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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표류

스티븐 캘러핸 저/남문희 역
황금부엉이 | 200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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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광고처럼 포기라는 단어는 김장을 할 때에나 쓰는 것인가 보다. 예상치 않은 사고로 배를 잃고 보증기간 40일이라는 구명보트만으로 76일간 넓은 바다에서 추위와 배고픔과 고독과 싸우면서도 생존을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스티븐 캘러한. 그가 끝없는 바다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한 생존을 위한 싸움의 기록이다. 이 기록을 통하여 표류로 인한 두려움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생의 기록과 함께 점차 자연 속에서 삶을 생각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갖게 되는 저자를 만난다.

 

돛을 단 작은 배 한 척으로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항해를 하고자 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그러나 선박을 설계하고 모험을 즐기는 저자는‘그저 바다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서’항해 준비를 하고 실행에 옮긴다. 출항한지 며칠 후 고래로 추정되는 물체와 충돌한 후 그의 배 솔로호는 침몰하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구명보트‘더키’로 바다를 홀로 표류하게 된다. 그러나, 배가 침몰한 후 작은 구명보트로 바다를 떠돌며 엄청난 고생을 겪은 후에 구조되어 살게 된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만을 기대한다면 더 이상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저자가 기록해 놓은 표류의 기록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고, 삶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고, 존재감에 대한 한없는 기쁨이고, 모험가로서의 철저한 실천의 기록이다.

 

광활한 바다는 때로는 폭풍우에 휩싸이고, 때로는 적막감에 휩싸인다. 고요한 바다 위에 떠있는 구명보트는 그 존재감이 미미하고 아무 일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구명보트 가까이서 보면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상어나 만새기 등은 수시로 보트에 접근하고 이는 구명보트의 파손을 일으킬 수 있기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마실 물과 음식의 부족은 인내심을 무력화시키고 고통을 극대화 시킨다. 휘몰아치는 폭풍우는 보트를 뒤집어 모든 것을 바다 속으로 집어 넣을 듯이 강력하다. 얼마나 더 지탱할 수 있는지, 언제나 구조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불안한 감정을 더욱 깊게 한다. 이러한 상황들이 극한 어휘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그대로 전해진다. 그러나, 표류 후 시간이 지나면서 캘러한이 지나 온 시간들에 대해 회상하고 현재의 상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맞아들이는 변화는 우리가 새롭게 맞보는 것들이다. 저자는‘궁핍한 생활은 참으로 기묘하고도 소중한 풍요를 내게 선물했다. 파도와 만새기에서 신의 얼굴을 발견하고 산들바람은 신의 숨결이다’라고 말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러한 성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저자의 깊은 생각과 자연과 함께 하는 마음가짐, 확실한 목표 의식 등에 깊은 감흥을 받았다. 엄청난 시련 앞에서 나약해지는 모습만이 그려졌다면 이만한 감흥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 삶을 되돌아보는 모습, 그리고 영혼의 느낌을 주는 모습 등이 표류라는 사실을 넘어 더욱 진솔한 한 모험가의 성찰 기록을 통하여 경건함을 주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표류일지 모른다. 저자는 육지를 만나거나 구조선을 만난다는 목표를 향해 항상 긴장하고 자신의 위치를 계산하면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을 알려준다. 또한 표류 기간 동안 식량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했던 만새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인간과 자연이 결코 떨어져 존재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각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 방법은 저자의 전문성을 다시 알 수 있게 한다. 저자를 무사히 생환하게 만든 밑바닥에는 해양 생활, 모험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 구명선 및 장비의 준비, 솔로호가 고래와 충돌한 후 침몰하기 전까지 배에서 필요한 물품을 찾아 구명선으로 옮기는 행동 등에서도 보았지만 작살의 사용, 증류기의 사용, 구명보트의 수리, 물고기의 처리 등은 그가 그려 놓은 그림과 설명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저자는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기억하며 그것이 전해 준 정보를 잊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 캘러한의 ‘표류’가 내게도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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