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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작 수준 | Mystery + (정리중) 2007-05-2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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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륵의 손바닥

아비코 다케마루 저/윤덕주 역
한스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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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아비코 다케마루가 이 책을 쓰면서 어떻게 마무리할까 힘들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교대로 풀어나가는 형사 에비하라와 교사 쓰지는 각각 뇌물을 먹은 형사와 여학생을 임신시킨 교사로서 도덕적인 인물과 거리가 멀다. 이야기를 해나가는 인물이 꼭 바른 쪽에 서거나 공정한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일찌기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서 얻었던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또한 이 두 화자겸 주인공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거리를 두고 의심의 눈길로 사건을 따라간다. 실제로 화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생략하거나 왜곡한 부분이 발견이 된다. 그 점은 애초부터 주인공들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설정이었으므로 '불공정하다'라고 비난하기엔 미미하다. 그의 대표작이라는 [살육에 이르는 병]은 이런 면에서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미처 소설이라는 틀로 사건을 바라보는 독자사이에 왜곡된 상을 비추는 유리와 같은 것이 있다곤 암시조차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교사 쓰지는 이전 학교에서 지아키란 여학생과 관계를 맺고 임신을 시켜버렸다. 여학생은 수술을 받고 학교를 옮기고, 쓰지는 이에 대한 배상으로 돈을 주고 자신또한 다른 학교로 옮겨버린다. 하지만, 이에 대한 소문은 새로운 학교까지 따라오고 아내 히토미 또한 그를 멀리하게 된다. 벌을 받는 심정으로 매일매일 건조한 일상을 살던 그는 집에 돌아오자 아내가 가출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제 드디어 헤어지게 되었다는 심정으로 그녀의 낡은 옷들과 소지품을 쓰레기장에 내놓던 그는 의심을 사고 바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다. 아내의 가출에 책임감을 느낀 그는, 휴가를 내고 그녀의 자취를 좇게 되고 '구원의 손길'이라고 하는 신흥종교 집단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두 딸을 데리고 최근에 연하의 아내와 결혼한 에비하라는, 아내가 러브모텔에서 살해당한 것에 충격을 받고 범인을 잡아 사법적 처벌을 받게 한다기 보다는 복수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경찰내부에서 뇌물수수의 혐의로 조사을 받지만, 그는 르뽀기자인 모케기와 함께 집안에서 발견된 미륵불상을 단서로 '구원의 손길'의 교주인 미륵을 추적한다.

 

맨마지막의 반전에서야 이 작품의 제목을 연상하고, 아아~하게 만들지만 그다지 신선한 것은 아니었고, 이 두인물의 조사에 비해 보다 과학적 법의학 수사도 가능한 경찰의 수사는 생략되어 있어 현실성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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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지 그랬어... | Mystery + (정리중) 2007-05-2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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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화차

미야베 미유키 저/박영난 역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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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이번 작품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야기의 진행상 간접적 언급만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될 엑스트라급 조연인 미조구치변호사가 이 소설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점 때문에 말이다.

 

...제가 지금 민간금융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 금융'이라고 합니다. 소비자신용은 크데 둘로 나뉘어지죠. 하나가 '신용판매'인데 카드를 사용해서 하는 쇼핑을 말하고, 또 하나는 '소비자 금융'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정기예금이나 우편예금 등을 담보로 한 대출과 소비자 지출....p.131

 

등과 같이 마치 [현대사회의 소비자 금융과 카드사용의 주의점]과 같은 통계소논문을 읽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론, 독자가 이 작품의 주제를 잘못 인식하고 문제의 구렁텅이로 빠진 두 여인들만 비난할 수 있으므로 길을 바로 잡아준 것은 고마운데 말이다. 작품의 제목이 작품의 내용을 다 보여주지는 않지만 상징할 수 있는 것으로 지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도 직접적 문제 등의 파악은 보다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주석이나 작가해설로 따로 내용을 빼야하지 않을까. 독자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면...

