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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가 남겨 놓은 것은 | 기본 카테고리 2009-02-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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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저/권상미 역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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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삶은 정말로 짧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삶인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오른다. 어지럽다. 수도 없이 나오는 만화와 판타지의 주인공들과 알 수 없는 주문 같은 말들 때문만은 아니다. 194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세대를 넘어 다니며 이야기를 하는 화자의 탓도 아니다. 한없이 망가지고 깨져버린 한 일가, 그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 편하게 듣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 개인의 삶이며 한 가족의 삶인 동시에 한 시대의 삶을 보았다. 그렇다고 그 삶이 일방적이고 서사적인 묘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삶을 살며 공유했던, 깊은 곳에 흐르는 무언가를 찾아 본다. 그리 쉽지 않다. 국가의 강력한 체제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개인의 모습, 권력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 이의 모습, 그리고 사회에서의 성공과 실패의 뒤에 숨겨져 있는 희미한 모습들의 실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찾아야 한다. 그것이 오스카 와오의 짧은 삶 속에서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찾는 유일한 길이기에.

 

푸쿠. 그렇다. 이 놈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항상 곁에 있다. 아니, 곁에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끈질기게 달라 붙어 있다. 적어도 무언가 나쁜 결과를 보이는 것은 반드시 이 놈 짓이다. 글을 연결시키는 매개이자 늘어지는 모습을 보일 때면 항상 나타나서 긴장하게 만드는 놈이다. 어디엔가 숨어 있어 보이지 않으면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특정한 이에게만 적용될까? 어떤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푸쿠라고 말하고 당연한 듯이 받아들인다. 그들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럴지 모른다. 아니면 정말로 모르기 때문인지도. 소설 속에서 이런 푸쿠와 동행을 한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지 아니면 벗어나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볼 일이다.   

 

이야기를 단순화 해본다. 아벨라르, 벨리시아, 롤라와 오스카로 이어지는 한 가족의 일들이다. 아벨라르가 지배자인 트루히요의 욕심에 거부하는 행위를 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가진 것들을 모두 빼앗긴 채 죽음으로 몰린다. 많은 것을 가지고 권력의 앞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았던 아벨라르. 딸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가져온 결과는 그의 일가의 몰락이었다.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행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왜냐고? 그들은 푸쿠를 말한다. 집안이 몰락함에 따라 엄청난 고생길로 들어선 막내 딸 벨리시아. 간단히 몇 마디로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구구절절이 읊어낼 수도 없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내온 날들을 삶이 그런 것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쓰리기 때문이다. 롤라는 그녀의 딸이다. 항상 서로 부딪치는 모녀. 오스카는 그녀의 아들이다. 여자 곁에 머물기 원하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뚱보 아들이다. 라 잉카, 오스카의 할머니, 모든 것을 보아왔고 말해 줄 수 있는 이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한 사회의 이야기이다. 오스카의 사랑과 죽음으로 매듭지어지는 생존의 이야기이다. 여전히 삶을 살아가는 롤라와 유니오르의 입을 빌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오스카의 삶에는 푸쿠가 어떻게 작용했을까? 남들이 사랑을 나눌 때 책을 읽고 글을 쓸 수밖에 없던 뚱보 오스카는 짧은 생애 동안 여러 여인들과 만난다. 하지만 겉돌기만 하고 만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 속으로 묻혀 버린다. SF 소설 속으로. 그 속에서 환상을 만난다. 현실을 비출 수 있는 환상을,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환상을. 오스카의 환상은 현실과 만나며 쉽게 깨진다. 그렇기에 좀 더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한다. 그것도 푸쿠 때문일까? 그러나 드디어 자신의 모든 것을 감싸주는 여인을 통해 두껍게 덮여 있던 장막을 걷는다. 목숨과 바꾼 일이지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이라 말한다.

 

자꾸만 움츠러드는 오스카와 밖으로 나서는 롤라를 비교한다. 등에는 화상의 흔적을, 속에는 암을 안고 살던 엄마 벨리시아는 몸이나 마음이나 모두 상처 받은 채로 아버지 아벨라르와 자식들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그것이 엄청나게 힘든 시간을 보내게 했더라도 또 다른 삶으로의 연결성을 잃지는 않는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희망을 함께 담아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녀가 살아온 삶을 담고 있다. 벨리시아의 꾸짖음 속에서도 사랑을 찾아 나서는 롤라의 삶은 푸쿠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부정한다. 다른 이에 비해 롤라의 자유로움이 이를 증명한다.   

