이 바로 지금의 상처였다. 그녀는 미래로 가는 출구를 단단히 잠그고는 밀실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과거를 하나하나 발효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있으면 그 발효된 냄새에 취할 것 같았다. 이전에 나에게 힘을 실어주던 저주의말은 이제 그저 나를 불쾌하게 할 따름이다...p.232 '우리의 도망'

와 같은 뻔한 결론을 얻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 '죽이러 갑니다'에서 자신을 그리도 괴롭혔던 그녀가 자신을 기억해주지 못함에 힘이 빠진 구리코의 모습은, 여전히 어린날의 상처에 머무는 모습일 뿐이다.  

'잘 자 나쁜 꿈 꾸지 말고' 의 사오리가 그리도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아이에게 던지는 한마디나 뒤돌아 자신의 남동생에게 시선을 돌리는 거나 (그렇게 연습을 했으면, 무라도 자르란 말야!라고 말하곤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단적인 모습을 원한것도 아니지만...), '하늘을 도는 관람차'에서 은박지를 떨어뜨리는 거나 ' 맑은날 개를 태우고'의 노리유끼의 눈물이나, 어째 순풍산부인과의 그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는 남자간호사가 연상되면서, 귀엽지도 그렇다고 웃기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끝맺는 단편들의 엔딩에 다소 짜증이 난다.

열린엔딩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도저도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는 읽는 사람 눈에는 뻔한 내용들을 등장인물들이 그제사 깨달으며 읽는 이에게도 '아~'란 감탄사를 같이 해달라는 것 같아 지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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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나온 방배치표 +시간표의 '불가능범죄' 트릭 | - Comics 2007-02-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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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소년탐정 김전일 season2 3

아마기 세이마루 글/사토 후미야 그림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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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일이 시즌1 (시즌1이라고는 안했지만, 시즌2라고 칭하면 그 이전은 다 시즌1이 되니까)을 마치고 잠적을 했던 이유가 나온다 (뭔지는 읽어보시길).

이미 전에 나왔던 지옥의 광대가 탈옥을 하여 마치 모리아티교수처럼 원한을 품은 이들에게 '불가능살인' 트릭을 알려준다. 학문의 끝을 보자는 이름으로 지었지만, 지옥문 내지는 감옥문이란 별명으로 불리워지는 고구몬학원의 스파르타식 합숙교육을 떠난 학생들은 이과생과 문과생으로 나눠 분리되고 번갈아 가면서 각자의 구역에서 살인이 일어난다.

두번째 에피소드의 상권인 3권까지 출시하곤 4권은 조금 뒤에 나와서 읽지않고 기다렸다. 4권을 재빠르게 읽으신 분들이 다소 실망했다는 말에, 어쩌나..하면서 집어들었는데..워낙에 방배치표나 시간표 트릭 같은 것을 좋아하는지라, 책표지 안쪽에 이전엔 볼 수 없는 다이나믹하고 복잡한 구성에 고생을 했다는 둥, 즐겨달라는 둥의 작가 말을 인정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권인 4권의 앞부분의 시간표나 배치표를 보았을 무렵 트릭을 간파해냈다, 음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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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도 잘쓰고 단편도 잘쓰고 장르도 넘나들고...못하는게 뭔데? | Mystery + (정리중) 2007-02-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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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답은 필요 없어

미야베 미유키 저/한희선 역
북스피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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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참, 미미여사는 정말로 서로 닮지않은 반짝이는 원석덩어리를 여기 저기 서랍 가득 가지고 있는 보물단지와도 같다. 미미여사가 얼마나 인품이 좋은지 구체적인 근거를 듣고 싶어도 아무리 봐도 술자리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한 것 정도로 느껴지는  차키 노리오의 해설는 맘에 들지 않았지만, 여러 인용작가들과 공통적으로 집는, 긍정적 인간들이 등장하는 상큼한 맛과 빼어난 스토리 텔링에는 절대 동의한다 (세명의 작가와 같은 사무실을 쓴다는 것부터 정말로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비디오게임을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적극 호감을 느끼고 있다). 아직 그녀의 작품중 다들 거품을 물고 두엄지를 치켜드는 [모방범]등이 남아있음에 더욱 뿌듯하다.  

이 작품집에서 또한, 금융사기 ('대답은 필요없어'), 살인과 자살 ('말없이 있어줘'), 바꿔치기 ('나는 운이없어'), 도청 ('들리세요')와 투신자살 or 살인 ('배신하지마'), 역앞의 묘한 메시지 ('둘시네아에 오세요')와 같은 미스테리를 밝혀나가는 내용인데, 이야기의 주인공에 따라 세심하게 톤이나 배경이 맞춰진다. 