 

경시청 형사 혼마는 아내를 여위고 아들 하나를 키우며 살고 있지만 최근에 벌어진 범인검거현장에서 다리에 부상을 당하고 휴직중에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어느날 눈이 많이 내리던 날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아내의 친척인 가즈야가 찾아와 자신과 약혼한 여인의 실종을 말하며 그녀를 찾아달라고 호소한다. 가즈야는 집안좋고 부유한 부모밑에서 자라난 엘리트 은행원, 그와 약혼한 세키네 쇼코는 아름답고 영리하지만 풍지박산난 집안과 객관적 기준으로나 평균적으로도 가즈야의 부모 성에 차지 않는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 밝혀진 과거의 개인파산이 알려진 뒤 바로 잠적을 해버렸다고 한다. 혼마는 그녀를 찾다가 사라진 여인과 세기네 쇼코란 인물이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 두여인의 행방을 쫓게된다.

 

자신의 의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차, 불행한 운명의 수레'에서 올라탄 여인은 다른 이의 인생을 훔쳐서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하지만, 운명은 그녀와 비슷한 여인을 만나게 해주었고 그녀는 살인을 저지르면서 까지 절망적으로 새인생을 살려고 한다.

 

그리고 보면, 보다 편하고 풍족함을 위해 만들어진 금융제도가 무지한 개인개인들을 보호해줄 그물망도 알리지 않고 설치하지 않고 서커스의 하이라이트만 받는 부분만을 비춰주는 꼴이다. 그래서 가해자이자 희생자인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는 맨마지막에선, 탐정역의 혼마의 시선처럼 씁쓸하기만 하다. 차라리 그렇게 열심히 새삶을 살려했다면 성공하지 그랬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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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수 있는 능력 | Mystery + (정리중) 2007-05-1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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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텝파더 스텝

미야베 미유키 저/양억관 역
작가정신 | 200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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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남자주인공의 직업은 프로도둑. 전직변호사인 아버지의 주선에 따라 부자들을 턴다. 의적까지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돈이 있는 곳에서 돈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의식은 가지고 있다.

 

그는 친척의 유산으로 거부가 되어 변두리 신흥주택가에 집을 지어 사는 독신녀의 집을 털러 가게 되지만 벼락을 맞고선 그 옆집에 떨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만나게 된 쌍둥이와의 인연.

 

부모가 각자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버린뒤였지만, 떨어져가는 돈 빼고는 부족함이 없는 일란성 쌍둥이의 능청스런 협박으로 그는 돌지에 그들의 '아버지'가 되고 만다.

 

하나씩 따로 읽어도 이야기의 배경을 간략히 요약하고 시작되는 단편 7개가 나열되어 있다. 물론 뒤로 갈수록 쌍둥이에 대한 '그'의 애정은 증가한다. 각각의 단편엔 쌍둥이로 인해 사소한 사건들이 범죄사건임을 깨닫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어, 추리작품으로서도 재미있다. 단, 뒤로 갈수록 조금씩 비슷한 패턴에 질려간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은 자라지만, 아이가 없으면 부모는 자라지 않아....p.127 

 

실제 부모가 나타나면 자신은 어떻게 되냐면서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거부한 '그'는 결국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되는 것을 받아들인다. 프로도둑을 협박한 일란성 쌍둥이와 같이 기발한 설정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미야베 미유키의 재주도 대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작품은 언제나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물건을 훔치는 것과 같은 범죄에 대한 옳다 그르다는 판단 이전에, 따뜻한 심정과 피를 가진 인간임을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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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알고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 Mystery + (정리중) 2007-05-1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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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죄추정 1

스콧 터로 저/한정아 역
황금가지 | 200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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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로 먼저 이 작품을 대했다. 추리작품의 범인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 예외의 범인이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범인을 알고서 보는 재미는 또 다르다. 영화에서의 충격과는 달리, 각 중요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자세해서 초반부에 범인의 학문적 관심분야를 알게 되는 부분에선 '오오!'하는 감탄사를 내뱉을 뻔 했다.

 