 

끝없이 침울하게 묘사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정말로 교묘하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버무려 놓았다. 어느 한 개인, 끝없는 욕심으로 가득 찬 개인의 독재 체제가 또 다른 개인의 삶을 여지없이 뭉개는 모습을 피눈물 나게 그린다.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힘에 기대 다른 무리들을 폭력으로 누르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면서도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슬며시 비껴 서며 그들을 그려낸다. 이 속에서 개인의 존재는 모든 것을 푸쿠의 탓으로만 돌릴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 남겨진다. 그리고 그것은 그 자리를 떠나서도 여전히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의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아주 당연한 것처럼.

 

미국으로 이주하여 따가운 시선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왔지만 오스카가 삶의 의미를 찾은 곳은 고향이었다. 사탕수수 밭에서 벨리시아가 얻어 맞고 그녀의 아들 오스카가 무참한 폭력에 희생되었지만 여전히 사탕수수 밭은 그들이 딛고 있는 땅이었다. 할아버지가 그랬고, 엄마가 자랐던 고향이었다. 사탕수수 밭에서 헤쳐 나와 한 여인의 무릎에 누워 눈을 감으며 짧고도 긴 여행을 마치는 오스카는 의무 아닌 의무를 마치기까지 너무도 긴 기다림이었음을 고백한다. 혼자의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온 뚱보 오스카는 마지막 순간에 그 어둡던 둥지를 깨치고 나와 한 여인의 입을 빌려 답을 한다. 기나긴 기다림은 인생이었다고. 늦게나마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고. 산토도밍고에 내리면서 다른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무사함에 기쁨의 박수를 칠 수 있을 때부터 오스카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시작했으리라.

 

끝이 없을 듯 내면으로 파고 들면서도 항상 외부를 향한 손짓을 했던 오스카. 세대를 거쳐 내려오던 푸쿠의 그림자를 사랑으로 벗어내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인생을,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하는 오스카의 삶은 정말로 놀랍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의 삶을 뒤엉키게 만들었다면 또 다른 보이지 않는 힘이 남은 이들의 삶을 계속하게 만든다. 그것이 인생이다. 아름답고 놀라운 인생이다. 푸쿠와 사파가 공존하는 인생이다.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슬프더라도 사랑이 있는 내일을 기대하는 인생이다. 아쉬움이 남더라도 또 다른 걸음을 디딜 수 있는 인생이다. 오스카의 짧고 놀라운 삶이 남겨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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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읽는 힘을 키우다. | 기본 카테고리 2009-02-0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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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 2 세계

파라그 카나 저/이무열 역
에코의서재 | 200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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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음은 여러 소식을 접하면서 느낄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일어난 경제 위기로 인한 혼란 속에서 그 힘들은 서서히 제 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유럽연합과 중국의 자본과 미국이 치열한 다툼을 하면서 이 후의 권력을 향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언제 이러한 힘들이 생겨났으며 어떠한 형태로 세계를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이다.

 

세계 여행을 한다. 그런데 색다른 여행이다. 멋있는 풍경과 맛있는 음식과 재미있는 볼거리가 빠진 여행이다. 대신 여러 나라들의 발전과 혼란의 모습 속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찾아내는 이상한 여행이다. 여행의 길잡이는 국제 관계의 떠오르는 신성이라고 평가 받는 파라그 카나이다. 저자는 다소 낯선 제2세계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시작하여 중앙아시아, 중남미, 중동, 동아시아의 각 나라를 섭렵한다. 찾아 보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힘의 관계들이다. 세계 곳곳에서 서로 견제하며 힘을 키워왔던 미국과 소련의 역학 관계가 소련이 해체된 후 어떤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어떤 새로운 힘이 기존의 구도를 바꾸며 세계를 움직이는가에 대한 냉철한 고찰이다.

 

여행은 유럽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형태의 체제인 유럽연합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동으로 확장하는 유럽연합은 이제 터키에 이르렀다. 물론 발칸 반도의 혼란이 남아 있지만 유럽 각국을 대하는 유럽연합의 전략은 점점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 동안 미국이 이 지역에서 수행했던 외교 전략은 이제 더 이상 그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확장은 구 소련 체제 하에 있던 나라들이 있는 중앙아시아에서 부딪친다. 러시아가 자원을 가지고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내부 체제의 경직성과 여러 나라들이 자원 확보를 다변화하려는 노력, 구 소련 체제 아래에 있던 나라들의 러시아에 대한 반발 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이 틈 사이로 유럽연합과 중국의 힘이 스며들고 있다.