고등학생인 화자는 '나는 운이없어'에선 향.락.적이라.... 정신병환자처럼 이 아닐까?...p.105 등등 말꼬리잡기 유머가 등장하지만, '둘시네아에 어서 오세요'에선 '에이단 지하철 히비야선 롯본기 역은 지상으로 펼쳐지는 거리의 돌연변이이다....p.215 라고,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속기시험과 가업을 잇을 목적의 청년이 화려하고 물관리하는 클럽이나 번잡한 분위기의 역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허망함을 보여주며, '배신하지마'에선 이차원적인 인간과 같다는 사후의 증언처럼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육교에서 떨어지는 피해자나 동일한 구조에서의 두 여인네의 아파트 꾸밈새의 차이 등.

미미여사는, 만화책만은 일본어로 읽고싶다는 아주 소박한 나의 바람을, 쭈욱 위로 끌어주는 작가이다. 아, 원어로 읽으면 어떤 단어를 썼을까. 어떤 맛일까..하는 호기심을 팍팍 일으켜주는..

 p.s: 정정=> 못하시는게 무엇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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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사실은 여자인거지? | あなたやっぱり 2007-02-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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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걸 Girl

오쿠다 히데오 저/임희선 역
북스토리 | 200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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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풀]과 [공중그네] (참으로 희안하게도 두 작품 중 어떤 것을 먼저 읽었느냐에 따라 전자, 후자에 대한 평가가 확 갈린다. 그건 아마도 읽는이의 기대수준이 맨처음과 달라지기 때문이 아닐까)에서, 일상 또는 극단적인 고민들에 대해 서커스 곡예마냥 유쾌한 해결법을 보여주었던, 오쿠다 히데오가 이젠 30대초반의 워킹걸들 (이런 제목하의 빨간테이프 영화도 있는거 같던데, 커리어우먼이라고 쓰기엔 어째 내 스스로 날 소개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이 책안엔 내 얘기도 있는 거 같아...)을 데리고 돌아왔다.

'띠동갑', 일본에선 띠동갑이라는 말을 한바퀴돌다..란 풀이의 단어로 쓴다는데..중견사무용품업체에서 12년째 근무한 그녀,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을 일년동안 수련시키고 돌봐주는 우리나라엔 '사수'인 선배사원이 되었다. 귀찮아 하면서 마주한 그녀석. 호~잘생긴데다가 성실하고 체격좋고 괜찮다. 같은 부서의 후배여직원부터, 갑자기 쿠키를 만들어서 가져온다, 사보에 인터뷰를 실어달라며 단추를 푸른 블라우스 앞가슴을 내밀지 않나, 귀엽게 다가와 엉덩이를 흔들면서 사라지질 않나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고, 의식을 해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기엔 후배여사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 같지만, 아무리봐도 여자들의 내숭을 모르는 것 같아 일순간에 꼬셔질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흠, 그녀와 같은 처지에 놓여본 적은 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연하남보단 남자같지 않았던 유부남이 편하긴 했다....이런말 하면, 남편가진 분들 긴장하겠지만, 술먹기엔 말이다. 아무리 여자남자 안가리고 일하더라도, 그래도 아예 연결된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의식을 안하기에 말이다), 언젠가 나보다 3살인가 4살인가 어린 남자직원이 뭔가 물어보는데, 참 싱싱하다 (하하하하)는 생각이 들면서, 왜 한번도 연하를 사귀어본 것은 아니지..하고 자문했었다. 한떄 친했던 여자애가 연하남과 귀엽고 뜨거운 연애를 하다가, 슬프게 헤어진 것을 봐서 그런지..(연하인 남자친구의 친구들의 여자친구들은 또 더 어려, 여자들끼리 누구씨 하기 보단, 꼬박꼬박 언니언니한다는 얘기를 듣고 조금 흥분했다. 여자들은 왜 꼭 그렇게 한살이라도 한달이라도 자기가 어리다면 언니언니라고 할까? 남자도 그런가?)

그래도 미팅에 나가서 같은 또래의 남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편안해 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동감이 간다. 인연은 가까운데 있다는 말도 있지만, 회사에서는 찾지 않는 것이 나을 듯.