스콧 터로우는 대표적인 법정스릴러 작가인 존 그리샴처럼 변호사 경력이 있는 작가 출신이다. 모함을 당하거나 위기에 처한 법정관련 직업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존 그리샴 보다는 액션보다는 인물과 법시스템의 문제의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검찰총장인 레이몬드를 12년동안 보필한 러스티 사비치 부장검사는, 검찰총장 재선을 앞두고서 중요한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같은 부장 검사였던 캐롤린이 그녀의 아파트에서 성폭행 당한 듯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사비치는 그녀가 죽기 몇개월 전까지 그녀와 불륜에 빠져있었으며 일방적으로 그녀에세 차였다. 아름답고 지적인 아내 바바라와 갈등을 빚고 있던 그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형사 댄 리프랜저와 수사를 맡지만, 그의 지문이 찍힌 유리잔, 그의 혈액형과 같은 정액, 그녀에게 걸었던 통화 기록 등으로 인해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버리고 만다. 그는 결백함을 주장한다. 과연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 할 수 있을 것인가. 죽기전 그녀가 다뤘던 B화일 속 뇌물을 받은 검찰측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이 영화의 주인공 러스티 사비치의 변론을 맡게된 스턴은 스콧 터로의 다른 작품에서 등장할 정도로 알아볼 만한 매력과 실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배심원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보단, 각 관계인물들의 인물됨부터 파악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유리한 판결을 받게 되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여하간, 이 작품에서 스콧 터로가 강조하는 법시스템은 '무죄추정 (Presumption of Innocence)' 이란 것이다. 미국, 프랑스, 그리고 우리나라 등의 법에선 재판의 결과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피의자는 무죄이다. 그리고 죄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사법부 (미국의 경우에도 배심원이 아닌 검사)의 책임이며, 용의점에 대해서 이를 입증하는 것이 피의자의 책임이다.

 

배심원들이 피의자가 유죄라고 의심하기 위해선, 합리적 의심 이상의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합리적 의심 (Reasonable Suspusion or doubt)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다소 어려운데, 법률 용어사전에 따르면, The level of certainty a juror must have to find a defendant guilty of a crime. A real doubt, based upon reason and common sense after careful and impartial consideration of all the evidence, or lack of evidence, in a case. 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 therefore, is proof of such a convincing character that you would be willing to rely and act upon it without hesitation in the most important of your own affairs. However, it does not mean an absolute certainty, 즉, 피의자가 유죄임을 배심원들이 확실할 수 있는 수준의 확실성. 조심스럽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증거 내지는 증거없음을 고려한 뒤에 이성과 상식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린 실질적인 의심. 따라서, 자기 자신의 일만큼 중요하게 망설이지 않고, 이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수준의 증거여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선, 과연 어떻게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성공할 것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독자가 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는 작가의 주장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선 범인이 누구인가와 왜를 밝히는 것보단 법정에서의 배심원, 판사, 검찰측, 변호사 측의 미묘한 입장을 보다 잘 전달하는데 집중을 하고 있다. 범인의 행동은 마치 이의 앞과 뒤에 붙어있는 듯하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도 간단하고, 실제 무죄판결과 정치에 주목하여 피해자의 가족 입장에선 가장 억울하고 중요한 '범인을 잡는 것'이 덜 중요하게 되버렸다. 하지만, 이 또한 중요한 것이 사람의 행동보다 더 복잡한 동기와 심리, 마치 머리와 심장간의 거리가 몇마일 이상은 되는 듯하단 느낌을 전달한다.

 

여하간, 영화 이상으로 책으로도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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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 Fiction 2007-05-0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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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I Wish Someone Were Waiting for Me Somewhere

Anna Gavalda, Karen L. Marker
Riverhead Books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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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I wish someone were waiting for me somewhere]이 이미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왔었고, 그리고 절판까지 된 사실을 몰랐다.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Je t'aime, 또는 Someone I love]를

 

읽고 그렇게 좋아한 것은 아님에도 (난 별 4개를 주었다), 뭔가 그녀의 작품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미국판, 유럽판의 책커버가 저리 멋지다면 도저히 구매하지 않고서 견딜 수 있겠는가.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는, 어딘가에 잠깐 멈춰선 저 여인네의 다리를 보곤, 바빠서 제대로 생각이나 감정을 느끼기도 버거운 나에게 뭔가 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졌다.

 

'어디선가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란 말은 어쩜 나같은 여인네들에게는 숨쉬는 공기와 같은 희망사항이라서인지 이렇게 제목을 대할 때에서야 깊이 다가오는 말이다. 번역된 작품은 모르겠지만, 원작을 번역한 저 아름답고도 멋진 책 안에선 에필로그까지 12장으로 나눠진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내용을 작품을 쓸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건 정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에 가까운 것이고, 자신이 경험한 것을 독자의 공감을 100%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건 천재적인 것일터인데. 난 지하철에서 하나의 단편을 읽다가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면서, 아니 압도되어 읽어내려갔다. 나의 이야기가 거기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면서 난 전화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내 얘기가 책에 있어! 나만의 독특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봐.

기분이 이상해.