 

여행은 잠시 미국이 강력하게 영향력을 발휘하였던 중남미로 넘어 간다. 자원 보유국과 교역에 유리한 나라들의 전략을 본다. 새롭게 부각되는 브라질의 힘을 보기도 한다. 저자는 ‘아르헨티나의 역사는 제1세계나 제2세계의 지위가 결코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을 냉정하게 일깨워준다. (277쪽) ‘라는 말로 어느 한 위치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지역에서도 더 이상 미국의 힘이 제대로 영향을 주는 곳이 점점 줄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이 시각은 저자가 미국의 역할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도 중국과 유럽연합은 그 힘을 쌓아가고 있다.

 

드디어 미국, 중국, 유럽연합의 힘이 함께 대결하는 중동으로 간다.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엄청난 부를 이루었지만 한 쪽으로 편중된 부와 권력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종교적으로 여러 파로 나뉘어 일으키는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슬람 강경파의 확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가? 자원이 부족하고 국가의 정체성마저 불명확해지는 나라들은 앞으로 어떤 상태로 바뀔 것인가? 이는 중동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동아시아를 마지막으로 살펴 본다. 강력하게 중국의 힘이 미치는 동남아시아의 상황은 미래의 모습을 예견하게 한다. 중국의 위안화는 이 지역에서 국제통화가 되었다. 이는 제2세계들의 변화를 더욱 빠르게 할 수도 있다. 한국에 대한 서술도 있다, 미국과의 관계의 변화가 생기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중국 조립제품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있는 한국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한국의 역할이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고 한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고 있으나 지리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를 지속해온 나라에 대한 조심스러운 의견을 볼 수 있다.

 

2세계라는 이름 하에 매우 많은 나라를 언급한다. 같은 지역에 있는 나라라도 많은 격차를 보인다. 앞으로 어느 나라들이 제1세계 가까이로 이동하고 어느 나라들이 제3세계로 이동하는가를 주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들 나라들이 보다 잘 사는 나라, 강한 나라들의 힘을 이용하면서 발전을 이루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유럽연합, 중국, 미국이다. 유럽 연합이 아직 제2세계에 있는, 유럽 연합에 속하지 않는 국가에게 매력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차근차근 지역적으로 확장하는 반면 중국은 조용히 세계 여러 나라와 자국의 이익을 위한 협약을 계속하고 있다. 어느 순간에 그 힘을 폭발 시킬 것인가 정말로 기대가 된다. 그 힘들이 강하게 부딪칠 때 일어날 상황은 쉽게 예상되지 않을 만큼 엄청날 것 같다. 따라서 이를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자세는 무엇일까? 저자가 제시하는 ‘평형’이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정치가들이 국민들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나라의 예를 많이 본다. 각 나라에 미친 미국의 힘을 살펴보고 그 힘을 대체하며 틈을 파고드는 새로운 힘을 만난다. 자연스럽게 유럽연합, 중국, 미국의 힘의 대결의 모습을 본다. 일방적인 우월주의가 이제는 더 이상 먹히지 않음을 본다. 각 나라들은 서로 경쟁한다. 보유한 자원을 최대로 이용해서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보다 나은 나라로 발전하고자 한다. 깊이 배어 있는 부패와 불신들이 커다란 장애물이 되어 모순의 반복을 행하는 모습도 본다. 제2세계는 제1세계의 측면과 제3세계의 측면을 동시에 나타내며 혼란함을 보이기도 한다.

 

약해지는 달러만큼이나 미국의 영향력도 줄어 들었다. 이 틈을 유럽연합과 중국이 파고 든다. 중국이 내부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으나 세계를 무대로 국경의 제한을 보이지 않게 무너뜨리면서 세계 곳곳의 자원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제2세계를 살펴 보았지만 여전히 그 뒤에는 제1세계의 힘들이 있다. 이 책은 제1세계와 제2세계의 다양한 변화 속에서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 보기 위한 것이다. 세계화는 한 나라가 국제적 계층구조에서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를 가늠할 새로운 잣대를 만들어냈다. (279쪽) 과연 우리는 어느 위치에 있는가? 대립하는 힘들이 균형을 잡는 순간이 올 때 우리의 위치는 어디일까? 우리는 이 자료로부터 날로 바뀌는 역학 관계를 살펴보며 보다 나은 나라로 나아가는 방향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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