'히로'는 hero가 아니다. 그녀의 남편 애칭이다. 과장으로 승진한 그녀, 자신보다 3기 빠른 선배이자 나이많은 남자직원을 밑으로 두게 되자 고민에 빠진다. 독립적인 업무를 주었더니만, 이젠 직접보고도 하지 않고 업체와의 미팅에선 경험이 적다며, 보고를 안받았냐며 공개적인 망신을 준다. 결국, 둘은 접전하게 되고, 이를 보고한 상사는, 왜 남자기를 살려주지 않았냐고 말한다.

나보다 한참어리지만, 같은 부서도 아니지만, 가끔은 사소한 부탁이나 업무관련 팁을 줘도 가끔 뻣뻣하게 구는 남자직원이 있다. 속이 넓지 않은 난, 한동안 참 그 직원 얼굴보기가 참으로 거시기했다. 어느날, 그래도 생각해서 알려준 팁 (즉, 노하우)인데, 자기 방식으로 하겠다고 해서, 남들 보기엔 히스테리, 내 속으로는 결국 질러야 할 한소리를 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그것도 참으로 불편한 노릇. 그냥 이러저러해서 풀었다. 그리고 나더니 그 직원, 전체 여직원들 다한테 무척이나 애교있게 대하고 있다.

여자라고 일단 무시하고 보는 아저씨들도 있고, 업무상 미팅에도 업무상 전화에도 일단 여자면 한단계 낮추어 보는 말을 해서 가끔 열받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세상엔 여자들은 엄마나 아내 아니면 유흥업소 여자 정도인가 보다. 가끔은 아내를 비하하는 듯한 사람도 만난다. 다른 여자말고 자기여자에게만 잘하는 (그것 또한 진정으로 여자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만큼이나 재수없지만, 가엾은 인생이라 치고 (왜? 여자랑 대화해서 얻는 팁이 얼만데..그걸 고스란히 포기하는 걸? 세상은 넓은거 같지만 좁고, 여자 CEO도 많다) 무시하긴 하지만...그래도 내남자나 내친구들은 가엾은 인생이 아니길 바란다.

 '걸(GIRL)', 잘나갔었는데, 이쁘다고 살면서 혜택도 많이 받았는데 어느날 나이트클럽에서 나를 향해 추파를 던지던 그녀석들이 스쳐서 나보다 미모도 떨어지는 어린애들에게 갔다....는 이 에피소드 또한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뒷구정동에서 삐끼들이 나를 스쳐, 얼어죽는 날씨에 청치마를 입은 어린애들을 잡을 떄, 헉하고 놀란 마음을, 그래도 내가 레벨이 있지..라고는 생각했지만, 밥사주고 이뻐해줘도 가끔 나이차를 농담으로 말하는 후배여직원들의 뒤통수를 떄리고 싶었다, 흑.  


'아파트' 최대공감한 에피소드. 친구가 전망좋은 아파트를 샀다고 하자, 문득 전망도 별로인 자신의 아파트를 뒤돌아본다. 자기랑 비슷한 남자들은 다 집을 가지고 안주했는데..사실 친구와의 경쟁심도 없진 않다. 그래서 그녀, 부동산 싸이트에 가입을 하고 아파트를 보러다닌다. 집을 사겠다고 하자, 부동산가이드책의 말처럼 주변사람들은 다들 하나둘씩 다정하게 도움을 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회사에서 대출을 받게 되자 월급과 대출때문에 기 죽이고 사는 남자들, 심지어 전철안에서 부딪히는 술취한 아저씨에게도 공감을 하게 된다.

일전에 한번 내밀었다가, 다시 끌려온척 (사실, 끌려온 건 맞다. 엄마가 하두 난리쳐서) 자리를 다시 차지한것은 나도 그녀와 같은 처지. 그래서인지, 나 또한 이세상의 모든 가장인 아저씨들에게 동지적 유대감을 느낀다. 못나서 참냐, 에구에구.


'워킹맘', 친정부모의 도움이 없이 도우미아줌마의 도움만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방패로 삼고 싶지 않았지만, 어느순간 화장잘하고 잘차려입은 다른 부서의 싱글의 속을 긁은 그녀, 우울하단 생각을 한다. 결국, 어느 입장이나 다 장단점이 있다는 말로 서로간의 불화를 잠재운다.