마치 내가 더 이상 독특하면서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같고, 아니면 책에 나올 정도로 독특한 경험을 가진 독특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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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기도 했지만 보다 가까이 다가온 이야기 | Fiction 2007-05-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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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0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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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기가 막히게도 어젯밤의 내 심정을 두 단어로 정의해주고 있었는데다가 책을 읽는 거 외에 잡생각을 물리칭 방도도 없기에, 허나 사실은 무지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제까지 그녀의 작품중에서, 뭐라그럴까 가장 가깝게 다가온 책이었다. 아멜리 노통, 그녀는 무척이나 지적으로 재치가 번뜩 - 너무 번뜩이다 못해 그녀의 머리속은 어째 네온사인 화려한 도시하늘 위의 불꽃놀이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면으로는 거부감마저 든다 - 이지만, 어째 스스로의 경험과 시각으로 보는 세계관이 조금은 불균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내용 또한, 그리고 우연히 보게된 그녀의 가부키분장같은 빨간 립스틱이 무척이나 하나의 나라 - 일본 - 을 편협된 시각으로 보고, 독자로 하여금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작가가 독자에 끼치는 위해 - [살인자의 건강법]에 나온다 - 를 무지 잘 알면서도 나몰라라 하는 악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 어떤 악의는 없겠지만....

화자는 어린시절의 일본에 대한 추억과 깊은 인상, 애정으로 인해 일본계 무역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그녀가 맨처음부터 언급하는 것은 엄격한 조직의 위계질서 - 그렇다고 외국계 기업은 그런 것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성이 아니라 이름을 부른다고 위계질서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나건너 위의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은 일본계 기업뿐만 아니라 어느나라 기업이든간에 그다지 권장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 와 비이성적인 명령을 내리는 중간관리자, 그리고 동료를 가장한 최고의 적이다.

이 일본계 기업 또한 이와 같은 비이성적인 인간들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대면한 동료라는, 아니 직속상관이라는 이름의 적 - 근데 왜 또 여자일까나. 여자로서 성공하기 힘들었는데, 자기 밑에 직원이 바로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보려는 것을 저지하는 이유가 직결되는 것은 바로 여자라는 이름이다 - 이다. 똑바로 읽어야 했고, 그래야 한다. 여하간에 얼마나 골때리는 상황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화자의 인내심과 대응에 얼마나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오늘 보스와의 중요한 대면에 있어 나도 최대한의 감정 표현과 인내를 발휘하기로 - 그래야만 했지만 - 결심했다.

여하간,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직내에서의 황당한 에피소드와 말이 왔다갔다하지만 가슴속으로는 손으로 목조르기, 칼로 등찌르기, 뒤통수 책으로 갈기기 등등의 위협적 행위들이 실제로 왔다갔다하는 듯 살벌하다. 이제사 그동안의 지적인 말싸움보다 더 절실히 다가온다.

 

p.s: 모든 낙하산이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 뛰어내려 허공을 헤매는 모든 낙하산들을 다 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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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코지미스테리 애독자거든. 그래서 핑크빛 스토리 전개, 전혀 생소하지 않아 | あなたやっぱり 2007-05-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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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애소설

가네시로 가즈키 저/김난주 역
북폴리오 | 200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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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 재일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국적도, 민족도 하닌 연애"라고 주장했던 가네시로 카즈키의 말처럼, 이 소설의 제목은 너무나 평이하면서 솔직하게 붙여져 있다. 연애소설이라도 어떤 작가가 연애소설이라고 인정하고 시작할까? 대개는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얘기라고 조금 거창하게 설명하겠지.

'뭐, 어때? 내건 그냥 연애소설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하는 태도가 마치 보이는 것처럼, 이 책에 실린 3편의 작품들은 작가의 법대 재학시절의 실질적 경험이나 도서관 책 앞에서 다소 유치하게 꿈꾸는 몽상처럼 유머와 재치, 간지러운 애정씬과 눈물로 채워져 있다. 이 작품들을 읽어보면, 몇몇의 소재가 서로 연결되어 묶어주고 있다. 주인공은 반항적인 또는 불량한, 그것도 아니라면 모범생과는 먼 평범한 학창시절 - 그러나 진지한 첫사랑을 경험한 - 을 거쳐 법대 재학생이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내지는 쇼팽의 피아노곡, 그리고 러시아 문학 - 에브게니 오네긴은 큰 언니 때문에 읽게 된 운문소설였는데, 생소한 형식에 낯설긴해도 어린 마음에 제대로 사랑이란 것도 모르고 읽다가 울어버리고 말았다 - 깨지지 않는다고 (Unbreakable) 보증한 LP판이 허무하게 깨어지고, 불치의 병으로 죽음을 맞고, 여주인공은 어디서 떨어지던가 넘어지는데 남자주인공만이 웃지않고 받아주고, 남쪽바라도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 바다에서 해뜨고 지는 것만을 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등 온갖 낭만적 요소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뭔가 거창한 제목을 달았다면 실망했을 터인데, 맨처음부터 '연애소설'이라고 했던터라 난 최대한 이 책을 즐길 수 있었다.