일본소설은 재미있다. 심리묘사도 탁월하다. 인물들의 처지도 참으로 현실적이고 공감하게 되는 강도도 높다. 하지만, 거기 까지다. 특별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도 않으며, 좋은게 좋은듯 상큼하게 깊은 곳을 건드리지 않고 끝맺음을 한다. 저기 입안속의 천장 어딘가를 건드리면, 자연스럽게 오옥.하고 토하게 되지만, 거기까지는 건드리고 싶지 않고 입안만을 달콤하게, 아니 너무 달지도 않게, 입가심하게 해준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가끔 허전한 (엄마는 그런떄에는 고기를 먹거나 찹쌀떡을 먹어야 한다고 하신다) 뱃속이나 아무리 마셔도 목마른 (엄마는 그런떄에는 맹물보단 보리차를 마셔야 한다고 하신다) 속을 채워주진 않는다.

그래도, 면도날을 든 누구누구, 도지사 누구누구와 같은 날까로운 별명의 여성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은 위안이 된다 (이건, 그리스신화사건 때문).

그런데 오쿠다 히데오는 어디서 이렇게 공감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가지고 오는 걸까 ('젊다고 말하는 건 너무 일러. 젊어보인다는 늙은 사람에게 하는거잖아' 등등). 혹시 이 사람이 여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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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남지만 훌륭한 역사기록물 | Nonfiction 2007-02-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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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장군들은 어떻게 승리하였는가

배빈 알렉산더 저/김형배 역
홍익출판사 | 200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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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병법서로 불멸의 고전인 [손자병법]에선 '싸우지 않고 적을 무너뜨리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클라우제비츠나 그의 말을 잘못 받아들인 이들이나 다들 직접적이며 솔직한(그러니까 공정한 스포츠같이, 패를 보여주진 않아도 속이진 않는다는 의미겠다) 전면전이 얼마나 위험하며, 전쟁의 목적은 적의 섬멸이 아니라 전쟁 이후의 평화라는 면을 무척이나 여러번, 너무 계속해서 거의 다 외울 정도로 반복을 한다.

'...장군들의 소소한 이야기나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각각의 전쟁에서 어떠한 루트로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 일부는 잘못 알려진 오해 (아프리카의 한니발이 이탈리아 북쪽의 눈덮힌 산맥으로 진입한 것이 잘못되었다. 그래서 데려온 코끼리들이 죽었다...고 난 잘못알고 있었다)나, 게임 [Medieval total war]에서 각각의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기병과 보병을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전투에서 유리한지에 대한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전쟁을 마치 풋볼 (야구보단 속임수가 덜하단 의미로)에 비유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며, 적의 약점을 재빠르게 공격하여 궁극적인 목적인 평화를 이루는 것이며, 전쟁에 승리하였지만 직접적인 공격이 아닌, 즉, 파리스의 아킬레스의 발꿈치 공격으로 인한 전투 승리는 불미스러운 것이며 떳떴하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쟁의 승리자를 봄으로서 경영이나 생활에서의 지혜를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처세에서는 맞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오늘 살짝 본 우리나라 50여명의 CEO의 인재발탁하고는 거리가 있다 (밑에 어떤분의 리뷰 내용에 동감, 이건 전쟁사이지 경영과 결부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 도널드 트럼프의 [어프렌티스] 중 어떤 인물이 무척이나 교묘하게 강한 인물과 친한 척 하면서 결국은 강한자 순서대로 탈락시키도록 조정하였는데, 결국 그는 자멸하였다. 경영의 어느정도까지는 될지라도 관리자로서 리더로서 사람은 인격적인 바탕이 필요하다. 전면전과 우회전과의 비유는 여기에서 적용될 수 없다).

여하간, 나에게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은 무척이나 세밀한 전투전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무척이나 재미있게 - 아마도 머리 속에서 다 그려가면서 읽었을 것이다 - 읽었겠지만, 난 사실 번역에서 많은 아쉬움도 느꼈고, 중간에 나오는 무기들에 대해 역자가 이미지 등으로 추가설명을 하거나 원저에서 바로 가져온 지도에 설명도 해놓았다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직역하면 지루했다는 것이다). 각각의 장은 유명한 장군의 이름을 넣어서 시작했지만, 전투를 진행함에 있어서 장군들이 어떠한 계획이었는지 등을 재미있게 섞기보단, 시간차설명을 함으로써 지루함을 떨칠 수 없었다(예를 들면, 스포츠 경기 중계에 만약 공이 누구에게 패스했네, 누가 태클걸었네만 하나의 일관된 톤으로 말을 하면, 아마도 잠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간에 해설자랑 스포츠캐스터가 이런 저런 얘기를 섞으면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재미가 배가 될 수 있다).  