맨 첫작품인 '연애소설', 난 불량학생, 불량학생들의 불문율을 어기고 예쁜 모범여학생을 마음에 품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앞에 나타나기에 유치한 사건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그는 연락을 거부한다 (남자들은 꼭 이러더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서에서 온 여자]를 읽지 않았더라면 당최 이해하지 못했을 사고 매커니즘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법대의 형법시험을 망친 날, 그는 우연히 자신이 복사물을 빌려주었던 '투명인간'과 같은 동기를 만난다. 이상하게도 말문이 트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투명인가' 동기는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대하고, 자신의 사랑얘기를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별명은 '사신 (死神)'. 저명한 학자인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풍요롭게 살던 부모도 사고로 죽고, 그를 데리고 가서 잘해준 친척마다 사고로 죽게되자, 그리고 가까이 했던 친구들마저 죽자 그는 차라리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버리고 커다란 집에서 문학과 음악에 침잠한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게 되고 어느날 그는 자신의 품 안으로 떨어진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자신과 가까운 사람은 다 죽어'란 설정,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유치하도록, 비현실적이도록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사랑을 거부하지 않는 그와 용기있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 남쪽 바다에 닿아서 기쁘게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꼈던 모습들이 사랑스럽다.

두번째 이야기, '영원의 환(環)'. 이 작품은 일종의 미스테리 환타지와도 같다. 불치의 병을 앓는 그는 학교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문병을 오게 한다. 그러던 차 그는 잘 알지도 못한 대학 동기 K의 방문을 맞는다. 그리곤, 그는 자신이 죽기 전에 이 병원에서 나가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그건 바로 복수. 자신이 짝사랑했던 아름답고 영특한 여자선배의 선망을 이용하여 성적으로 관계를 맺고는 버린 인기있는 방송패널로 유명한 교수를 죽이겠다는 것이다. 그의 고백을 다 들은 K는 이러저러하게 사건을 모의하고는 교수의 사망소식을 실은 신문기사와 함께 나타난다. K는 교수를 죽인 것일까? 과연 K는 누구일까?

세번째 '꽃', 뇌안의 치명적인 동맥류를 가지고 있는 그는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동맥이 터져 죽거나 기억상실이 된다는 진단을 받는다. 수술을 거부하고 무미건조하면서 아슬아슬한 삶을 살던 그에게 선배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의가 들어온다. 25년간의 소송에서 마침내 승소한 노변호사의 운전사가 되어 어떤 지방도시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생각과 달리 노변호사가 운전을 맡고 길을 떠나던 길, 다시 토쿄로 돌아가자는 말을 듣는다. 자신은 이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니, 돌아가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그에게 노변호사는 28년전 자신을 떠난 아내의 유품을 찾으러 간다며, 과연 그 유품을 품을 자격이 자신에게 있는지 모르겠다는 슬픔을 보여준다. 다시 생각을 돌려 아내의 유품을 찾으러 가는 길, 노변호사는 아내와의 추억을 조금씩 조금씩 선명하게 떠올린다. 맨처음 뎃생에서는 두리뭉실한 물체가 선명해지면서 여러 날카로운 면과 부드러운 면, 밟음과 어두음을 갖춘 그림으로 떠오르듯이. 가난한 그와 결혼한 부잣집 처녀. 그의 사법고시를 뒷바라지하고 그의 용기를 북돋우었던 그녀. 인권변호사를 꿈꾸었지만 야쿠자의 변호를 맡고 쇠락하는 그는 사랑하는 아이도 잃고 아내의 뺨을 때리는 지경에 이르자 아내를 떠나보낸다. '저 화분은 놔두고 갈께요'하며 조용히 떠났던 그녀의 모습을 찾으니, 그녀는 온통 그의 인생을 멀리서 지켜봐던 것이다. '나를 잊지 마세요'란 물망초 화분을 놔두고 떠났던 그녀. 이 노변호사와 병을 앓고 있는 그는...

물망초? 유치하군이라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어릴적 열정적인 누이의 어깨에 기대어 조용한 설명을 들으면서 봤던 어떤 흑백 이태리 영화를 기억한다. '나를 잊지마세요' 란 노래를 부르는 이태리 성악가의 실제 스토리인지, 아니면 픽션인지 몰라도 친절한 성악가 남편을 버리고 자신이 어릴적 사랑했던 바람둥이를 따라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며 부르던 뚱뚱한 아저씨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멀리서 그걸 보고 후회하면서 돌아왔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쬐그맣고 뭣도 모르는 마음에도 잘생기지도 않고 뚱뚱하지만 무척 아름다운 목소리로 눈물로 찬 눈에 노래를 부르던 그 모습이 무척 따뜻하면서 아름답게 비춰졌었다. 사랑, 머리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들은 한결같이 유치찬란한 말투에 표현으로 차있으면서도 상대방 외에 그 옆에 비웃거나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보는 이들의 시선이나 존재를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런 솔직담백하면서도 유치찬란한 사랑의 슬픈 면모를 보여준 이 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난 지금 행복해..내 기억은그녀만으로 가득하니까. 나를 계란처럼 반으로 탁 깨면, 그녀하고의 추억만 흘러 나올거야...p.54

난 이 말이 재치있는 말장난이나 유치한 낭만적 장치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순간 툭하며 갈라지는 계란과 사이에서 쏟아지는 끈끈하지만 깨지지 않는노른자와 흰자가 연상되면서, 난 깊은 인상을 받았다.

 [200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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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사신이 찾아오더라도 | あなたやっぱり 2007-05-0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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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저/김소영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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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읽었던 [여회계사 사건수첩]마냥 단편마다 각각의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 단편 묶음이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을때 한기를 느끼는지, 그의 이름이 어쩜 지명이나 동네이름과 같은지, 음악을 좋아하고 밤늦게까지 음반매장에서 노래를 듣고 있는지, 가끔 속담이나 비유를 하면 뚱딴지 같은 대꾸로 답변을 하는지. 그럼 그는 사신이다.

우리나라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마냥 얼굴은 희어멀건하고 입술을 빨개서 쭉 찢어져 죽은 사람을 데리러 오는 모습이 아닌, 사람과 비슷한데 과연 일주일 뒤에 저승에 가도 될만한지 아님 조금 더 현세에 놔둬도 될지를 보고하는 존재이다. 조사기간을 정해져있는데, 철저히 일도 하면서 최대한 인간으로서 음악도 즐기고픈 치바의 모습은 여느 직장인과는 그리 다르지 않다.

그가 '가 (일주일뒤에 저승으로 데려가도 좋다)'란 판정을 내린 이들은 비열한 여자도 있고 시한부에 걸렸으나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도 좋다는 순애보 청년도 있다.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했다]에서 시한부 선고로 그때 그때의 순간을 즐기게 만들려는 인위적 작위 없는 (난 이소설의 맨마지막에서 오히려 분노를 느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간도 모르는 잔인한 운명만을 단지 치바만 알고 있을때 제각기 인물들의 모습에 나 자신을 놓고 느끼는 바가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있었을 때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거기서 누워서 생각해보니 어떤 한정된 생명의 시간이 남겨져있다고 할 때 (그런건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에서야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을 챙기기 보단, 평상시에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빠한테 호두며 아이스홍시며 홈쇼핑에서 보자마자 죄다 택배로 보냈다). 

맨마지막 에피소드로 가면서 맨처음과 연결되는 원형적 구성의 단편모음인데, 그처럼 인간사는 둥글둥글 굴어가고 이어져있는 것일까. 어느날 문득 사신이 찾아오더라고 기쁜 마음으로 '가'를 받고 싶다.

재미와 감동, 둘 다 있는 작품이라 선물하기도 추천하기도 좋은 책이었다.