여하간,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한니발과 스키피오, 징기스칸, 남북전쟁, 마오쩌뚱과 롬멜 등 흥미로운 전쟁기록이라 흔치않은 훌륭한 역사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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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행이다. 내가 잊고있었던 즐거운 하나를 다시 기억해내서 | 웬디 수녀 2007-02-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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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화가들이 사랑한 파리

류승희 저
아트북스 | 200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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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친절하지 않다. 만약 당신이 그림을 보고자 했다면.

이 책은 충분한 정보를 주고 있지는 않다. 만약 당신이 파리 여행을 계획했다면.

하지만, 파리 (아니 파리 외의 지역도 포함하고 있기에)를 포함해서 하나의 그림 앞에서 30분정도는 볼 여유가 있다면, 에펠탑 맨위에 올라가는 것 보다도 오르세에 들리고 싶어한다면 이 책은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아, 다행이다. 예전에 선물로 준 책이라서).

맨처음 난 최근에 등장하는 블로그의 글모임이 책으로 나온 것 마냥 작가의 흥분에 김빠졌고 삐딱했고 짜증이 났다. 맨처음부터 등장한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림부터, 어디 누가 붉은 드레스를 입었는데? 하고... 그런데, 내가 모르는 화가들이 나오고 가끔 그네들이 던진 자기내면에서 나오는 철학적 사유때문에 매혹되었으며, 나중에 가서는 그림들에 허기가 져서 여기저기 뒤적거리고 있는 날 발견했다.

아, 다행이다. 내가 잊고있었던 즐거운 하나를 다시 기억해내서.

...낭만주의 소설가 샤토브리앙은..."풍경화에는 지적인 면과 정신적이 면이 있다.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다른 장소에서 자신의 감정과 꿈이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 풍경화다"....

위에는 "풍경화가라고 하면 모든 화가를 포함하는데 그들은 가장 직접적으로 자연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서 자연을 통해 자기 수양을 한다. 그들은 그림은 거울과 같다"...

앵그르도..."자연을 모방하고 공부하라. 풍경화를 그리는 것은 일종의 철학 레슨을 받는 것이다"....

풍경화는 이렇듯 특정한 미술 양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빛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도, 풍경을 통해 삶을 반추하게 하는 진지한 사유가 공존한다. 또한 세상에 대한 한 작가의 조형적인 사고이자 풍경으로 포착한 한 시대의 초상이기도 하다. p.10-11

어쩜 이렇든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면서 같은 객체를 다른 눈으로, 아니 자신에게 정직한 눈으로 보려고 이렇듯 치열했는지...

지나쳐간 미술관인데도 난 왜 몰랐을까. 아는 만큼 보이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치열한 사유과 열정 속에 태어난 그림들을 머리로 먼저 받아들이고, 입으로 잘난척을 하고 싶어서 이에 충실한 나의 눈들은 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그냥 지나쳐갔다. 겸손하지 않은 눈에 무엇이 정말로 보일까...

사실 파리란 도시는, 다분 이러저러한 개인적, 업무적인 일로도 지나치고 머물던 그 어느 대도시랑 크게 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난 지금도 런던과 서울은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하며, 그 많은 예술작품 때문과 그 대상이 된 것 뿐이지 그닥 낭만적이도 이상적이지도 않았다 (다만, 노트르담성당과 셰익스피어서점, 그리고 가르니에는 빼고). 가끔은 서울의 지하철에서도 그 여행에서 맡은 이국적인 냄새가 나기도 한다 (정말 파리에선 지겨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학을 뗀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눈으로 본 파리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도와 함께 배치 예술여행가이드인 이 책을 들고 파리를 가실 때에는, 다른 눈들 보단 자신의 눈으로 파리를 발견하시길... 

이 책 무지하게 마음에 들었다. 읽다가 보니까 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드뷔시를 들으며 프로이드를 읽을 때 보나르가 그곳에 있는것 같다....p.162

란 부분을 읽는 순간 이 책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꼭 그렇게 해봐야지). 어떤 여행서도 어떤 미술책에서도 이렇게 뒷담화하듯, 이렇게 가쉽을 씹듯, 이렇게 로맨스에 매혹되듯 얘기해주진 않으니까.

p.s:  1) 아마도 이 책엔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히힛, 누구님 보고 배웠다) 붙어있을 것 같다.

2) 프로이드를 읽으라는 하느님의 계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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