 

p.s: 살해나 사고현장에서 맨마지막으로 목격되었지만 존재파악이 안되는 인물들은 과연 다 사신이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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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울어? 닌자를 고용하면 되지. | あなたやっぱり 2007-05-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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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절대 울지 않아

야마모토 후미오 저/이선희 역
창해(새우와 고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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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하나]에서 오픈 엔딩의 서른 한가지 이야기를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저자의 책을 다시 집는다는 사실은 회의적이었다. 책제목은 책의 내용을 전부 말해선 안되지만 (뭐, 어떤 추리번역서엔 뻔히 범인의 직업을 명기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핵심을 피해선 안되기에, 책제목을 짓는 것은 저자나 편집자들에게 '아트적으로' 중요한 일이기도 독자를 끌어야 하므로 '상업적으로도' 무척이나 중요할 것이다. 이 제목은, 전자의 의미론 조금은 벗어났고 (아니다, 그렇다고 '당신은 왜 일을, 그 일을 하나요?'라고 물을 수 없기도 하겠다), 후자적으론 확실하게 이목을 집중시켰다.

15가지의, 보다 해피 엔딩적인 이야기들 (음, 하나는 빼고...). 그러나 현실적인 해피 엔딩이다. [내나이 서른하나]에선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별로 없었다면, 여기선 조금 다르다.

나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서 한가한 시간이 괴로워 퇴근한 평일밤에는 댄스클럽에 출근부를 찍으며 (흠, 잘못들으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네?) 시간을 보냈고 (휴가도 내지 않았고 미친듯이 일을 했다. 뭐, 그래도 칼퇴근을 하긴 했지만), 주말오전에 회사에서 일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높은 분에게 '아주 일을 열심히 하는 우수한 직원'으로 눈도장찍혀 정말 귀염받기도 했다...단편의 주인공은 좋아하는 남자를 알아채는 해피엔딩인데, 난 상사의 이쁨을 받는 해피엔등을 얻었구나), 주말오후엔 과외를 하는 등 혼자 감정에 빠질 시간을 내 자신에게 주지않았고 ('백화점 직원편),

속상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안쪽 길에서 나온 SUV가 꽉막히는 도로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행인, 즉 내가 지나간 다음 진입해도 되는데 굳이 길을 가로막아, 뒤로 지나가는 척하면서 가지고 있는 장우산으로냅다 범퍼를 갈기고 두다다거리면서 도망가기도 했고 (타이밍이 너무 좋아 그 차는 꽉막히는 도로로 끼어드는 순간이라 절대 날 잡을 수 없었다) ('간호사편'),

지금은 화날때 가끔 그리스로마신화의 인물 중 하나 (여기선 절대 무엇인지 밝힐 수 없다)로 변신하지만, 구석에 쳐박혀서 '여자라서 그런거야?'그러다가 자주 고민을 털어놓는 모실장으로부터 '그런거 아닌데'하고 면박 (그러나 기분 좋은 면박이다) 당하기도 하고 ('타임키퍼편'),

그외도 뭐...

칭찬받는 돌고래였지만, 그런 것이 허무했고, 루이비통백도 굳이 필요없었다는 작가라 '왜 일을 하는지'를 되집어보고싶었단다. 그리고 보면, 일을 하는 이유들을 교과서에선 '자아실현', '사회공헌', '경제적이유' 등등으로 나눠좋았던가?

사실 난, '프리'보단 묶여있어도 잘리기 전까지 든든한 '월급장이'가 더 적성에 맞고 (칫, 사실 부지런하지 않은거면서), 매일 매일 책읽고 싶지만 사실 휴가같이 시간나면 책안읽는 걸 알고 있으며, 놀다가도 가끔 회사에서 핸드폰으로 찾으면 '아, 나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나'하고 자만떨다 구박당하는 것을 좋아하며, 점심시간의 후다닥 쇼핑에 희열을 느끼고, 벌 수 있을때 많이 벌어두었다가 '미스마플'처럼 고운할머니로 이쁜 집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고 싶은게 꿈이며, 스트레스 받아 술먹으면서 '에구 내팔자야'하는 궁상을 의외로 즐기기 때문이다.

한때 울보였지만, 지금은 별로 안우는 (그러나 가끔 바닥까지 내려가서 튕이고 다시 올라오기도 한다. 왠만큼 내려가기 보단, 확실히 바닥까지 내려가려고 '보칼리제'에 갖은 청승을 다 떨기도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이와 경험은, 사람을 현명하게도 만들지만 덤덤하게도 만든다.

말은 쉽지만 바닥에서 헤매이는 이 책속의 여인들은 눈물을 흘리고 다시 닦으면서 '울긴 왜울어. 다신 안울어...'내지는 '살아있기 다행이다 (헉, 이건 조금 극단적이다)'를 자위하면서 말하지만,

울긴 왜 울어 (버럭)!

닌자가 지금도 활동한다면, 그런 닌자를 고용할 수 있다면 (살인청부업자는, 확실히 살인을 저지르지만, 내가 필요한 건 등에다가 칼만, 그것도 상징적인 칼을 꽂을 수 있는 사람이다)...음, 이치로랑 그 누구 정치가, 그리고....수시로 바뀌는 남은 대상 하나에게 보내련만  (아참, 가끔은 머리 뒤통수를 쳐 줄 수 있는 닌자가 필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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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명쾌할 수 있을까? | Nonfiction 2007-05-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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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세의 역사

안드레아 바키니 저/남경태 역
사계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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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나? 10시간 이상 비행기 안에 있을 것을 생각해 흥미롭고 (보기에 수준 높아 보이지 않는 ^^'') 책과 겉으로 뽀대나는 머리아픈 (설교)책 중 후자를 택해 지루한 비행시간을 고문처럼 겪은 이후로, 그리고 코지물은 표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여전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나이를 구분해 놓거나 책표지, 내지는 책 앞뒤나 미디어의 선전에 넘어가지 말자고 굳은 결심을 했다. 간혹 잊혀지지만, 이 책을 포함한 최근의 실적 두가지는 정말로 성공적이다 (이 책 말고 그 책은 올해 전반기 최고의 책으로 나혼자 결론내렸다).

추리소설을 뒤적이거나 로맨스물을 뒤적이거나 카테고리의 하나로 역사물, 그중에서 중세물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중세는 제대로 알져지지 않았거나 오해되므로서 칙칙하고 우중출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중세의 이미지는, 진흙투성이의 길을 기사가 중무장을 하고 달려가거나, 어두운 성안을 횃불로 밝히고선 나무 탁자위에서 사람들이 닭고기 등을 손으로 집어 마구 먹으며 주석같은 잔으로 포도주를 만시는 그런 모습이다. 이렇게 백그라운드로 사용되기엔 중세의 역할은 역사상으로 너무나 중요하다.

학생때에는 어느 시대에 이모작을 하고 영주가 있거나 농사에서 어떻게 영주에게 갚거나 등등의 농업사나 청동기에 철기를 사용하는 등, 서로 연관이 없이 머리가 터지게 외우고 교과서에 형광펜 긋고 연습장에 10장씩 써서 선생님에게 제출하는 일들이 일생에서 도대체 무슨 도움이 있느냐...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관이 되어 톱니바뀌처럼 수직으로 맞물리고 수평으로 맞물리는 이치를, 큰 그림으로 그리게 되면 그 재미에 지겨운 야단과 독촉을 견디게 되기도 하고 실제적인 밥벌이 - 예를 들면, 우리 곁에 조용히 존재하는 가전제품 등 - 에도 이용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되었다.

맨처음부터 '중세', 내지는 'middle age'를 고대와 근대 사이에 낑긴 것이 아닌, 그 중간을 이어주고 있는 중요한 시대임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된다. 정말로 이 오해많이 받은 이 시대를 통해,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진보했는지를 보여준다. 난데없이 '법률제도'가 바뀐 것도 아니며, 작은 발명이 전투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와, 결국 땅덩어리가 어디에 넘어가서 현재의 언어엔 어떻게 반영이 되었으며 하는 등등, 미시적인 이야기들을 거미줄처럼 엮어 거시적으로 보다 명확한 '중세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나무들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결국 숲을 보여준다.  

세밀한 그림들을 들여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반길 듯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얇고 작은 책속에 가득하다. '장미의 이름'의 수도원이나 성안이 이렇게 되었겠거니, 수도사 '캐드파엘'은 이랬겠거니, 그 뭐라뭐라하는 공주와 기사는 이쯤에서 밀회를 나눴겠거니...뭐 이러면서 말이다.

참, 빨리 읽는 책은 아니다. 그 긴시간을 이렇게 얇은 책안에 보여주려니 한문장 안에도 곱씹을 (그렇지만, 절대 어렵지 않다) 내용들이 있다.

여하간, 너무 흡족한 책이라 이 '브라보'시리즈 안의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 (기다리는 와중에 읽다가 마음에 들어, 서점가서 냉큼 다른 하나를 집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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